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기아자동차가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 반열에 오르고 품질 면에서 신뢰성을 확보한 지금 정몽구 회장은 그동안 강조해왔던 ‘품질’이 아닌 ‘브랜드 경영’이라는 또 다른 화두를 던졌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등 그룹 최고 경영층도 브랜드 경영에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랜드 정체성뿐 아니라 브랜드가 주는 이미지도 고급화해 진정한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
지난 4월 10일 정몽구 회장은 서울 양재사옥에서 브랜드 전략 설명회를 통해 브랜드경영 전략을 강조했다. 현대차는 이날 신 브랜드 캠페인 ‘리브 브릴리언트(Live Brilliant)’를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브랜드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리브 브릴리언트(Live Brilliant)’는 ‘Live’와 ‘눈부신, 찬란한’을 의미하는 ‘Brilliant’를 조합한 단어로, 기존의 기능적인 이미지보다는 감성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정의선 부회장이 지난해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직접 브랜드 슬로건(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을 발표한 것으로, 올해부터는 소비자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올해부터 추진하는 브랜드 전략은 고객이 기대하는 것 이상의 경험과 가치를 현대차만의 혁신을 통해 더 많은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모던 프리미엄’(Modern Premium)이라 할 수 있다. 조원홍 현대차 마케팅 사업부장(전무)은 “당초 지난해 ‘모던 프리미엄’을 선언한 이후 이때부터 상품이나 마케팅, 서비스 등 전 분야에 변화를 주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우리가 먼저 변하는 모습을 보여준 뒤 고객들에게 체감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에서 1년여 간 준비해 왔다”며, “그동안 준비한 것들이 시장에서 반응을 보이고 있으니, 이제 좀 더 속도를 내고 본격적으로 모던 프리미엄을 얘기할 수 있는 때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 1년간 ‘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라는 브랜드 슬로건을 앞세워 자체적인 변화를 진행해 왔다. 내부적으로 직원들에게 과거와 다른 생각, 다른 행동으로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모던 프리미엄 의식을 체화하도록 하고, 외부 지식인을 초빙해 변화와 혁신을 배우도록 했으며 스마트 워크 캠페인도 진행했다. 427대의 쏘나타가 서킷을 주행하며 ‘메가 오르골’을 울리며 화제가 됐던 ‘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 브랜드 슬로건 광고 등을 통해 대외적으로 현대차가 변화를 준비하고 있음을 알렸다. 이 외에도 현대차는 좌우 비대칭 3도어 쿠페 ‘벨로스터’와 같은 신개념 모델을 내놓았고, ‘찾아가는 비포 서비스’, ‘Home to Home 서비스’, ‘365일 찾아가는 시승서비스’ 등 새로운 서비스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이동주 현대차 브랜드전략실 이사는 “그동안 현대차는 고객에게 딱딱하게 다가갔고, 현대차에 대한 감성적인 느낌이 약했다”며 “앞으로는 현대차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딱딱한 회사가 아니라 고객들의 삶과 함께 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싶다는 의지에서 감성적으로 접근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력한 리더십과 추진력으로 현대차 이끌다
정몽구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과 지속적인 품질 개선, 혁신경영 3박자가 맞물리면서 그룹은 옛 명성을 되찾고 있다. 2000년 이전만 해도 국내 재계 서열 1위는 현대그룹이었다. 자산총액 88조원이었던 현대그룹은 2000년 ‘왕자의 난’을 겪으면서 그룹은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현대그룹 등으로 쪼개졌고 재계 1위 자리도 삼성에 내줬다. 당시 현대차그룹 10개사의 자산총액은 약 37조원, 연간 매출액은 27조1049억원으로 재계 순위 5위였다. 1999년 취임한 정몽구 회장은 분란을 수습하기 위해 강력한 리더십과 추진력으로 현대차를 이끌었다. 현장을 챙기면서 품질경영에 매진했으며 매년 수차례씩 해외법인을 방문하면서 생산과 판매, 품질 유지 현황을 점검하는 ‘글로벌 현장경영’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또 현지 전략 차종을 개발해 적기에 공급해 해외 시장을 공략했다. 그 결과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 부문에서는 처음으로 재계 1위의 삼성을 추월했다. 정 회장이 현대그룹에서 독립한 지 10년 만의 일이다. 자동차 영역에만 머물던 사업이 소재, 부품, 물류, 광고, 건설 등으로 확대되면서 다각화가 이루어졌다. 특히 정 회장의 오랜 숙원이었던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건립을 통해 소재(강판)부터 완성품(자동차)까지 이어지는 사업구조도 완성했다. 지난해 4월 현대건설까지 인수하면서 자동차-철강-건설을 중심으로 미래 성장축을 만들었다. 올해 안으로 현대차의 세계 주요 권역별로 생산거점 구축 작업이 마무리된다. 현재 연산 60만대가 넘는 해외거점은 중국(143만대), 인도(60만대), 미국(60만대), 유럽(60만대)이다. 나머지는 브라질(15만대), 터키(10만대), 러시아(20만대)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 가운데 연산 300만대가 넘는 해외 공장을 보유한 업체는 도요타·GM·폭스바겐그룹 등 3곳뿐이다. 현대차가 올해 글로벌 빅3를 넘어 넘버원의 꿈을 이룰지 정몽구 회장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