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키케로가 “네가 태어나기 전의 일에 무지한 것은 언제까지나 어린 아이로 남겠다는 것과 같다”고 말한 것처럼, 역사는 시대의 흐름 가운데 있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알려주는 소중한 나침반이다.

▲ 최 관장은“기증문화가 더욱 활성화돼야 하며 국가의 체계적 관리를 통해 소중한 역사의 흔적을 잘 보존해야 한다”며 올해 문화재로 등록할 수 있는 유물들을 실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오늘날 우리는 탈 가정, 탈 종교, 탈 국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적 구속이나 억압에서 벗어나 개인의 자유를 확장하고 성장할 기회를 얻기 위한 사람의 본능이다. 아무리 탈 국가 시대라 해도 민족의 정서와 문화는 사라지지 않는다.

한국의 근현대 100년의 생활사 조명하다
최근 독도 영유권 문제를 비롯해 한민족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한국근현대사박물관이 주목을 받고 있다. 경기도 헤이리에 위치한 한국근현대사박물관은 옛날 사람들이 살던 그 시절의 모습을 최대한 복원해 놓은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근현대사박물관의 최봉권 관장은 “과거를 알고 현재를 보면 미래가 보인다”면서 “한국근현대사박물관은 우리의 선대들이 사용한 소중한 보물들을 지키기 위해 근현대 생활사를 연구하는 작업을 멈추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가 살아온 20세기는 지난 세기를 다 합친 것보다도 문화 변동이 컸다. 고종이 세운 대한제국은 1910년 8월 한일합병으로 통치권을 빼앗기고 멸망했다. 이 시기에 우리는 일제 강점기를 거치고 1950년 6.25전쟁을 겪어야 했다. 그 격동의 시기를 보내고도 우리는 또 다른 시련과의 전쟁을 치러야만 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추위와 배고픔이었다. 당시에는 먹을 것이 없어 꿀꿀이죽이나 보리개떡과 솔가지 껍질로 허기를 달랬고, 물자가 부족해 아버지 옷을 고쳐 입거나 형의 옷을 물려 입어야 했으며 구멍 난 양말과 고무신을 꿰매어 신어야 했다. 어린아이들은 도시락을 싸가지 못해 남몰래 물로 배를 채워야만 했다. 그렇게 참담한 환경과 열악함 속에서도 우리의 부모들은 지혜와 슬기로 자식들을 더없이 꿋꿋하게 길러냈다. 최봉권 관장은 이러한 시대적 배경과 그 시대의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의 소중하고 귀중한 자료를 찾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자료 수집에 30여 년을 매달렸다. 그의 노력 덕분에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것처럼 실감나는 과거의 생활상이 한국근현대사박물관에서 펼쳐진다. 주막집과 이발관, 전당포 등을 옛날 모습 그대로 재현에 놓았으며, 교실과 문방구, 달동네까지 생생하게 꾸며 놓았다. 지하1층은 풍물관으로 옛날 사람들의 살림살이 풍경을 엿볼 수 있으며, 1~2층은 문화관으로 레코드가게와 만화방, 새마을회관 등 당시의 문화적 특징을 잘 살려 놓았다. 3층은 역사관으로 100년간의 한국근현대사를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도록 했다. 낡은 나무 책상과 오래된 칠판, 풍금이 있는 교실의 풍경은 자연히 어릴 적 친구들과 선생님을 떠올리게 했다. 최 관장은 “한국근현대사박물관을 통해 이 나라를 짊어지고 가야 할 젊은이들이 1960년대 전후의 생활상을 보면 상상하기 어려운 한국근현대 생활사를 이해할 것”이라며 “그 속에서 여사를 배우고 새로운 아이디어나 창의력을 얻어갈 것이 분명하다. 우리가 살아온 지난 세기의 발자취와 유물들을 통해 회고하며 지금 우리가 이룩한 대한민국을 잘 지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풍물관 전경(거리풍경)

열정 하나로 한국근현대사박물관 설립해
한국근현대사박물관은 고난과 격동의 순간들, 한국의 근현대 100년의 생활사를 조명한 토탈테마관, 한국 근현대사 생활사를 조명한 국내 유일의 테마박물관이다. 평면적인 전시구성이 아닌, 마을과 주택골목들이 당시의 모습 그대로 입체적으로 재현되어 있기에 실제 경험하지도, 볼 수도 없었던 지금의 아이들이 당시의 시대상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 역사관전경

최봉권 관장의 땀과 열정으로 탄생한 박물관은 세상에 첫 선을 보이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지난 2005년 수십 년 동안 모아온 수집품 중 4만점을 골라 파주시 교하에 박물관을 개관했으나 박물관이 신도시 건설용 부지로 수용되면서 그 해 문을 닫게 된 것이다. 최 관장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파주시 헤이리에 터를 잡고, 내부공사 3년이라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 50~70년대의 생활상에 역점을 둔 한국근현대사 박물관을 재개관했다. 어린 시절부터 취미로 옛 시절 물건들을 모으기 시작해 ‘수집광’이라 불릴 정도로 열정을 쏟고 있는 최 관장은 “누군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한국의 소중한 기억이 영원히 사라져버릴 것 같은 걱정 때문에 진행해온 것”이라며 박물관 설립 배경을 밝혔다. 현재 한국근현대사박물관은 관람료 수입으로만 운영을 하고 있지만 현저히 부족한 실정으로, 오히려 최 관장의 사비로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고 있다. 최 관장은 “개개인들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들은 개인의 것이 아닌 공유해야 할 역사이므로 박물관을 건립한 것”이라며 “기증문화가 더욱 활성화돼야 하며 국가의 체계적 관리를 통해 소중한 역사의 흔적을 잘 보존해야 한다”며 올해 문화재로 등록할 수 있는 유물들을 실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