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림에 대해 무식하기 때문에 그저 내 멋대로 그림을 좋아한다. 그림이 어떤 기법으로 그려졌는지, 경향이 어떤지 그런 건 모른다. 그러나 그림을 그린 화가의 마음이 순수한 지, 무언가 억지가 있는지, 감각적으로 꾸미기만 했는지, 그런 건 본능적으로 느낀다.

▲ 박주경 화가

방에 꽃 그림을 붙이고 싶어졌을 때 박주경 화가를 만났다. 청초하게 붉은 양귀비 한 무더기가 그려진 10호 그림을 거실 벽에 붙여놓고 요즘도 즐거워한다. 맘이 맞는 식구 하나가 는 것 같다”
-소설가 이경자 “박주경 화가의 꽃 이야기” 中-

화가 박주경은 지난 2월 14일~18일까지 단성갤러리에서 9번째 개인전을 열어 주목을 받았다. <매혹의 날들>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전시회에서 작가는 무한한 매혹의 기제인 자연을 화폭에 담아냈다.

9번째 개인전 <매혹의 날들>서 그만의 색을 선보이다
화가 박주경의 작업에서 자연은 가장 주된 소재다. ‘자연’을 소재로 한 예술가들은 많지만 유독 박주경의 작품에서 표현되는 자연은 특별해 보인다. 지난 2월 가졌던 9번째 개인전 <매혹의 날들> 역시 이러한 그의 작품세계를 잘 드러냈다. 매혹은 상대로 하여금 논리적이거나 지적인 저항감 없이 감정적 공감대를 형성해 호감을 불러오는 최상의 감정이다. 이성으로 설명이 안 되는 본능적 끌림이라는 감성의 영역인 셈이다. 박주경은 “전시의 부제인 ‘매혹의 날들’은 제 매혹의 기제와 자연이 주는 매혹의 기제가 만나서 자연을 그림으로 전하는 매혹적인 이야기다”고 말한다. 작가 스스로가 “자연은 제게 무한한 매혹의 기제이고, 제 매혹의 기제는 그림이다”고 고백한 것처럼, 박주경은 자신이 만난 자연과 사람 사는 세상은 매 순간 매혹적이었음을 그림으로 많이 등장시켰고, 여행지에서 마주했던 감동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 로마의 휴일

“꽃은 아름다움의 또 다른 말이고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일 것”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꽃을 그리기 위해 바람을 기다리며 향기를 품었고, 계절을 달리하며 햇빛을 따라 빛의 프리즘을 잘 포착해 그만의 색을 담아냈다. 타지의 건조한 시선으로 보면 자연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와 접하고 있는 당연한 일상의 한 부분으로 공기처럼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무덤덤한 존재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박주경이 그림을 그릴 때면 누구에게나 평범한 자연은 그만의 특별한 자연으로 바뀌게 된다. 화가는 그런 자연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한 조각씩 캔버스로 실어 날랐고 자연이라는 거대한 퍼즐을 하나씩 그림으로 맞춰왔다. 박주경의 자연에 대한 감정이 펼쳐지는 캔버스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매혹’이라는 이성이 막을 수 없는 단계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지금까지 9회의 개인전을 비롯, 국내외 유수의 그룹전 및 아트페어에 참가하며 역량을 발휘하고 있으며 다수의 방송 드라마에 작품을 협찬하기도 했다. 서울미술대상전 특선, 경향미술대전 특선 외 다수의 수상 경력을 보유한 그는 현재 한국미협, 서울미협, 대한민국회화제, 상록회, 일원회, 한국일요화가, 대한민국공무원미술협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나이프 사용해 자연의 강한 힘을 속도와 밀도로 표현

▲ 추억의 공간

박주경은 “이 시대에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고 살아간다. 컴퓨터의 발달로 사람들은 점점 벽 안에 갇혀 세상을 바라본다”면서 “기술이 삶의 주체가 되는 기계문명 시대에 자연만이 영혼을 위로하는 진정한 친구가 될 것이며, 의미 있는 삶의 최후의 보루로 남게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가 작품을 한 부분씩 완성해 나갈 때 붓을 사용하지 않고 나이프로 그려내는 것 또한 자연에서 느끼는 강한 힘을 속도와 밀도로 빠르게 표현함으로써 인위적이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표현해 내기 위해서다. 그렇게 굵직한 선과 울퉁불퉁한 마티에르 작업으로 마무리된 작가의 그림은 강렬한 감정을 분출한다. 여기에 유독 붉고, 푸른 색채가 입혀져 그 감정의 폭을 더욱 넓혀준다. 작가의 감정을 제외한 오로지 관객이 느끼는 감정은 강함 속에 펼쳐진 아름다움이 차분해보이기도 하고 조금은 슬퍼 보이기까지 한다. 강렬함이 강해질수록 더욱 화려함이 증폭되어야 하지만 오히려 역행하는 듯 소재가 품고 있는 진정한 감정이 드러나는 듯 하다. 우울함과 다른 차원의 순수함이 묻어난다. 그 감정을 보는 사람, 즉 관객의 입장에서 해석하면 화가 박주경이 그린 그림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이 주는 강력한 끌림이 없다면 나는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 것이다”고 고백하는 화가 박주경. 그가 앞으로 또 어떠한 작품으로 우리를 설레게 할지 사뭇 기대된다. NM
박주경 화가 parkjk@seoul.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