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초 정정순

어머니 닮은 두 뒤
              
고요한 햇살만큼
고요가 물결치는
휘영청 넓은 마루
한가운데 앉아

당신 귀가 엷다고
남의 말을 잘 듣고
왜 그리 잘 믿느냐고
어머니에게 꾸중처럼 하시던
아버님 그 말씀 생각납니다

아름다운 배움의 길에서
친구따라
강남도 남촌도 넘나들며

귀 엷은 자신도
어머니를 닮았다는 생각으로
오늘의 나를 그려봅니다

약점도 인정하고
단점도 장점처럼 생각하는
긍정의 힘과
어머니를 그려봅니다.

얼마나 더 걸어야 할까
                            
수많은 가지마다
노랗게 익은 과실 바라보며
오늘 시어들은 누구의 열매가 될까

농부가 되어 갈고 씨 뿌리고
자갈도 고르고 풀도 뽑고
채소밭 가꾸듯 가꾸었는데

사랑 등 뒤로
한 우물 파고
힘들게 걸어온 창작의 길

떫은 감처럼 익어가는
시와 그림 양손에 들고
정상을 향해 노 저어 가는 길

얼마나 더 가야 가을이 보일까
얼마만큼 씨 뿌려야 풍년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