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이 고작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특히 이번 총선은 최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민주당)이 공천 과정에서 극심한 내홍을 겪으면서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예비후보들이 속출해 총선 구도가 심하게 흔들렸다.

▲ 4·11총선 공천 탈락자의 불출마 선언이 줄을 이었다. 서울 종로 공천에서 떨어진 ‘MB(이명박 대통령)맨’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19대 총선 출마를 접기로 했으며, 종로 승리와 정권 재창출의 밀알이 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선거연대로 수도권 선거에서 새누리당과 연합한 ‘진보진영’의 1대1 승부가 예상됐지만 무소속 변수가 돌출할 경우 선거 판도는 다시 짜일 수밖에 없다. 또 ‘진보진영’이 모처럼 대대적인 공략에 나선 영남에서도 무소속 변수에 따라 당락이 뒤바뀔 수도 있다

여야 총선 공약의 핵심은 노인 복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공통으로 제시했다. 다만 새누리당은 노인 전직 지원과 노인 근로장려세제(Senior EITC) 도입 등 일자리 마련에 중점을 둔 반면 민주통합당은 기초노령연금 급여 2배 인상 등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민주당은 어버이날의 공휴일 지정도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인구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노인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노인 생활 안정은 앞으로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노년층 정년 연장 등 노인 일자리 확대가 청년층 일자리 창출을 잡아먹는 측면이 있어 이를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가 관건이다. 특히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시점에 노인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게 될 경우 부담은 젊은이들이 떠안게 된다. 결국 재원 문제는 물론 세대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새누리당의 노인 정책은 어르신의 안정된 일자리 지원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60세 정년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임금피크제와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또 전직지원센터, 중견전문인력 고용지원센터 등 중고령자 취업지원 기관을 개편해 베이비부머 일 센터를 구축키로 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후 노동시장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일자리 확대를 위해 노인 근로장려세제(Senior EITC)를 도입키로 했다. 연소득이 1300만원 이하인 60세 이상 노인에 대해 최대 연 70만원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장기요양보험을 경증 치매환자로 확대하고 돌봄서비스를 확충키로 했다. 이 경우 등급외자로 분류된 4만4000명이 혜택을 입게 된다. 부분틀니에 대해서도 건강보험을 지원하고 만 65세 노인을 대상으로 폐렴백신을 보건소에서 접종한다. 민주통합당이 하위 70%에 지원하는 기초노령연금 급여인 9만원을 2배로 인상하고 대상자도 80%로 확대키로 했다. 기초노령연금은 현재 당초 만 65살 이상 노인에게 연금 수급 전 3년 동안의 월평균소득액의 5%(9만원를 지급하고 있다. 현행 기초 노령연금법에 따르면 이 급여 수준은 2028년 10%로 인상된다. 민주통합당은 향후 급여를 매년 1%포인트씩 인상해 급여 수준이 10%로 높아지는 시점을 2017년으로 10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연금 급여 대상도 2014년까지 전체 노인의 80%로 확대한다. 현재는 70% 수준이다. 민주통합당은 추가로 노인 빈곤율을 분석한 뒤 2017년까지 90%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아울러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국민연금 수급 시점과 퇴직 시점을 일치시키기 위해 정년을 단계적으로 60살로 연장하고, 노인 틀니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를 확대하고, 보건소 방문 건강 관리 간호사를 4배 늘려 노인에 대한 방문건강 패키지 사업을 시행하는 방안도 공약에 포함시켰다.

야당 공천 탈락자들 대거 불출마

▲ 민주통합당은 ‘90석 우세, 50~60석 경합’으로 초접전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는 자체 분석을 내놨다

