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서예에 미친 작가’라 칭하는 사람이 있다. 12살 때부터 붓과 인연일 맺고 불과 20대 초반에 율림서도원이라는 서실을 열고 1980년 첫 개인전을 열어 서예인생을 시작해온 율산 리홍재씨는 그간 이단아로 불릴 만큼 자유로운 행보를 보여온 것은 물론, 끊임없는 노력과 탄탄한 실력 그리고 독창적인 창의력을 통해 주위를 놀라게 한 작가이다.

리홍재 작가는 서예에 대해 “문자를 소재로 하는 조형예술”이라 칭한다. “특히 타묵(打墨)서예는 손이 아닌 온 몸으로 쓰는 퍼포먼스로 일종의 행위 예술이다”면서
“2002년 국내최초 VCD를 제작, 방영하여 춤 음악 서예의 만남 전을 통해 타묵 퍼포먼스를 선보여 대중을 무대로 끌어낸 것은 최초일 것”이라 자부하기도. 리홍재 작가로 인해 타묵 퍼포먼스는 이제 음악에 맞춰 귀로 듣고 눈으로 즐길 수 있는 예술로 승화했다.
몇날며칠을 새고도 붓끝에 먹물을 묻힐 정도로 서예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그는 그동안 안동국제탈춤페스티발2000, 중국성서성미술관 행위예술 초대전, 한일 월드컵 축하 퍼포먼스, 대구 유니버시아드 성화맞이 전야제 개막식 등에 참가해 서예의 진면목을 보여주었고,
현재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초대작가 심사위원, 한국미술협회 이사를 맡아 끊임없는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다.
난해하다는 이유로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부 시각도 있다. 하지만 리홍재 작가는 굳건히 자신의 작품세계를 헤쳐나가고 있으며 이미 많은 이들과의 소통을 통해 이러한 부정적인 평가를 잠재우고 있다.

한문, 한글, 영어 등 다양한 소재를 표현해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고 흥미를 가지게 하는 소재들과 그만의 독특한 퍼포먼스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공감이 가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압도적인 힘과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11월 11일부터 12월 2일까지 인사동 서울미술관, 한국미술관에서 가졌던 ‘붓노래, 먹춤 시나위 공감 한마당’이라는 주제의 자고전에서는 그의 작품 333점의 전시와 함께 춤과 음악, 그리고 서예가 어우러진 타묵 퍼포먼스가 펼쳐져 이를 지켜보던 관중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이번 자고전은 그의 혼과 열정이 제대로 담긴 서예의 참맛을 알렸다는 평가와 함께 서예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선이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던 자리였다.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실험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지만 리홍재 작가의 타묵 퍼포먼스는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고 있으며, 앞으로 그를 통해 서예가 혼이 담긴 예술의 정석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