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새 역사교육과정을 고시하면서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꾼 것에 항의해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의 위원 8명이 집단 사퇴했다. 사퇴한 이유는“그 ‘자유’가 시장경제만을 고집하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자유’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교과서의 무분별한 현대사 왜곡을 바로잡고 국가 정체성과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자유민주주의로 변경하자는 입장이다.

▲ 유영옥 교수(경기대학교 국제대학장, 국가보훈학)

민주주의라 하면 북한도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고 북한의 민주주의가 어떠한 것인지는 설명이 필요치 않다. 따라서 북한의 민주주의와 구별하기 위해서도 우리의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올해 새로 발간된 6종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좌편향 역사교과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 속에서 시작됐다. 그럼에도 기존의 교과서보다는 일부 개선이 이뤄졌지만 아직도 기본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문제점들이 상당수 남아있다.

역사교과서 일부 개선해도 문제점 많아
중요한 몇 가지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 건국을 기술하면서 ‘건국(建國)’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6종 중 두 교과서는 대한민국 역대 정부에 대해 26번에 걸쳐 ‘독재’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나 북한 정권을 설명하며 사용된 ‘독재’ 표현은 5번에 불과했다. 한국의 인권문제는 집중적으로 다루고, 북한의 강제수용소와 주민 학살, 공개처형 등 인권문제는 다루지 않았다. 6·25 전쟁 당시 북한군의 양민학살을 국군의 대량학살에 대한 보복 및 인민재판이라고 북한을 비호했다.
  북핵문제를 기술하면서 북한의 핵실험은 다루지 않았다. 3종의 교과서가 아웅산 테러나 KAL기 폭파 사건,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주요 도발을 일체 다루지 않았다. 오히려 반군(反軍) 선동영화인 ‘화려한 휴가’나 반미(反美) 선동영화인 ‘웰컴 투 동막골’을 보도록 권했다. 그러면서 군인·기업인·과학 기술자의 역할은 무시하고, 노동자·농민·빈민을 역사의 주역으로 왜곡했다.
  북한의 토지개혁은 북한의 ‘무상몰수·무상분배’를 남한의 ‘유상몰수·유상분배’와 대비시키면서 마치 북한의 토지개혁이 더 민주적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구에서 일어난 공산당의 10월 폭동을 ‘봉기’로 묘사하면서 폭도들이 경찰과 주민들을 학살한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의 권력 세습과 인권침해, 핵개발과 식량위기 등에 대해서도 북한을 두둔하거나 책임을 외부에 돌리고 있다. 권력 세습에 대해서는 1종을 제외하고는 ‘세습’ 대신 ‘권력 계승’, ‘후계 구축’ 등으로 표현했다.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와 교화소(교도소)에서 자행되는 끔찍한 인권 탄압은 거의 다루지 않았다.
  이처럼 현대사 서술과 관련해 가장 큰 문제점은 ‘대한민국에 대한 부정적’ 서술과 ‘북한체제에 대한 호의적’ 서술이다. 대한민국 건국 후 헌법에 기초한 자유민주주의의 눈부신 발전은 폄하하고, 우리 현대정치사를 단지 ‘민주주의 시련의 역사’로만 취급한다. 이 같은 역사인식 아래에서 이승만과 박정희대통령의 업적을 부정하거나 축소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의 긍정적 측면에 대한 서술은 인색할 정도로 적은 반면 독재와 부정부패에 대해서는 집요할 정도로 강조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국사 교과서는 과거의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자기 나라의 건국과 발전을 긍정적으로 서술하는데, 대한민국의 국사 교과서는 과거의 사실들을 왜곡하면서까지 대한민국의 건국과 유지·발전에 부정적 의식을 유발하도록 서술되어 있다. 보다 더 심각한 것은 특히 근·현대사 부분이 북한 ‘조선노동당역사연구소’가 김일성가계 우상화와 혁명역사 날조를 위해 표절 및 왜곡 날조한 ‘조선역사’를 밀반입하여, 이를 전교조가 가공하여 국사교과서로 채택교육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올바른 역사교육 강화해야
역사 교과서는 청소년의 가치관형성에 대단히 중요한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 내용을 내실화해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을 심어주는 것은 기성세대의 몫이다. 아울러 학생들을 대상으로 역사 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각종 공무원 시험에서도 한국사 비중을 높이고 대학들도 입시에 적극 반영하는 등 사회 전체가 한국사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과거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민족은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해방 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역사교과서가 견지해 온 민족주의적 입장에 대한 인식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 역사교과서의 이러한 특징은 30년 이상 국사교과서 내용서술의 방향을 크게 규정해온 것으로서, 좌편향 역사교과서의 현황과 문제점에서 역사교과서 집필진들의 불균형과 좌편향 된 교사들의 문제점도 근본적으로는 민족중심사관에 매몰되어 있는 우리나라 역사학자 및 역사교육자들 역사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민족중심사관은 그 내용상 북한의 주체사상과 비슷한 점을 많이 지닐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러한 원인으로 인해 우리나라 역사 교과서가 국가정체성과 ‘애국정신’의 결여, 북한에 대한 우호적 서술, 대한민국 정통성에 대한 평가절하, 왜곡된 한·미관계와 대한민국의 경제성장, 한국전쟁에 대한 편파적 서술과 같은 좌파적 시각에 편향된 문제점 필연적으로 배태할 수밖에 없는 문제점을 지닌다. 
                 
