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 손흥민이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선수는 지난 9월24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간) 미들즈브러와의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원정에서 전반 7분과 23분에 두 골을 터뜨리며 토트넘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장정미 기자 haiyap@

손흥민의 활약으로 6경기 무패를 기록한 토트넘은 단숨에 리그 2위로 올라섰다. 손흥민은 이날 두 골을 포함해 완벽한 플레이를 펼치며 스토크 시티, 선덜랜드, 미들즈브러 등 3연속 MOM(Man Of the Match)에 선정됐다.

BBC, ESPN 선정 주간 베스트 11 올라

▲ 축구선수 손흥민

지난 9월24일의 손흥민은 영국 BBC와 미국 ESPN에도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손흥민은 BBC와 ESPN이 선정한 2016~2017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주간 베스트11에서 각각 오른쪽과 왼쪽 미드필더로 선정됐다. BBC는 4-4-2 전형을 토대로 손흥민을 주간 베스트11 오른쪽 미드필더로 뽑았고, ESPN은 왼쪽 미드필더로 그의 이름을 올렸다. 가히 ‘손세이셔널’이라 일컬어질 만하다.  EPL 득점랭킹은 5골을 기록하고 있는 세르히오 아구에로(맨체스터 시티), 디에고 코스타(첼시), 미카일 안토니오(웨스트햄 유나이티드)에 이어 4위까지 올라섰다. 뿐만아니라 손흥민은 네이마르(바르셀로나)도 제쳤다.

축구 통계전문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이날 유럽 5대 리그(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프랑스 리그앙)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현재까지 올 시즌 평점을 매겼다. 손흥민은 9.2점으로 당당히 전체 1위에 올랐다. 3위 네이마르, 7위 앙트완 그리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등 세계적인 공격수들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손흥민에게 이번 시즌 초반은 불운의 연속이었다. 리우 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지만 메달은커녕 4강에도 오르지 못했다. 지난해 이적료 2200만 파운드(322억 원)를 주고 그를 영입한 소속팀 토트넘의 반응도 신통치 않았다.

지난 시즌 부진으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마음을 얻지 못했고 팀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손흥민을 볼프스부르크에 이적시킬 심산이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올 시즌은 초반부터 무서운 기세로 활약을 하는 중이다. 이러한 손흥민에 대해 BBC는 “손흥민은 지난 시즌 해리 케인의 뒤에서 조연 역할을 했지만, 올 시즌 케인의 이탈 후 대역 역할을 넘어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고 극찬했다.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손흥민은 지난해 아시아 출신 선수 중 가장 많은 이적료를 기록하고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지만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불과 얼마 전까지 토트넘은 손흥민을 되팔 궁리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올 시즌엔 단 3경기 만에 지난해 득점 기록인 4골을 넣으며 팀의 중추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팀 밸런스에 적응하며 실력 되살아나
독일 분데스리가 시절부터 손흥민의 최대 장점은 스피드와 정확하고 위력 있는 킥이다. 역습 상황에서 직선적인 움직임에 능했다. 반면 동료와 연계플레이나 공간을 활용한 움직임은 부족하다는 평가였다. 지난 시즌 토트넘으로 이적한 뒤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 역시 감독이 추구하는 전방서부터 압박과 공간을 활용한 패턴 플레이 적응이 더뎠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스토크시티전에서 1호골을 넣을 때부터 손흥민은 달라졌다.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공을 잡자 곡선으로 문전 침투, 수비가 밀집된 구역에서 벗어나 왼발 논스톱 슛으로 마무리했다. 미들즈브러전 선제골도 마찬가지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한 그는 원톱 빈센트 얀센이 문전에서 상대 수비를 등지고 공을 받았을 때 알맞은 타이밍으로 가운데를 파고들었다. 얀센에게 공을 이어받은 뒤 번뜩이는 개인기로 수비수 2명을 제친 뒤 왼발로 마무리했다.

손흥민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시즌 말미부터 서서히 드러났다. 독일보다 빠른 템포 경기 운영을 하는 잉글랜드에서 초반 주위를 보지 못하고 조급하게 움직인 게 사실이다. 팀 밸런스에 적응을 하면서 다양한 움직임이 나오고 있고 더불어 순간 스피드와 슛 타이밍도 살아나고 있다. 손흥민이 시즌 개막 전 리우올림픽 본선에서 몸을 끌어올린 것도 초반 오름세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손흥민은 자신의 2골로 미들즈브러를 2-1로 꺾은 경기 이후 현지 언론들과 만난 자리에서 “프리미어 리그는 최고의 리그이기에 토트넘에 남아서 뛰고 있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 골도 터지고 있다”며 기뻐했다. 이어 “더 뛰고 싶을 뿐이다.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뛰길 원한다. 내게 기회를 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에게 정말 감사하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에 경기 하나 하나 집중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싶다”며 꾸준한 활약을 다짐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