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불거졌던 민간인 불법사찰의 재수사가 시작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재수사가 시작되면서 이명박 대통령 정권 들어선 이래 수차례 불법 민간인 사찰이 이루어진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라는 소속기관은 공기관이나 공직자들의 비리나 부정, 부패를 사찰(조사, 감찰)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지난 2010년 파문을 일으켰던 사건은 공직자들이 아닌 민간인을 사찰해 문제가 불거졌다. 해당 기관 소속 이인규 지원관은 민간인 김종익씨를 불법 사찰하면서 이슈화 되었다.

대통령 비방 동영상 링크했다는 이유로 사찰

▲ KBS새노조가 공개한 사찰문건은 공기업 언론 재벌 노조 등 전방위적인 사찰 자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 그 여파가 크다

민간인 김종익씨가 사찰의 대상이 된 것은 바로 ‘쥐코 동영상’ 때문이다. 30년 동안 다니던 은행을 명예퇴직한 후 해당 은행의 용역업체를 운영하던 김종익씨(56)는 평범한 민간인 기업인이었다. 그는 하루 방문자가 20~30명정도 되는 소규모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쥐코동영상’을 보고 별 생각 없이 본인의 블로그에 스크랩을 해왔다. 김씨는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대통령 비방 동영상을 개인 블로그에 링크해놓았다는 이유로 지난 2008년 사찰대상이 되었다. 공직윤리지원관실 소속 공무원들은 김씨에게 용역업무를 주고 있는 K은행에 압박을 가하여 주식이전을 강요하는 등 김씨가 업무를 지속할 수 없도록 하였다고 주장했다. 결국 김씨는 대표이사직을 내놓고 본인 소유 주식을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 ‘쥐코 동영상’이란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식코>를 패러디한 영상이다. <식코>는 미국의 의료보험제도에 얽힌 충격적인 사실들을 비판한 것으로 이를 패러디하여 현 정권을 비판한 내용을 담은 영상이 바로 ‘쥐코’다. 김종익씨에게 행해진 불법 사찰은 지난 2010년 6월 29일 PD수첩에서 ‘이 정부는 왜 나를 사찰했나’ 라는 제목으로 방영되면서 급격히 이슈화가 되었다. 지난해 4월 서울고법은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를 불법 사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인규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에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전지원관에 대해 김씨의 지분을 뺏고 KB한마음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한 혐의(강요)만 유죄로 인정했을 뿐 ‘불법 사찰’을 처벌하기 위한 법조항에 대해선 무죄 판결을 내렸다. 1차 수사팀이 이 전지원관에게 적용한 법조항 중 불법사찰에 해당하는 것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다. 이는 공무원이 자신의 직권을 사용해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서울고법은 김씨가 민간인이므로 그에 대한 사찰은 공직자를 감찰하기 위한 이 전지원관의 ‘직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즉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므로 김씨의 재산권 행사를 방해한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는 것으로, 이는 이 전지원관의 민간인 사찰 사실을 인정했으나 이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이러한 법 해석은 사건 재수사에 나선 검찰의 고민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이후 추가 민간인 불법 사찰 사례가 확인되더라도 1차 수사팀과 유사하게 법적용을 할 경우 김씨의 사례처럼 강요 등 추가 불법행위가 없는 이상 무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공개된 점거1팀의 문건들을 불법사찰로 규정해야하는지, 합법적인 감찰로 규정해야하는지도 논란의 대상이다. 법원은 지난 재판에서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종사자의 업무 및 비위 점검’을 지원관실의 직무권한으로 판단했다. 또한 공무원 비리에 관련된 민간인을 상대로 이를 확인하는 것도 지원관실 업무에 속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지원관실 직원들이 민간인을 상대로 정보 수집을 하더라도 공직자 비리를 확인하기 위함이라면 합법적인 감찰에 해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불법 사찰과 합법 감찰을 구분 짓기 위해선 공공기관 종사자가 민간인을 대상으로 정보수집을 한 목적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수집활동의 과정 혹은 그 이후 재산권과 사생활 보호권 등 개인권을 침해했는지에 대한 여부도 민간사찰 논란의 쟁점이다. 한 전문가는 “민간인에 대한 정보수집과정에서 도청이나 감청, 불법침입 등 위법행위가 있거나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불법을 저질렀다면 명확하게 불법”이라면서도 “이 전지원관처럼 정보수집 권한이 없다면 처벌규정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직무범위에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사찰행위를 처벌하려면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를 규정한 법 등에서 처벌 혹은 징계조항이 있어야 한다”며 “그 외 다른 법률로 처벌이 가능한지는 사실관계부터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공무원에 대한 비리 감시는 필요한 만큼 직권남용을 확대해석하면 합법적인 감찰이 위축될 수 있다”며 “다만 민간인 불법사찰 사례처럼 공권력의 남용을 막기 위한 견제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현재 사건을 재수사 중인 검찰은 “사건의 본류는 지난 수사당시 증거인멸을 지시하고 사찰을 보고 받은 윗선”이라는 수사방향을 고수하고 있으며 수사과정에서 다른 민간인 사찰 피해가 드러날 경우 확인하겠다는 의견도 내놨다. 이에 따라 이번 민간인 불법 사찰 재수사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행위를 찾아내는 것 뿐 아니라 공공기관의 불법 사찰이 어디까지인지, 이를 어떤 규정으로 처벌하고 제한할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총리실, 민간인 사찰 관련 문건만 86건
총선 직후에 불거진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이 총선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정국을 달구고 있다. KBS새노조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문건을 공개한 것이 민심을 강타한 것이다. 민간인 사찰 재수사는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의 폭로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장 전 주무관의 폭로가 주로 증거인멸과 회유가 핵심이었던 반면 KBS새노조가 공개한 사찰문건은 공기업 언론 재벌 노조 등 전방위적인 사찰 자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 그 여파가 커 헌법 위반, 국기 문란 사안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상황이다. 여야가 사활을 걸고 이 문제에 매달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재 이용호 전 청와대 비서관은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을 통해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자료삭제를 지시하고 2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검찰은 이용호 전 비서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한편 KBS새노조가 공개한 2,616건 가운데 민간인 사찰과 관련된 문건은 86건이다. 2010년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에 대한 불법 사찰 등의 문건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새노조는 사찰 대상에는 김종익씨 외에도 남경필 의원, A목사, 방송관련 단체 B이사장, KBS·MBC·YTN 등 개인 및 민간단체가 포함되어 있다고 추가로 폭로했다. 또 공기업 임직원을 다루는 문건이나 항목은 85건으로 이 가운데 21건이 비정상적 감찰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사찰문건을 통해 확인된 내용은 이 문건이 두 정권에서 모두 작성됐다는 것이지만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 여부를 둘러싸고는 양측의 주장이 다르다. 현재 청와대와 총리실은 김영환 의원과 인천시 윤덕선 농구협회장, 2004년 허성식 민주당 인권위원장 등에 대한 동태 파악 등을 예로 들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불법 사찰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청와대가 지적한 내용 모두가 정상적인 감찰이라고 반박하며 나머지 사안에 대해서 모든 자료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직접 보고 받았을 가능성 낮아

