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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재정 위기, 끝나지 않은 숙제
EU, 재정통합으로 위기 벗어날까?
2012년 01월 02일 (월) 03:40:03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유럽 재정위기 탓에 아시아는 수출부진에다 돈줄까지 마르는 사면초가의 처지로 급속히 빠져들고 있다. 중국·한국·일본 기업들의 대(對) 유럽연합(EU) 수출이 올 한 해 급감했다는 숫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수출 기업이 많은 아시아로선 ‘유럽발 재정위기→금융위기→금융사들의 자금회수→전 세계 경기침체’의 악순환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게 우려된다. 수출선 다변화를 통해 침체기에 접어든 EU를 대체하겠다는 전략도 있지만, 얼마나 효과적일지 미지수다.

유럽 재정위기가 해운업계 파산 촉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경기침체 징후가 농후한 EU 국가들의 수요 급감으로 아시아 기업의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양말 수출로 유명한 중국 상하이 하아닝시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 지역 양말협회 관계자는 “2010년 대비 2011년 EU 수출이 30%나 줄었다”고 했다. 중국에서 EU로 가는 선박물동량 성장세는 지난 11월 5%로 감소했다. 이는10월 7.5%에서 쪼그라든 것이다. 중국의 EU 수출 전망은 더 어둡다. 왕타오 UBS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침체가 더 심화한다면 중국의 수출은 10~12% 줄어들 수 있다”며 “지금 추세라면 중국의 2012년 수출 성장세는 ‘제로’로 떨어질 걸로 본다”고 했다. FT는 한국의 EU 수출이 2011년 초 대비 13.8% 감소해 이미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선박과 휴대폰은 각각 72%, 53%씩 급감했다.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가뜩이나 엔고와 극심한 내수 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 재정위기가 시름을 더하고 있다. 디디에 레로이 도요타 유럽 품질담당 사장은 “러시아 시장의 수요가 견고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유럽 시장에서의 수요는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이 이런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지가 관건이다. 아시아 국가가 중국으로 상품(부품)을 수출하면, 중국은 이를 유럽 등에 재수출하는 ‘사슬’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중국이 휘청하면 그 여파는 아시아 전체에 퍼진다. 하지만 해답이 명확히 나오지 않고 있다. 장찌웨이 노무라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의 수요가 줄어들면 중국 성장세에 하방리스크가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자금경색에 신음하는 아시아=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아시아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크게 나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은행들이 이들 기업에 빌려준 돈을 속속 거둬들이고 있어서다. 가뜩이나 화물 수송량 급감으로 신음하고 있는 항공사와 해운사들은 돈맥경화로 인해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진해운은 지난 2006년 BNP파리바 등 10개 은행에서 조달한 5억달러의 대출금을 재융자(리파이낸싱)받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WSJ는 보도했다. 당시 금리는 리보금리보다 0.95%포인트 높았지만, 이 해운사가 한국의 또 다른 은행에서 1억달러 미만을 빌리는 데엔 3.75%포인트 상승한 금리를 적용받았다고 전했다. 재무상태가 건전한 회사들은 아예 회사채 발행으로 돈을 구하고 있다. 홍콩 항공사 캐세이퍼시픽은 은행권 차입비용 증가로 지난 10월 아예 7년만기 회사채를 팔아 8500만달러를 확보했다. WSJ는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처럼 수출입은행의 도움을 받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한편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의 재정위기가 선박가치 하락을 가속화해 해운업계에 새로운 파산 사태를 불러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파산 위기에 빠진 해운업계’라는 제목의 분석기사에서 “해운업계가 25년 만에 최악의 상황에 빠져 있다”면서 “유럽의 대형 선박 금융 회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해운업계를 압박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유럽 은행들이 유로존의 재정위기로 유동성 문제를 겪으면서 담보물인 선박의 가치가 하락하자 해운사들에게 선박을 팔아서라도 대출금을 갚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은행들이 이미 발주한 선사들에게 선박 건조 자금을 대출해주지 않아 계약금을 떼이고 있고 이는 선박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해운사들은 이런 상황을 1980년대 중반에 겪은 장기 침체와 비교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미 대한해운과 대형 유조선 운영사인 제너럴 마리타임 등이 선박 과잉으로 수익이 악화되면서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독일 DVB 은행의 선박금융 부문 책임자인 닥핀 룬드는 “향후 수년간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시장이 유지되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과거의 수익률을 기록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르웨이 DNB의 헤럴드 세르크 한센 선박 책임자는 재정 문제가 선박에 대한 수요를 제한하고 가격을 낮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많은 기업들이 올해 파산한 업체들의 뒤를 이을 것”이라면서 분명히 더 많은 파산이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5년 선령의 대형 유조선의 가치는 8월 이후 30% 하락해 5800만 달러에 불과한 실정이다. 비슷한 선령의 파나막스(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박)의 가치는 5월 이후 3930만달러로 무려 32%나 떨어졌고, 가장 큰 케이프 사이즈의 건화물 선박도 1년 전에 비해 28% 하락한 3940만달러에 거래되고 있다고 FT는 덧붙였다.
   
