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편성채널(이하 종편)이 총체적인 난국에 빠졌다. 지난 12월 1일 기대와 우려를 한몸에 받으며 출범한 JTBC, 채널A, MBN, TV조선 등 종편이 질 낮은 프로그램, 잦은 방송사고, 정치적 편향성 등 각종 문제점을 노출하며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 지난 12월 1일 JTBC, 채널A, MBN, TV조선 등 종합편성채널이 기대와 우려를 한몸에 받으며 출범했다

전문가들은 “예상대로 졸속 허가와 개국으로 인한 특혜논란, 방송사 제작비 상승, 재탕방송, 광고비 과다 책정 등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면서 “콘텐츠 산업 강화, 글로벌 기업 육성이라는 종편 허가 취지가 무색하게 방송가 시계를 군부독재시절인 1980년대로 돌리면서 시청률 1% 미만 프로그램 대량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계의 골칫덩어리 된 종편
현직기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명박 정권이 실시한 가장 잘못된 언론 정책’으로 꼽히기도 했던 종편은 언론계의 골칫덩어리로 자리매김할 조짐이다. 특히 시청자들은 종편의 질 낮은 프로그램에 강도 높은 질타를 하고 있다. 지난 12월 1일 합동으로 방송한 개국쇼부터 영상의 순서가 맞지 않은 것을 시작으로 화면이 두개로 분리되고 음향이 나오지 않는 각종 방송 사고가 줄을 잇고 있다. 주부 김미혜씨(32)는 “아직 제작진이 손발이 맞지 않은지 수시로 아슬아슬한 모습이 연출돼 도무지 방송을 집중해서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지나친 선정성도 지탄의 대상이다. 개국 첫날인 지난 12월 1일 채널A가 저녁 메인뉴스 ‘채널A, 뉴스 830’을 통해 보도한 개그맨 강호동의 ‘일본 야쿠자 연루설’은 ‘몰아가기식 보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공영성을 무시한 오락프로그램 치중도 비난을 받고 있다. 교양과 드라마·오락·스포츠·뉴스 등 모든 장르를 골고루 편성,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을 넓혀준다는 종편 허가 취지와 달리 교양의 가면을 쓴 ‘쇼양’ 프로그램이 범람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 대부분 지상파와 케이블에서 했던 포맷을 답습한 것이어서 시청자들을 짜증나게 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경계했던 정치적 편향성도 두드러져 논란이 되고 있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편향적인 태도도 문제가 됐다. 종편 4사는 개국 첫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인터뷰를 하나같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특히 TV조선은 방송 도중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라는 낯 뜨거운 자막을 내보내기도 했다. 채널A의 인터뷰에서는 “이성을 사랑해본 적 있느냐”는 신변잡기식 질문을 했고, TV조선은 박 의원의 비키니 사진까지 내보냈다. 프로그램에 몰입하려면 등장하는 중간광고는 채널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 시청자들은 “케이블 방송인지, 종합방송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지나친 재방송 비중도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게 되는 가장 큰 요인이다. MBN은 지난 12월 10일 주말동안 총 16시간이나 재방송을 내보냈다. 채널A 또한 10시간 동안 재방송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시청자인 대학생 김희원씨(21)는 “아무리 개국 초기라 해도 방송 3시간 만에 같은 프로그램을 재방송하는 것 너무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같은 부실한 편성은 낮은 시청률로 직결됐다. 종편은 시청률 부분에서도 0점대를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 시청률 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종편의 평균 시청률은 JTBC 0.538%, MBN 0.346%, TV조선 0.332%, 채널A 0.327%였다. 이 같은 시청률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 방송계의 한 목소리다. 개국 첫날부터 지금까지 1%가 넘는 프로그램으로는 정우성 주연의 JTBC 드라마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 채시라 주연 ‘인수대비’, 송일국·박진희 주연 ‘발효가족’ 등 드라마뿐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관계사 등을 통한 대대적인 홍보 속에 톱스타 출연, 유명 제작진의 투입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1%대의 시청률에 그치는 굴욕을 겪었다.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시선을 끌 만한 톱스타들을 끌어 모으느라 제작비만 높여놓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비용 대비 효과가 너무 적다는 평가를 주를 잇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종편은 지상파에 70%에 이르는 광고 단가를 책정해 기업들로부터도 원성을 사고 있다. 