서울 서초구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개발시행사인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의혹 사건의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총리실 국무차장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데 이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직접 파이시티를 챙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권 실세들의 게이트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파이시티 금품수수 사건은 그간 몇몇 비리 의혹에 시달렸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처음으로 금품수수 사실을 인정하면서 현 정권의 도덕성과 국정 운영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검찰 수사의 핵심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어떤 명목으로 브로커 이동률씨로부터 돈을 받았는지, 그리고 이 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었다.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구속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의 로비자금을 전달한 브로커 이동율씨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자금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제이엔테크 이동조 회장을 박 전 차관으로부터 소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사건을 수사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따르면 이씨로부터 “박 전 차관의 소개로 이 회장을 알게 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박 전 차관이 이씨로부터 받은 로비자금을 이 회장이 세탁해 줬거나, 이 회장이 박 전 차관을 대신해 직접 이씨로부터 로비자금을 받았을 가능성을 함께 조사했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을 지난 5월 2일 오전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 파이시티 이 전 대표로부터 브로커 이씨를 통해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돈을 받은 경위와 규모, 사용처 및 대가성 등을 조사했다. 이 전 대표는 앞서 검찰에서 2008년 1월 박 전 차관에게 아파트 구입비용 명목으로 10억원을 건넸고, 2005년 초부터 1년 반 동안 3, 4차례에 걸쳐 억대의 현금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이 이 전 대표로부터 청탁을 받은 뒤 서울시의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에 실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이를 위해 2007년 무렵 박 전 차관으로부터 파이시티 관련 청탁 전화를 받은 것으로 서울시 감사결과를 통해 확인된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을 불러 조사했다. 강 전 실장은 “박 전 차관으로부터 ‘이 전 대표가 갈 테니 얘기를 한 번 들어봐 달라’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시티 이 전 대표로부터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8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의해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5월 2일 구속됐다. 최 전 위원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박병삼 영장전담판사는 “금품공여자의 일관된 진술 등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수사진행 경과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최 전 위원장 이례적으로 금품 수수 고백
이번 파이시티 금품수수 사건으로 현 정권 최고 실세로 군림해 왔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월 방통위원장직에서 불명예 퇴진한 지 3개월여 만에 또다시 세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최 전 위원장은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센터 개발시행사인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에 개입하는 대가로 업자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정권 비리의 핵심 인물로 급부상했다. 현 정권 개국 공신으로 지목되면서 유일무이한 권력을 휘둘렀던 최 전 위원장은 지난 2008년 3월부터 방통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종합편성채널 편파 선정 등 방송 장악과 미디어법 날치기 파동의 원인을 제기한 언론 자유 탄압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지난 1월 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최 전 위원장은 자신의 과오를 단 한 번도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특유의 유화적인 화술과 신중한 언변으로 빠져 나가는 여유와 재치를 보이곤 했다. 그랬던 최 전 위원장이 이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대선 전 여론 조사 비용으로 사용했다는 ‘고백’을 한 것은 구명차원에서 ‘자신만 죽을 수는 없다’는 정치적인 복선이 깔려 있는 발언이 아니겠냐는 분석이다. 이번 최 전 위원장의 폭로는 자신이 세운 MB 정권의 대선자금을 건드린 충격적인 발언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지난 4월 24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본격적으로 ‘선 긋기’에 나섰다. 내부적으로는 최 전 위원장의 금품 수수를 곧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자금과 연결짓는 시선에 대해서는 불쾌감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최 전 위원장이 파이시티 인허가와 관련해 수억원을 받았다고 해도 이는 이 대통령과 관계없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 전 위원장과 관련된 의혹은 대통령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라면서 “검찰 수사를 통해 다 드러날 일인 만큼 우리는 남은 기간 민생 챙기기 등 국정에 충실하면서 당당히 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너무 무섭다. 언론이 수사기관인가. 미리 결론을 다 내 버리고”라면서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재 청와대 내부에서는 최 전 위원장이 파이시티로부터 받은 돈을 2007년 대선 당시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당시 선거 캠프 관계자에게 확인해 보니 경선 때 여론조사 비용으로 공식적으로 사용된 금액은 없었다. 결국 최 전 위원장이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 따로 여론조사를 했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비자금 최대 2,500억원에 달할 듯