▲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의 재정위기가 선박가치 하락을 가속화해 해운업계에 새로운 파산 사태를 불러오고 있다.

한국 경제는 마일드 리세션으로 들어가지 않을 듯
미국 증시가 유럽 재정위기 우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유로존 위기감이 여전히 시장을 흔들고 있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반응에는 독일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그간 거론돼 왔던 ‘유로존 리세션(recession: 경기 둔화)’이 결국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간 경제대국으로서 유럽 재정위기 해결의 구원투수역을 기대받아온 독일은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공동 채권인 유로본드 도입과 유럽중앙은행(ECB) 역할 확대에 부정적인 게 아니냐는 평을 받아 왔으며, 소극적인 입장을 다시금 확인하는 많은 발언이 나오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 의회 연설에서 “쉽고 빠른 해결은 없다”고 발언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 연설에서 “유로본드는 위기 해법이 될 수 없으며 유럽재정안정메커니즘(ESM)을 5000억유로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채권 매입 프로그램의 효과에 대해 더욱 회의적인 반응을 드러내고 있다고 옌스 바이트만 ECB 정책이사가 밝혔다.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는 한 행사에서 ECB 내에서 채권 매입 프로그램에 대한 회의론이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시장 수요에 역행해 더 큰 무기를 배치하는 방법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평가했다. 결국 영국의 반발 등에도 불구하고 신재정협약이 돛을 펴고 일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일각에서 제기한 균열 가능성이 상당히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이는 이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ECB의 역할이 여전히 모호하다”고 지적한 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방증이다. WSJ은 발권력을 가진 ECB가 국채시장에서 국채를 더 사들여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뚜렷한 방향 제시는 없었다고 신재정협약 협상 과정을 평가했다. 여기에 이미 지난 12월 12일(현지시간) WSJ 등 주요 외신이 3대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무디스가 이날의 성명을 통해 유럽연합의 신재정협약들이 유럽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불충분하다고 평가하는 등 불안한 진동이 시작된 것을 같이 볼 필요가 있다. 이미 지난 11월 28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경제전망(Economic Outlook)’은 △세계경제 전망이 심각하게 악화된 요인으로 유로존 부채위기를 꼽으면서 △ECB가 결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유럽의 위기 때문에 미국 경제도 침체에 빠질 수 있고 안전하게 여겨지던 나라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강조하고 문제 해결 없이는 경제적 붕괴가 급격히 가속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등 세계경제의 각 주체들도 이러한 상황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 경제는 이미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전망조차 3.7%로 하향 조정되는 등 2012년 한 해 고난의 행군을 할 가능성이 높다. SC제일은행 간담회에서는 3% 성장 가능성이 언급됐으며, 이미 스위스 대형그룹인 UBS는 2012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8%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종합하면, 이는 1분기에 한정해 보면 마이너스 성장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유로존의 이러한 위기는 이미 예상이 되어 온 바이고, 유로존이 세계경제에 성장을 이끄는 동력원으로 기능해 온 것도 아니라는 점도 언급되고 있다. 결국 수출 침체 등을 고려해 경기의 급격한 냉각 상황을 버티되, 필요 이상으로 경제가 정신적 공황 상태로 빠져들면서 연쇄 악순환을 일으키지 않도록 관리할 정책적 노력이 단기적으로 집행되어야 하고, 가계 등도 이에 대한 대응을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이미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유럽이 위험해도 한국 경제는 마일드 리세션으로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지만, 시장에서 유럽 리세션 초입에 민감히 반응해 우리 경제까지 실제로 마일드 리세션 이상의 타격을 스스로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SC제일은행 오석태 상무는 “유로존 위험은 사라지지 않겠지만, 저 정도면 크게 신경 안 써도 되겠다는 시점은 분명히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상무는 이 시기에 대해 빠르면 3,4월쯤으로 언급했다. 즉 “장기적 문제는 남아 있어도 단기 불확실성은 해소될 것”이라는 점은 유로존 위기에 대응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시각 방향을 시사하는 것으로 특히 주목된다.

