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친북·종북 세력들은 국가보안법 제정 63주년을 맞이하는 12월 1일을 계기로 국정원과 경찰청 앞에서 시위, 언론기고, 토론회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과연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보안법은 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반인권적이며, 시대착오적인 것인가? 이제 우리 사회에서 국가보안법은 정말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것인가?  

▲ 유영옥 교수

국가보안법(國家保安法)은 1948년 12월 1일 우리나라의 안보에 위협을 가하는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규제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우여곡절 끝에 겨우 첫발을 내딛은 1948년은 좌·우파 간의 치열한 갈등과 분열로 인한 사회불안과 혼란이 가시지 않던 시기로서 치안 및 질서유지와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안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군 13연대 연대장 오동기 중령이 제주4·3사태를 진압하라는 국방부장관의 명령을 어기고, 여수, 순천의 경찰서를 점령한 소위 ‘여순반란사건’은 이제 막 시작한 대한민국 정부에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일이 이렇게 되자 국가안보의 문제가 우선이라는 인식하에 제헌국회는 「형법」 및 「형사소송법」 제정에 앞서 좌익사범을 척결하기 위한 「국가보안법」을 제정·실행하게 되었다. 그 결과 얼마 지나지 않아 좌익세력 3만 여명이 구속되었으며, 난항을 겪어오던 치안과 질서유지도 정상적인 궤도에 진입하게 되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의 처벌 내용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일면서 불합리한 부분을 보완하는 개정이 진행되었다. 그동안 헌법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변화를 거듭하여 온 국가보안법은 국가안전보장이라는 중대한 기능을 수행해 온 것이 인정되면서도 그와 동시에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제한한다는 측면에서 서로 상충되어 현재까지도 존폐의 논란이 치열하다.  무엇보다 국가보안법 폐지주장에 힘이 실리게 된 계기가 된 것은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운동에 대한 탄압이 바로 이 국가보안법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그로 인해 우리사회에서 반드시 추방해야 할 친북·종북 좌파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를 당해야 했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은 국가보안법이 지니는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비판하게 만들었고, 급기야 1999년 8월, 김대중 대통령은 국가보안법의 전면적인 개정을 언급하였고,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9월 한 방송국의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기도 하였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주장하는 상황이고 보니 국가보안법은 형식적인 명맥만 겨우 유지하고 있었을 뿐 내용적인 면에서는 제 기능을 다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국가보안법의 위상이 낮아진 반면 우리가 우려하는 북한 측의 간첩활동의 수준과 강도는 점점 더 높아졌다. 이제 북한의 추종하는 세력은 정치권을 비롯해 국가 공직자와 국가안보를 최전선에서 책임지고 있는 군에까지 퍼져있는 상황이다. 1992년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인 이선실에게 포섭되어, 1990년 입북한 뒤 북측의 지령으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을 결성하였던 황인오 사건과 1994년 일본에 파견된 북조선 공작원과 접선해 남조선 지하당 구국전위를 구성한 뒤 북으로부터 받은 공작금 2억9천만 원으로 국내 정치, 노동, 학원가 상황을 북측에 보고하는 활동을 하였던 안재구 사건이 대표적이다. 뿐만 아니라 36년간이나 고정간첩  역할을 한 것으로 밝혀져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서울대 고영복 교수 부부와 미국의 5027 작전계획 등 군사기밀과 국내 군(軍) 훈련 상황을 인터넷 등으로 북에 넘긴 범청학련 남측본부 정책실장 이우신이 90말 대한민국의 안보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밖에 2008년 탈북으로 위장해 경찰관과 결혼한 후 군사기밀을 E메일로 북조선으로 빼돌렸던 여간첩 원정화 사건, 최근의 ‘왕재산 사건’에 이르기까지 북한의 국가안보 위협은 점점 더 우리 사회 전반에 확대되어왔다.