모체인 영향력 있는 보수 신문을 이용한 막무가내 광고영업으로 다른 언론 매체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한 광고기획사 간부는 “신문들의 요구로 광고를 시작했지만 아직 가시적인 효과는 없다”며 “종편에 대한 반응이 여전히 차갑다면 광고 단가를 낮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국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김관규 교수는 “종편이 지상파를 견제할 수 있는 방송사로는 프로그램의 완성도가 떨어진다. 또 지상파와 포맷에서의 차별성 역시 찾기 어려워 시청률에서 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의 빅뱅? 또 다른 케이블의 탄생일 뿐
jTBC, 채널A, TV조선, MBN 등 종편 4개 채널이 ‘미디어 빅뱅’을 외치며 개국한 게 지난 12월 1일, 이제 겨우 한 달이다. 종편이 준비한 모든 콘텐츠가 베일을 벗었고, 그 시청률도 드러났다. 시작을 알리는 목소리는 컸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콘텐트 품질 제고와 다양화, 질 높은 일자리 창출,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을 외쳤으나 모든 면에서 당초 계획했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 지상파와의 비교는 불가능한 수준, 앞으로 지켜볼 필요는 있겠으나 ‘또 다른 케이블의 탄생’이라는 게 지난 한 달간의 결론이다. 시청률 조사회사 AGB닐슨에 따르면, 방송 첫 주 평균 시청률(전국가구 기준)은 jTBC가 0.569%, MBN이 0.357%, 채널A가 0.325%, TV조선이 0.315%를 기록했다. 대부분 채널이 주말인 12월 3~4일에는 0.5%대까지 상승했지만, 주중 다시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직접적인 비교는 좀 어렵지만 이 정도는 케이블에서도 10~20위권이다. jTBC의 0.569%는 케이블의 드라마 채널 수준. 그나마 새 드라마를 대거 편성한 jTBC는 가능성을 선보였다. 굵직한 스타들을 영입해 화제를 모았던 월화드라마 ‘빠담빠담(정우성)’, 수목미니시리즈 ‘발효가족(송일국)’, 주말특별기획 ‘인수대비(채시라)’ 등이 모두 1%를 넘겼다. 1%는 케이블 광고주들이 광고를 집행할 때 고려하는 상징적인 기준이므로 합격점은 받는 셈이다. 하지만 4개 종편 채널 중 지난 한 주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빠담빠담‘ 첫 회(1.6%)는 같은 기간 케이블 프로그램 10위인 투니버스의 ‘짱구는 못말려(1.938%)’에도 뒤진 성적이며, OCN의 ‘뱀파이어 검사(1위)’가 기록한 3.162%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TV조선은 1%를 넘긴 프로그램이 전무하다. 이에 대해 종편 채널 마케팅 담당관계자들은 “아직 일주일 밖에 안 된 터라 내부적으로 큰 변동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채널 담당자는 “시청 패턴 분석과 그에 맞는 프로그램 제시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대책 마련에 대한 의견을 내놓기도 했으나, 대부분의 채널은 ‘무대책’ ‘묵묵부답’에 가까운 실정이다. 한편 아직 여유를 보이는 종편사 수뇌부의 입장과는 달리 일선의 제작진은 마음이 조급한 상태다. PD와 작자들은 내부적으로 타개방안을 찾고 있으나 뾰족한 수가 없는 상태이기에 무력감을 호소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시청률이 낮은데다 이렇다 할 화제성도 따르지 않자 광고비를 배정한 관계사들은 냉담한 분위기다. 아직은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나 정작 종편 당사자들의 반응이 급박하게 돌아가지 않고 있어 분위기가 더욱 급속히 냉각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애초부터 초기 효과에 큰 기대는 갖지 않았다는 한 대기업 마케팅 관계자는 “심층 광고효과 분석 의뢰를 이미 해둔 상태다.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향후 방향을 모색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거의 횡포에 가까운 거액을 요구하며 광고를 받아갔는데, 아무리 첫 주라도 반응이 이렇다면 문제가 있다고 본다. 시간이 지나도 개선점이 보이지 않는다면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시청자들은 불과 일주일 만에 종편을 ‘지상파의 경쟁자 보다 케이블 채널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예로 정우성-한지민의 열연과 처음으로 판타지에 도전한 노희경 작가의 필력이 돋보인 ‘빠담빠담’에는 “지상파에 편성됐으면 10%대는 넘겼을 텐데” “배우들과 들인 돈이 아깝다” “케이블 치고는 나쁘지 않은 것”이라는 반응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 같은 ‘반응’도 소수에 국한된 것으로 별 다른 반응은 못 이끌어낸 상태. 초기에는 비난이나 혹평이라 해도 시청자들의 모니터링이나 실시간으로 이뤄졌으나 이제는 그나마도 관심도가 떨어져 언급 자체가 미미하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종편 일주일간의 추이에 대해 “아직 긴장할 수준이 아니다”라는 것이 공통된 의견. 종편채널은 첫 날부터 뉴스의 객관성에 벗어난 ‘주장성’ 뉴스를 내보내 반감을 샀다는 반응이다. 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종편에 대한 관심을 보인 한 지상파 버라이어티 PD는 첫 날 방송을 보고 난 직후 “이걸 참… 고맙다고 해야 하나”라는 반응까지 내놓았을 정도. KBS 측은 “방송의 경우 신문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기에 고민이 클 것”이라며 “아직까지 지상파 방송이 긴장감을 가질 만한 대목은 보이지 않는다”고 평했다.