새누리당에서 4·11총선 공천 탈락자의 불출마 선언이 줄을 이었다. 야권연대 타결 이후 보수 분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자 낙천자가 계파를 초월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접는 모양새다. 공천 가능성이 희박한 4선 중진 김무성 의원의 ‘당 잔류 및 백의종군’ 결단도 탈당 행렬을 멈추는 데 기여했다. 청와대와 친이(친이명박)계 좌장 격인 이재오 의원의 통제권에 들어있는 ‘비박(非朴) 인사’가 연이어 물러서고 있다. 이들은 총선 포기의 명분으로 당의 총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을 내걸어 보수진영을 결집시키며 진보진영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사실상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지원사격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 종로 공천에서 떨어진 ‘MB(이명박 대통령)맨’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3월 13일 “19대 총선 출마를 접기로 했으며, 종로 승리와 정권 재창출의 밀알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적전 분열로 제가 4년간 이 대통령을 모시고 일했던 청와대 앞마당인 종로를 야당에 내줄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불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이 의원의 최측근인 김해진 전 특임차관도 불출마 대열에 합류했다. 전날 탈당 선언을 보류한 진수희 의원에 이은 것이다. 양천갑에서 낙천한 김 전 차관은 “정치적 상황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결국은 제가 부족한 탓”이라며 “더욱 성찰하고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자신의 측근인 진 의원과 권택기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탈당을 만류했다. 친박(친박근혜)계 이경재·김학송·정해걸 의원, 친이계 윤영 의원도 이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들은 “새누리당과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 같은 결속 기류를 두고 이 대통령과 박 위원장이 ‘분열은 필패’라는 인식하에 공천 반발을 수습하는 데 서로 통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두 사람의 밀월관계를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토론회에서 박 위원장의 대세론을 거론하며 유능한 정치인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아주 의미 있는 메시지”라며 “두고 보면 알 것”이라고 예고했는데, 이날 낙천자 불출마가 뒤따른 것이다. 앞서 이 대통령과 지난 3월 9일 독대한 정운찬 전 총리도 국민생각 합류를 거부했다. 박 위원장도 지난 3월 7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대통령 탈당이 해법은 아니다”고 못박으며 협력체제의 자락을 깔았다. 김종인·이상돈 비대위원의 대통령 탈당 요구에 제동을 건 것이다. 하지만 총선의 최대 쟁점이 ‘MB 심판론’이란 점에서 두 사람의 밀월이 오래 지속되기가 어렵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공천 위기를 넘기면 친박계가 청와대와의 차별화에 다시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총선 위해 박 비대위원장과 이 대통령 전략적 화해모드

▲ 이번 총선은 최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민주당)이 공천 과정에서 극심한 내홍을 겪으면서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예비후보들이 속출해 총선 구도가 심하게 흔들렸다

새누리당에서도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한때 ‘숙적’으로까지 표현됐던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비대위원장 사이에 묘한 변화의 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 지난 대선에서 여야간 대결보다 더 치열한 후보 쟁탈전을 벌였고 현 정부 출범 이후엔 주요 정책을 놓고 정면충돌했던 이 대통령과 박 비대위원장의 관계가 최근 들어 급속한 화해 무드로 나아가는 분위기다. 박 비대위원장은 최근 이 대통령 탈당 문제가 불거지자 “탈당이 해법은 아니지 않느냐”고 일축했고, 며칠 뒤 이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박 위원장을 “몇 안 되는 유망한 정치인”으로 치켜세웠다. 이 대통령은 “(박근혜) 대세론은 들었어도 한계론은 못 들어봤다”고도 했다. 지난 대선 후보 경선에서 당시 ‘이명박 캠프’가 대세론을 앞세운 ‘박근혜 캠프’에 ‘박근혜 필패론’으로 맞서 승리한 점을 돌이켜보면 이례적인 발언이다. 여권의 양대 주주로 불리면서 주요 고비 때마다 각을 세워 “태생적으로 함께할 수 없는 사이”라는 말을 들었던 두 사람의 이런 모습은 격세지감마저 들게 한다. 특히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들이 집단 탈당을 추진하다가 하나같이 주저앉은 대목도 예사롭지 않다. 이들은 탈락 직후 ‘친박 계파 공천’이라며 강력히 반발했지만 결국 대부분이 예상 외로 순순히 승복했다. 승복의 이유는 “정권 재창출에 걸림돌이 되지 않겠다”는 취지로 수렴됐다. ‘적전 분열’로 야권에 정권을 내줄 수 없다는 대승적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처럼 친이계 공천 탈락자들의 반박(反朴) 움직임이 순식간에 잦아든 이면에 이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이동관 전 홍보수석이 탈당을 포기한 것도,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과 정운찬 전 총리 등이 제3 세력화를 추진하지 않는 것도 이 대통령의 의중이 직·간접적으로 전달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정치권에선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청와대가 이를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는 것도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이 박 비대위원장에 힘을 싣고 있다는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심지어 여권 내부에서는 이 대통령이 친이계 낙천자들과 정 전 총리에게 “가볍게 움직여서는 안 된다”는 말을 했다는 설도 나돌고 있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최근 청와대 출신 낙천자들과 일일이 전화통화를 해 “보수가 분열하면 패한다. 대의를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 점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3월 14일 “이 대통령은 친이계 인사들의 공천 탈락을 심정적으로 안타까워하지만, 그렇다고 정권 재창출에 걸림돌이 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확고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최근 이 대통령과 박 비대위원장의 ‘데탕트(화해)’기류를 ‘오월동주(吳越同舟)’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런 점에서 양측의 우호적 관계가 대선 때까지 지속될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특히 총선이 끝나면 생환한 친이계와 이 대통령의 태도가 바뀔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야권에선 박 비대위원장에 대한 이 대통령의 우호적 발언을 간접적인 선거 개입이라고 비판하는 등 비록 임기 후반기이지만 양대 선거를 앞둔 이 대통령의 정치 행보가 다시 주목받는 양상이다.

