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로 죽는 것은 수치스럽다. 재산의 세습은 자식들은 물론 사회에도 해악을 끼친다. 상속세는 가장 현명한 형태의 세금으로 무거울수록 좋다.” 미국의 철강왕 카네기가 '부의 복음(Gospel of Wealth)'이라는 글에서 기부를 강조한 말이다. 이는 곧 기부문화의 정착은 사회지도층부터 솔선해야 한다는 교훈이 아닐 수 없다.

▲ 구세군 자선냄비

미국에서는 ‘최고부자들이 최고기부자’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사회지도층의 기부행위가 일상적이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아내와 함께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해 개인 재산의 99%를 사회에 환원했으며,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은 재산의 85%에 해당하는 370억 달러를 ‘빌-멜린다 게이트 재단’ 등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역시 기부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가수 김장훈과 하춘화의 100억원 이상의 기부, 현대가의 연이은 개인 기부, 중국집 배달부 고 김우수씨의 선행 등은 우리 사회의 기부 및 나눔 문화가 고조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일면이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의 기부문화는 어느 수준에 와 있는 것일까.

한국 기부문화의 역사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는 과거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시대만 해도 사대부 명문가를 중심으로 기부문화가 정착되었다. 조선이 후반기의 사회적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500년 동안 장수할 수 있었던 이유 중에는 부자들의 기부문화가 숨어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300년 전통의 경주 최부잣집이다. 3백여 년간 12대에 걸쳐 부를 유지해 온 최부잣집의 ‘만석꾼 비결’은 바로 이웃과 함께하는 가훈의 실천이었다. ‘만석 이상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흉년기에는 땅을 늘리지 마라’, ‘사방 1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등의 최부잣집 가훈은 가진 것을 풀면 풀수록 집안의 재산과 명성, 품격, 행복이 오래 간다는 진리를 일깨워준다.

▲ 이웃 사랑의 본보기를 수백 년간 실천한 경주 최부자집. 국가 중요문화재 제27호로 지정되어 있다

오늘날 기부문화가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넘어선 이후부터, 1988년 올림픽을 계기로 90년대에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80년대 이전까지는 기업의 사회에 대한 공헌활동에 대한 인식이 희박했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는 모든 국민이 복지의 개념보다는 경제 발전이라는 개념에 더 익숙했기 때문이다. 당시 제품을 값싸게 제공하는 기업이나 국가 기간사업에 참여하여 수출을 증대시키며 국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기업이 곧 인정받고 존경받는 기업이었다.
90년대 이후 우리 사회는 국제적 재난 지역에 대한 지원과 함께 NGO, 사회복지기관, 비영리기관들의 재정지원을 위한 비영리민간재단들의 활동이 활성화되면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부문화 운동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기업들 또한 공익재단과 사회공헌팀의 조직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 공헌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 기업의 사회적 책임론이 부상하면서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기업들에게 있어서 기부는 더 이상 필요가 아닌,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된 셈이다.

기부지수 81위… 탄자니아와 같은 수준
한국은 지난 2009년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OECD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했다. 도움을 받던 수혜국에서 도움을 주는 공여국으로 변신한 유일한 나라가 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는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이라는 위상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척박하며, OECD 30개국 회원국 중 꼴찌로 평가되고 있다.
영국의 자선구호재단(CAF)과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이 각국 19만 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0년도 세계 기부지수 평가’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153국 가운데 탄자니아와 함께 공동 81위에 불과했다. 스리랑카와 영국이 공동 8위, 라오스와 시에라리온이 공동 11위, 탄자니아가 33위인 점과 비교하면 국가 경제 규모에 비해 한창 낮은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개인 기부금 비율도 한국은 0.54%에 그쳐 미국(1.67%)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0년 기준 국내에 신고 된 44만23개의 법인이 지난 한 해 지출한 접대비는 7조6658억원, 기부금은 3조5045억원이다. 1개 법인당 접대비로 평균 1742만원을 사용한 반면 기부금은 이에 절반 수준인 796만원을 지출했다.

