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은 ‘역설적이게도’ 한 개인에 대한 인식을 전적으로 포섭한다. 그 복수(複數)성속에서 도약하는 것은 오히려 단수(單數)성이다! ‘나’와 ‘너’는 ‘그들’의 복수성속에서 그러리라고 가정하고는 있었지만 단 한 번도 그런 식으로 바라본 적이 없는 단수로서의 자신과 대면한다.

▲ 작가 민재영은 복수(複數)성에서 도약하는 단수(單數)성, '그들'속의 '나'와 '너'를 '중첩된 가로선'과 그의 '시점'을 통해 표현한다.

작가 민재영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군중을 그리고, 일상의 범주 안을 서성이는 집단을 묘사한다. 반면, 개인은 언제나 그들의 일원으로서 등장한다. 꽤나 사실적으로 묘사가 동원되는 경우에도 개인은 군집 속으로 숨거나 사라진다. 그 속에서 그러리라고 가정하고는 있었지만, 단 한 번도 그런 식으로 바라본 적이 없는 단수로서의 자신과 대면한다. 실업자들과 기자들과 청중, 심지어 학생들에서도 자신과 만난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아는 것, 그것에 의해 우리 모두가 하나의 실존에 함께 가담하고 있는 동료요, 가족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지는 그런 지식을 인식시킨다. 그의 경험, 곧 직접적인 지식이 형상을 부여해, 그것으로 인식하도록 돕는 것으로 즉, 그가 겪은 경험의 형상 안에서 우리는 자신의 경험에 대한 형상을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작가 민재영의 세계가 자신이 경험하는 구체적 일상을 재현하는 단계를 넘어 세계의 직접적 형태를 띤 보편 지식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크게 두 가지의 형식적 전개에 의한다. 그것은 그의 세계의 결을 이루는 ‘중첩된 가로선들’과 상황을 조사하는 그의 ‘시점’이다.

작가 민재영의 세계에서 부감법에 따르는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다. 대상과의 거리의 수준에서 작용하는 시선의 또 하나의 조절에 의해 화면 속 인물들의 머리 바로 위까지, 때로는 그 행렬의 한 동행인 듯할 때까지 스치듯 가까이 다가서기도 하기 때문이다. 민재영의 시선은 이렇듯 전통적 부감이 허용하는 관조의 리얼리티 결핍을 자주 관찰적 인식으로 보완해 나간다. 세계에 가까이 다가서거나 뒤로 물러서고, 관찰과 관조의 사이를 좁혀 나가고, 부조리극 속의 등장인물로부터 전지적 제3자를 오가면서 말이다.

▲ 민재영 作 집에 가는 길 The Road Home 66x96cm 한지 수묵채색 2010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박사과정 미술학과 동양화 전공을 수료한 작가 민재영은 지금까지 총 9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국내 유수의 단체전에 참가해왔다. 제3회 송은미술대상전 입선, 제5회 송은미술대상전 입선, 제3회 의재 허백련 기념 광주MBC 수묵대전 특선, 제6회 송은미술대상전 입선, 제28회 중앙미술대전 선정작가, SOMA 드롱잉센터 3기 아카이브 등록, 서울시립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3기 입주작가, 서울문화재단 시각예술표현활동 지원기금 선정, 서울시립미술관 SeMa 작가전시지원프로그램 선정 등 역량을 인정받은 작가 민재영의 작품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포스코 미술관, 경기도 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에서 소장 중이다. NM

- 동덕여대 심상용 교수 평론 일부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