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한때 지역구 100석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과반을 넘겨 1당을 지켜냈다. 반면 통합진보당과 연합으로 원내 1당 탈환을 노렸던 민주통합당은 127석 안팎의 의석을 얻는 데 그쳤다.

한나라당은 이번 4.11총선에서 비례대표를 포함해 152석을 차지해 과반인 151석을 1석 넘겼다. 야권연대는 ‘정권심판론’을 무기로 사찰정국까지 호재로 활용했지만 기회를 살리지 못해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에 12석이나 뒤졌다.

새누리당 152석으로 야권에 압승

▲ 새누리당의 승리를 이끄는데 일등 공신이었던 박근혜 대표는 ‘박근혜 대세론’을 확인하며 유력한 주자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이번 총선의 정당투표에서 새누리당 42.8%, 자유선진당 3.2%, 한나라당 0.9%, 국민생각 0.7%, 친박연합 0.6% 등 보수 성향의 정당들이 얻은 득표는 48.2%였다. 이에 비해 민주통합당 36.5%, 통합진보당 10.3%, 진보신당 1.1%, 창조한국당 0.4%, 정통민주당 0.2% 등 진보 성향의 정당이 획득한 표는 48.5%였다. 이번 총선결과  보수와 진보 진영이 얻은 득표는 48% 대 48%로 어느 한 쪽의 우세로 보기는 힘들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보수 정당 38.6%, 진보 정당이 58.4%로 진보 정당이 우세를 보였다. 그러나 2008년 치러진 18대 총선에서는 보수 정당 57.5%, 진보 정당 37.6%로 보수의 압승이었다. 이번 19대 총선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의 득표율이 팽팽하게 맞선 것은 그만큼 양쪽 진영이 힘의 균형을 이뤘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이 지난해 여당 후보와 야권연대 후보가 곳곳에서 맞대결한 4·27 재보선에서 김해, 강원, 울산, 분당 모든 지역에서 51 대 49 구도로 승패가 갈렸던 것처럼 여야 양자대결 구도에선 누가 승리를 해도 접전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양쪽 진영의 득표율은 비슷하지만 전문가들은 진보 진영의 결집도보다 보수 진영의 결집도가 약한 상황이어서 48대48이라 하더라도 보수 진영이 불리하다고 보고 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투표 결과는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의 여야 대결 양상을 미리 볼 수 있는 민심의 척도”라며 “4.11 총선처럼 12월 대선이 치러진다면 여야는 1~2%포인트 가량 차이의 치열한 선두 대결을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19대 총선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을 뽑기 위한 후보투표에서는 과반 의석을 차지한 새누리당 후보들이 민주당 후보들보다 전국적으로 116만표를 더 얻었다. 중앙선관위가 집계한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들의 정당별 득표수 자료에 따르면, 총 유효투표수 2154만5326표 가운데 새누리당 후보들은 43.3%인 932만4911표, 민주당 후보들은 37.9%인 815만6045표를 각각 얻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야권연대를 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후보들(6%·129만1306표)의 득표수를 합하면 총 944만7351표로 득표수로만 따진다면 새누리당보다 12만2440표가 많았다. 의석수는 새누리당이 152석으로 민주통합당(127석)과 통합진보당(13석)을 합한 것보다 12석이 더 많지만 후보들의 득표수는 야권 연대보다 적게 얻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실을 두고 “올해 대선에서 보수 진영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현재 상황에서 1~2%의 표로도 대선 승부가 갈릴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으로선 어떻게든 ‘지지세력’을 확보해야 대선에서 승리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민주당으로선 통합진보당과의 연대를 대선 때까지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이번 총선에서 원내 진입에 실패한 또 다른 진보 정당인 ‘진보신당’ 세력도 흡수하려 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새누리당 내에선 “원내 4당으로 줄어든 자유선진당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해산된 국민생각 인사들의 도움을 받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19대 국회의원 초선의원은 148명