▲ KBS새노조는 사찰 대상에는 김종익씨 외에도 남경필 의원, A목사, 방송관련 단체 B이사장, KBS·MBC·YTN 등 개인 및 민간단체가 포함되어 있다고 추가로 폭로했다

KBS새노조가 공개한 사찰문건은 지난 2009년부터 2년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으로 근무했던 김기현 경정(경찰청 보안3과 대공분석계장)이 보관하던 USB 5개에 들어있던 파일로, 각 USB마다 적게는 3개부터 많게는 수백 개의 파일이 들어있다. 첫 번째 USB에는 사찰과 직접 관련된 파일이 없고 두 번째 USB에는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2008년~2010년 만들어진 파일들 담겨 있는데 여기에 민간인 불법사찰로 드러나 형사처벌로 이어진 김종익씨 관련 자료,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실적, 하명사건 처리부 목록, 각종 비위자료 등이 포함되어 있다. 세 번째 USB에는 그랜드코리아레저라는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의 비위 첩보 파일 3개가 들어있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네 번째, 다섯 번째 USB로, 여기에는 청와대가 주장한 노무현 정부 시절 2005년~2007년 경찰청 또는 각 지방청이 자체 생산한 관련 감찰자료, 보도자료, 동향 보고 자료 등이 포함되어 있다. 검찰은 김기현 경정 USB외에 2010년 1차 수사당시 기록을 담은 권중기 경정(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 USB, 장진수 주무관 전임자의 USB 등 2개를 확보한 상태다. 2개 USB의 문건이 공개되면 수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불법사찰을 직접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아 보인다. 이영호 전 비서관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보고서를 ‘민정수석실 보고용’과 ‘직보용’ 두 가지로 나눠 작성했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실의 문서 중 사안에 따라 자체 종결한 것도 있고, 청와대에 보고한 사안도 있다. 다만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생산한 보고서 자체가 이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됐다고 보긴 어렵다.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된 내용 중 민간인 불법 사찰내용이 보고됐는지 여부를 알 길은 없다. 스스로 ‘몸통’임을 자처한 이 전 비서관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을 가능성도 있기는 하다. 당국 관계자는 “(이 전 비서관이) 대통령에게 간간이 보고했던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영호 전 비서관은 정동기 민정수석 시절까지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장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과) 단둘이 만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참여정부 시절 작성된 문건은 ‘감찰 보고’

