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의 관심이 사뭇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쏠리고 있다.  지난 2008년4월 숙연하게 제시했던 이건희 회장의 일종의 ‘사회적 약속’이 안철수 기부바람 속에서 세인들 머리에 떠올라서다.

▲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지난 2008년 4월 ‘삼성 특검’ 뒤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 회장에서 물러나면서 차명으로 갖고 있던 삼성 계열사의 지분 처리와 관련 “실명 전환한 뒤 벌금과 누락된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기부 재산 환원 위해 사회공헌연구실 신설
이건희 회장이 유익한 일에 쓰겠다는 잔여재산은 1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미 3년 7개월이나 경과했고, 사재 출연규모로는 사상 최대 규모이기에 이 회장이 어떻게 약속을 이행할 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회장은 삼성 계열사 지분 출연 시기와 방법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단순히 거액을 기부하는 방식에 그치지 않고, 보다 잘 쓰일 수 있는 방식을 찾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2002년에도 8000억원을 기부해 ‘삼성이건희장학재단’을 만들었지만 그리 좋은 평가는 받지 못하는 것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이와 관련 지난 2월 삼성경제연구소에 ‘사회공헌연구실’을 만들었다. 선진국이나 글로벌 기업들의 모범 사례 등을 연구해 더 나은 대안을 찾아보겠다는 의도였다. 사회공헌연구실(이하 연구실)은 관련해 2건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지난 6월 내놓은 ‘기업 사회공헌의 본질-SPIRIT’와 이날 나온 ‘지키고 싶은 소중함, 핑크리본의 도전’이 그것이다. ‘기업 사회공헌의 본질’ 보고서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총 16개국, 40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현장 인터뷰 등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이 보고서에서 연구실은 미케팅계의 석학 필립 코틀러의 말을 인용 “소비자가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영혼(Human Spirit)’을 가진 시장참여자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고 감동을 주려면 사회공헌에서도 영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유럽발 경제위기가 불어 닥쳤던 최근 4개월간 10대그룹 중 삼성그룹의 시가총액이 유일하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시가총액과 총수 지분가치 부문에서 1위 자리를 빼앗겼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다시 정상을 되찾았다. 재벌 총수의 보유 주식 평가액 순위도 바뀌었다. 이건희 회장의 보유 주식 평가액은 10월 말 현재 8조5913억원으로 4개월 전 8조2502억원보다 4.1% 늘었다. 반면 정몽구 회장의 주식 평가액은 8조3736억원에서 7조1289억원으로 14.9% 줄며 이 회장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 삼성전자 갤럭시S2 독일 런칭

‘속전속결’로 바뀐 인사스타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인사 스타일이 바뀌었다. 이 회장의 인사는 “믿지 않으면 쓰지 않고 한 번 믿으면 끝까지 간다”는 스타일이다. CEO의 실적이 부진해도 적어도 연말 정기 인사 때까지는 기다려줬다. 이 회장의 인사는 비교적 예측 가능성이 높으며 수시로 인사를 해온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극명하게 대비되기도 했다. 그런 이 회장이 올해에는 벌써 세 번째 사장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 내부에서조차 ‘기습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놀라는 눈치다. 지난 6월 대대적인 비리감사에 대한 후속조치로 삼성테크윈 사장을 교체했고, 7월엔 실적 부진에 시달리던 삼성전자 LCD 사업부장(사장)을 포함한 고위 임원을 대거 교체했다. 지난 10월 25일에는 주치의인 이종철 삼성의료원장을 전격 경질하고 의사가 아닌 윤순봉 삼성석유화학 사장을 삼성서울병원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 회장이 신임 윤 사장에게 던진 특명은 “삼성서울병원을 세계 초일류 병원으로 만들라”는 것. 일부 의사들 반발을 무릅쓰고 삼성병원의 체질을 확 바꾸라는 메시지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 회장의 바뀐 인사 스타일에 대해 이 회장 특유의 위기의식 때문으로 해석한다. 이 회장이 지난 4월 21일 이후 6개월 넘게 회사에 정기적으로 출근하면서 “지금 방식으로는 안 된다”고 자주 말해왔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은 현재 세계 IT업계가 10년 만에 엄청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이 회장은 더 기민하고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테크윈과 삼성의료원 인사에서도 나타났듯이 이 회장은 계열사 경영진단에 대한 결과보고를 받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속전속결로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삼성의 또 다른 고위임원은 “삼성의료원 인사의 경우 예전 같으면 이 회장이 연말 정기인사 때까지 기다렸을 것”이라며 “이 회장이 지금은 시간을 갖고 대처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