▲ 한국의 기부현황

카네기부터 게이츠까지… 기업의 기본은 ‘나눔’
철도와 운송, 석유 사업에 투자해 막대한 재산을 모은 카네기는 인생의 후반부를 사회사업에 바치면서 뉴욕의 카네기홀을 비롯해 카네기 공대와 카네기재단을 설립했고, 전 세계에 2500개 이상의 도서관 건립을 지원했다. 록펠러 가문도 시카고 대학과 록펠러 재단을 만들어 기아근절과 교육 등에 많은 공헌을 해오고 있다. 세계 재산 순위 1위와 2위를 나눠가진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존경받는 이유는 단지 그들의 천문학적인 재산과 우정 때문만은 아니다. 두 사람의 개인 기부 순위는 세계 1, 2위로 가난한 나라의 질병퇴치와 보건환경 개선에 대한 노력은 높게 평가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 공익재단을 출범시키면서 미국 갑부들의 기부 서약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올 들어 재단의 기부 서약자들은 69명으로 늘어났으며, 이들이 약속한 기부금은 2000억달러(200조원)에 이른다. 미국의 기빙USA재단과 인디애나대 자선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기부액은 2천9백9억 달러(약 3백30조원)로 GDP의 약 2%에 달했다(우리나라는 2008년 기준 8.9조원, 0.54%). 특히, 경제위기가 극심했음에도 전년에 비해 3.8퍼센트나 증가했으며, 사후 유산기부는 18.8퍼센트나 불어났다. 영국과 호주 등 영연방 국가들도 기부문화가 잘 되어 있다. 2008년 기준 영국과 호주의 GDP 대비 기부금 비중은 각각 0.73%, 0.69%였다.

미국의 기부문화를 배워라

▲ 워렌 버핏과 빌 게이츠

카네기, 록펠러,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등 엄청난 부자들이 대규모 기부와 유증을 통해 사회적 롤 모델(role model)이 된 미국과 달리 한국에는 이와 유사한 사례가 없고, 이것이 기부 문화가 정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계 2위의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지난 8월 개인 재산 5000억원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공표해 화제를 모았다. 이는 1971년 유일한 유한양행 창업주가 타계하면서 자신의 전 재산을 공익 재단에 기부한 이래 최대 금액이다. 그러나 대기업 총수 개인들의 기부실천은 여전히 인색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 현대차 등 10대 그룹이 총 8300억원대의 기부금을 냈지만 모두 기업 명의일 뿐 총수 개인 기부는 없었다.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이 개인 돈을 쾌척하는 것을 보며 “왜 한국기업 오너들은 그렇지 않은가”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는 이유다. 여기에 국내 대기업들의 영업이익이 급증했음에도 기부금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 자료에서도 국내 10대 그룹의 기부금 총액은 2008년 6410억원에서 지난해 6085억원으로 5.1% 감소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오너들이 기부를 하더라도 정부의 직·간접적인 압력이나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어 사죄의 뜻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대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마치 재벌가 총수 집안의 개인 기부처럼 느껴지도록 홍보하기도 했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하지만, 이를 개인의 업적이나 희생인 것처럼 홍보해서는 안 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업과 총수들의 기부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이 사회로부터 이익을 내면 다시 사회와 공유하는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통 큰 기부’ 안철수, 개인기부의 새 지평?

▲ 안철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1월 14일 안철수 연구소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자신이 보유한 안철수 연구소 지분의 절반(약 1천500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기부문화가 일천한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안 원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혜택을 받은 입장에서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저소득층 자녀교육을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또한,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오늘의 제 작은 생각이 마중물이 되어 다행히 지금 저와 뜻을 같이 해주기로 한 몇 명의 친구들처럼 많은 분들의 동참이 있었으면 한다”라고 다른 인사들의 동참을 유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안 원장의 주식 기부를 두고 대권 행보를 위한 본격적인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15일 출근길에 “기부는 단지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던 일을 실행해 옮긴 것”이라며 순수한 기부임을 주장했다. 미국 등 서구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선 유달리 개인 기부가 적다. 이 점에서 이번 기부가 개인 기부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데 크게 이바지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정치적 해석과 관계없이 나눔의 문화가 각계각층으로 확산되는 동시에 기업가들의 기부문화를 선도하는 계기로 작용해야 한다.

