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사진작가 인효진의 근작에서 여고생들은 자신의 실제 남자친구들과 함께 교복을 입은 채 연인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굽이 높고 뾰족한 구두를 의미하는 ‘스틸레토’라는 부제에서 연상하듯, 우리는 사진에 드러나고 있는 어린 연인들의 관계 자체가 태생적으로 매우 불안하고 위태로운 징후에 처해 있음을 간파하게 된다.

▲ 작가 인효진의 스트레이트 포토는 연출 사진의 방식을 따르면서도 성인의 육체와 미성년의 감성을 가진 이들의 혼란스러운 연애관을 특별한 치장이나 간섭 없이 훌륭히 끄집어낸다.

작가 인효진의 사진 속에서 어린 연인들은 포옹하고 있거나 손을 잡고 있는 등 연인 사이의 스킨쉽이 표출되는 상투적이기까지 한 ‘유형적 포즈’들은 피상적으로 이들의 관계가 ‘연애 중’이라는 현재성의 기표를 쉬이 드러내지만 이들이 ‘행복한 연인’임을 방증하지는 못한다. 이들이 입고 있는 교복이라는 제도, 금기, 억압의 기표와 더불어 스튜디오의 벨벳 천이 표출하는 붉은 색의 열정, 욕망과 같은 상징들은 언제 관계가 깨어질지 모르면서도 연애에 열중하고 있는 여고생들의 불안한 징후와 그 현존성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작가 인효진의 스트레이트 포토는 연출 사진의 방식을 따르면서도 성인의 육체와 미성년의 감성을 가진 이들의 혼란스러운 연애관을 특별한 치장이나 간섭 없이 훌륭히 끄집어낸다. 이것이 가능한 까닭은 작가가 모델인 여고생들을 과거 혹은 현재의 자신으로 감정이입하거나 동일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그들을 카메라의 눈으로부터 거울의 반영 이미지로 치환시켜 자신의 과거 혹은 현재의 주체성과 동일화시키려는 작가의 시선이 개입한다.

사진을 찍히는 이들과 찍는 이의 시선이 교차하는 작가의 작품에는 ‘금기와 욕망의 대립’이라는 문화적 담론과 함축적 의미가 끊임없이 코딩되면서 명징한 작가의 의도와 메시지, 즉 ‘스투디움’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사진을 보는 이들에게, 작가 인효진의 사진에는 이미지가 텍스트화될 수 없는 지점, 즉 탈코딩이 가능한 어떤 지점이 비집고 들어설 공간이 좁아 보일 수 있다. 관객에게 푼크툼(punctum)에 대한 인식은 순전히 주관적 영역이지만, 작가의 유형학으로 꽁꽁 매어 둔 이미지가 유발시키는 비평적 태도가 조금은 느슨해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이번 ‘High School Lovers’라는 작업은 고등학생 커플들을 촬영한 것이다. 명동 거리를 서로 끌어안고 지나가는 고등학생 커플을 바라보며, 나는 그들의 연애와 사랑에 숨어있는‘반항의 코드’를 생각했다.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및 상명대학교 예술디자인 대학원 사진학과를 졸업한 작가 인효진은 지금까지 총 3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중국, 프랑스, 일본, 미국 등을 오가며 국내외 유수의 단체전에 참가하며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진예술가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사진비평상 작품부문을 수상한 작가 인효진의 작품은 현재 산타바바라 미술관, 성곡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아트뱅크, 소마미술관, 동강사진박물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NM
출처- 김성호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