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00여 곳에서 여·야 초박빙의 경합을 벌이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지난 4·11 총선에서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보수 진영이 승리하게 되었다. 그러나 앞으로 이어질 12월 대선에서 과연 정국이 어떻게 진행되어질 지 어느 누구도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일까 그 어느 때보다 사람들의 눈과 귀는 이미 2012년 12월 대선을 향해 쏠려 있어 보인다. 그러나 대선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우리 눈앞에 있다. 바로 이제 곧 시작될 제19대 국회의 활동이 그것이다. 
 우리가 제19대 국회의 활동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내 손으로 뽑은 국회의원이 제대로 의정활동을 하는가를 탐색하는 정도에 있지 않다. 그것은 서민복지라는 명분으로 공공보육시설을 전국 수요의 30%로 확충하고, 6세 미만의 아동을 키우는 ‘모든 가정’에 월 10만 원씩의 수당을 지급하며, 고등학교 의무교육에 반값 대학 등록금, 연간 병원비 100만원 상한제, ‘근로자 평균임금’의 50%로 최저임금 책정 등을 주장하고 있는 통합진보당이 이번 19대 국회에서 13석이나 자리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이 내건 공약이 과연 현실성이 있는지, 혹은 그 공약들이 현실화 된다면 과연 우리가 살게 될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기 전에 우리가 더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그들의 안보관과 대북관이다. 

▲ 유영옥(경기대 교수/인간안보학회장)

통합진보당 측은 공공연히 남북대화를 무조건 재개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실천하며, 남북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군비를 축소할 것이라고 못을 박고 있다. 과연 이러한 공약이 대한민국의 정당이 내걸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인가 눈을 의심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통합진보당의 남북관련 발언은 그동안 우리가 북한으로부터 수도 없이 들어왔던 판에 박힌 위선적 한반도 평화통일 주장과 동일한 맥락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금강산 구경 온 민간인을 사살해 놓고도,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민간인 마을을 향해 불법포격을 가해 놓고도 그에 대한 사과는 커녕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역적패당’이니, ‘서울 불바다’니 운운하며 협박을 멈추지 않고 있는 북한을 향해 우리만 무장해제하고 대화를 재개하면 되는 일인가? 순진한 것인지 어리석은 것인지 구분이 어렵다. 게다가 그동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핵무기 개발을 준비해 온 것이 우리인가 북한인가?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통한 군비축소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인가? 만일 그 전제조건으로 미군철수를 상정해 놓고 있다면 이는 대한민국 국민을 너무 얕잡아 보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남한 땅에서 주한미군을 쫓아내는 것이 북한식 비핵화 방법이며, 인민민주주의 혁명을 통해 자본주의에 물든 가진 자와 배운 들을 모두 숙청해 내는 것이 그들이 주장하는 평화통일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제 강제송환 된 탈북자에 대한 북한의 인권문제가 국제적 관심을 모으면서 김씨 독재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자신들의 체제에 순응하지 않는 모든 남한 사람들을 핵무기로 날려버려도 개의치 않을 북한 정권이라는 것을 우리 국민들이 인식하게 되었다.
 만일 이러한 한반도 통일관과 대북관을 지닌 통합진보당이 원내 교섭단체라도 된다면 상황을 어떻게 이어지게 될 것인가? 지금까지 대표적 친북 성향의 민노당은 10석 미만의 의석만을 확보해왔고, 따라서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만일 민노당의 후신인 통합진보당이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게 되면, 국회일정과 운영 등 모든 면에서 협의를 할 수 있는 막강한 국회 내 영향력을 지니게 된다. 뿐만 아니라 국회 사무총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앙선관위원장과 같은 주요 독립부처의 인사에도 관여하며, 국정원, 기무사, 국방부 등의 보안이 요구되는 주요 부처들의 내부 사정도 파악할 수 있다. 또 각 위원회 별 상임위원장과 간사로도 활동하면서 실질적인 국회운영의 주도권을 공략해 볼 수 있다.
