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 그대로 피어난 꽃을 염색 기법으로 표현한 그의 작품은 가장 살아 있는 자연색에 가깝다는 느낌과 현실인 듯.. 꿈인 듯.. 신비의 세계로 이끈다.
박정우의 그림은 블루 계통이 압도적이다. 파스텔톤의 블루는 마치 한여름 밤의 꿈처럼 달콤하고 환상적이다. 실크에 염료로 그린 자체가 색번짐을 이용한 것이기에 그의 그림들은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염색화가 박정우

▲ 박정우 작업사진

염료를 사용해 천이나 옷 따위에 물들이는 것을 염색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염색기법을 이용해 그린 그림쯤으로 해석되는데, 용어에 대한 설명만 듣고 염색화가 무엇인지 머릿속에 잡히는 사람이 몇 없을 줄 안다. 도대체 염색화란 어떤 것일까.
박정우는 염색화가이다. 염색에는 날염, 침염, 그림염, 홀치기염 등의 기법이 있다. 도구를 이용해 도장 찍듯 색깔을 입히는 것을 날염, 염료에 천을 담가서 물들이는 것을 침염, 그림을 그리듯 염색하는 것을 그림염, 실로 묶은 후 적셔서 무늬를 만드는 것을 홀치기염이라고 한다. 이런 기법들이 염색화의 기본이 됨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들 기법만으로는 보다 정밀한 그림을 그려낼 수가 없다.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염색화가들은 저마다의 방법을 이용하곤 하는데, 박정우는 파라핀염 기법의 대가이다.
파라핀은 양초의 원료이다. 박정우는 순백의 천을 나무틀에 고정시킨 후 파라핀을 물감 삼아서 그림을 그린다. 천에 입혀진 파라핀은 염색을 하더라도 번지지 않도록 잡아준다. 파라핀을 제거할 때에는 신문지 사이에 천을 놓고 다림질을 한다. 그런후에 찜통에 넣고 찌는 과정을 거치는데 천에 남아 있던 파라핀이 완벽히 제거되고 염료가 천에 고착된다.
화가들이 흔히 사용하는 물감에 비해 작업과정도 복잡하고 훨씬 번거롭지만 실크에 배어들며 깊이 모를 신비감을 전해주는 색감에 반해 박정우는 그림의 재료로 실크와 염료를 선택했다. 하지만 이 기법이 박정우의 전부는 아니다. 그는 바느질을 작업의 한 기법으로 활용하는데 염색된 천 뒷면에 솜을 덧대어 윤곽을 바느질함으로써 입체감을 더해준다.
‘염색화가’로 불리는 박정우는 실크에 그림을 그리고 손바느질로 옷이며 스카프. 넥타이. 가방 등을 만든다. 정성을 다한 그의 작품은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아이템을 제안한다.
“저는 핸드메이드로 작업을 하면서 제 혼이 다른 사람에게로 전해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한 땀 한 땀 마음을 다해 만듭니다. 핸드메이드 미학은 그런 혼을 전하는 일이 아닐까요? 제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늘 고마운데 제 작품을 항상 몸에 두르고 꾸미는데 쓴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뿌듯합니다.”

“아름다운 그림은 사람의 본능을 자극하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찾아주고 끌어내어 주지요.
감미로운 음악을 들었을 때의 감동과 여운을
제 그림에서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박정우염색갤러리
청풍호는 비단이 되고 날리는 꽃잎은 그림이 되는 곳, 염색화가 박정우 갤러리는 청풍호의 비경과 어우러져몽환적인 염색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박정우의 염색갤러리는 충북 제천 청풍호반에 숨은 듯 앉아 있다. 청풍문화재단지에서 청풍호 나루터를 향해 난 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다보면 전망 좋은 호숫가 한 자리에 한옥이 보이는데, 이것이 박정우염색갤러리이다.
갤러리를 들어서면 작가가 손수 물들이고 바느질하여 만든 생활소품들이 각자의 독특함과 화려함으로 맞이한다.
전시장에는 실크에 염료를 사용하여 그려진 그림들이 살아있는 자연색을 보여주며 마치 동화 속에서 꿈을 꾸는 것 같은 느낌과 소리 없는 언어로 관람객들과 깊은 교감을 나눈다.
전면에는 한폭의 풍경화 같은 넓디넓은 호수가 멋진 경치를 보여주어 한 잔의 차를 마시며 여유를 즐길 수 있고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만의 스카프 만들기 체험도 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