▲ 청와대와 총리실은 김영환 의원과 인천시 윤덕선 농구협회장, 2004년 허성식 민주당 인권위원장 등에 대한 동태 파악 등을 예로 들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불법 사찰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청이 지난 4월 3일 처음으로 김기현 경정을 상대로 USB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결과 총리실 민간인 사찰문건의 대부분이 참여정부에서 작성된 사찰문건이라는 청와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은 4월 4일 “김기현 경정이 검찰이 압수한 USB 2개에 대해 ‘2005년부터 경찰청 감찰담당관실에서 썼던 것이 맞지만 당시 저장된 자료는 경찰의 비위사실에 대한 감찰보고서’라고 진술했다”며 “경찰의 복무점검과 기강단속은 감찰담당관실의 고유 업무이지 사찰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은 “문건을 경찰이 가지고 있지 않아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면서도 “언론에 나온 내용을 보면 대부분 경찰 대상의 감찰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2619건의 문건 중 김 경정이 경찰청 감찰담당관실에서 근무하던 2005년 2월부터 2008년 3월까지 작성된 2200여건의 문건에 대해서만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3월 31일 “공개된 2600여건 중 80%는 참여정부 시절에 수집한 사찰문건”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기현 경정은 경찰청 근무 이후 2008년 3월 인천공항경찰대로 옮겼고 이 당시에는 USB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후 2009년 3월부터 총리실에서 근무하면서 USB를 다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USB에 자료를 저장한 이유에 대해서는 “평소 감찰업무를 보기 위해 작성한 것과 선배들이 작성한 것, 지방 출장 중에 받아둔 자료와 보고서 양식들까지 한꺼번에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측은 노무현재단이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홍보수석 경질을 요구한데 대해 사실관계를 호도하지 말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4월 5일 대통령의 사과와 홍보수석 경질요구에 대해 민주통합당이 현 정부의 사찰 문서라고 주장한 2,619 건 문서 가운데 2,200여건이 참여정부에서 만들어진 문건인 것은 사실인지부터 밝히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박 대변인은 “참여정부때 만들어진 2,200여건의 문서가 감찰 보고이지 사찰 문건이 아니라는 것은 맥락을 모르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또 장진수 전 주무관이 2008년 3월 자료를 파기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는 “참여정부 문건을 현 정부가 파기했다는 것이라며 장 전 주무관측이 문서를 파기했는지 여부를 정확이 이야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간인 불법 사찰 은폐 대가로 5000만원 건네

▲ 민간인 불법사찰을 폭로한 김종익 씨는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대통령 비방 동영상을 개인 블로그에 링크해놓았다는 이유로 지난 2008년 사찰대상이 되었다

