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과 3/1' 속도로 회전하는 음반에 담긴,
그의 삶 '33과 3분의1'

가수 김정호는 1952년 4월 21일 태어났다. 그리고 1985년 11월 29일, 떠났다.
33년 8개월간의 짧은 생애. 마치 '33과 3/1' 속도로 도는 레코드판처럼 그의 삶의 수치는 그 시점에서 멈췄다. 필자가 가졌던 그와의 인터뷰, 벌써 28년 전이 지난 이 인터뷰가
‘김정호와의 마지막 인터뷰’가 되었다.
그가 살아있다면 올해 60세, 환갑이다. 환갑이란 말하자면 ‘돌아오는 나이’ 즉, 새롭게 태어남을 의미한다. 때문에 최근 김정호 관련 인물들을 만나 채록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매주 한차례 씩 진행하고 있는 관련 인물 인터뷰 타이틀은 '김정호를 말한다.' 해서‘돌아온 하얀 나비’김정호가 남긴 삶과 음악을 두 회에 걸쳐 재조명해본다.

가수 김정호와의 마지막 인터뷰 [1]
‘돌아온 하얀 나비, 다시 날다’

본명 조용호.
가수 김정호는 1952년 4월 21일(음력 3월27일)에 태어났다. 그리고 1985년 11월 29일, 떠났다. 33년 8개월간의 짧은 생애. 마치 '33과 3/1' 속도로 도는 레코드판처럼 그의 삶의 수치는 그 시점에서 멈췄다.
필자가 가졌던 그와의 인터뷰, 그 기억이 지금 새삼스럽다.
벌써 28년 전 일이다. 당시 이 인터뷰가 결국 ‘김정호와의 마지막 인터뷰’가 된 셈이다.
지난해 2011년 11월 26일, ‘김정호 팬카페(cafe.daum.net/tae0695)'에서 ‘제6회 하얀나비들의 작은음악회'의 초청을 받았다. 김정호와의 마지막 인터뷰어로서 당시 이야기를 팬들에게 들려주는 자리였다. 팬들과 함께 하는 이 무대에서 어떠한 말을 어떻게 들려줄 것인가. 이제는 그만 묻어둬도 좋을 얘기를 새삼 떠올리느라 며칠이 우울하게 지나갔다.
김정호. 이 이름에서 그동안 개인적으로 그에게서 느껴왔던 애잔한 슬픔과 더불어 마치 '빚'을 지고 있다는 느낌이 한꺼번에 다가왔다. 필경 그 며칠 동안은 집에서건 사무실에서건 무슨 고민이 있는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지금 대충 헤아려보니 그의 잠적은, 75년 대마초 사건으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그리고 79년, 대마초 가수들이 모두 해금되어 하나 둘씩 활동을 재개할 때도 그는 등장하지 않았다. 때문에 ‘행방불명설' '잠적설'이 나돌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로 당시 온갖 추측 보도도 많았다.

