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가경쟁력이 MB 집권 후 4년째 내리 수직추락했다. 지난 4년간 경제대통령임을 자청한 이명박 대통령의 ‘MB노믹스’는 결코 성공적이지 않았음을 나타내는 결과다. 여기에 환경지표도 급속 악화돼, ‘녹색 성장’을 주도해온 이명박 대통령 정권을 당혹케 했다.

▲ 성장을 기조로 한 MB노믹스의 대표공약인 ‘747’은 사실상 폐기되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세계경제포럼(WEF)이 142개국 대상으로 조사한 ‘2011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4년 연속 추락했다.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지난 2010보다 2단계 하락한 24위로, 우리나라 경쟁력은 참여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 11위로 정점으로 2008년 13위, 2009년 19위, 2010년 22위로 떨어진 데 이어 4년째 수직추락했다. 3대 부문, 12개 세부평가 부문, 111개 지표로 구성된 WEF 평가 가운데 12개 세부 분야에서 인프라가 2010년 18위에서 2011년 9위로, 보건 및 초등교육은 21위에서 15위로 크게 상승했다. 반면 제도적 요인은 62위에서 65위로 3단계 밀렸다. 특히 제도적 요인의 지표 중 정책결정의 투명성(111→128위), 정치인에 대한 공공의 신뢰(105→111위), 정부규제 부담(108→117위), 공무원의 의사결정의 편파성(84→94위) 등 정부경쟁력이 크게 퇴조했다. 또한 금융시장 성숙도(80위), 노동시장 효율성(76위), 제도적 요인(65위)도 밑바닥 수준이었다. 특히 노동시장 효율성의 세부지표에서 노사간 협력은 전체 142개국 가운데 140위로 사실상 꼴찌였다.

5년간 연평균 성장률 3.26%에 머무르나
이명박 정부가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의 경제운용 전략을 보수적으로 잡았다. 지난해 ‘정부의 경제운용 방안은 단순한 경제 전망이 아니며 정부가 달성하려는 목표 개념이 들어간 것’이라는 이유로 한국은행이나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내놓은 전망치보다 높은 목표치를 제시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성장을 기조로 한 MB노믹스의 대표공약인 ‘747’은 사실상 폐기되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2년 경제전략을 바둑에 비유하면서 “두 집을 낸 후에 후일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재정부 내부에서는 3%대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기까지 격론이 벌어졌다.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에는 ‘달성하겠다’는 정책 의지가 담기는 만큼 민간경제연구소는 물론 한은보다 0.3~0.4%포인트 높게 설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지난 2011년 성장률이 당초 목표보다 1.2%포인트 낮은 3.8%로 머무른 상황에서 2012년에도 성장률이 3.7%에 그칠 경우 MB정부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3.26%에 머물게 된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위기라는 대외악재 속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이는 현재의 상황을 합리화하기 위한 변명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질적으로 이명박 정부가 내세웠던 747공약이 반토막 나는 성적이기 때문이다. 박 장관은 이에 대해 “시장의 신뢰가 우선이고 국민과 솔직하게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정부 전망에도 거품이 있다고 지적한다. 산은경제연구소 관계자는 “3.7% 수준이면 잠재성장률에 근접하는 것으로 대외악재 속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낮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상수지 흑자폭도 160억달러 수준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2012년 성장보다는 위기관리를 통한 안정에 정책대응의 우선순위를 두기로 했다. 특히 올 하반기부터 경기가 개선되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상반기에 60% 안팎의 재정을 투입하는 조기대응에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지난해 11~12월에 쓰지 않거나 2012년으로 이월된 예산을 최소화해 50조원가량의 재정을 푸는 경기부양책을 동원하고 있다. 오석태 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무리하게 성장을 밀어붙일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정부가 너무 안전운행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대표는 “무리한 경기부양이 정답은 아니지만 성장 잠재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는 데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정부가 계획한 대로 2013년 균형재정을 달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난 9월 예산안을 짤 때 가정했던 2012년도 성장률은 4.5%다. 통상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세수는 2조원가량 줄어든다. 당장 세수에 구멍이 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러한 우려에 정부는 그러나 세수는 성장률 외에 고용 환율 금리 등 여러 변수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받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성장률도 4.5%에서 3.8%로 하향됐지만 세수는 오히려 5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나라빚은 90조원 증가, 가계빚은 600조원

