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정>(감독 김지운)이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 중이다. 9월2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밀정'은 지난 9월25일 16만8794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영화 <밀정>은 192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경성에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막으려는 일본 경찰의 회유와 암투, 배신 등을 그린 작품. 영화배우 송강호·공유·한지민·신성록·이병헌 등이 출연했다.

흔들리는 내면 심리 밀도 있게 연기

▲ 영화배우 송강호

영화 <밀정>에서 돋보이는 배우는 단연 송강호다. 이미 <괴물>, <변호인> 등 천만 관객 영화를 두 편이나 찍은 그가 <부산행>의 공유와 함께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김지운 감독과 네 번째로 호흡을 맞추는 송강호는 <밀정>에서 조선인이지만 조선총독부의 경무국 경부 자리까지 오르며 출세한 일제 경찰 ‘이정출’역을 맡았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정출 같은 회색분자를 통해서도 그 시절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새로운 시선”이 마음에 들어 출연을 결정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밀정>에서 ‘회색빛 인간’의 흔들리는 내면 심리를 밀도 있게 연기한 그는 일제시대의 위험하고 불안한 분위기를 온 몸으로 받아내는 연기로, 서사의 개연성이 약하다는 영화의 단점을 씻어냈다. 영화는 일본군이면서 독립군을 돕는 이정출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김지운 감독은 지엽적인 인물의 이야기가 아닌, 그 시대를 관통했던 혼란 속에서 갈등하고 고뇌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망했다.

송강호는 이에 대해 “네 편과 내 편으로 나뉘는 게 아니라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사람의 또 다른 아픔을 보는 것이다”며 “마지막에 이정출이 누군가의 시신을 보고 고통스러워하는데 개인에 대한 연민이라기보다 민족의 고통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제 <변호인>에 이어 자신의 세 번째 천만영화에 도전하고 있는 송강호.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국민배우’ 타이틀을 가진 그는 ‘송강호가 출연한 작품’이라면, 단지 ‘송강호가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볼 만한 작품’이 되고 개봉 후에는 그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고는 한다. 그만큼 송강호가 출연한 영화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칼럼니스트는 유정모는 <밀정>의 송강호에 대해 “‘영화 <밀정>의 동기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걸 무마하고 다독이며 잘 꿰맞춰 완성하는 것은 바로 송강호의 연기력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는 생존의 본능, 분노와 굴욕, 갈등과 번뇌, 선택과 신념 그리고 믿음의 다양한 감정을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훌륭하게 표현해냄으로써 자칫 겉모습은 완벽하지만 내부설계에 하자가 있는 최첨단 로봇이 될 뻔한 작품을 정말 ‘작품’으로 완성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독보적인 연기로 관객 사로잡다
1991년 연극 <동승>으로 데뷔 후 19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충무로에 입성한 송강호는 1997년 <초록물고기>(감독 이창동), <넘버3>(감독 송능한)로 서서히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후 <쉬리>(감독 강제규), <반칙왕>(감독 김지운), <공동경비구역 JSA>(감독 박찬욱), <복수는 나의 것>(감독 박찬욱)으로 이름을 알렸으며, 봉준호 감독과 호흡을 맞춘 <살인의 추억>으로 명불허전 충무로 톱배우 반열에 올라섰다. 충무로 흥행보증수표가 된 송강호는 이름값에 작품을 선보일 때마다 일취월장해지는 연기력은 ‘믿고 보는 배우’, ‘대체 불가능한 배우’라는 수식어 역시 쏟아지게 만들었다. <친절한 금자씨>, <괴물>, <우아한 세계>, <밀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박쥐>, <의형제>, <설국열차>, <관상>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그의 필모그래피는 <변호인>에서 그 정점을 찍었다. “다시 만날 때는 내가 어떻게 변해있을지 장담 못해”라는 <밀정>의 대사처럼, 대중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독보적인 연기로 또다시 관객을 사로잡게 될 배우 송강호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