 역사교과서의 개선방향
 따라서 이러한 좌편향 역사교과서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올바른 역사교과서 개편을 위해 다음과 개선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새로운 역사교과서는 대한민국 건국과 헌법의 의미를 새롭게 평가하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다. 즉 역사교육을 비롯한 모든 학교 교육이 기반이 ‘민족’이 아니라 헌법을 바탕으로 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이어야 한다.
 둘째, 역사교과서의 내용 선정은 실제로 행해진 객관적 사실, 그 중에서도 성취한 것을 중심으로 서술되어져야 한다. 만일 우리가 ‘민족’이라는 관점 대신에 ‘국가’ 혹은 ‘국민’을 중심으로 우리의 역사를 보게 된다면, 대한민국 혹은 대한민국 국민이 실제로 성취한 것에 역사해석의 초점이 맞추질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현 역사교과서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국가정체성과 나라사랑 정신의 결여, 대한민국의 정통성 부인과 같은 논란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무엇보다 왜 우리가 역사교육을 하는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함께 확고한 역사교육의 목표와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정통성을 확립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자국 역사해석에 있어 정통성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존재하는 무분별한 다양성 역사해석은 오히려 큰 해악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역사 교과서는 조금 지나칠 정도로 정통성 위주로 서술되는 것이 상식에 맞는다. 이 점에 있어서는 세계 주요 국가들이 자국사 해석에 있어 정통성을 고수해 온 그들의 교육방향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넷째, 지속적인 역사연구 확대를 통한 깊이 있는 역사학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보다 전문성 강화된 역사교사를 양성해야 한다.
 다섯째, 올바른 자국사에 대한 인식은 세계사에 대한 주체적인 이해를 통해서만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세계사과 한국사를 분리하고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전반적인 역사교육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여섯째, 수요자에 따른 역사교과서 편찬 및 질적 수준 향상시켜야 한다. 현 시점에서 좌편향 역사교과서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국가정체성 확립과 애국심 함양이 어떻게 보다 효과적이고 질적으로 향상된 방법으로 각각의 대상에 맞게 교육할 것인가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내·외재적 역사해석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론의 하나로서 상징주의적 관점의 역사해석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역사교과서 집필에 있어서도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애국심을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어떠한 상징적 표현과 매체가 있을 지 연구해보아야 한다. 특히 세대가 바뀌고 상징과 기호에 대한 학생들의 인지가 바뀌고 있는 점을 고려해 보다 높은 교육효과를 유발할 수 있는 상징과 기호 매체 연구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