 그러한 진보통합당이 이번 총선에서 원내 13석이나 확보한 것이다. 지난 총선의 과정에서도 지켜보았듯이 민주통합당과의 연대를 구성하여 활동하였을 때만 보더라도 불과 몇 석 되지도 않은 의석으로 100석이 넘는 거대 야당 민주통합당을 떡 주무르듯 좌지우지 해온 통합진보당이다. 그러니 만일 이들이 자신의 소원대로 원내 교섭단체라는 지위까지 갖게 될 경우 대한민국 국회를 어떻게 몰고 갈지 불을 보듯 분명하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아무리 강력한 국민의 지지와 카리스마를 지닌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순식간에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힘겹게 이루어 온 한·미 FTA도 당장 폐기될 처지가 될 것이며, 공약으로 내건 서민복지라는 이름의 사회주의에 가까운 분배가 정형화되는데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명목으로 미군철수와 조건 없는 남북대화와 군비축소를 주도해 나간다면 생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 지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사실 통합진보당의 이념적 성향에 대한 문제제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의 4.11 총선출마 포기 과정에서 드러난 통합진보당의 북한지하조직과의 연계설은 분명 이전과는 다른 수준의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당시 대중적 관심의 중심에 있었던 것은 통합진보당의 당권파가 ‘경기동부연합’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이 ‘경기동부연합’의 뿌리가 김일성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이라는 설명은 대한민국을 술렁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민혁당은 1990년대 중후반 무렵 우연히 그 실체가 드러난 지하혁명조직으로서 당시 이미 전국적인 조직을 지니고 있었다. 민혁당 사건은 북에서 남파된 간첩이 민혁당의 핵심멤버를 만나고 돌아가던 중 사용되었던 잠수정이 여수 앞바다에서 발각되어 격침되면서 그 실체가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는데, 당시 법원의 판결문에는 민혁당이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 혁명(NLPDR)을 달성하기 위한 노동자, 농민의 지하 전위당'이라고 스스로 자신들의 조직의 성격을 규명한 것으로 되어 있다. 투쟁노선으로는 남한 사회를 미국의 식민지 사회로 보고 김일성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반미 자주화로 민족자주권을 쟁취한다는 것을 채택하고 있다. 판박이처럼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전형적인 종북(從北)좌파의 전형인 셈이다.
 대부분의 반체제 지하조직이 그러하듯이 이들 조직원들은 점조직 형태로 구성되어 있고, 모두 가명을 사용하면서 치밀하게 비밀리에 운영되었기 때문에 아주 가까이서 함께 활동하지 않으면 서로를 잘 모른다. 그런데 이번 총선과정에서 과거 1980년대 이후 십여 년간 이들과 함께 종북좌파 학생운동을 하다가 두 차례나 수감된 경험을 지니고 있는 하태경 새누리당 후보가 통합진보당에는 비례대표 2번 이석기 후보를 비롯해 최소한 5명 이상의 북한 지하조직원 경력을 지닌 인물들이 후보 혹은 지도급 인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폭로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당시 이에 대해 철지난 ‘색깔론 공세’라며 펄쩍 뛰던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와는 달리 심상정(고양 덕양갑)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지난 17일 한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서 ‘경기동부연합’ 조직의 실체를 인정하는 발언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로서 하태경 새누리당 후보의 말이 거짓이 아니었음이 증명된 셈이다.
 문제는 어떻게 이렇게 명백한 반국가적 전과자들에게 국정운영에 있어 막중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회의원의 자리를 허락할 수 있는가 이다. 그에 더해 이제 이러한 종북(從北)세력이 원내교섭단체 구성 운운하는 상황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우리 사회를 전복해 북한식 혁명을 이루고자 하는 북한과 그들의 입장을 옹호하면서 추종하고 있는 세력들이 자유와 민주라는 이름으로 도처에서 국론분열을 자행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국회에서 까지 종북세력이 활개를 치게 돼서는 안 될 말이다. 이러한 종북세력들이 원내에 입성하게 된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역사에 있어 중대한 위기라는 점을 우리는 잊지 말고 역사의 기로에 서게 될 대선을 앞두고 종북세력들의 실체를 정확히 국민들에게 알리고 구국적 차원에서 자유민주주의에 근거한 국민의식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