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정신은 올곧은 정신과 격조, 단아한 품격으로 한국 문화를 견인해온 핵심 정신이다. 한국사를 변방의 역사가 아닌 주체적 역사로 자리잡을 수 있게 했다. 아울러 고매하고도 단아한 예술 지평을 바로 세우고 높이 세울 수 있게 했다.

▲ 한영우 교수는 “고조선부터 현재까지 한국을 이끌어온 전통사상은 선비정신”이라고 말한다

선비란 어원적으로는 어질고 바른 지식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선인들의 전언에 의하면 문무를 겸비한 인의의 사람을 말하며, 선비정신이란 지극하고 진실된 도덕적인 애국심이라 할 수 있다. 즉, 선비정신은 우리 민족 대대로 이어온 빛나는 정신유산이며 우리의 도덕적 지주로 우리 민족이 나아가야 할 길이요 희망인 것이다.

선비정신의 핵심은 홍익인간과 천지인합일 사상
서울대 명예교수이자 이화여대 이화학술원 석좌교수인 한영우 교수는 “고조선부터 현재까지 한국을 이끌어온 전통사상은 선비정신”이라고 말한다. 한국인의 문화적 DNA이자 전통적 공동체 정신이 선비정신, 선비문화라는 것. 한 교수가 말하는 선비는 단순히 조선의 유학자 뿐 아니라, 한국사회를 이끌어 온 지성인을 가리킨다. 대표적인 한국사 통사로 부동의 위치를 고수하는 <다시 찾는 우리 역사>의 저자인 한영우 교수는 한국의 대표적인 국사학자다.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서울대학교 한국문화연구소장, 미국 하버드대학 객원교수, 한국사연구회 회장, 서울대학교 규장각 관장,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위원장,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장, 한림대 특임교수를 역임했다. 한영우 교수는 지난해 출간한 <한국선비지성사>에서 단군을 최초의 선비로 규정하고 있다. 한 교수에 따르면 선비는 원래 무교에서 출발했다. 그는 “<삼국사기>에 보면 ‘평양은 선인(仙人) 단군의 집(宅)’이라는 말이 나온다”면서 “이는 역사기록에 나오는 첫 선비인 셈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핵심은 유교에서 표방하는 윤리가 공자 이전, 고조선 때부터 고유하게 있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군은 선비이자 제천을 주관하던 제사장, 즉 최초의 무당이었다.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것은 천손의식에서 나온다. 우리 민족에게 하늘이란 하늘인 동시에 부모인 것이다. 효의 시작은 바로 제천에서 시작된다. ‘하늘에 대한 제사는 근본에 대한 보답(제천보본:祭天報本)’이란 하늘이 근본, 즉 부모란 말이다. 유교가 들어와서 비로소 효를 안 것이 아니다. 한 교수는 “충과 효, 홍익정신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의식 등 고조선 때부터 그러한 윤리를 발전시켜왔다. 그래서 논어에 나오듯 공자가 우리나라를 부러워하고 군자국이라 했던 것”이라며 “유교사상의 뿌리가 이미 고조선에 있었다”고 덧붙였다.

▲ 한영우 교수는 정동영 의원에게 직접 한국사를 가르쳤다

한영우 교수는 선비정신의 핵심으로 홍익인간(弘益人間) 정신과 천지인합일(天地人合一) 정신을 꼽는다.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정신은 유학과 결합하면서 국가 운영에서 공익 정신으로 진화했으며, 민심을 존중하는 민본사상과 애민사상으로 뿌리를 내렸다. 한 교수는 “하늘과 땅, 사람이 하나이고, 우주가 하나의 공동체라는 천지인합일 사상은 자연과 환경을 파괴하는 서구의 근대 자연관을 극복하고 상생을 도모할 수 있는 세계관”이라면서 “한국 사회의 지나친 이념 대립도 통합과 소통을 강조하는 선비정신으로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비정신’이 미래 신문명 건설의 지침되어야
“선비문화가 변화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외래문화를 창조적으로 수용하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지혜가 바탕이다. 개화기의 동도서기론(東道西器論), 대한제국의 구본신참(舊本新參)은 물론, 안재홍의 신민족주의도 전통적 선비사상과 서양 정치사상을 융합시킴으로써 근대국가 건설을 꾀한 것이다. 그런데 해방 후 제 것을 우습게 알고 남의 것만 받아들인 결과, 전통문화 브랜드가 후진국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나라가 되어버렸다.” 오늘날 강조되고 있는 녹색성장, 지속가능 성장은 그 안에 철학이 없고 웰빙산업 등 상업적으로 왜곡되는 측면이 있다. 20세기를 주도한 서양문명은 평화를 가져오지 못했다. 이제는 생명을 아끼는 제3의 문명이 나와야 할 때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비사상의 핵심인 홍익인간과 천지인합일 사상이 자연과 생명을 무시한 20세기 반문명적인 행태에 대한 대안이 된다. 전 지구적인 상생공동체가 와야 비로소 평화가 정착된다는 점에서 만민의 행복을 함께 추구하고 만민을 통합하는 홍익의 큰 공동체가 지금처럼 필요한 때가 없다. 홍익은 좌우 이념의 갈등을 높은 차원으로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천지인을 하나로 묶어 생명공동체로 바라보면서 생명체 상호 간 상생하는 ‘우주생명공동체 사상인 천지인 합일사상은 동서양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보편적인 것으로, 미래의 모든 인류가 가져야할 철학이다. 때문에 ‘홍익정신과 천지인합일 정신을 현대에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과제다. 한 교수는 “이제는 우리 지식인들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면서 “이제 잃어버렸던 우리의 전통을 미래 신문명 건설의 지침으로 삼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