▲ 현재 종편은 교양과 드라마·오락·스포츠·뉴스 등 모든 장르를 골고루 편성,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을 넓혀준다는 처음 종편 허가 취지와 달리 교양의 가면을 쓴 ‘쇼양’ 프로그램이 범람하고 있다

4개 종편사 직접 광고영업에 나설 가능성 커
보험업계가 지난 12월 개국한 종편(종합편성채널) 방송의 광고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JTBC, 채널A, TV조선, MBN 등 4개 종편이 전파를 쏘아 올리면서 미디어 간 치열한 광고 유치전의 서막도 함께 올랐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현재 보험업계는 2012년에 출범하는 NH생명·화재 이외에는 종편에 광고를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종편사들은 자사 신문매체를 등에 업고 줄기차게 광고 요청을 하고 있어 TV 광고가 가능한 보험사로선 언제까지 종편사들의 요청을 외면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보험업계의 지난 2010년 광고 지출 현황을 보면 삼성생명이 678억원 가량을 써 생명보험사 중 1위를 기록했고 라이나생명이 448억원을 사용해 2위를 기록했다. AIA생명(325억원)과 대한생명(241억원), 알리안츠생명(74억원)이 뒤를 이었다. 손해보험사는 삼성화재가 600억원을 사용해 손해보험업계 1위를 기록했다. 이어 동부화재가(394억원), 현대해상(244억원), LIG손해보험(208억원), 메리츠화재(202억원) 순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아직 따로 예산을 책정해 놓지 않았다. 구체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 곧 구체적인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현재 불확실성으로 인해 종편광고 예산 책정은 안돼 있는 상황이다. 지난 12월 12일부터 새로운 TV 광고를 송출했다. 하지만 종편은 제외됐다. 본격적으로 새로운 지상파 광고가 나가면 종편들도 광고 요구 압박을 해올 것으로 보여 걱정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높은 광고 단가와 4개 종편이 동시에 개국을 했다는 점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4개 종편사들은 최저 월 3000만원의 서비스 기간 등 패키지 광고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아직 시청률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사들이 홍보적 리스크를 감안한 ‘소극적 광고’를 실시할 경우 4개 종편에 연간 120억~150억원 규모의 광고액이 흘러들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직 입증되지 않은 종편의 매체 파워를 감안하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다. 지상파 시청률이 10%이고 동시간대 케이블 1%라면 지상파의 10% 수준에서 광고 단가를 책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4개 종편 모두 신생사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만 광고를 할 명분이 없다. 그래서 부담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새로 출범한 종편들은 처음부터 시청률이 높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기존 공중파와 유선CA방송 등 채널 과부하 상태에서 콘텐츠 차별화 등 시청률을 높여야 적극적인 광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지상파 방송과는 다르게 종편은 미디어렙에 적용되지 않아 4개의 종편사들이 직접 광고영업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국회에 미디어렙 관련 법안이 올라있지만 한미 FTA에 묻혀 논의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디어렙(Media Representative)은 방송사의 위탁을 받아 광고주에게 광고를 판매해주고 대행 수수료를 받는 회사이다. 이런 대행체제는 방송사가 광고를 얻기 위해 광고주에게 압력을 가하거나 자본가인 광고주가 광고를 빌미로 방송사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일부 막아주는 장점이 있다. 한 대형 보험사 광고담당 관계자는 “종편이 미디어렙을 통하지 않고 직접 광고 영업에 나설 경우 종편사업자가 가진 신문광고 영업력이 방송광고시장에 전이돼 광고 수주 전쟁이 더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광고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하소연 했다.

