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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 여교사 대상으로 집단 성폭행 사건 발생
피해자·경찰의 신속 정확한 대응으로 성범죄 전기 마련
2016년 07월 07일 (목) 01:14:26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전남의 한 섬마을에서 20대 새내기 여교사가 학부모 등 마을주민 3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전남 목포경찰서는 지난 6월3일 전남의 한 섬 초등학교 관사에서 여교사를 성폭행한 혐의로 이 학교 학부모와 동네주민 등 3명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장정미 기자 haiyap@

경찰에 따르면 지난 3월 전남의 섬 학교로 발령받은 김씨는 지난 5월21일 저녁 한 식당에서 가해자 3명과 합석해 술을 곁들인 저녁식사를 한 뒤 성폭행을 당했다고 알려졌다. 가해자들은 평소 술을 잘 못 마시는 김씨에게 술을 권유해 만취상태에 빠지게 한 뒤 피해자를 바래다준다면서 관사에 따라가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이 사건은 다음날 김씨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밝혀졌다.

용의자 3명, 사전 공모 가능성 높아
전남 신안군에서 여교사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주민 3명 가운데 학부모 한 명이 9년 전 다른 지역에서도 성폭행 범죄를 저지른 상습범인 것으로 드러났다. 목포경찰서는 6월7일 “구속된 피의자 중 한 명이 대전에서 일어난 성폭행 사건의 범인으로 드러나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은 9년째 미제 상태였다. 경찰에 따르면 2007년 1월 21일 오후 10시쯤 대전시 서구에 사는 당시 20세 여성이 집에 침입한 괴한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괴한은 초인종을 누른 뒤 피해자가 문을 열어주자 들어가 때리고 성폭행했다. 당시 경찰은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한 채 DNA만 채취해 보관해 왔다. 흑산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학부모 김모씨 등 3명의 DNA를 확인한 결과 김씨의 DNA와 대전 성폭행 사건 용의자의 DNA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대전에서 여성의 집에 침입한 것은 맞지만 성폭행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DNA가 나왔기 때문에 거짓 주장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의 여죄가 드러남에 따라 이번 여교사 성폭행 사건 역시 사전에 공모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또 다른 범죄가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일어난 섬마을 일부 주민들이 방송 인터뷰에서 막말을 쏟아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한 주민은 방송 인터뷰에서 “서울에서는 뭐 묻지마 해서 사람도 죽이고 토막 살인도 나고 그러는데 젊은 사람들이 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라며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다른 주민은 “술이 시켜서 그랬는가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까지 할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라며 가해자들을 감싸는 듯한 발언을 했다. 또 다른 주민은 “창피하죠. 관광지라서 이미지도 있고 가정 있고 자식도 있는 남자들이잖아요”라며 마을의 이미지 추락을 더 우려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섬 지역에서는 이전에도 이번 사건과 유사한 일들이 있었지만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주민은 “섬 지역에서 성폭행과 유사한 일들이 있었다는 소문을 들은 주민들이 꽤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세상에 알려지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고 말했다. 섬에서 1년간 근무했던 한 공무원은 “섬마을 주민 대다수와 알고 지내면서 근무가 끝날 때까지 섬을 떠날 수 없는 폐쇄적인 특성 때문에 성폭행을 당해도 피해 여성들은 말할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의 관사 안전대책은 미봉책에 그쳐
전남 신안군 섬마을에서 일어난 여교사 성폭행 사건을 놓고 교육부가 내놓은 관사 안전 대책이 면피용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가해자가 지역주민과 학부모인 점을 감안하면 부실한 치안의 문제라기보다는 섬마을의 ‘제식구 감싸기’와 인권의식 부족이 낳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6월8일일 전남경찰 관계자와 교원단체에 따르면 가해자들이 피해 교원에게 술을 권한 식당 맞은편에는 파출소가 위치하고 있다. 가해자들은 식당과 파출소를 지나 약 2km 떨어진 학교 관사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도중 파출소를 지나갈 정도로 가해자들이 대담할 수 있던 배경에는 지역사회 주민들의 끈끈한 유대 관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서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본부장은 “이번 사건에는 섬마을 특유의 폐쇄적인 공동체의식이 전제된 것으로 보인다”며 “마을 규모가 작고 경계 세력이 없을수록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사건의 가해자 중 한 명이 교사에게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인 것까지 감안하면 외지인인 교사는 이 카르텔을 깨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서 벽지에서 직·간접적으로 근무 경험이 있는 교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학교 역시 교사들이 마을 주민과 어울리는 것을 권장한다. 아내가 도서 벽지에서 근무를 했던 전남의 남교사 A씨(46)는 “시골 학교는 유독 지역 연계 행사가 많기 때문에 교사들이 지역관계자들과 좋은 관계를 맺길 원한다”며 “혹시나 지역주민과 문제가 있어도 학교는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쉬쉬하길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도서 벽지 학교에서 비슷한 사건이 이미 다수 벌어지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본부장은 “교총 상담센터에는 관사가 외딴 곳에 단독주택 형태로 떨어져 있어 남교원들도 무서움을 느낀다는 의견도 들어온다”며 “심지어는 남교원이 남성에게 성적으로 수치스러운 일을 당했다는 제보도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교육부가 내놓은 관사 안전대책은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교육부는 이번 사건이 낙후된 관사시설과도 관계가 있다고 보고 도서 벽지 학교의 관사 전수 조사, CCTV 설치 등을 추진 중이다. 