4.11총선 결과 19대 국회에 등원할 당선자 총 300명이 결정됐다. 전국 246명 지역구 후보가 금빛 배지를 달았고 비례후보 54명도 예비의원 신분이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당선자 자료를 분석한 결과 ‘뉴페이스’를 원했던 국민들의 욕구가 반영되어 이번 19대 총선에서는 초선의원, 여성 당선자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반면 당선자들의 도덕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는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 19대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등록한 후보와 비교했을 때 군 미필, 세금 체납, 전과자 등 당선자들의 ‘도덕적 결함’은 여전히 존재했다. 당선자 가운데 1건 이상 전과 기록이 있는 사람은 총 61명으로 전체 중 20.3%에 달했다. 이는 당선자 5명 중 1명꼴로 전과 경험이 있는 셈이다. 19대 국회의원 후보로 등록한 902명 중 전과자 비중(20.1%)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통합당 전과자가 44명으로 가장 많았고 새누리당 7명, 통합진보당이 8명으로 뒤를 이었다. 세금 체납자와 군 미필자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최근 5년간 소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체납 경험이 있었던 당선자는 31명(10.3%)으로 집계됐다. 마찬가지로 후보 체납자 비중(11.2%)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은 수치다. 남성 가운데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은 당선자 역시 47명(18.6%)으로 19대 후보 등록자 중 군 미필자(17.5%)와 비교했을 때 큰 변화가 없었다. 특히 최근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김형태 당선자(포항남·울릉)와 문대성 당선자(부산)의 경우 총선 직전 성폭행 미수, 논문 표절 등의 스캔들이 터져 당선된 이후에도 논란이 계속되어 결국 사실상 출당에 가까운 ‘탈당’을 선택했다. 이번 사건으로 새누리당의 과반의석 확보의 꿈은 열흘 만에 끝이 났다. 한편 이번 총선 결과 초선의원의 비중은 절반에 육박한 반면 3선 이상의 다선 의원도 6명이나 늘었다. 이는 국민들이 신선하고 혁신적인 ‘정치 바람’을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국회의 큰 틀을 잡아주는 노련한 정치인의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이번 19대 당선자 중 처음 금배지를 단 사람은 148명으로 전체 중 49.4%에 달해 18대에 비해서는 15명이 늘었다. 3선 이상 의원도 18대 76명보다 6명 늘어난 82명이었다. 5선과 6선을 기록한 의원도 각각 9명, 3명에 달했다. 반면 재선 의원은 수난기를 겪었다. 90명에서 70명으로 숫자가 대폭 감소했다. 이번 총선에서 재선 의원들은 대부분이 재선에 실패해 19대 국회 현역 의원 교체 비율은 62%에 이르렀다. 서울 동작을에서 출사표를 던진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또다시 승리해 19대 최다선 의원이었던 조순형 자유선진당 의원의 뒤를 이어 7선의원이 되었다. 자유선진당으로 둥지를 옮긴 이인제 당선자는 이번 총선에서 6선에 성공해 네티즌들이 붙여준 별명 ‘피닉제’(불사조 피닉스+이인제)의 면모를 다시 한 번 과시했다. 5선에 성공한 의원으로는 새누리당에서 강창희·남경필·이재오·황우여 당선자 등, 민주당에는 정세균·이미경·이석현 당선자 등이 있다. 한편 이번 선거에 청년 비례대표들이 등장하면서 최연소 당선자들이 줄줄이 나왔다. 19대에서 가장 젊은 당선자는 민주당 비례대표인 김광진 당선자(30), 그 뒤를 이어 김재연 통합진보당 비례대표(31), 장하나 민주당 비례대표(34)가 청년 정치인이 되었다. 지역구에서 가장 젊은 당선자는 부산 사하갑에 출마한 문대성 당선자였다. 최고령 의원은 새누리당 송광호 당선자(69), 강길부 당선자(69)와 민주당 박지원 당선자(69)였다.