방통위원장이 직접 종편 챙기기 나서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최근 주요 대기업 마케팅 담당 임원을 불러내 국내외 전체 기업매출(국내+해외)의 1%까지 광고를 늘릴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볼썽사나운 종편 챙기기라는 비판이 거세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최근 주요 대기업 마케팅 담당 임원을 불러내 국내외 전체 기업매출(국내+해외)의 1%까지 광고를 늘릴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볼썽사나운 종편 챙기기라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 12월 6일 최 위원장은 현대자동차·LG·SK텔레콤·KT 등 5개 기업 광고담당 임원과 광고회사 2곳 사장 등 10여명을 불러 국내와 해외 매출 총액의 1%까지 광고를 늘려줄 것을 기업에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매출까지 포함한 구체적 적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광고 부족에 허덕이는 종편에 대한 광고 지원 메시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재계는 가뜩이나 2012년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 투자 위축이 걱정되는 상황이기에 더욱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평소에도 종편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광고시장의 파이가 커져야 한다는 것을 지론처럼 얘기했다. 지난 12월 1일 개국한 종편 4개사는 시청률이 0%대에 허덕이면서 광고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탕, 삼탕의 콘텐츠로 시청자가 외면하고 있는 결과다. 그러나 자신의 업무와 직접적 연관도 없는 광고 지원 요구를 하고 나선 것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많다. 한 대기업 임원은 “지금도 큰 기업은 무리를 해서라도 국내 매출의 1% 정도를 광고로 집행하고 있는데, 투자까지 줄이고 있는 판에 무작정 광고량을 늘리라는 것은 기업의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동안에 방통위는 지상파-케이블 재전송 분쟁이나 KT 2G 서비스 종료 등 최근 현안에서 본연의 제 기능은 상실하고 있다. 정부 평가에서 꼴찌 등급을 받아 조직 존폐론까지 나오고 있다. 정가에서는 청와대 특임장관 자리에 최 위원장의 이동 가능성까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 대통령의 레임덕을 최소화할 적임자로 정치적 멘토인 그가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종편 편향적인 정책으로 극한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자칫 레임덕이 가속화하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아이돌 대거 기용으로 활로 찾기 나선 종편 채널
1%도 안 되는 참담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종편 채널들이 콘텐츠의 질을 커버하기 위해 음악방송, 시트콤, 예능 등에 아이돌을 대거 기용하며 바늘구멍 같은 활로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아이돌 그룹의 소속사들은 골머리를 싸매고 있는 상황이다. 종편채널 뒤에 버티고 있는 대형 언론사의 후환이 두려워 출연을 안 할 수도 없기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겹치기 출연을 강행, 가뜩이나 힘든 스케줄로 지쳐있는 아이돌들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 특히 해외 활동까지 해야 하는 그룹의 경우는 하루가 멀다 하고 비행기를 타야 하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면서 매 무대마다 열정을 다해 노래를 부르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또 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도 있고 K-POP 붐을 더 뜨겁게 달굴 기회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 가요계 관계자들은 “K-POP 열풍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던지기도 한다. 실제로 종편 방송에 출연한 한 가수의 소속사 관계자는 “처음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리허설 등이 3~4시간 이상이 밀리는 터에 대략 예상을 하고 정해둔 스케줄을 모두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푸념을 털어놨다. 지난 12월부터 종편채널인 JTBC는 ‘뮤직 온 탑’, MBN은 ‘쇼! K뮤직’, 채널A는 ‘K-팝콘’ 등의 음악방송을 편성했다. 하지만 라인업을 보면 대부분이 아이돌 그룹. 음악방송 조차도 종편채널의 기본 취지인 다양성과는 거리가 멀게 아이돌을 두고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는 형국이다. 기존 음악방송들이 다른 장르의 가수들을 외면한 채 아이돌 위주의 라인업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임에도 종편채널들 역시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며 팬덤 유치에 한창이다. 이처럼 지상파&케이블&종편채널들의 대규모 아이돌 소모전 때문에 대한민국의 K-POP스타들이 조금씩 그 힘과 열정을 잃어 간다면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는 K-POP 열풍이 시들해지는 건 시간문제일 수도 있다.

