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말하고 생각하는 ‘세계화’라고 하면 가끔 세계인의 입맛에 우리 것을 바꾸는 것으로 오해하곤 한다. 물론 동서양의 문화크로스를 통해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내는 것은 좋은 일이고 중요한 일이긴 하다.

황인상 기자 his@

우리의 것을 잃어버리고 흔히 말하는 외국문화에 젖어들어 세계화를 부르짖는다면, 이는 진정한 세계화라고 볼 수 없다. 우리도 엄연히 세계를 구성하는 한 일원이기 때문이다. 세계화라는 것은 우리의 것을 세계인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지, 우리의 것을 잃어버리고, 외국의 것을 따라한다는 의미는 분명 아니다. 그렇기에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인 셈이다.

한국 전통 도자기의 명맥을 잇다

▲ 신한균 사기장

“도자기의 아름다움은 도자기 피부의 고운 살결로부터 나온다. 도자기 피부는 흙인 태토다. 흙과 장작불이 만나서 나오는 때깔이 도자기의 피부라 할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형태나 때깔을 보지만 사기장은 태토를 본다. 왜냐하면 도자기의 원천인 흙을 가장 중요시 여기기 때문이다. 조각가가 돌을 보고 형상을 찾아주는 자라면 사기장은 흙을 보고 흙 고유의 때깔을 도자기로 만들어 주는 자다.”  신정희 요 신한균 사기장의 행보가 화제다.

일본에서 국보와 보물로 지정되어 있고 400년 전에 맥이 끊어진 조선사발들을 처음으로 재현한 故 신정희 선생의 장남이자 후계자인 신한균 사기장은 한국의 그릇을 기법적·양식적으로 복원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온 인물이다. 그의 부친인 신정희 선생은 1968년, 대가 끊겨 역사 속에 묻혀 있던 조선사발을 완벽하게 재현한 인물로 익히 알려진 한국의 대표적인 도예가다. 이러한 부친의 뒤를 이어 한국의 전통 도자기의 명맥을 잇고 있는 신한균 사기장은 “아버지께서 성공하시기 전에 고생하는 모습을 어린 시절부터 지켜봐왔다”면서 “그릇쟁이도 더 많은 지식을 쌓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마친 그는 아버지 전화 한 통에 고향으로 내려와 아버지의 뒤를 이었다. 이후 양산 통도사 인근에 자리한 신정희 요에서 30여 년간 우리 그릇을 연구·복원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부친으로부터 도자기 제작 기술을 전승받은 그 역시 흙을 직접 구하고 가마로 굽는 전통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신한균 사기장의 대표작은 조선사발과 더불어 ‘달항아리’다. 그가 빚어낸 달항아리는 풍부한 색감과 질감으로 우리 그릇의 맛과 멋을 마음껏 표현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우아하면서도 소박한 멋의 달항아리는 우리 어머니들의 푸근한 품을 연상하게 한다. 특히 신한균 사기장이 흙과 불로 빚어내는 백옥의 ‘달항아리’는 한국 고유의 미감을 듬뿍 담아낸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신정희 요에서는 1년에 3번 정도 가마에 불을 때워 그릇을 구워내는데, 제대로 된 달항아리는 4~5점 밖에 나오지 않는다.

‘막사발’을 ‘조선사발’로 명명해야
함경도 회령도자기를 국내 최초로 재현한 신한균 사기장은 1990년 동경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도예가로 활동 중이다. 개인전 보다는 초대전을 많이 가지는 그는 1년에 외국에서 두 번 가량 전시회를 가지는데, 특히 일본에서 많이 연다. 일본 전시회 때는 일본NHK, 니혼TV 등 그리고 아사히신문, 요미우리, 마이니찌등의 특집방송과 기사가 수십번 나왔다. 특히 <우리 사발 이야기>(일본출간명 <이도다완의 수수께끼>), <사발，자신을 비워 세상을 담는다> 등 한국, 일본에서 도예 부문의 명저로 일컬어지는 숱한 저작을 통해 그가 이루어 온 이론적 정립을 후대에 남기기 위한 꾸준한 작업을 해왔다. 또 도자기 대하소설인 <신의 그릇Ⅰ,Ⅱ>은 도자 전문가뿐 아니라 대중에게까지 널리 알려진 도자기 소설이면서 도예에 관한 이해를 넓히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또 이 소설은  TV대하드라마로 만들어질 예정이며 일본에서 번역, 출판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신한균 사기장은 일본인이 ‘고려다완’이라 부르는 우리나라의 사발이 한국에서 ‘막사발’이라고 불리는 것에 ‘조선사발’(황도사발)로 명명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이의제기를 하고 있다. 또 그의 주장은 논문화 되어 일본학술지에 정식으로 실려 있다.

신 사기장은 “우리 땅의 흙과 불로 빚어낸 자연미의 결정체가 바로 조선 사발이다. 전형적인 잡기(雜技)가 아닌, 장인의 철저한 정신에 따라 흙을 골라 만든 무위적 아름다움과 자연미를 표현한 창조성의 결과다”면서 “그러나 한국에서는 그저 막사발로 불리며 제대로 된 이름조차 없어 늘 안타깝다. 특히 조선사발 중 일본국보가 된 이도(井戶)다완이라는 사발을 일본말 그대로 따라 부르고 있다. 그 국보사발은 500년전 경상도 지방의 민가의 제기였고 또 이도라는 말은 다나까, 나까무라, 아베 등 일본인 성씨이니 조상의 제기를 일본인의 성씨인 이도라 부르는 것은 엄청난 문제가 있다”고 외친다. 부친인 故 신정희 사기장의 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라는 그는 “전통도자기를 실용성에 예술성을 겸비한 도예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자기가 예술화 돼야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 “국민들의 심미안도 높아져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기계로 구운 도자기와 예술성이 가미된 도예를 구별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도자기를 브랜드화하고 스토리텔링을 한다면 더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