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自然)은 말 그대로 ‘스스로 그렇게 있음’이다. 시절의 변화와 시시때때의 가변을 허여하면서도 원래 있던 모습 그대로의 자태를 변치 않고 유지하는 것이 곧 자연이다. 가식과 허영이 없으며, 독자적 생존을 꿈꾸지 않는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채움과 비움을 반복하며, 겸허히 스스로를 내려놓음으로써 전체의 섭리에 순행한다. 인간이 ‘욕망의 존재’라고는 하지만, 가끔은 자연에 다가서서 ‘내려놓음’을 연습해야 한다. 죽어서는 영원히 자연으로 돌아가겠지만, 살아서도 자연의 일부에 지나지 않은 인간의 본연(本然)을 돌아보아야 한다.

작품 속 강렬한 색채 통해 치유

▲ 작가 허숙이

작가 허숙이의 행보가 화제다. 실경을 바탕으로 하는 사생의 세계에 몰입해온 작가 허숙이는 “삶은 상실의 공간이다. 눈을 깜빡이는 사이에도 나로부터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있다”면서 “인간의 그림자가 사라지면 번성한 자연의 세계가 펼쳐질 걸 누가 알겠는가”라고 말한다. 일상 속에 작업하며 고단하고 힘든 순간에도 캔버스 위 강렬한 색채들은 작가 허숙이를 흥분시키며, 실망시킨 적 없이 부족함도, 비움도, 그 어떤 표현도 자연의 다양한 빛으로 보여준다. 숲속의 새들은 숲이 포용하고 있는 수많은 생명체들을 상징하며 발자국은 유구한 세월을 인간과 함께 해온 역사를 상징한다. 회화의 그 어떤 장르 속에도 안주하지 않으려는 그에게 사계는 자리를 잡고 붓으로 머물게 하고 있다. 이렇듯 작가 허숙이의 작업은 자연에 대한 사생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는 단순하고 간략화된 부호와도 같은 형상과 특징적인 색채, 그리고 과감하고 거침없는 표현에 의해 구축된다.

그의 작품들은 세상의 여러 가지 복잡하고 어지러운 단면을 초극하고 제작한 것들이다. 또한 유채가 드러날 수 있는 여러 가지의 가능성을 전제로, 전체적으로 자연의 느낌과 사물에서 드러나는 미묘한 떨림과 그 조화를 바탕으로 한 구상적 표현을 하고 있다. 사계 속에서 차용해 온 작가 허숙이의 작품 속 강렬한 색채는 치유를 가져다준다. 그의 구상 작품들은 대체적으로 선이 굵다. 그리고 붓 터치는 매우 거칠고 색상의 발색은 원색적이며 비 기교적이다. 허숙이 작가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특성들은 일반적인 모더니즘 화가들이 구사하는 기교적인 표현에 대한 반발심리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고, 사심 없이 자연과 대화하며 단순히 그 느낌의 전달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작가가 면(面)보다는 선(線)을 중시하고 그 리듬감과 조응에 관심을 두는 가운데서 자신의 마음속에서 은연중에 드러나는 여러 가지 서정성의 표현에 큰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 것들이다.

객관에서 주관으로, 현상에서 사유로 변화

▲ 사계中 백목단

퀼른 아트페어(독일), 대구 아트페어, 소아프 아트페어, 부산 아트페어, 르부르 아트페어(프랑스), 앙데팡당전(프랑스), 서울 아트쇼, 뉴욕 아트페어(미국) 등 국내외 유수의 아트페어에 참가하며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작가 허숙이. 지금까지 카프전, 초대전, 한국현대회화제, 자연의 관조, 사계전 등 총 7회의 개인전을 가진 그는 갤러리오늘(7월1일~7월30일)과 산성갤러리(8월1~8월14일)에서 각각 초대전을 갖는다. 현재는 한국미협, 서울미협, 국제앙드로말로협회, ADAG국제저작권협회, 자연동인회 등에서 활동 중인 작가는 근작에 들어 ‘육안(肉眼)에서 심안(心眼)으로’ 근본적인 변화의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객관에서 주관으로, 현상에서 사유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일상 속에 작업하며 고단하고 힘든 순간에도 캔버스 위 강렬한 색채들은 작가 허숙이를 흥분시키며, 실망시킨 적 없이 부족함도, 비움도, 그 어떤 표현도 자연의 다양한 빛으로 보여준다.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육체와 정신은 낡고 닳아 가지만 그 모습 그대로의 관심과 애정으로도 삶을 긍정적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그것이 내가 만드는 캔버스 안의 서정적 세계에 오늘도 빠져들고 있는 이유이며 내가 살아가는 또 다른 삶의 이야기다”고 말하는 작가 허숙이. 걸러지지 않은 채 소박하고 차분한 뉘앙스를 띠며 담백하고 명상적으로 표현하는 작품을 통해 진솔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는 그가 앞으로 또 어떠한 작품들을 선보일지 벌써부터 사뭇 기대된다. NM

▲ 사계中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