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녀직장인 623명을 대상으로 ‘2011년 대한민국을 빛낸 인물과 흐뭇한 뉴스’에 관해 조사한 결과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안철수 원장(37.2%)이 1위에 선정됐다고 26일 밝혔다. 2위에는 피겨 김연아 선수(26.3%), 3위 박원순 서울시장(6.7%), 4위 축구 박지성 선수(5.7%), 5위는 반기문 UN사무총장(3.7%) 순이었다.

▲ 사업을 통해 열정을 느끼면서 사회에 환원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2011년 하반기 정치권은 안풍(安風·안철수 바람) 앞에 맥없이 휘청거렸다.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 9월 1일 “서울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를 검토하겠다”고 말한 직후그의 첫 지지율은 50%에 육박했다.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후보와 박원순 후보(현 서울시장)와의 3자대결 구도에서였다. “철수가 나서면 영희도 하겠다”고 했던 정치권은 바짝 긴장했다.

국민들의 ‘쇄신’과 ‘화합’의 열망이 표출된 ‘안풍’
‘안철수’는 그야말로 혜성처럼 나타나, 운석 충돌과 같은 충격을 한국사회에 던졌다. 새해도 그의 움직임에 정치와 사회 전반이 들썩일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의사·벤처기업가·교수라는 타이틀에 ‘정치인’이 추가됐다. ‘새로움’을 갈망하던 사람들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전 등장한 그에게 열광했다. 이제는 새해 4월 총선과 12월 대선까지 그가 미칠 영향과 행보에 주목한다. 사람들은 그가 어느 지역 출신이고, 누구한테서 정치를 배웠는지 궁금해 하지 않는다. 정치 밖에 있던 한 개인이 정치 심장부를 어떻게 철저하게 흔들 수 있는지 궁금해 한다. 그것은 ‘변화’와 ‘혁신’이라는 단어와 연결돼 있다. 대한민국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정치,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람들의 정치를 갈구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로선 2012년 말 우리나라 10대 뉴스에도 포함될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 바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다. 안풍이 불어닥친 초반에만 해도 정치권은 새 인물에 대한 단순 기대감에 불과해거품은 금세 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서울시장 출마를 철회한 뒤 안 원장은 오히려 ‘대선후보’로 입지를 넓혔고 그 이후에도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안 원장은 “정치를 하겠다”는 말도, “하지 않겠다”는 말도하지 않았지만 다른 야권 잠룡(潛龍)들을 크게 앞서는 지지율로 3개월 만에 유력 야권 대선주자가 됐다. 어느 야권 주자도 꺾지 못한 ‘대세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지율을 안 원장이 처음 꺾었고 최근엔10% 포인트 앞서는 결과까지 나왔다. 미풍에 그칠 것 같던 안풍이 태풍이 되자, 정치권은 안풍을 이제 ‘시대정신’으로 해석한다. 구태정치에 절망한 국민들의 ‘쇄신’과 ‘화합’의 열망이 표출됐다는 것이다. 안풍으로 인해 자중지란에 빠진 한나라당은 쇄신의 강한 요구 앞에 탈당과 창당의 기로에 섰고 민주당은 내부의 구태와 반목하며 통합을 힘겹게 이끌어가고 있다. 안풍은 이렇듯 현재진행형이다.

▲ 박경철 안철수 청춘콘서트 “희망공감”

2012년 유력한 대선 후보 가능성은
안철수 원장은 2012년 1학기 강의는 물론이고 2학기 강의까지도 생각하고 있다. 안 원장의 최측근인 강남준 융대원 부원장은 “내년 1학기 강의는 확정된 상태이고 2학기 강의에 대해서도 최근 (내게) 말한 적이 있다”면서 “(1, 2학기 강의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또 진행은 어떻게 해야할 지 등에 대해 학과장인 내게 언급했었다”고  안 원장이 2012년 2학기 강의를 맡는다는 것은 올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차기 대선주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50%에 육박하는 압도적 지지를 얻은 안 원장이 불출마할 경우 여야 정치권은 그야말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 수 있다. 안 원장은 지난 10·26 재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다가 중도에 출마를 포기하면서 오히려 정치적 ‘바람’을 일으켰고 곧바로 유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했다. 시민사회세력과 통합을 추진해온 야당은 안 원장이 박원순 후보의 지지를 선언한 데 힘입어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했고 그 여세를 몰아 야당 차기주자로 안 원장을 끌어들이는 데 주력해 왔다. 법륜 스님 등 일부 시민사회세력에서는 안 원장 중심의 신당을 추진하겠다면서 바람몰이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안 원장의 대선 불출마가 기정사실이 되면 모든 게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 박근혜 대세론을 꺾을 대안이 사라지면서 다시 인물난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안 원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후에도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처럼 특정 후보 지지의사를 밝힐 수 있으며, 이 경우 파괴력이 어느 정도일지는 현재로서는 판단할 수 없다. 최근 안 원장은 자신을 둘러싼 신당 창당설과 총선 출마설을 전면 부정하고 나섰다. 융대원 업무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물론 안 원장이 대선 출마 여부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선주자로서 그에 대한 지지세는 유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안 원장이 여전히 대선 출마 여부를 고민 중이며, 출마 여부에 대해 최대한 입장표명을 늦출 것이라는 전망을 한다.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한 기획통은 익명을 전제,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그가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선거 판세가 크게 요동치게 될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여야 정치권이 어떻게 쇄신을 하고 국민에게 신뢰를 얻느냐를 안 원장이 끝까지 지켜보며 관전하는 모드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