신재정협약들, 유럽 재정위기 해결하기엔 불충분
   
▲ 유럽의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연합(EU) 26개국이 추진키로 합의한 새 재정협약이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짙어지고 있다
유럽의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연합(EU) 26개국이 추진키로 합의한 새 재정협약이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짙어지고 있다. 일부 국가는 재정협약 거부를 고려 중이라고 밝혀 무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영국을 제외한 26개국이 가까스로 새 재정협약 합의를 도출했지만 문제는 이들 국가가 각각 자국에서 재정협약을 법제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유럽연합 지도부는 재정협약을 수용하는 데 의회비준이 없어도 된다고 밝혔지만 해당국 내에서는 ‘주권침해’ 이유를 들며 국민투표나 의회비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아일랜드의 야당 지도자들이 엔다 케니 총리에게 협약을 국민투표에 부치라고 요구한 사실을 전하면서 국민투표에 회부될 경우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2012년 프랑스 대선의 사회당 후보인 프랑수아 올랑드가 “재정협약을 재협상하도록 정부에 요구하겠다”며 “협약은 지나치게 긴축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밝힌 내용을 보도했다. 네덜란드에서도 야당이 정부를 상대로 재정협약이 정확히 어떤 내용과 영향을 담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압력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아닌 국가에서 더 심했다. 이들 국가는 유로존과는 다른 조건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페트르 네차스 체코 총리는 “현재 조약문은 텅 빈 종이조각일 뿐”이라며 “협약의 제목이 바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아네르스 보리 스웨덴 재무장관은 “재정협약 조건을 계속 평가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유로존과 같은 조건의 협력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비유로존 국가 가운데 적어도 4개국이 현재 재정협약 거부를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재정협약이 유럽연합 조약의 개정이라는 강제적인 방법이 아닌 정부 간 조약이라는 모양새를 띠게 된 것은 영국이 협약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조약을 고치려면 모든 회원국이 동의를 해야 한다. 신 재정동맹이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여온 헤르만 반롬푀이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마저 재정협약이 국가 간 조약으로 강등된 데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신 재정동맹이 정부 간 조약으로 추진되는 것은 내가 기대한 1순위 방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협약이 실현되더라도 취지대로 각국 재정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것이 쉽지 않으며 빠져나가는 게 더 수월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유로존이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해 유사시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구제하려는 유럽연합 정상회의 합의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일본은 “우리가 돈을 내기에 앞서 유럽이 어떻게 더 노력할지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일본은 다음 단계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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