현재까지 검찰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가 조성한 로비자금은 대략 21억여원이다. 이는 2007~2008년 이 전 대표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게 전달해 달라며 브로커 이동율씨 계좌로 보낸 돈이다. 앞서 2010년 11월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이 전 대표를 배임·횡령 혐의로 수사하면서 밝혀낸 횡령액은 334억원이다. 이 돈도 대부분 이 전 대표의 로비자금으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로 이 중 현금 43억원과 180억원 상당의 시행사 주식이 우리은행 대출담당 직원에게 건네졌다. 하지만 부동산 개발사업 인허가에 사활을 걸었던 이 전 대표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마저도 일부에 불과하며, 로비 액수는 훨씬 더 컸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현재 이 전 대표가 금융권에서 받은 대출금은 1조5,000억원대에 달한다. 때문에 그중 상당액이 로비를 위해 사용됐을 것이라는 추측도 무성하다. 특히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이 전 대표가 2008, 2009년 토마토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1,200억원의 행방이다. 이 전 대표는 2008년 부산양풍저축은행으로부터 차명으로 60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부산양풍저축은행은 이후 토마토저축은행에 인수됐는데, 이 전 대표는 “개발이익만 1조원이 넘는 대형 사업”이라고 신현규 토마토저축은행 회장을 설득해 2009년에 추가로 600억원을 대출받았다. 이 돈은 파이시티의 공식 회계로 처리되지 않아 파이시티 법정관리인도 최근까지 그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차명으로 대출돼 금융감독기관에 의해서도 발견되지 않았던 돈이다. 이 돈은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이 전 대표가 마련한 로비자금의 또 다른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은 현재 1,200억원 대출 과정에서의 불법성 여부와 사용처를 파악 중이다. 특히 대검 중수부는 이 전 대표가 이 돈을 대출받은 시기가 건축허가를 받지 못해 사업이 지체되면서 채권자들의 압박에 시달렸던 때라, 그 상당 부분이 인허가 로비를 위해 사용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와 별도로 파이시티 채권단이 지난해 5월 이 전 대표 등 전 경영진을 상대로 1,29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지출내역이 불분명하다고 밝힌 929억원 역시 로비 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고 있지 않다. 법원 조사위원인 회계법인 관계자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전 대표 등이 관계사 등에 부당하게 대여한 자금이 668억원, 사업 인수와 관련해 부당하게 지출한 자금이 252억원에 달한다. 파이시티 김광준 법정관리인은 지난 4월 27일 “문제의 돈은 대부분 이 전 대표가 바지사장을 내세운 업체에 지출됐다”며 “정황상 관련 기관 등에 인허가 로비 명목으로 썼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런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이 전 대표의 비자금은 단순 계산상으로 최대 2,500억원에 달할 수도 있다. 검찰도 “비자금 중에서 상당액이 로비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검 중수부가 지난 4월 25일 곽모 전 파이시티 자금담당 상무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도 비자금 출처 규명이 목적이었다. 이 전 대표와 같이 대우그룹 출신인 곽 전 상무는 이 전 대표의 자금 출처 및 사용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2007년 대선자금까지 확대 수사 없어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의 중학교 후배인 브로커 이동률씨는 2002년 초 인허가 문제로 사업에 차질을 빚어오면서 자금난에 시달리던 파이시티 전 대표 이씨에게 접근해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장을 소개시켜 준 것으로 전해졌다. 브로커 이씨는 경북 영일군(현 포항시)의 같은 동네에서 최 전 위원장과 함께 자라 집안끼리 서로 알고 지낼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사이다. 검찰은 시행사 전 대표 이씨가 브로커 이씨에게 돈을 전달한 시점이 2005년부터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08년까지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기간에 최 전 위원장은 대통령직인수위 자문위원(2007년 12월~2008년 2월), 방송통신위원장(2008년 3월~2012년 1월) 등 요직에 재임 중이었다. 만약 최 전 위원장이 인허가 로비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사실이 밝혀진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의 혐의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최 전 위원장은 “내가 하는 일을 (브로커 이씨가) 평소에 알고 있고, 자기가 그때 상당히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나에게 지원을 해준 것”이라며 “받은 돈은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비용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최 전 위원장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선 최 전 위원장의 발언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인허가 관련 로비에서 ‘2007년 대선자금’으로까지 번지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선자금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될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12월 대선구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대선자금에 대해 검찰이 들여다본다는 것은 틀린 말”이라고 일축했다. 