민주당 “4·11총선은 초접전 양상” 자체분석

▲ 서울의 4·11총선 최대 승부처는 17개 선거구가 포진한 동북권이다. 역대 총선에서도 이 지역 승패에 따라 여야 간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4·11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통합당은 ‘90석 우세, 50~60석 경합’으로 초접전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는 자체 분석을 내놨다. 민주통합당 우상호 전략홍보본부장은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공천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면서 판세의 윤곽이 드러나는 것 같다”며 “현재 판세는 초접전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각 당이 서로 유리하다고 주장·분석하는 지역이 약 90개씩이고 경합지역은 50~60곳”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수도권 경합지역의 향방이 다수당을 결정할 것이란 분석이다. 우 본부장은 “야권연대가 성사된 이후에 미미하지만 반전의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며 “경합지역에서 밀리던 양상도 야권연대 성사 후 호전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의 내분도 기대하고 있다. 우 본부장은 “새누리당에서 친이계 학살이 가혹하게 진행됐기 때문에 현 상황이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 같지는 않다”며 “18대 총선 당시 친박연대에 버금가는 새로운 정치 클럽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또 “새 정치 클럽이 국민생각이나 자유선진당과 결합할 경우 실제 보수진영이 지역기반까지 갖고 양분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내부 불안요인도 있다. 특히 민주통합당은 야권연대 후 판국이 오히려 새누리당에게 유리하게 전개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우 본부장은 “중앙 차원의 전국적 야권연대가 처음 이뤄졌고 70개 이상 지역에서 경선이 이뤄지는 초유의 상황”이라며 “우리가 큰 폭의 양보를 했는데 경선에서까지 질 경우 단순히 민주당 의석이 줄어드는 차원이 아니라 새누리당에게 유리한 구도가 만들어질 가능성마저 있다”고 말했다. 또 “특히 우리 후보가 나가면 승리하는데 통합진보당 후보가 나가면 승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는 반면 어느 쪽 후보가 나가도 새누리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지역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민주통합당은 지난 3월 16일 자체 경선을 마무리한 뒤 17~18일 야권단일화 경선을 치르고 현 총선기획단 체제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4·11총선 초접전 예상지역구
4·11총선을 앞두고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는 새누리당의 6선 홍사덕 후보와 당 대표를 지낸 민주통합당 정세균 후보가 초박빙 혼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관심 지역인 부산·경남(PK)의 경우, 부산 사상에서 민주당 상임고문인 문재인 후보가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를 크게 앞섰으나, 경남 김해을에서는 새누리당 김태호 후보와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인 민주당 김경수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로에서는 홍사덕, 정세균 후보가 각각 26.5%, 28.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매일경제신문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23.6%, 22.6%로 홍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일보가 GH코리아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는 40.6%, 41.5%였다. 세 여론조사 결과 모두 오차 범위내 초박빙 혼전이다. 국민일보-GH코리아 조사에서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출마한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6.8%의 지지율을 얻은 만큼, 이 전 수석의 완주 여부에 따라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부산 사상의 경우,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는 문 후보가 40.7% 지지율로 새누리당 손(21.9%) 후보를 두 배 가까이 앞섰다. 