합리적 권고안 마련 절실
외국의 경우 비영리조직(NPO)를 통해서 많은 기부가 이루어지고 있다. 국가마다 비영리조직의 법적 지위나 제도적 지원 등에 관해서는 일치된 형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비영리조직은 헌법에서 인정한 결사의 자유를 보장받고 있고, 법인격의 취득이 용이하고, 공익성을 인정받아 세제상의 우대조치를 누리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부금품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 소득공제용 영수증 발급방식 개선, 전담조직 운영 등 합리적 권고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이르면 내년부터 기부자들이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기부연금제도’란 기부자가 현금과 부동산 등 자산을 공익법인에 기부하면 연금으로 되돌려주는 제도다. 연금수령액은 전체 기부액의 30~50%를 넘지 않도록 정할 방침이며, 본인 사망 시에는 유가족에게 지급된다.
당정이 발표한 기부연금제 도입 안에는 기부 교육 강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어릴 때부터 나눔의 중요성을 체득하고 실천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아이들에게 ‘기부’라는 환경에 자주 노출될 수 있도록 많은 경험을 해줌으로써 부를 통해 누군가를 돕는 일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로 인식하게 만든다. 당정은 현재 초등학교 1~3학년 학생에게 실시하는 나눔 교육을 단계적으로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 고등학교 전 학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모금기관과 연계한 나눔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기부금품에 대한 세제지원방식 등이 개선되고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의 적정성과 투명성이 제고되면,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NM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박성중 사무총장 미니인터뷰>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사랑의열매’를 상징으로 나눔문화 확산, 배분사업을 통한 민간복지발전을 위해 설립된 모금 및 배분 전문기관. 1998년 11월 설립 이후 국민의 자발적인 성금을 모아 기초생활, 아동청소년, 장애인, 노인, 여성 등 민간 복지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 외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기부문화의 특징과 현황은?

▲ 박성중 사무총장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설립 이래 10년 동안 10배(1999년 213억, 2010년 3395억)가 넘는 모금규모로 성장했고 국내 모금시장도 함께 커졌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나눔문화가 양적 성장을 이뤄왔다고 볼 수 있고 이제 나눔의 질적인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부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은 전체 기부금액의 75% 이상이 개인기부가 될 정도로 생활 속 기부문화가 활성화 되어있지만 국내 개인기부는 전체 모금액의 30%가 넘는 수준으로 이와 대조적이다. 국내기부는 아직도 사회캠페인 차원에서 진행되는 부분이 크고, 기업의 기부가 절대적인 수준이다.

-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하나?
개인기부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한데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나눔이 우리사회를 밝고 건강하게 만드는 공동의 행복투자’라는 개념으로 나눔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개인기부자가 늘어나고 있는 점이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기부 등 새로운 모금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령대의 기부참여가 늘고 있고 기업의 사회공헌활동도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사회공헌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더욱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추세로 보면 아직은 부족한지만, 이제부터 한국 나눔문화의 질적 성장과 발전이 시작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내가 낸 기부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기부정보확인서비스와 그 밖에 모금과 배분내역에 대한 정보들을 공개하고 있다. 기부자들에게는 내가 기부한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여 졌고, 복지서비스를 통해 어떻게 긍정적으로 변화했는지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나눔 참여도 준비하고 있다. 트위터에 행복주식거래소사연을 소개해 모금을 독려하고 있는데 해시태그(한가지 주제로 이야기할 때 검색하기 쉽게 해주는 트위터 고유의 태그)를 이용해서 한번 RT(리트윗)할때마다 행복주식거래소 1주(5000원)이 기부가 되는 이벤트 등이다. 그 외에도 최근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기부 등 ‘생활 속 나눔’으로 확대할 수 있는 기부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신용카드 사용실적에서 1%기부되는 나눔카드, 폐휴대폰 모음, 지하철 교통카드 기부와 물건 구매 시 수익금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지원되는 착한소비, CRM(Cause- Related Marketing, 공익연계마케팅) 등의 다양한 기부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젊은층의 참여뿐만 아니라 전 국민적 나눔활성화의 분위기를 위해 사회 제도적 환경마련도 필요하다. 앞으로 복잡한 절차로 인해 기부장벽이 되고 있는 자산기부와 재능기부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마련되고, 자라나는 세대에게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는 나눔 교육의 여건이 갖춰진다면 우리사회에 성숙한 기부문화가 이뤄질 것이다.