▲ 정부는 2012년 성장보다는 위기관리를 통한 안정에 정책대응의 우선순위를 두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는 올해로 끝이 난다. 집권 5년차에 들어선 이명박 정권을 진단해볼 때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는 이른바 ‘747’공약을 내세우며 경제대통령이 될 것을 약속했다. ‘747공약’은 ‘매년 7%의 경제성장을 이뤄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개막하고 세계 7위 경제대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대 공약이었다. 당시 국민들은 747공약을 내세운 ‘경제대통령 이명박’이 나라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를 갖고 커다란 지지를 보냈지만 이명박 정권은 지난 4년 동안 단 한 번도 경제성장률 7%를 달성하지 못했다. 오히려 지금의 대한민국 경제성적표는 전 부문에서 낙제라 할 수 있다. 정부 측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이다,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다” 등등 온갖 핑계와 변명을 늘어놓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대외적 변수의 불가피성 보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와 방향, 선후 경중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예가 24조원을 퍼부은 4대강 사업 때문에 줄어든 여타 사회SOC사업과 소외계층 등의 사회안전망 외면, 부가감세와 부동산 정책 등이다. 정책의 결과는 수치로, 국민들의 체감으로 바로 나타났다. 이 대통령의 취임 첫해인 2008년 경제성장률은 2.2%에 불과했다. 다음해인 2009년에는 0.2%로 급감했다.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와 더불어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친 것이다. 지난 2010년에는 6.2%로 반짝 상승했으만 2011년 성장률은 3.8%에 그쳤고, 올해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7%다. 참고로 참여정부 5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은 4.3%였다. 전문가들은 2012년 1인당 국민소득은 2만3490달러 정도로 예측한다. 금방 도래할 것만 같았던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는 이제 남의 나라 말이다. 전문가들은 실제 국민소득이 4만달러는 넘어서는 것은 3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제선진국에 진입하겠다던 ‘경제규모 세계 7위 목표’도 일장춘몽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규모는 2006년 세계 12위, 2007년 13위를 기록하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2008년부터 2011년 계속 세계 15위를 기록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 때보다도 오히려 경제가 후퇴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물가와 가계빚, 실업문제는 악화일로다. 이명박 정부 들어 장바구니 물가가 폭등하자 이른바 대통령이 특별관리한다는 52개 생필품의 ‘MB물가지수’까지 만들었지만 지난 4년 동안 MB물가는 22.6% 폭등했다. 나라빚은 90조원 늘었고 가계빚은 600조원을 넘어섰으며 공기업들의 부채는 천문학적으로 증가했다. 청년실업률은 정부 발표보다 몇 배 높은 20%선을 넘어섰다는 통계까지 나왔다. 최근 정부는 2012년 경제정책 기조를 ‘경제활력 제고와 서민경제 인정’이라고 내놓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제 4대강 등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재정이 엉망인 상태이기에 더 이상 쓸 돈이 없다고 정부의 올해 경제정책 기조도 지난해와 별 반 차이가 없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신규 취업자수도 올해 40만명에서 28만명으로 대폭 줄어들어 실업자가 쏟아질 전망이다. 지난해도 3분기째 감소한 실질임금은 올해에도 계속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정책당국자들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와 결국 국민들의 고통만 더욱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재벌그룹과 대기업들만 살판 나

▲ 국민들은 747공약을 내세운 ‘경제대통령 이명박’이 나라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를 갖고 커다란 지지를 보냈지만 이명박 정권은 지난 4년 동안 단 한 번도 경제성장률 7%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지 만 4년. 전문가들은 성장 위주의 MB노믹스 아래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재벌그룹과 대기업만 살판 난 세상이 됐다고 지적한다. 그 동안 대기업들의 보유 현금은 2배로 늘었다. 부자감세 등의 혜택으로 대규모 수익금이 발생했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빵집, 떡볶이, 면장갑, 삽, 곡괭이 등 중소영세업종에까지 무차별 침투해 중소영세업체들의 존속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명박 정권은 집권 후반기를 맞아 지난 2010년 하반기부터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국정기조로 삼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기조 역시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기엔 역부족이라 판단하고 있다. 이번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조명됐다. 이명박 정부 초반 대기업들은 MB정부의 성장 드라이브 정책에 힘입어 지금도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는 중이다. 대기업들은 국가경제발전보다는 사업영역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 1위인 삼성의 경우 현금성 자산만 2008년 5조 원대에서 2010년 12조원으로 2배 넘게 늘었다. 재계 2위 현대차 역시 4조원 대에서 8조600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재벌그룹들은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후 거미줄 마냥 상호 출자와 일감 몰아주기, 내부 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 지분을 대량 보유한 신생 계열사들의 덩치를 키워 몇 년 뒤 증시 상장을 통해 총수 일가의 부를 늘리고 있다. 재벌그룹들의 상장기업은 삼성이 19개로 가장 많고 SK 16개, 현대차 10개, LG 11개, 롯데 9개 등 순위를 나타내고 있다. 대기업 총수 자녀들의 영세업종 참여도 문제거리로 지적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총수의 딸들의 ‘빵’장사. 이들이 중소기업 업종인 빵 사업에 나서며 영세 동네 빵집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 이명박 정부 들어 장바구니 물가가 폭등하자 이른바 대통령이 특별관리한다는 52개 생필품의 ‘MB물가지수’까지 만들었지만 지난 4년 동안 MB물가는 22.6% 폭등했다