매일경제-한길리서치 조사에서도 문 후보가 34.2% 지지를 얻어 21.8%에 그친 손 후보를 여유있게 앞섰다. 경남 김해을에서는 여야 후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한겨레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경수 후보가 38.6% 지지율로 새누리당 김태호 후보(32.9%)를 앞섰다. 그러나 중앙일보-엠브레인 여론조사에서는 김태호 후보가 40.3%의 지지를 얻어 김경수 후보(32.8%)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경제-한길리서치 조사의 경우, 김태호-김경수 후보 지지율은 각각 33.4%, 29.7%였다. 새누리당 홍준표 후보와 민주당 민병두 후보간 ‘리턴매치’가 열리는 서울 동대문을도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후보별 우위가 갈렸다. 중앙일보-엠브레인 조사에서는 홍 후보는 35.7% 지지율로 29.2%의 민 후보를 앞섰다.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 결과도 32.0%, 29.8%로 홍 후보의 지지율이 다소 높았다. 그러나 국민일보-GH코리아 여론조사에서는 민 후보가 43.5% 지지를 얻어 홍 후보(39.7%)에 앞섰다. 16,17,18대에 이어 네 차례 연속 서대문갑에서 맞붙게 된 새누리당 이성헌 후보와 민주당 우상호 후보간 경쟁에서는 이 후보가 조금 앞서가는 모양새다. 이성헌 31.4%,우상호 26.7%(한국일보-한국리서치), 이성헌 43.5%,우상호 37.1%(국민일보-GH코리아)였다. 중앙일보-엠브레인 조사에서도 이 후보와 우 후보의 지지율은 33.5%, 28.6%로 나타났다. 다만 이 조사에서는 야권연대로 사퇴하게 된 통합진보당 박희진 후보가 7.6%의 지지율을 얻은 만큼 이 표가 우 후보에게로 갈 경우 승부를 예측할 수 없을 전망이다. 부산 북강서을의 경우, 한겨레-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서는 민주당 문성근 후보가 새누리당 김도읍 후보를 42.8%, 27.5%로 여유 있게 앞섰지만 매일경제-한길리서치 조사에서는 26.5%(문성근), 25.3%(김도읍)로 오차 범위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4·11총선의 최대 승부처는 동북권
서울의 4·11총선 최대 승부처는 17개 선거구가 포진한 동북권이다. 역대 총선에서도 이 지역 승패에 따라 여야 간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이 18대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것도 열세지역이던 동북권에서 무려 15석을 따낸 덕이다. 앞서 16·17대 총선 때 새누리당은 이 지역에서 고작 1석만 건졌다. 홍준표 전 대표가 동북권 ‘관문’으로 불리는 동대문을을 지켜내면서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여권에 대한 민심 이반으로 동대문을조차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곳에서는 2007년 대선에서 ‘BBK 사건’의 방패와 창이었던 홍 전 대표와 민주통합당 민병두 전 의원이 다시 맞붙는다. 민 전 의원은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선대위 전략기획위원장으로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 공세를 퍼부었고, 홍 전 대표는 당 클린정치위원장을 맡아 이를 방어했다. 두 사람은 이듬해 총선에서 격돌했지만 이명박 정부에 대한 기대감과 뉴타운 바람을 등에 업은 홍 전 대표가 압승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승부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각 언론사 여론조사를 봐도 둘이 엎치락 뒤치락 하는 양상이다. 홍 전 대표는 지난 3월 11일 국민일보 조사에서 민 전 의원에게 3.8%포인트 뒤졌으나 다음날인 12일 중앙일보와 한국일보 조사에서는 각각 6.5%, 2.2%포인트 차로 앞섰다. 이런 판세는 야권연대 성사로 민 전 의원이 단일후보가 되면서 더욱 혼전이다. 양측도 ‘박빙’으로 보고 있다. 