지난 4월 총리실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 은폐 대가로 건네받았다는 5000만원을 공개해 사건의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SBS는 지난 4월 5일 장 전 주무관이 류충렬 전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이 5만원 권 100장씩, 10개 묶음 다발, 총 5000만원을 자신에게 줬다며 돈다발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돈다발의 형태는 조폐공사에서 한국은행에 납품한 상태 그대로다. 관봉(官封)은 조폐공사가 한국은행으로 돈을 보낼 때 정부의 도장을 찍어 봉인한 돈뭉치를 말하는 것으로 화폐를 100장씩 띠지로 묶은 뒤 10다발을 모아 비닐로 압축 포장한 것이다. 장 전 주무관이 공개한 5000만원은 5만원권으로 이뤄진 돈다발로 한국은행 5만원권이라고 기재된 관봉의 기호와 포장번호, 지폐일련번호, 2중 띠지가 그대로 남아있다. ‘관봉관’ 형태로 불리는 이것은 일반인이 5000만원을 통째로 은행에서 인출하거나 관공서에서 나왔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돈을 전달한 류 전 관리관은 이 돈은 직원들이 장 전 주무관을 돕기 위해 십시일반 모은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장 전 주무관은 이에 대해 “지난해 4월 류충렬 당시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이 건넨 5000만원은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과 성격이 명확히 다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전 주무관에 따르면 총리실 직원들이 모은 돈은 총 630만원으로 3차례에 걸쳐 전달받았다. 지난 2010년 12월 1심 재판 직후 총리실 자원봉사회 총무로부터 장 전 주무관의 계좌로 130만원이 입금됐고, 이어 비슷한 무렵에 류 전 관리관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직원들과의 식사자리에서 300만원을, 류 관리관 집무실에서 200만원을 각각 건네받았다. 류충렬 전 관리관은 당초 5000만원 자금성격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에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이라고 해명했지만, 관봉 형태의 돈 다발 사진이 공개되자 ‘돌아가신 장인이 마련해준 것’이라며 말을 바꿨다. 앞서 류 전 관리관은 5000만원 이외에 추가로 돈을 건넸다는 사실을 암시한 바 있어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이 나머지 630만원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장 전 주무관은 “당시 총리실 직원들이 불우이웃 돕기 명목으로 돈을 모아 630만원을 전달했고, 이 돈은 모두 생활비로 썼다”며 “류 전 관리관은 5000만원을 전달할 당시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마련한 돈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장 전 주무관의 진술을 바탕으로 검찰은 류 전 관리관에게 자금을 건넨 경위와 자금 출처 및 조성과정 등에 대한 구체적인 소명서를 제출토록 명령했으며,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들여 조사했다. 현재 민간인 불법사찰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은 장 전 주무관에게 전달된 1억1000만원의 출처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돈 전달자들이 함구로 일관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지난 4월 10일 이른바 ‘윗선’의 핵심 연결고리인 류충렬 전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을 소환, 장 전 주무관에게 전달한 5000만원의 출처를 캐묻고 이동걸 고용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이 전달한 4000만원을 모아준 인사들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또 이영호 전 청와대 비서관의 지시로 2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게 전달한 노무사 이모씨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이씨를 상대로 돈을 전달한 경위와 이 전 비서관이 장 전 주무관에게 민간인 불법사찰이나 증거인멸 등에 대한 ‘입막음용’으로 전달했는지 등을 추궁했다. 이씨의 계좌에 의심스러운 자금이 있는지와 돈의 출처가 전달을 지시한 이 전 비서관가 아닌 제3인 인물인지 등도 수사대상이다. 지난 4월 9일 1차 조사를 받고 귀가한 류 전 관리관은 돈을 장 전 주무관에게 전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돈의 출처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류 전 관리관이 돈의 출처를 밝히지 않음에 따라 조만간 류 전 관리관을 재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동걸 고용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이 제출한 목록의 인사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 보좌관은 장 전 주무관을 선의로 돕기 위해 지인들과 함께 돈을 모아 4000만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검찰은 불법사찰과 증거인멸 등에 대해 진경락 전 총리실 과장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판단하고 검찰 출석을 종용하고 있다.

후반전에 돌입한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
검찰은 지난 4월 17일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진경락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을 구속했다. 적용된 혐의는 민간인 불법사찰에 관여한 혐의(강요 및 방실 수색)와 총리실 특수활동비를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다. 2010년 9월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기소된 진 전 과장은 지난해 4월 항소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으나 1년만에 다시 구속됐다. 민간인 불법 사찰과 증거인멸 혐의가 모두 적용된 사람은 진 전 과장이 처음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에 따르면 진 전 과장은 2008년 김종익씨에 대한 불법사찰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진 전 과장은 당시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과 공모해 김씨에게 사표를 제출토록 강요했으며, 김씨가 대표로 재직 중이었던 KB한마음의 장부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 진 전 과장은 2008년 7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출범하고 활동을 개시할 때부터 총괄과장으로 근무했다. 2010년 김종익씨 사건으로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가 불거지자 진 과장과 최종석 전 행정관은 장 전 주무관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하고,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자료가 담긴 노트북을 빼돌렸다는 의혹도 받아왔다 또 2009년 8월부터 2010년 7월까지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배정된 특수활동비 400만원 가운데 매월 280만원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에 상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소환요청을 했지만 진 전 과장은 현재 증거인멸과 관련해 받고 있는 상고심 재판에 전념하겠다며 이에 불응해 왔다.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기존 혐의로는 강제소환이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불법 사찰 개입에 대한 혐의를 새로 적용해 영장을 발부받았다. 이번 사건을 폭로한 장진수 전 지원관실 주무관의 진술과 녹취록에 따르면 진 전 과장이 2008년 당시 민간인 사찰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그가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에게 직보를 하는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진 전 과장을 상대로 민간인 불법 사찰에 추가로 개입한 사실과 불법 사찰을 지시한 윗선, 사찰보고 관련 ‘비선 라인’ 등에 본격적으로 몸통수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