롯데쇼핑의 신영자 사장의 딸 장윤선씨가 100%지분을 갖고 있는 서울 영등포 롯데백화점 지하 빵집은 연간 매출액이 100억원을 넘는다. 전국 이마트에 공급하는 빵은 조선호텔의 베어커리 독점 상품인데 조선호텔 베이커리의 지난 2010년 매출액은 1600억원이었다. 조선호텔 베이커리는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딸 정유경 부사장이 대주주다. 전국 홈플러스 안에 있는 ‘아티제 브랑제리’ 빵집도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의 딸 이부진 씨가 사장인 호텔신라의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대기업들의 영세업종 침투다. 이번 정권 들어 감세혜택 등으로 대규모 수익금을 얻게 된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에 무차별적으로 침투하고 있다.

▲ 전문가들은 성장 위주의 MB노믹스 아래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재벌그룹과 대기업만 살판 난 세상이 됐다고 지적한다. 대기업 총수 자녀들의 영세업종 참여도 문제거리로 지적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총수의 딸들의 ‘빵’장사. 이들이 중소기업 업종인 빵 사업에 나서며 영세 동네 빵집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삼성, LG, SK, KT 등 그룹들은 구매대행(MRO) 시장에 뛰어들면서 곡괭이·복사용지·쓰레기통·가위·면장갑까지 취급하는 등 중소기업 영역까지 진출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들이 편법적인 방법을 총동원해 서민형 업종의 사업영역에 진출해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의 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한 경우도 적지 않다. 롯데마트는 지난 2011년 4월 서울 수유시장 700미터 인근에 입점, 전통산업보존구역인 500미터 이내 입점금지규정을 편법적으로 활용했다. 롯데마트는 ‘롯데마켓999’란 상호로 위장해 지난해 2월 서울 혜화동에 SSM을 개장했으며, 이에 대해 조치된 사업일시정지 권고마저 무시하고 있다. 행정처분을 무시하고 영업을 강행하는 경우도 있다. 신세계할인점 ‘첼시’는 3월 경기도 파주 패션아울렛에 대한 중소기업청의 사업일시정지의 권고를 무시하고 운영을 계속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최근 ‘떡볶이’시장까지 진출을 시도했다. 대명리조트의 모기업인 대명홀딩스의 대명코퍼레이션은 지난해 8월 서민들의 대표 음식인 떡볶이 전문점 ‘베거백’을 설립, 현재 목동, 강남, 홍천 비발디파크 등 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렇듯 불공정한 대기업들의 움직임에 대해 2008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상습적으로 공정위로부터 조치를 받은 그룹들도 많다. 이 기간 롯데는 83건의 조치를 받아 가장 많고 이어 삼성이 60건, SK가 55건, 현대차가 51건 순으로 많다. 이렇듯 대기업들의 편법을 통한 영세업종 침투가 계속되면서 이제는 정부도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중소기업·영세자영업자·서민위주의 공정거래 정책기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공정위 국정감사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이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배영식 한나라당 의원은 “공정위가 국세청 등과 공조체계를 구축, MRO기업에 대한 내부자거래·불공정거래나 편법·탈법적인 방법으로 부의 대물림이나 재산상속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공정위가 순환출자내역을 정밀 조사 분석하고, 대기업의 내부자거래 및 영세업종 사업침투의 위법성을 재점검해야한다”며 “대중소기업 상생을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실제 실천하는지 현장에서 직접 점검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특히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에 대해선 과감한 법적조치를 취하고 무엇보다 영세 소기업 또는 자영업에 대한 대기업의 사업 참여는 법적요건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택기 의원은 “최근 5년간 3차례 이상 ‘시정명령’ 이상 조치를 받은 대기업이 32개사에 이른다”며 “이는 공정위가 솜방망이 처분으로 일관하면서 불법 행위가 반복되는 것으로 이들 기업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시장 감시와 처벌을 강화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조영택 민주당 의원도 “친 재벌 성향의 MB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정위의 감시 기능이 추락하고 있다”며 “최근 물가잡기에 주력, 당장 드러나는 일보다는 경제력 집중 해소 또는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곳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조 의원의 주장대로 공정위의 2010통계연보에 의하면, 공정위가 직권 조사한 사례는 참여정부 시절 2007년 2111건이었다가 2010년 990건으로 줄었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을 처리한 실적을 보면 2007년 1648건에서 2010년 1023건으로 확연한 감소 추세다.