홍 전 대표는 “어차피 서울 동북권은 새누리당에 어려운 지역이고 동대문을은 언제나 여야 1대1 구도였다”며 “이번엔 더욱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되는 만큼 첫 출마 때의 마음가짐으로 선거전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연대 영향력보다 여권에 대한 실망 기류가 간단찮은 만큼 바닥을 샅샅이 훑는 지역 밀착형 선거운동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그는 “당선되면 지하 경전철 사업과 과학고 설립 등 기존 공약을 잘 마무리하고 나를 큰 정치인으로 만들어준 것에 보답할 만한 새 공약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민 전 의원은 ‘현 정권 공동책임론’과 ‘홍준표 피로감’을 앞세워 설욕전을 벼르고 있다. 그는 “(홍 전 대표는) 4년 동안 집권당 대표와 최고위원, 원내대표를 지내 이명박 정부 실정에 책임이 크고, 지역 발전보다 중앙정치에만 신경썼다”며 “유권자도 한 사람이 장기집권한 데 대한 피로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대가 뉴타운에 치중했다면, 나는 초중고 예산 2배 이상 확보 등 교육과 복지에 초점을 맞춘 공약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 동작을도 격전지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 동작을은 위치상 한강의 ‘남쪽’이지만 성향상 한강의 ‘북쪽’ 경향이 짙게 배여 있다. 최근 5번의 총선·대선·서울시장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2번 이겼고, 민주통합당은 3번 이겨 엇비슷하다. 과거 4차례 총선만 보면 2승2패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4·11 총선에서 이명박 정권 심판 바람의 강도를 재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는 곳이다. 선거판에서는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과 민주통합당 이계안 전 의원이 맞붙고 있다. 정 의원의 ‘큰 인물론’과 이 전 의원의 ‘정권심판론’이 유권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두 사람은 현대가 출신의 오너와 최고경영자 출신으로 ‘현대맨 대결’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08년 총선에서 정몽준 의원은 이곳에서 득표율 54.1%를 보였다. 2007년에 치러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얻은 50.5%보다 높았다. 대선주자에 대한 기대감이 강한 터였다. 정 의원 측은 새누리당이라는 간판보다는 ‘인물론’으로 지역에서 승부를 걸 생각이다. 지역 가운데서도 흑석동과 사당2동, 상도동은 여당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쪽은 아파트 거주자가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가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를 대부분 동에서 20~30%포인트 이상 차이로 월등히 앞섰지만, 흑석동과 사당2동에서는 박 후보가 한자릿수로 이겼다. 여당 지지세가 남아 있는 지역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 심판론의 파고도 곳곳에서 확인됐다. 정몽준계로 분류되는 전여옥 의원은 탈당하면서 “당에서 (정 의원을) 사지로 보내놓은 것 아닌가”라고 하기도 했다. 그만큼 대학·학원가도 있고 야성도 강한 곳이라는 것이다. 정 의원이 18대 총선에서 압승했지만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는 모두 패배했다. 오세훈 후보와 한명숙 후보가 붙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야권이 이겼으며, 박원순 후보와 나경원 후보가 붙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12%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민주통합당 이계안 후보가 파고드는 것도 이 부분이다. 2008년 총선을 휩쓴 ‘뉴타운’ 정책은 이 지역의 논란거리다. 정 의원은 2008년 총선에서 뉴타운 허위 공약으로 벌금을 내기도 했다. 특히 흑석뉴타운은 이 지역의 새로운 변수다.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과거 여당을 찍었던 집주인들이 뉴타운이 지어지면서 전세를 주고 나가서 젊은 세입자들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흑석동에 그나마 있었던 호남 인구가 뉴타운 건설로 다 경기도 쪽으로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 기대 반 우려 반의 시각으로 흑석뉴타운의 인구 구성을 보고 있는 것이다. 진보신당에선 김종철 전 대변인이 출마해 표밭을 달리고 있다. 동작을은 변화된 표밭과 야권연대, 인물 대결 양상이 겹쳐 한 달 후의 승부를 알 수 없는 접전지로 가고 있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