대선 앞두고 ‘박근혜 대세론’ 탄력 받을 듯

▲ 최근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문대성 당선자(부산)의 경우 논문 표절로 인해 당선된 이후에도 논란이 계속되어 결국 사실상 출당에 가까운 ‘탈당’을 선택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이번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비례대표를 포함해 152석(비례 25석)을 차지했다. 이는 과반을 1석 웃도는 1당이자 단독과반을 차지한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127석(비례 21석), 통합진보당은 13석(6석), 자유선진당은 5석(2석), 기타 무소속은 3석 등이다. 정당별 득표율은 새누리당이 42.77%로 1위를 차지했고 민주당 36.37%, 통합진보당 10.31%, 자유선진당 3.24%로 뒤를 이었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정권심판론’ 공세에도 불구하고 대선을 8개월 앞두고 치러진 이번 총선에서 승리를 거머주면서 대선가도에서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특히 이번 선거를 진두지휘했던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선거의 여왕’이라는 입지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새누리당의 승리를 이끄는데 일등 공신이었던 박 비대위원장은 ‘박근혜 대세론’을 확인하며 유력한 주자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했다. 비록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새누리당은 강원과 충청에서 분발해 ‘경상도 지역당’의 오명을 벗으며 지지영역을 대거 넓히는 성과를 거두었다. 전통지지기반이 있는 부산에서도 ‘문재인 바람’을 막고 낙동강벨트에서 사상(문재인), 사하을(조경태) 등 단 2석만을 내주는 쾌거를 거두었다. 한편 민주통합당은 ‘정권심판론’으로 총공세를 펼쳐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 선전했지만 1당 탈환에는 실패했다. 또 통합진보당과의 연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새누리당에 과반을 내주어 향후 정국 운영에서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특히 당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불법사찰을 비롯한 권력형게이트 등에 대한 국정조사와 청문회 개최, 특검 등 요구 등 대여공세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 등 진보적 과제들을 야권 주도로 밀어붙이는데도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서울과 경기의 승리를 바탕으로 민심의 바로미터인 수도권에서 선진함으로써 대선을 위한 유리한 교두보는 마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3당으로 급부상한 통합진보당의 약진도 기대해볼 만하다. 통합진보당은 원내교섭단체에는 실패했지만 13석을 차지해 정국의 고비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특히 이번 총선은 야권연대의 승리라고도 할 수 있다. 비록 전체 의석수는 새누리당에 뒤졌으나 전체 득표수에서 야권연대는 새누리당을 앞섰기 때문이다. 선관위가 발표한 개표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은 수도권 65곳에서, 통합진보당은 4곳에서 우세를 보였다. 총 112석 가운데 69곳에서 우세를 나타낸 야권연대는 43석의 새누리당을 크게 앞섰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수도권 81석을 바탕으로 전체적으로 153석을 일궈내 단독 과반을 차지했던 반면 당시 민주당은 26석에 그쳤다. 특히 48석의 서울에서는 새누리당이 강남, 송파 등 ‘강남벨트’를 중심으로 16곳에서만 1위를 지켰고, 30곳에서 민주당이, 2곳에서 통합진보당이 우위를 지켰다.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박근혜’라는 유력한 대선주자를 가진데 비해 민주당은 그에 견줄 만한 대표 주자가 없다는 것이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이 ‘정권심판론’으로 총공세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총선에서 패배한 것으로 분석한다. 여기에 막판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으로 보수층이 총선 막바지에 결집한 것도 새누리당의 승리 배경으로 지목된다. 한편 이번 총선 결과 새누리당은 정몽준, 이재오 의원 등 비박(비박근혜)계 거물들이 생환했고, 정두언 의원도 3선 고지에 올라섰다. 하지만 대표적인 친박 의원인 홍사덕 의원이 정치 1번지 종로에서 정세균 의원에 패했고, 정진석 후보도 중구에서 석패했다. 당 대표를 지낸 홍준표 의원도 지역구에서 민주당 민병두 의원에 패배해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부산에 깃발을 꽂았고, 이해찬 상임고문이 세종시에서 당선돼는 쾌거를 거두었다. 김대중 전대통령의 복심인 박지원 의원은 3선 고지에 올랐다. 새누리당은 이정현 의원, 민주당 김부겸 의원, ‘막말 파문’으로 마지막까지 곤욕을 치렀던 나꼼수 출신의 김용민 후보도 결국 금배지를 다는데 실패했다.

총선 패배로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사퇴

▲ 4.11 국회의원 총선거의 패배로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당 대표로 선출된 지 90여 일 만인 지난 4월 13일 당대표직을 사퇴했다