1974년 5월 '작은 새' '이름 모를 소녀' 등을 발표하며 통기타 가수 대열의 선두에 섰던 그. 당시 '김정호 노래의 코드로 기타를 배우지 않은 사람이 없다'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였다. ‘이름모를 소녀’ '하얀 나비' '사랑의 진실' '잊으리라' '꽃잎' '푸른 하늘 아래로' '보고 싶은 마음' 등등을 발표하며 한국적 포크를 지향했던 김정호.
통기타를 맨 채 지그시 눈을 감고 꿈꾸듯이 노래하는 그의 독특한 모습. 그러나 그는 이미 폐가 몹시 나빠 투병 중이었다. '폐결핵 가수 김정호'라는 말은 이미 나돌고 있었으나 음악만큼은 누구보다도 건강했으며 또한 아름다웠다.
그러던 그가 1984년, 홀연히 나타났다. 83년 6월부터 11월까지, 5개월이라는 최장 녹음시간을 기록한 음반과 함께, 호흡조차 힘들어져 한 곡 녹음하는 데도 수십 번씩 끊어 편집해야 했던 이 앨범, 결국 '유작'이 되어버린 이 앨범을 들고. 그러나 이 앨범이 나온 뒤에도 그는 공개석상을 기피했다.
라디오에서는 이 앨범 중 '고독한 여자의 미소는 슬퍼'가 제법 방송을 타고 있었지만 그는 어느 새 '얼굴 없는 가수'가 되어 있었다. '폐결핵가수'라는 낙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찍혀져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요양소에서의 격리 생활은 공개적으로 얘기되었고, 이 노래가 같은 요양소에서 보게 된 어느 여인을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애틋한 얘기만이 화제가 된 채.
그러면서 또 몇 달이 지나갔다. 필자가 그를 찾아내야겠다, 그리고 그동안의 얘기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이 무렵이었다.
그와의 인터뷰를 위해 세 달 동안 집요하게 매달렸다. 밝히기엔 다소 쑥스럽지만 당시 주위에서의 내 별명은 '진돗개'였다. 한번 물면 놓지 않는다고.
온갖 안테나를 동원해 그의 연락처를 알아내는데 성공했다. 어렵게 그와 통화를 시도했는데 그는 인터뷰를 완강히 거절했다. 들을 얘기도, 하고 싶은 얘기도 없다는 것이었다.
모든 매스컴, 즉 TV, 라디오 등 방송은 물론, 여타 신문사나 잡지사의 제의까지 모두 거절했다면서  되레 날 설득시키려 했다. 지금은 어느 누구도 만나지 못하는 입장을 이해해달라고도 했고, 또 통과의례처럼 자신이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있을 때 가장 먼저 연락하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이 즈음에서 나 또한 그와 인터뷰한다는 것을 포기하려 했다.
그러나 그가 정작 이러한 내 마음을 움직였던 것은 건강 여부를 묻는, 네 번째 통화에서였다. 이전처럼 전화를 먼저 끊지 않는다는 것과 기침소리 사이에 더듬거려 말하길 '지금 힘들다, 그럼에도 더 고통스러운 것은 무료함(?)'이라고도 했고, 또한 이미 '소외'된 자신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한편 고맙다'라는 것 때문이었다.
이즈음에서 나와 매우 가까웠던(그와도 가까웠던) '몇몇'의 도움으로 그와의 인터뷰 시간과 장소가 정해졌다. 그러나 그는 세 번씩이나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실바람, 바람, 바람-', 당시 매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고독한 여자의 미소는 슬퍼’의 한 구절처럼 그 때 내 심정이 꼭 그랬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그와 만날 수 있었다. 어느 샌가 그도 마음의 반쯤은 열어놓고 있었던 것이었다. 다만 조건은 그냥 만나는 것, 그리고 자기와 나누는 얘기는 절대로 기사화하지 말아달라는 것.

그의 아파트에서였다. 핏기 없는 얼굴, 그리고 기침소리 속에 겨우 나누던 얘기들. 정말이지, 이러한 식의 기사는 나도 결코 쓰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우리는 송창식의 고집에 관해 얘길 했으며 김수철의 '별리'를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에 관해 서로 격의 없이 의견을 나누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내 얘기에 따라 빙그레 웃기도 하고 간호원이 주사를 놓으러 왔을 때는 '잠깐이면 되니 기다리라'고도 했다. 그가 주사를 다 맞기를 기다리는 동안에서야 비로소 나도 마감 때라 빨리 집에 가 밀린 원고들을 써야 한다는 게 생각났다. 어느 새 세 시간이 지났다는 것도 그제서 알았다.그 때부터 몇 번이나 일어서려 했지만 그가 자꾸 괜찮다고 했다. 그러던 그가 자신의 노래 '님'을 들어보았느냐 물었다. 물론 난 그 때까지 들어보지 못했다. 그는 매우 섭섭해 하며 그 음반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님'. 그 때, 그 느낌이란...
노래를 듣는 내내 나는 매우 놀랐고 마침내 엄습해오는 불길함까지도 어쩌지 못했다.
그리곤 이상스럽게도 확신할 수 있었다. 그가 나를, 아니 사람들을 무척이나 그리워했음을.

그는 마침내 자기가 내게 해줄 수 있는 게 뭐냐고 물었다. 나는 말했다.
“지금 이 앨범을 오늘 집에 가서 밤새 듣고 싶다, 그리고 가까운 날짜에(마감이 끝난 뒤) 시간을 낼 수 있다면 공기 좋은 야외로 함께 나가보고 싶다.”고.
그가 쾌히 승낙했다. 그러면서 말했다.
"기왕이면 사진 잘 받는 곳으로 가지, 그리고 오늘 내가 했던 얘기 중 노래에 관한 얘기라면 기사로  써도 좋겠는 걸?"
한번도 웃지 않고 옆에 있던 부인, 이영희 여사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다음다음날 아침, 우리는 사진기자 김용범과 함께 '뚝섬'엘 갔다. 우리가 서로 약속한 시간은 한 시간 정도였고 우리도 사실상 두 시간 정도 밖에 시간이 없었다. 그 날이 마감 최종일이었으니.
그러나 정작 촬영은 오후 다섯 시 무렵에나 끝났다. 띄엄띄엄 노래 불러 이은 그의 마지막 노래처럼 촬영도 그렇게 되어버렸다.
당시 나는 오히려 이 정도의 사진이면 충분하다고 말렸으나 되레 그가 사진 찍는 일에 더 열중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사진 촬영에 임하던 그의 표정이 매우 긴장되어 있었으며 또 비장했음을 이제야 알아채고는 또다시 가슴이 뭉클해온다.