지난 4년간 끊이지 않았던 측근 비리

▲ 집권기간 내내 이명박 대통령은 측근 비리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사진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

지난 4년간 이명박 대통령은 측근 비리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불리는 인사들과 친·인척 비리가 연일 쏟아져 나왔다. 현재 검찰은 각 부처의 권력 실세와 대통령의 손윗동서, 처사촌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관련된 사건도 있다. 대통령의 측근 비리는 이전 대통령 때도 늘 존재했던 문제다. 그러나 이번 측근 비리가 전직 대통령들 때와 다른 점이 있다. 전직 대통령들의 경우 아들과 형 등의 비리가 퇴임 후나 집권 5년차를 지나 불거진 반면, 이 대통령은 집권 4년차에 터져 나오며 레임덕(정권 말 권력누수현상)을 앞당기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은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회장으로부터 고문료 명목으로 수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영부인 김윤옥 여사의 둘째 언니 남편인 황태섭씨를 수사 중이다. 검찰은 황씨가 고문으로 위촉된 지난 2008년부터 최근까지 3년여 동안 매달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수억원의 고문료를 받아온 사실을 확인해 위법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유 회장이 황씨를 통해 영업정지 위기에 처한 은행의 구명 로비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의 손윗동서인 황씨는 사업가 출신으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후원회에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의 사촌오빠인 김재홍 KT&G 복지재단 이사장은 유 회장으로부터 은행 구명로비 청탁과 함께 2009년부터 2~3년간 4억여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지난 구속 수감됐다. 김 이사장은 지난 2010년  평소 친분이 있던 유 회장으로부터 ‘은행이 영업정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관계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대통형의 사촌처남인 김 이사장은 2009년 11월 서일대 재단인 세방학원 이사로 취임해 서일대 설립자 측과 학원 운영권을 놓고 분쟁을 벌이면서, 지난 4월 ‘서일대 학내 분쟁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레임덕의 정점은 이상득 의원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이 의원의 보좌관인 박배수씨의 차명계좌로 의심되는 수억원이 입금된 계좌 5~6개를 발견해 자금출처 등을 조사하고 있다. 박 씨는 유 회장과 이국철 SLS그룹 회장으로부터 구명로비 청탁과 함께 각각 1억5000만원과 6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앞서 임 모씨 등 의원실 여직원 2명의 계좌에서 최근 2년 간 10억원 상당의 자금이 입금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이 중 자금세탁을 거쳐 박 씨에게 넘어간 금액을 2억원 정도로 파악하고, 나머지 8억여원의 자금출처를 쫓고 있다. 이 의원은 코오롱 사장 출신으로 박씨와 임씨 역시 코오롱 출신이다. 검찰은 계좌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코오롱 출신 인사들이 연루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의원실과 코오롱 간 입출금 거래내역을 추적 중이다. 이밖에도 검찰은 유 회장이 평소 친분이 있던 인맥을 동원해 정치권과 금융감독기관 등에 광범위한 로비를 시도한 단서를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친인척과 함께 이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하는 이들은 실세라 불리던 대통령의 측근이다. 앞서 부산저축은행 측으로부터 구명로비 청탁과 함께 각각 수천만~수억원의 금품을 받아 구속된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과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은 전 위원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 17대 대선 기간 이 대통령 캠프에서 BBK 관련 야권의 공세를 막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거쳐 2009년 감사위원에 임명됐다. 김 전 비서관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비서실 제2부실장으로 활동한 뒤 2008~2010년 대통령 정무비서관을 거쳐 2011년 4월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대통령의 측근 비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 2011년 1월에는 함바(건설현장 식당)비리 의혹으로 배건기 청와대 감찰팀장의 사직이, 2월에는 최영 강원랜드 사장의 구속과 장수만 방위사업청장의 사직이 이어졌다. 이국철 회장으로부터 SLS 워크아웃 저지 청탁과 함께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일본 출장 당시 SLS측으로부터 술대접과 렌터카를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진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차장 역시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시키고 있다. 이에 검찰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들은 아들이나 형 등 직계가족의 비리가 있었다면, 현 정권은 직계는 어려우니 한 다리 건너 친인척과 측근에 관련된 비리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