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 서광수 선생은 지난 50여 년 동안 오로지 도자예술에 온몸을 불사른 인물이다. 도자예술을 향한 끊임없는 열정으로 소박하면서도 고결한 격조를 갖추고 우리나라의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반영한 수많은 작품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그 명성을 높이고 있다.

▲ 한도 서광수 선생은 지난 50여 년 동안 오로지 도자예술에 온몸을 불사른 인물이다

한도 서광수 선생은 ‘남이 걷지 않은 길이 아니라 누구라도 걸을 수 있지만 그 길 이외에는 길이 없는 오직 외길뿐’이라고 생각하며 철저한 작가적 확신으로 작품 활동을 해왔다. 그가 경제 논리에 굴하지 않고 전통 가마를 고수하며, 장작 하나하나에 밤을 지새우며 가마에 던지는 것도 순간과 하나가 모든 것이라는 깨우침의 증거다.

50여년 간 도자예술에 온몸을 불사르다
사물의 원초적인 힘들에 대한 긍정은 형태의 긍정으로 나타나곤 한다. 사물의 긍정을 통해 형태를 긍정하고 삶의 의미를 채워 구체화된, 아주 사소한 보편적인 삶의 진솔함이 한도 서광수 선생의 작품 속에 내재해 있다. 특히 그의 작품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고상하고 우아한 색상과 절제되고 화려한 선들은 언제나 우리를 감동시키고 있다. 서광수 선생은 복잡다단한 삶의 한복판에서도 오로지 도예의 외길을 고집, 같은 시기에 도예에 입문했던 동기들조차 삶에 지쳐 하나, 둘 생활의 모습을 바꿀 때에도 처음 입문한 그 마음을 버리지 않고 오늘에 이르렀다. 그렇게 외길만을 고집한 결과 그는 대한민국 명장 14호, 경기도 무형문화재 41호라는 명예로운 칭호도 얻었다. 오랜 세월 동안 불과의 씨름 속에 선조 도공들이 걸어온 숭고한 정신을 이어받아 한도 선생은 열악하고도 척박한 여건 속에서도 우리 민족의 성심이 깊이 용해되어 있는 고유한 아름다움의 조화를 찾고자 혼과 불을 쫓아왔다. 전통가마만을 고집하며 그가 빚어낸 유백색의 백자 빛깔은 세계 어느 민족도 흉내 낼 수 없는 우리나라 전통적인 정과 사랑이 녹아 있는 감성의 색이며, 그 기에 조선 선비의 정갈함과 고귀함이 더해 조선백자 미의 극치를 이룬다. 한도 선생은 “전통가마에서는 똑같은 작품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면서 “생각지도 못한 작품들이 나올 때 도자기의 참 매력과 맛을 잘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백색의 빛깔을 얻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와 노력 끝에 백자의 빛깔을 빚어내는 유약을 개발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어머니 젖 색깔인 유백색이 나와야 최상품으로 평가받는 무지백자는 불의 온도에서 가늠된다. 특히 1300도가 넘는 불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마음을 깨끗이 하고 온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이에 한도 선생은 도자기 빚는 일을 하면서 전국 각지에 있는 산을 오르며 체력관리를 철저히 해왔다. 지난 1993년 유백색의 맑고 깊이 있는 빛깔을 빚어내는 유액을 개발하여 발표하면서 그의 이름은 전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국내보다 일본에서 먼저 알려지기 시작해, 일본 현지 기자들이 이천까지 그를 찾아오기도 했으며, 일본에서만 20차례가 넘는 개인전을 열었다. 이를 계기로 그는 매년 일본에 초청되어 전시회를 가지며,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 해외에서 개최되는 초청 전시회를 통해 우리의 도자기 예술을 해외에 널리 알리는데 이바지했다.

도자기 제작의 모든 과정에서 전통방식 고수
지난 11월 11일부터 20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는 한도 서광수 선생의 ‘흙과 불을 쫓아 온 50년’이라는 제목으로 전시회가 열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의도적으로 치장하지 않는 은은한 유백색의 조선백자 달항아리 등 한도 선생의 혼이 담긴 수작들이 전시되어 큰 호평을 받았다.

특히 한도 선생은 도자기 제작의 모든 과정을 철저하게 전통방식으로 진행한다. 흙은 서산, 하동 등 7개 지역의 백토를 섞어 사용하며 유약과 안료도 대리석, 석회석 등을 자연에서 채취해 직접 만들어 쓴다. 한도 선생은 백자, 청자, 분청, 진사 등 모든 종류의 도자기를 만들지만 그중에서 가장 아끼고 즐겨 만드는 도자기는 아무 문양이 없는 무지백자 달항아리다. 그가 빚어내는 백자는 같은 태토, 성형, 조각, 소성과정을 거친 작품들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다양하다. 오묘한 붉은 색에 푸른 바다빛을 표현하듯 심오한 색조의 작품을 비롯, 우둘투둘 좁쌀 문양의 작품, 빗살이 새겨진 문양, 붓으로 힘차게 휘갈긴 듯 포효하는 문양 등 한도 선생의 작품들은 저마다 고귀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한도 선생은 “사람에게 혼이 있듯 불에도 혼이 있다. 사람의 혼과 불의 혼이 어우러졌을 때 제대로 된 도자기가 만들어진다”면서 “요즘 젊은 도예가들은 너무 쉽게 작품을 만들려고 해서 안타깝다. 이제는 이익에 좌우되는 작업이 아닌, 우리 도자기를 계승, 발전시키는데 힘을 쏟아야할 때”라고 피력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