그가 무리를 하면 안 되기에 사진 찍는 중간 중간에 쉬어야 했고 그런 중에 그는 그 때까지 밝히지 못했다던 얘기들을 서슴없이 털어놓기도 했다.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얘기, 탈영병으로써 군 영창에 갇혔던 얘기까지.
이따금씩 그는 함께 동행 했던 그의 후배(세션을 도와줬다던)에게 담배를 빼앗다시피 해 때론 냄새만 맡기도 하고, 때때론 직접 불을 붙여 입에 물기도 했다. 그러면서 말했다.
"의사는 내게 더 이상 노래를 부르면 죽는다고 경고했지, 허나 난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되레 죽을 것 같아." 이 말을 듣고 난 순간부터 그가 사진을 계속 찍고 싶어 하던 것을, 담배를 계속 피우고 싶어 함을 더 이상 말리지 못했다.

지금, 담배에 불을 붙여 그 '임'에게 올리는 심정으로 이 글을 올린다. 이 글은 모두 세 단락으로 나누어 쓸 예정이다.

【1】프롤로그 l 김정호, 그 33과 3/1의 삶
【2】김정호와의 인터뷰 l '내 영혼의 산소를 노래 속에 불사르고'
   (이 원고는 당시 잡지에 발표했던 기사 전문이다.)
【3】에필로그 l ‘가수 김정호를 말한다’ -김정호가 남긴 것들

가수 김정호와의 마지막 인터뷰 [2]
'내 영혼의 마지막 산소를 노래 속에 불사르고'

아래 원고는 당시 몸담고 있던 잡지에 발표했던 기사 전문이다.
이 글을 다시 읽으면서 새삼 다시 느낀 것은 ‘김정호는 자기 자신에 대해 말을 아꼈던 사람‘이라는 것. 이러저러한 이유로 이 기사는 지금 읽기엔 매우 부족한 부분이 많은 기사이기도 하다.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다시 김정호 자료 검토와 함께 관련 인물들을 만나 틈틈이 채록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
더 늦기 전에 누군가는 해야 될 작업이기도 하지만 특히 올해 김정호 탄생 60주년을 맞아 그 의미가 크다고 믿기 때문이다.
매주 한차례 씩 진행되어온 관련 인물 인터뷰, 타이틀은 '인터뷰-김정호를 말한다'이다.
먼저 마지막 인터뷰 당시 썼던 이 글을 소개한 뒤 다음 호에서 보다 구체적인 채록을 정리, 밝힐 예정이다.
먼저 당시 기사부터 소개하자면,

라디오에서는 오늘도 '사람 없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고독한 여자의 미소는 슬퍼'.

가수 김정호, 그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근황을 도통 털어놓지 않는 사람이다.
그의 집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하루 종일 그의 집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 하고 나면 그가 지금 어느 곳에 있는 지를 전혀 상상해낼 수 없다.

'가장 한국적인 포크를 구사하던 싱어 송 라이터'로 70년대를 감동케 했던 가수 김정호.
그는 주위에 가족상황을 쉽게 털어놓지 않는다. 때문에 심지어 그가 '누구누구의 아들'이라는 소문까지 한때 주위에 나돌았을 정도였다.

가수 김정호의 재능은 외탁인 듯하다.
서편제의 큰 줄기이자 창작판소리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던 월북 소리꾼, 박동실 선생이 바로 그의 외할아버지다. 월북으로 인해 그의 존재는 판소리사에서 한때 묻혀져 있었지만 박동실은 명창 김소희와 박송희 등을 키워냈던 인물로 김정호의 어머니인 박숙자 여사와 함께 '아성극단'을 만들어 만주나 상해 등지로 공연을 다니기도 했던 '명인'이었다.
그러나 어머니 박숙자 여사는 아들 정호가 6살 때 집안에 있던 국악기를 모두 내다 버렸다. 심지어는 가야금 줄까지 모두 끊어버렸다. 그 힘들고 고된 악극단 생활을 자식에게 까지 물려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기억이 잡힐 듯 생생함에도 불구하고 김정호는 운명처럼 '금지된 길'을 걷는다.
그리고 삶의 전부를 걸어 음악에 몰입했다.
여운이 긴 애상적인 바이브레이션을 구사하는 노래들이 유독 슬프게 들리는 것은 그가 노래 속에 '모든 것'을 걸었기 때문은 혹 아닐까.