- 나눔참여를 높이기 위해 기금의 투명성과 신뢰성일 것 같은데 이것을 높이기 위한 장치나 제도가 있나.
내가 기부한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여 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부정보확인서비스가 그것이다. 기부정보확인서비스는 국내최초, 세계에서 유일한 시스템으로 기부금이 어디서 어떻게 쓰였는지 일일이 확인할 수 있다. 사랑의 열매 홈페이지 ‘내 기부금 사용내역 보기’ 코너에서 확인이 가능하며 직접 SMS 문자를 통해 기부감사인사와 어떤 분야에 기부금이 사용될지를 안내해 드리고 있다. 5000원 이상의 모든 기부금에 대해 확인이 가능하다.
공동모금회는 1년에 3,400억원을 어려운 이웃에게 지원해드린다. 그리고 기부정보만 해도 100만 건이 넘는다. 이것을 지난 1월부터 4개월간 열심히 작업해서 6개 영역, 30개 분야, 2,600여개 사업으로 나눴고 기부한 금액과 기부일자 별 성금이 쓰인 내용을 세부 사업별로 투명하게 보여드리고 있다. 이것은 대한민국 최초이자 세계 최초의 시스템이다. 

- 나눔실천을 위한 한마디
작은 나눔의 실천이 보람이 되어 가족들도 동참하고 있다. 무엇보다 나눔실천의 시작이 중요하다. 하다보면 기부도 중독이 된다. 기부는 어려운 이들을 돕는 시혜적 개념이 아니라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의 투자개념이다. 지금 나눔실천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보여주는 새로운 가치평가지표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분들은 좀 더 많이, 형편이 어려운 이들은 적게, 각자가 처한 환경에서 국민 모두가 나눔에 동참하신다면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생활 속 나눔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행복으로 되돌아오는 나눔’의 가치를 국민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

개인 고액기부자 모임 ‘아너소사이어티’
미국에는 기부 활동에 적극적인 갑부 2만명으로 구성된 ‘토크빌소사이어티’란 단체가 있다. 우리 한국에도 이를 벤치마킹해 ‘아너소사이어티’가 2008년 출범했다. ‘아너소사이어티’는 사회지도층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나눔에 참여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수 있도록 만든 고액 기부자들의 모임이다. 실명으로 개인은 1억 원 이상, 법인은 30억 원 이상 기부할 경우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올 9월까지 49명이 가입했으며, 회원들이 모금회에 기부한 돈은 총 87억5천5백만원이었다. 가입하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건물 1층에 핸드프린팅 동판을 걸고 회원증을 준다. 정기모임과 봉사활동을 1년에 한 차례씩 하며 다른 혜택은 없다. 특히, 대다수가 중소기업을 꾸리거나 전문직으로 자수성가한 ‘작은 부자’들이다. 특전사, 해병대, 학군단처럼 힘들고 긴 군복무를 마친 사람이 많았다. 특별히 학력이 높지도 않아 40퍼센트가 고졸·중졸 또는 무학(無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