4.11 국회의원 총선거의 패배로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지난 4월 13일 당대표직을 사퇴했다. 지난 1.15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지 90여일만이다. 한 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동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대표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총선은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이었지만 이에 공감하는 수많은 시민들을 투표장으로 모시지 못한 책임은 전적으로 저희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총선에서 보여준 민심에서 교훈을 찾고 성찰과 자기 혁신에 매진하겠다”며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지만 한 사람의 당원으로서 정권교체를 위해 혼신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앞서 한명숙 대표는 총선 패배가 확정된 후 기자회견에 앞서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 상임고문단과 회의를 갖고 “국민이 아직 민주통합당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책임을 지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사퇴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합의제로 당을 운영하는데, 왜 당 대표가 혼자 책임을 지느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한명숙 대표는 단독 사퇴 의사를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명숙 대표가 사퇴함에 따라 민주통합당은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차기 지도부 구성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당헌에 따르면 대표가 궐위될 경우 2달 안에 임시 전당대회를 열어야 하며, 이때까지는 앞선 전당대회 차점자가 대표권한 직무대행을 맡는다. 이에 문성근 최고위원이 대표권한 직무대행을 맡기로 했다. 지난 1.15 전당대회 때 한 대표에 이어 2위 득표율을 얻은 문성근 최고위원은 “지도부 공백 사태가 나오면 안 된다. 당이 그렇게 결정하면 당연히 따라야 한다”며 대표 직무대행을 수락했다. 한편 민주통합당의 후임 대표 경선 일정이 6월 9일로 확정됐다. 차기 당 대표는 민주당의 대선 일정 전반을 관리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특히 당내 대선 후보 경선 관리를 넘어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을 이끌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경선을 통해 당선될 차기 당 대표는 가장 먼저 총선 패배의 후유증을 추스르고 당을 대선체제로 신속히 전환해야 한다. 민주당 내에서는 민주통합당의 설계자로 통하는 이해찬 상임고문, 화합형 리더십으로 당내 경선을 무리 없이 이끌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정세균 상임고문을 비롯하여 김한길 의원, 천정배 전 최고위원 등이 차기 당 대표자 후보로서 당권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야권, 총선패배했으나 여당 견제할 힘 얻어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뜻밖의 과반을 얻는 대승을 거두면서 정국의 주도권은 일단 여권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일방적으로 정국을 이끌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이 원내 1당 및 단독 과반을 얻어내는 성과를 얻기는 했으나 민주당도 과거보다  40석 정도 더 챙겼고 여기에 통합진보당까지 가세하면 140석 정도를 차지한 셈이 돼 충분히 여당을 견제할만한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치권이 새로운 무게중심을 찾으면서 향후 정국은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한미자유무역협정과 강정마을 제주 해군기지부터 크게 충돌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 이전부터 민주당은 ‘퍼주기 협상’으로 이익균형이 깨진 한미FTA 재협상을 추진하고 애초 계획과 달리 민간복합항이 아닌 군항 위주로 건설되는 제주 해군지지에 대해 재검토하겠다고 밝혀 왔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과거 참여정부에서 시작한 일에 대해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며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민간인 불법 사찰과 이명박 대통령 친인척 비리 등에 대한 청문회 개최 여부를 놓고도 양측이 팽팽한 대립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명박 정권에서 핵심 국정 과제로 추진된 4대강 사업, 종합편성채널 선정 등을 놓고도 여야의 치열한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민주당은 이들 현안에 대해 청문회나 국정조사를 실시해 문제점을 파헤쳐야 한다고 강조해왔으나 새누리당은 이에 대하여 난색을 표해왔다. 보편적 복지와 재벌개혁에 대해서도 여야 간의 온도차가 있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선이 7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여야 모두 대권모드에 돌입해 치열한 기싸움이 예상된다. 앞으로 정국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여세를 몰아서 대선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민간인 불법사찰과 선관위 디도스 공격 파문 등 악재가 터질 때마다 현 정권을 비판하며 차별화를 시도했던 새누리당이 향후 본격적으로 ‘정권과의 차별화’를 모색하게 될 것인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편 민주당은 통합진보당과 힘을 모은 ‘야권연대’를 바탕으로 ‘정책심판론’을 꾸준히 제기하면서 지지세력의 확대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총선은 ‘민간인 불법 사찰’ 등으로 민주당에게는 호재였음에도 불구하고 공천갈등, 야권연대 내홍 등으로 기회를 살리지 못해 지지층 결집에 실패한 것인 만큼 정책에서 선명성을 내세워 이를 만회하려는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숨 돌린 청와대, 주도권은 새누리당으로
4.11총선 결과 여당인 새누리당이 원내 1당 탈환 및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서 청와대는 일단 안도하는 기세다. 그러나 당·청 관계 속 정국 주도권은 청와대에서 새누리당으로 급속히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 등 청와대에서 비롯된 총선 악재를 새누리당이 극복하고 총선에서 승리를 거머쥐면서 국정 운영 무게중심이 빠르게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 정권과의 차별화를 위해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기까지 했던 만큼 여당은 대선을 7개월 여 앞둔 시점에서 정부가 추진해온 각종 국정과제에 대해 비판적 지지와 선별적 제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대목에서는 새누리당의 원활한 협조를 기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청와대는 한·미 FTA와 4대강 살리기 사업, 고졸 취업 확대 등 당·청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에 대하여 새누리당에 협조를 구하며 유연하게 국정 운영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를 맞아 야당의 ‘정권심판론’ 공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여당 지원 없이는 국정 운영이 순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민에 대한 복지 정책이나 대기업 지원 정책 등에 있어서는 새누리당과 청와대와의 온도차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은 복지 확대를 약속했고 이 과정에서 정부는 재정 건전화가 우선이라는 주장을 내놓으면서 복지 확대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또한 정부가 시장 경제 확대 차원에서 감세를 추진해왔으나 새누리당은 법인세와 소득세 증세를 주장하고 있다. 최근 이명박 정권이 내곡동 사저 논란,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비리, 민간인 불법 사찰 등 계속되는 악재로 ‘레임덕’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는 반면, 새누리당은 ‘박근혜’ 라는 확고부동한 대선주자를 필두로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도권은 새누리당으로 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대표적인 ‘친이’ 인사들의 대거 낙선, ‘친박’ 인사의 급부상 등으로 새누리당 내에서도 정부가 원하는 방향의 국정 운영에는 난항을 겪을 예정이다. 이에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국면이 강화되는 올해 하반기에 외교·안보에 전념하고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대권주자로서 국내 정치를 책임지는 일종의 ‘역할 분담’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