편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돼 온 최 전 위원장 등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자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겉으로는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현 정부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문제인 데다, 남은 임기 동안의 국정운영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면서 “수사결과를 지켜봐야지 우리가 뭐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언급을 피했다. 친박 위주로 재편된 새누리당 지도부는 구(舊)주류 내부의 사안이라며 “우리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으며, 나아가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민주통합당은 최 전 위원장의 금품 수수 일부 시인과 관련해 “최시중 불법대선자금 게이트는 민간인 불법사찰사건에 이은 정권의 진퇴 문제가 걸린 중대한 사안”이라며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장이 검찰의 수사망에 오르내린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 전 위원장의 경우,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으로부터 한국교육방송공사 이사 선임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전 차관 역시 수사가 진행 중인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불법사찰을 지시한 소위 ‘윗선’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편 검찰은 하이마트 관련 비리 의혹을 수사하다 하이마트 관련 공사를 맡아온 브로커 이씨의 건설업체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씨의 수첩을 발견하고 파이시티에 대한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조 회장 돈세탁 후 박 전 차관에 건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지난 5월 7일 박 전 차관을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청탁과 함께 1억70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수감했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이 이정배 파이시티 대표에게서 2006~2007년 수시로 1000만원에서 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확인했다. 또한 이 대표가 브로커 이동율씨를 통해 준 수표 2000만원을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이 ‘돈세탁’ 후 박 전 차관에게 건넨 혐의도 포착했다. 박 전 차관의 비자금 의혹 수사는 이 회장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다. 검찰은 이 회장의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포항의 한 은행지점에 개설된 이 회장측 차명계좌를 발견했다. 이 계좌에서 수시로 뭉칫돈이 입출금됐고 이 회장과 가까운 해당 은행 직원이 연루된 사실을 확인한 검찰은 은행 직원을 불러 조사했다. 자금 출처를 확인하고 있는 검찰은 이 회장을 소환조사하는 것이 불가피해졌지만 이 회장은 중국 상해로 출국한 이후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 검찰이 귀국 후 출석하라는 통보를 했지만 이 회장은 연락을 끊고 있다가 최근 검찰에 전화를 걸어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정확한 시점을 말하지 않아 검찰로서는 이 회장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이 관리하는 박 전 차관의 차명계좌에서 다른 기업체와의 돈거래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박 전 차관의 형 계좌에서도 십수억 원의 의심스런 자금이 발견됐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이 지난 2008년 아파트를 구입할 당시에 해당 계좌에서 뭉칫돈이 빠져 나간 사실을 주목하고 있으며 수상한 자금의 소유주를 박 전 차관으로 의심하고 있다. 박 전 차관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은 영장이 기각됐다. 법원은 강 전 실장에 대해 “자진 귀국한 뒤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점에 비춰 도주 및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강 전 실장은 지난 2008년 박 전 차관이 청와대 재직 시절 파이시티 업무를 비공식적으로 여러 차례 보고했다는 진술을 검찰에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실장은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를 받고 있다. 박 전 차관이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청탁에 직접 뛰어들었다는 진술이 나오면서 지난 2005년 서울시 정무국장 시절 그의 역할이 새삼 주목되고 있다. 파이시티는 이명박 시장 재임시절인 2006년 5월 사업의 핵심인 용도변경(유통업무설비 세부시설 변경결정)을 허가받았다. 용도변경과 관련해서 당시 일부 도시계획위원들의 강력한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통과됐다. 이명박 시장은 2005년 9월 정책조정회의에서 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를 복합유통센터(파이시티)로 개발하는 것과 관련해 교통국의 안(파이시티 요구안)대로 추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터미널 부지는 서울시 교통국 주도로 물류계획 변경이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시 서울시 교통국은 행정1부시장 소관이었으며 원세훈 국정원장이 2006년 6월까지 행정1부시장을 맡았다.

