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수원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토막살인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이번 사건은 경찰의 부실수사는 물론 은폐 의혹 등의 행태가 밝혀지면서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수원 20대 여성 살인사건 사건에서 드러난 112신고센터의 상황대처 능력, 일선경찰서의 허술한 탐문조사, 지휘라인의 보고체계는 모두 엉망진창이었다. 이번 사건으로 조현오 경찰청장은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시했다. 조 경찰청장은 지난 4월 9일 서울 미근동 대청마루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조 경찰청장은 “축소와 거짓말로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끼쳐 드린데 대해 깊이 자책하면서 진심어린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경찰청장인 나도 어떤 비난과 책임도 회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경찰의 초기 대응 실패로 범죄 막지 못해

▲ 오씨의 진술 중에서 일부가 거짓말이라는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 여죄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그동안 오씨의 진술에 의존해야 했던 검찰과 경찰 수사에는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4월 1일 오후 10시50분경 경기청 통합 112센터에는 피해자 A씨의 구조요청 전화가 왔다. 피해자 A씨는 “지동초등학교 좀 지나서 못골놀이터 전의 집인데요, 성폭행 당하고 있어요”라며 다급하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구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센터 근무자는 신고자의 위치와 주소,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구요?”라고 반복 질문했다. 이후 신고접수 직원이 지령요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112범죄신고 접수처리표에 범행 장소를 특정할 수 있는 ‘집 안에 있다’는 내용을 빠뜨렸다. 중요 내용이 빠진 접시처리표로 신고가 접수된 112신고센터는 ‘성폭행, 못골놀이터 가기 전 지동초등학교 쪽, 긴급출동’, ‘지동초등학교,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다’는 내용을 경찰에 전달했다. 사건 당일 112신고센터 지령을 받고 현장에 출동했던 수원중부서의 한 형사는 “자세한 위치를 전해 받은 건 우리도 몇 시간이 지난 뒤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1차 신고 접수자가 이 같은 오류를 범했으나 112신고센터 4팀장은 이를 수정 보완하는 조치조차 취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112신고센터는 첫 신고 접수 44초 후 약 6분50초가량 센터 근무자들이 모두 통화내용을 들을 수 있는 긴급공청을 실시했다. 7분36초 동안 이어졌던 A씨의 구조요청과 비명은 112신고센터 내 근무자 20여명에게 실시간으로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근무자 20여명이 단체로 A씨의 절규를 들으면서도 상황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A씨의 신고 내용 중 ‘집 안’이라는 핵심 단어를 놓친 112신고센터의 초기대응 실패로 인한 여파는 컸다. 현장 탐문조는 사건 현장과 1km나 떨어진 지동초등학교 주변을 헤매며 헛걸음을 했다. 사건 당일 오후 10시51분께 112신고센터의 최초 출동 지령이 내려졌다. 사건 직후 경찰은 강력팀 형사 35명을 투입했다고 했으나 이 역시 나중에 거짓말로 밝혀졌다. 112신고센터 첫 지령후 3분 이내에 순찰차 2대(4명), 형사기동대 1개 팀(5명) 등 총 9명이 출동했다. 9분 이내에 순찰차 5대와 형사기동대 1개 팀이 추가돼 총 16명만이 현장 탐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이들은 도로와 학교운동장 위주의 수색을 실시했을 뿐 A씨가 신고한 지동초등학교 인근 주택가에 대한 집중 탐문과 수색활동에 소홀했다. 경찰은 늦은 시각 주민들이 잠에 깰 것이 걱정돼 현관문이나 창문에 귀를 대고 사람 소리가 들리는지를 확인하는 ‘수박겉핡기’식의 탐문수사를 벌였다. 경찰의 이러한 탐문수사에 대해 경찰의 출동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를 울리고 주택가 문을 일일이 두드리는 적극적인 탐문을 벌였다면 살인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우발적 범행 아닌 계획적 범행