처음 김정호가 노래 만드는 일을 시작한 것은 대동상고 시절, 밴드부에 합류하면서부터다. 그리고 이후 기타를 둘러맨 채 방랑생활을 시작했다. 종로 낙원상가 주변을 배회했으며 심지어는 잠자리조차 없어 거리에 내놓은 이삿짐 속 캐비닛에 들어가 잠을 자기도 했다. 잠시 미 8군 무대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기도 했으나 얼마 안돼 또 다시 떠돌이가 되었다.
어느새 익숙해진 것은 '음악' 보다 먼저 '배고픔'이었다. 당시 한 그릇에 5원하던 노동자 합숙소의 국수, 한 대접에 10원이었다던 남대문 시장의 수제비 등으로 허기를 채우며 일자리를 구하러 다니던 시절도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한 때 가수 백순진씨와 함께 '4월과 5월'의 멤버로 잠시 활동하기도 했던 그는 어니언스가 그의 곡인 ‘사랑의 진실’, '작은 새'를 히트시키기에 이르자 음악성을 주목받으면서 작곡자에서 가수로 변신, 무대에 선다.
통기타를 가슴에 소중히 끌어안은 채 눈을 지그시 감고 꿈꾸듯이 노래하는 그의 독특한 모습.
그는 76년 3월, 자신의 스물다섯 번째 생일날, 부인 이영희씨와 백년가약을 맺는다. 허나 이 축복도 잠시였다. 건강은 더욱 악화되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방 공연하는 친구를 따라갔다가 방위 소집에 응하지 못해 결국 탈영병으로 군 영창에 갇히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군복무를 마치게 되지만 가정은 이미 어려워져 매번 이사를 다녀야만 했다.
그래도 불평 한마디 없는 부인은 자신에게 '늘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힘주어 강조한다. 부인은 그가 건강이 나빠져 공기 좋은 곳으로 가자면 그렇게 했고, 친구 곁으로 가자면 또 그렇게 했다. 경제적으로 정 버틸 수 없어 어머니 곁으로 가야겠다고 말하면 또 그의 뜻에 따랐다.
그러나 80년, 끈질긴 투병과 부인의 보살핌으로 완전히 나았다던 그의 결핵은 다시 재발되고 급기야 각혈이 시작되자 결국 인천요양소에 격리되어 요양생활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이 시기를 '공백'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대해 몹시 못마땅해 했다. 비록 그 시기에 대중들 앞에는 나서지 못했지만 그 스스로는 늘 음악 한가운데에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그는 많은 곡을 만들었고 악기소리를 연구했으며 음반 또한 취입했다.

얼마 전, 담당의사는 그에게 경고했다. 최소한 6개월에서 3년 정도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쉬어야 한다고. 심지어 '노래를 다시 부르면 죽게 될지도 모른다'고 까지 경고했다. 결핵환자에게 노래는 호흡기관에 매우 치명적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작 그는 노래를 부르지 못하면 되레 숨이 멎을 것 같았다. 그는 병보다 더 뜨겁게 달아오르는 음악에 대한 열병을 또 그렇게 앓고 있었다.

'꽹배기(꽹과리)소리에 미쳐 삽니다.'
-그는 자신의 생활을 이 한마디로 압축해 표현했다.
때문에 그 무렵 뜻 맞는 친구들과 사물놀이 패를 조직하기도 했고 또 항시 꽹과리를 들고 다녔다. 병이 악화돼 병원에 다시 실려 갈 때도 꽹과리를 병실에 까지 가지고 들어가 담당의사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우리만의 것, 우리만의 맛, 우리만의 흥.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무엇인지 이제서야 비로소 찾은 느낌’이라고 털어놓았다.

자신의 남은 열정을 모두 국악에 바치겠다고 밝히는 김정호, 그는 현재 수많은 알약의 버팀을 받고 있지만, 그가 음악으로서 모든 걸 다 말하는 날, 우리는 더 큰 무엇을 그에게서 얻을 것을 믿어본다.(緖)

당시 기사는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마지막 멘트는 그가 자신에 찬 목소리로 한 말이라서 더 안타깝다. 얼마 뒤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그의 죽음이 '병' 때문이 아니라 '한' 때문이었다고 생각되어졌었다. 허나,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오히려 그에게 늘 부족했던 '산소'를 노래 속에 다 연소시키고 행복하게 간 것이라고-.
당시 기사 제목을 처음엔 '내 영혼의 마지막 산소를 노래 속에 불사르고'라고 정했다가, 왠지 불길(?)해 '마지막'이란 단어를 뺐던 기억이 난다.
'남은 열정을 모두 국악에 바치겠다.'며, 자신에 찬 목소리로 의지를 내보이며 빙그레 웃던 김정호,
오늘 그가 새삼 그립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