▲ 굵직한 스타들을 영입해 화제를 모았던 종편의 월화드라마 ‘빠담빠담(정우성)’, 수목미니시리즈 ‘발효가족(송일국)’, 주말특별기획 ‘인수대비(채시라)’ 등은 겨우 시청률 1%를 넘겼다

종편 시청자층의 연령 40~60대 중장년층에 집중
시청들이 종편을 외면하는 것에 대해 방송업계에서는 정치편향과 부실한 편성 등을 지적하고 있다. 채널A가 총선을 앞두고 드라마 <인간 박정희>를 방영하고, TV조선이 포퓰리즘 특집 계획을 밝히는 등 개국 전부터 정치적인 논란에 휩싸였는데 종편 4사가 약속이나 한 듯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인터뷰를 개국과 동시에 내보내면서 젊은 세대들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광고회사 오리콤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젊은 세대들의 이탈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종편이 방송시장에 미친 영향력을 분석한 해당 자료에 따르면 종편 시청자층의 연령이 40~60대 중장년층에 집중된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종편 시청 점유율에서 이들 연령층이 무려 80%를 차지해 쏠림현상이 두드러진 것이다. 반면 20~30대 젊은 층의 개인 시청률은 0.1%로 종편을 거의 시청하지 않았다. 모든 연령대에서 고른 시청률 분포를 보이는 지상파와 다른 패턴이다. 일부 종편을 제외하면 대다수 종편들이 눈길을 끌 수 있는 개국 첫주에 재방송과 저렴한 해외다큐멘터리, 철지난 영화 등을 대거 편성한 것도 시청률 저조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종편의 부실한 콘텐츠가 시청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윤직 오리콤 미디어컨설팅팀 부장은 “종편 시청 연령층이 보수신문 구독 연령층과 같다는 건 시청률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잇따라 터진 방송사고도 악재가 됐다. TV조선은 개국 첫 프로에서부터 화면이 두 개로 갈라지는 사고를 냈다. 다른 종편들도 자막과 화면이 일치하지 않거나 음향이 나오지 않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종편 방송사고 화면은 인터넷에 돌면서 조롱거리가 됐고, 종편허가를 반대한 시민운동진영으로부터 ‘졸속 개국’이라고 비난받는 빌미를 제공했다. 무리하게 종편 개국을 강행했다는 비판에 방송통신위원회 안에서도 ‘허가를 해줬으면 철저하게 준비했어야지 이게 뭐냐’는 불만도 흘러나온다. 문제는 종편이 이런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가라는 점이다. 한 종편사 관계자는 종편의 잦은 사고에 대해 묻자 “어차피 한 달 동안은 시험방송 아니냐”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개국부터하고 시험방송하면서 기술적인 문제를 맞춰가겠다는 발상은 시청자를 우롱하는 것’이라는 역풍도 거세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개국 초기에는 대기업들이 광고를 집행하겠지만 시청률이 나오지 않으면 지속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 상태라면 평균 시청률 1%를 넘기는 게 오래 걸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