▲ 조현오 경찰청장이 ‘수원 20대 여성살인 사건’과 관련, 경찰의 미흡한 대처에 책임을 지고 지난 4월 9일 결국 사퇴를 표명했다

경찰 수사결과 수원 20대 여성 살인 사건은 당초 경찰 발표와는 달리 치밀하고 계획적인 범행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의 종합수사결과에 따르면 피의자 오원춘씨는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피해여성 A씨에게 접근한 것으로 밝혀졌다. 오씨는 집에서 50미터(m)가량 떨어진 폐쇄회로(CC)TV 영상을 경찰이 보여주자 “내 범행 장면이다”고 말했다. 이는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던 그동안의 진술을 번복한 것이다. CCTV 영상에는 오씨가 전신주 뒤에 숨어 있다가 지나가던 A씨를 밀친 뒤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가는 13초 동안의 장면이 촬영됐다. 살해 시점에 대한 오씨의 진술도 신빙성이 낮아졌다. 오씨는 4월 2일 오전 5시경 A씨를 살해했다고 진술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결과 A씨의 위에서 36g의 내용물이 남아있었고, 국과수는 “사람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으므로 사망시간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구도소견을 밝혔다. 국과수는 지난 4월 3일 오후 1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A씨 시신에 대한 부검을 실시, 직접적 사인은 경부압박 질식사로 추정했다. 부검 결과 성폭행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오씨의 집에서 혈흔, 모발 등 유전자 시료 186점을 채취해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고,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한편 프로파일러 심리 분석 결과 범행을 저지른 오씨는 내향적이고 소극적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인관계가 협소하고 학습지식수준과 범죄지식 수준이 매우 낮아 경찰은 오씨가 일반적인 사이코패스와는 다르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오씨의 중국 내 범죄경력과 수배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국제공조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경찰 수사 결과 오씨는 2007년 9월 취업비자로 국내에 입국해 총 8차례에 걸쳐 국내외를 오갔고 국내에 있는 동안 경남 거제, 부산, 제주, 용인, 대전, 수원 등 지역에서 일용직 노동을 하며 주로 공사판 현장숙소와 여인숙 등에서 생활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오씨가 거주했던 지역의 가출 및 실종 신고 됐던 여성들이 오씨로부터 피해를 당했는지 확인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국과수 감정 결과 성폭행 등 미제사건과 일치하는 오씨의 유전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피의자 오씨의 여죄 수사에 난항 겪어
수원 20대 여성 살인 사건의 피의자 오원춘의 여죄를 캐기 위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본격화됨에 따라 오씨의 추가범행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오씨의 여죄 수사를 사실상 경찰에 맡겼다.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오씨의 진술 중에서 일부가 거짓말이라는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 여죄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그동안 오씨의 진술에 의존해야 했던 검찰과 경찰 수사에는 혼선을 주고 있다.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던 오씨의 진술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거짓말로 드러난데 이어 오씨가 밝혔던 행적 일부도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오씨는 2007년 9월 취업비자로 입국한 뒤 8차례 출국을 했고 국내에 거주하는 동안 거제도, 용인, 대전, 부산, 제주도, 수원 순서로 거주지를 옮겼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2010년 1월부터 9월까지 지냈던 거주지는 제주도라고 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 과정에서 그해 7월 6일 오씨가 경기 수원에서 현금을 인출한 사실이 확인돼 오씨의 진술이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같은 사실은 2010년 7월 경기 안산시에서 발생한 B(28여)씨 납치미수 사건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B씨는 최근 “2010년 7월 5일 안산시 상록구의 한 아파트 단지 근처에서 화물차 뒤에 숨어 있던 괴한에게 끌려갈 뻔 하다가 겨우 도망쳤는데 그 남자 얼굴이 오씨와 흡사하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B씨가 밝힌 괴한과 오씨의 키가 달라 동일인물인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지만 오씨가 이 무렵 수원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만큼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경찰은 또 오씨의 집 앞에 있던 125cc 오토바이가 오씨가 직접 타고 다녔다는 사실을 확인, 오씨가 이 오토바이를 범죄에 사용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에 앞서 경기지방경찰청은 오씨의 여죄를 수사하기 위해 광역수사대 강력팀 6명과 실종수사팀 4명 등 형사 10명 투입, 관할서인 수원중부경찰서 강력 3개팀과 함께 여죄수사팀을 구성했다. 수원지검은 이 사건을 형사3부에 배정하고 지석배 부장검사를 팀장으로 검사 3명과 수사관 4명으로 구성된 수사전담팀을 구성했다. 검찰은 여죄 부분은 경찰에 일임하는 대신 범행동기, 방법, 행적수사를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4월 12일 수원시 팔달구 지동에 위치한 오씨의 집에서 현장점검을 진행했다. 대검찰청 감식요원과 경찰 과학수사팀도 참여했다. 집 안에는 피해자의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다수 발견됐다. 검찰은 피해자가 오씨의 성폭행 시도에 저항하다 집 안 곳곳에 흔적을 남긴 것으로 보고 있다. 4월 16일부터는 대검찰청 과학수사기획관실(디지털포렌식센터)의 통합심리분석실 요원들이 수사에 참여했다. 이들은 보다 심층적인 방법으로 오씨의 행동과 진술을 분석해 자백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한국 사회 내 확산되는 ‘제노포비아’
수원 살인사건에 이어 서울 영등포에서 또다시 조선족에 의한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외국인 강력 범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통계상 국내 체류 외국인들의 강력 범죄가 꾸준히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4년 9,100여 건이던 외국인 범죄는 지난해 2만 7,000명으로 8년 만에 3배나 증가했다. 특히 강력범죄 중 하나인 강간 범죄는 2004년 50여 명에서 2011년에는 308명으로 8년 만에 무려 6배나 증가했다. 살인사건 피의자도 2004년 60명에서 매년 증감을 반복하다 지난해에 103명으로 급증했다. 단순 폭력 사건의 증가세도 뚜렷해 2007년 3,300명에서 5년이 지난 지난해에는 7,800명을 기록해 2.3배나 늘어났다. 국적별로는 중국, 미국, 동남아 국적 외국인의 범죄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중국인에 의한 범죄는 2007년 8,400명에서 2011년 2만 6,000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중국인에 의한 범죄는 매년 전체 외국인 범죄의 절반을 훨씬 넘어선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인 범죄의 상당수는 중국동포들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관계자는 “중국인 범죄의 대부분은 국내 체류 중국인의 70%를 차지하는 중국동포가 저지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인 범죄도 2007년 140명에서 2011년 1,700명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베트남 국적자에 의한 범죄는 2007년 571건에서 2011년 2,400건으로 4배 이상 수직 상승하는 등 동남아 국가 출신 외국인의 범죄 증가속도도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한 외국인 범죄는 국내 체류 외국인의 증가에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2007년 106만 명이던 외국인 체류자는 지난해 139만 명으로 30% 가량 증가했다. 특히 최근 발생했던 수원 살인사건의 범인이 조선족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트위터 등 SNS상에서는 외국인 범죄, 특히 조선족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SNS정보 분석회사인 소셜 매트릭스가 지난 4월 1일부터 4월 9일까지 수원 살인사건 관련 트윗 3,500만 건을 분석한 결과 조선족에 의한 범행임이 밝혀진 4월 2일 이후 조선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개인 범죄를 집단 문제로 일반화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국인 혐오증으로 이 사건을 설명하고 해결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근본적인 해결책은 단기적인 처벌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접근이라고 전문가들은 의견을 모은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중국 동포를 포함한 외국인을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사회정책을 정립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