김현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이번 사건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권의식이 부족한 환경과 교권이 실추된 사회 전체의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며 “관사 시설 정비, 도서 벽지 교사 발령 기준 변경 등의 대책을 취한다고 해서 없어질 사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김 지부장은 “교권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 개선 방안은 온 데 간 데 없고 미봉책이나 교사 신상추적에 집중되는 작금의 행태에 대해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범죄 사건 대처의 모범 매뉴얼 마련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그대로 드러냈다. 하지만 여교사의 침착하고 용기 있는 대응과 경찰의 체계화된 시스템이 더해지면서 ‘성폭행’ 사건 대처의 모범 매뉴얼이 됐다. 섬마을 교사의 안전 대책 마련과 여교사 섬마을 근무 자제 등 다양한 사회적 안전망 확충이라는 대책을 이끌어 냈다. 또 미제로 남아 있던 9년 전 성폭행 사건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제공했다. 6월7일 여성 관련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자신의 자녀를 가르치는 교사를 집단 성폭행한 패륜적 사건을 해결한 것은 여교사의 용기 있는 행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모든 내용을 알려 다시는 자신 같은 피해자가 없기를 바라는 여교사의 용기와 결단에 모든 국민이 격려를 보내고 있다. 또 늑장 대응이나 초동 수사 미흡으로 자칫 묻힐 뻔할 수도 있는 사건이었지만 전남 목포경찰서의 신속하고 정확한 초동 대처도 돋보였다. 중요한 증거들을 확보, 신속하게 범인들을 처벌했기 때문이다. 여교사는 지난 5월21일 오후 11시쯤부터 3시간여에 걸쳐 학부모 등 주민 3명이 건넨 술을 마신 뒤 성폭행을 당했다. 독한 술에 정신이 몽롱했지만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것을 인지한 여교사는 22일 오전 1시 59분 112에 피해 신고를 했다. 112 종합상황실에서 연락을 받고 출동한 파출소 경찰관은 현장에 있던 이불과 옷 등을 수거하는 동시에 여교사를 파출소에서 보호했다. 혹시나 있을 가해자들의 추가 보복과 여교사의 심경 변화로 인한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목포경찰서는 이날 오전 7시 10분 출발하는 첫 배를 타고 섬에 도착, 관사 등 현장 주변에 대한 정밀 수색을 벌였다. 관사 앞에서 초등학교 학부모 박모(49)씨가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 5개를 발견했다. 오전 9시 목포로 가는 첫 배로 여교사를 목포 중앙병원에 있는 해바라기센터로 인도했다. 이동희 목포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은 “당시 여교사가 심경의 변화 등으로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까 가장 우려됐지만 대견스럽게 잘 견뎠다”면서 “대부분 여성이 창피해서 그냥 덮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처럼 용기를 내면 반드시 범인을 붙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목포경찰서는 이날 곧바로 수사를 시작했고 다음날인 5월23일 강원도 원주에 있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긴급으로 감식을 의뢰했다. 담배와 옷, 가해자들의 DNA와 모발, 체모, 구강표피(침) 등을 채취해서 제출했다. 경찰은 감정물이 많아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하고 이와 별개로 가해자 3명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지난 6월1일 국과수로부터 가해자 3명에 대한 증거 결과가 나오자 추궁 끝에 이들을 6월3일 구속했다. 이 같은 경찰의 신속 대처와 피해 여교사의 용기 있는 행동이 쉬쉬하고 묻히기 쉬운 성범죄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있다. 누리꾼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미래의 희생자들을 구하는 용기 있는 대응에 거듭 감사드린다”며 “기운 내시고 당당해지시기 바란다”고 응원을 보내고 있다. 결국 여교사의 희생은 교육부가 도서벽지 교사의 관사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모든 관사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등 안전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또 성폭행 피의자 세 명 중 한 명인 김모씨의 DNA가 2007년 대전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 피의자의 것과 일치한 것이다.

김씨는 범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김씨를 추가 기소할 예정이다. 한편 전남 신안군의회와 지역 사회단체는 6월8일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 3명에 대해 강력한 처벌과 함께 유사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민대상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의회와 사회단체는 이날 오후 전남 목포시 만호동 신안문화회관 3층 강당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지역 주민으로서 사건을 막지 못한 공동책임이 있다"며 "피해 여교사와 가족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어 “용서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 3명에 대해서는 사법기관의 철저한 수사와 더불어 어떠한 관용도 허락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재발방지를 위해 공동노력 하겠다는 의지도 전했다. 단체는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역민과 함께 ‘범죄 없는 신안 만들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예방교육을 더욱 강화하겠다”며 “정부도 폐쇄적인 섬 문화 극복과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현재 추진 중인 13개 교량건설을 앞당겨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이번 사건으로 5만 군민 전체가 매도되거나 지역·정치적으로 이용돼서는 안된다”며 “전남도교육청 등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교육·인권·복무환경 개선 등의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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