檢 “박 전 차관 자금 수사 계속할 것”
검찰은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과 함께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지난 5월 18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하고, 이들에게 금품을 건넨 브로커 이동율씨와 이같은 로비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이 씨의 운전기사 최 모씨도 구속기소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이날 양재동 복합물류단지 개발 시행사인 파이시티의 인허가 로비 사건에 대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 수사 결과 최 전 위원장은 처음 1년여 동안은 매달 5천만 원씩 6억 원을, 지난 대선 직후였던 2008년 2월에는 2억 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검찰은 그러나 최 전 위원장이 “개인적인 용도로 썼을 뿐 여론조사 등 선거 자금으로 사용한 것은 아니라고 진술했다”면서 “계좌추적에서도 현재까지 정치자금으로 사용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돈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박영준 전 차관은 최 전 위원장의 소개로 브로커 이 씨를 알게 돼 지난 2006년 8월부터 2008년 10월 사이 같은 명목으로 1억 6,478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돈 가운데 478만 원은 박 전 차관이 공직에서 물러난 뒤 개인사무실 집기 구입 용도로 쓴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차관은 금품을 받은 대가로 서울시 정무보좌역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5년 서울시 교통국장에게 파이시티 인허가 관련 청탁을 했다. 이어 박 전 차관은 서울시 퇴직 뒤인 지난 2007년 당시 서울시 홍보기획관이던 강 전 실장을 브로커 이 씨에게 소개해주고, 대통령실 기획조정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뒤였던 2008년에는 강 전 실장에게 인허가를 챙기라고 부탁했다. 검찰 관계자는 “강 전 실장이 검찰조사에서 박 전 차관에게서 받은 전화를 청탁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고, 다른 서울시 관계자들도 ‘이 사업을 챙기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차관은 이와 별개로 코스닥등록 제조업체 관계자 A씨에게서 울산 지역 산업단지 승인 알선 등의 명목으로 1억여 원을 받은 혐의도 이번 검찰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 같은 혐의는 박 전 차관의 ‘자금 세탁처’로 지목된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이 관리한 것으로 지목된 계좌추적 과정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해당 차명계좌에 입금된 1억9천500만 원 가운데 현금을 제외한 수표 1억5천500만 원을 추적해 1억 원 수수 혐의와 함께 브로커 이 씨에게서 건네진 2천만 원을 발견했다. 검찰은 남은 3500만원 가량은 박 전 차관이 지인이나 친구들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용돈’으로 건네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또 강철원 전 실장은 인허가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달라고 담당 공무원에게 청탁해 인허가 안건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하자 지난 2008년 10월 사례금 명목으로 3천만 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검찰은 인허가 청탁 경비 명목으로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에게서 5억5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브로커 이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브로커 이 씨가 이 전 대표에게서 받은 돈이 확인된 금액만 33억9천만 원에 달한다며, 로비자금과 보수를 제외한 박 전 차관의 아파트 구입비 자금으로 잠시 빌려줬다는 10억 원 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1월 최 전 위원장에게 청탁 명목으로 건넨 돈다발 사진을 첨부한 협박편지를 보내는 등 로비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9천400만 원을 뜯어낸 혐의로 브로커 이 씨의 운전기사 최씨를 함께 구속기소했다. 또 검찰은 “박 전 차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이 있던 지난 4월 25일 중국으로 출국한 이동조 제이앤테크 회장에 대해서는 귀국을 종용하는 한편, 범죄혐의가 규명되면 범죄인 인도 청구 등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