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도병락은 어느 날 어두운 숲 속이나 나뭇가지 사이로 쏟아지는 환한 빛과 오래된 담벼락에 붙은 풀과 버려지고 쇠락한 공간에서 견디는 꽃 한 송이를 보았다. 그는 그런 생명 앞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결국 모든 그림은 한 작가의 총체적 인성, 관심,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가 찾아낸 거울 이미지다.

▲ 작가가 본 대상, 풍경 앞에 관자를 일으켜 세우고 그것과 독대하게 한다. 그것은 회상과 기억, 추억, 상실과 소멸에 대해 바치는 헌사에 유사하고 복잡한 생의 구조 속에서 단순한 진리를 바라보는 자의 시선이자 살아있는 사실에 대한 경의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보여주는 놀라운 생명력은 그것이 어떤 것이든 감동적이다. 작가 도병락은 주변에서 문득 마주한 생명 있는 것들의 스산한 자리와 쇠락하는 자취, 소멸과 잔해의 이미지, 그러면서도 그 안 어디선가 움트는 간절한, 지독한 생의 연속된 자리를 몸으로 따라가 본다. 우드락/스티로폼과 생고무를 가지고 자신의 감동적인 그 마주함을 파고 자르고 깎고 붙여나가면서 체적화, 실존화 했다. 하찮고 날것으로서의 재료, 고급한 미술적 재료에서 제외된, 상이한 질감과 무게를 지닌 극단적 재료를 자르고 쌓는 한편 파들어가고 덜어내는 일이다.

그것은 너무 많은 노동을 품은 일이자 너무 완강한 살들 사이로 들어가는 일이고 지루하고 반복적이자 단호하고 참혹함이 이는 작업이다. 이러한 제작방법론은 단지 이미지를 재현하거나 상징적으로 처리하거나 외화시키는 일과는 조금 다르다. 몸으로 수행하는 과정 사이에 문득 파고드는 빛과 꽃, 살을 스스로 피워내는 일이다.

▲ Memory Branch 35x35x11cm mixed media 2011_01

셀 수 없는 시간과 아득한 노동 사이로 우드락과 생고무는 본래의 존재를 슬쩍 지우고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햇살/빛과 꽃살문 혹은 낡고 쇠락한 담, 식물을 상기시켜준다.

노동의 내음과 축적된 시간이 엉겨 붙은 작품은 작가가 본 대상, 풍경 앞에 관자를 일으켜 세우고 그것과 독대하게 한다. 그것은 회상과 기억, 추억, 상실과 소멸에 대해 바치는 헌사에 유사하고 복잡한 생의 구조 속에서 단순한 진리를 바라보는 자의 시선이자 살아있는 사실에 대한 경의이다. 잔해 같고 폐허 같으며 오랜 퇴락의 마지막 응고, 침전물과 같은 전체적인 인상 속에서도 그가 피워낸 검은 꽃은 어쩌면 그가 본 희망이자 목숨 있는 것들의 초상인 동시에 결국 그의 트라우마가 대면하고야 만 거울이미지다.

목원대학교 미술과 및 동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한 작가 도병락은 지금까지 총 8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스위스, 중국, 미국, 벨기에, 홍콩 등을 오가며 국내외 유수의 단체전 및 아트페어에 참가하며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