 한편 북한이 우리의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해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들은 통일방안을 제시할 때 언제나 전제 조건으로 미군철수와 국가보안법철폐를 거론해 왔었다. 그러다가 급기야 1994년 12월 ‘남조선의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대책위원회’라는 공식적인 권력기구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남한 흔들기’를 획책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북한은 이렇게 끈질기게 우리의 국가보안법을 없애고자 노력하는 것일까? 그것은 국가보안법이라는 법적 방어막이 사라지게 되면 이제 공식적으로 남한 내에서 주체사상과 인민해방혁명을 선전할 수 있게 되고, 정부에 불만을 지닌 세력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산해 결국 북한식의 인민혁명을 통한 남한체제전복 시나리오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이것은 그동안 국가보안법의 위상하락과 더불어 나타난 현재 우리사회의 혼란과 갈등의 확대 및 북한의 안보위협 증가를 통해 분명하게 확인된다. 이제 우리 사회의 국론분열은 일반화가 되었고, ‘전문시위꾼’이라는 직업이 존재할 정도로 국가정책에 브레이크를 거는 반국가적 단체가 활보하고 있다. 한·미 FTA를 반대하는 국회위원이 국회의사당에서 최루탄 투척을 하는 것도, 질서유지를 담당하는 것이 직무인 경찰서장이 불법시위대의 폭력 앞에 무너지는 것도 그저 무감각할 뿐이다. 과연 이것이 얼마나 비정상적인 상태인가조차 감지하지 못하는 집단최면상태에 빠진 것 같다.
 지난 10년간의 좌파정권에 의한 국가보안법 무력화로 인해 우리나라의 정보기관과 수사기관들의 대공수사기능과 권위는 말할 수 없이 허약해졌고, 혹여 확실한 물증이 있는 북한의 간첩활동이라거나 사이버 테러와 같은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하는 사건에 대해서도 ‘북한소행’임을 밝히면 오히려 지난밤 천둥소리도 북한 때문이 아니었냐는 야유를 듣는 실정이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불법포격과 같은 확연한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해서조차 허무맹랑한 음모설이나, 대북지원을 줄인 탓이라고 북한을 옹호하는 주장이 힘을 얻는 것을 보면 국가안보와 관련해 지금 우리는 심각한 상태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결국 우리 사회 내부에서 국가보안법에 대한 논의는 국민의 의사결정권 및 표현의 자유와 같은 인권차원의 문제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우리의 국가보안법의 존폐여부에 커다란 노림수를 두고 있는 북한이라고 하는 존재로 인해 실질적으로는 단순히 인권의 일부분이 아니라 송두리째 전부를 잃을 수도 있는 위험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빈대 한 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과 다르지 않다.
 그밖에 현행 국가보안법은 이적단체로 판결을 받더라도 강제해산이나 법적처벌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적단체란 국가의 존립이나 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 선전,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 선동한 단체를 말한다. 이러한 이적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적단체로 인정된 후에 이러한 단체에 가입한 자는 1년 이상의 징역에, 또 이적단체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질서의 혼란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사항에 관한 허위사실유포는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현행법은 정하고 있다. 그러나 범민련과 한총련과 같은 단체가 1997년 이적단체 판결 이후에도 계속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법원에서 이적단체로 판결하기 전에 가입한 회원은 뚜렷하게 불법행위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처벌할 수 없으며 이적단체로 인식되더라도 바로 단체를 강제해산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현재 우리의 상황은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 국가보안법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깊이 있게 고찰해 국가안보와 사회질서유지라는 중요한 기능을 보다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특히 그동안 국가보안법에 대한 거부감을 확대시키는데 일조한 군사정권 시절의 무고한 피해자와 같은 사례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또 탈북자로 위장하는 등 갈수록 교묘해져 가는 북한의 간첩활동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도록 국가정보기관과 수사기관들의 대공수사능력의 전문화와 질적 수준의 향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