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부터 우리의 선조들은 집안의 생활소품이나 가재도구를 만들기 위해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로 직접 만들어 사용하였다. 양반가에서는 집안의 가풍과 기개를 표현하였고 사대부가의 안방에서 사용되는 소품에는 아름다움과 섬세함이 나타나 있다.

▲ 홍근표 작가

나무로 된 공예품의 미(美)는 인위적으로 나타내는 조형을 줄이고 절제하여 나무의 무늬로부터 나오는 자연미에서 은은함과 소박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좋은 나무를 골라서, 목재의 특성을 파악하고, 깎고 다듬다 보면 어느새 구상한 형태가 만들어지면서, 꾸밈없이 담백한 나이테의 문양과 심재, 변재의 깊은 색상이 나타난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자연의 순리에 순응한 한 폭의 추상화가 표현되는 동시에 내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기도 하다.

홍근표 작가는 “나무에서 발산되는 은은한 향기에 매료되어 목공예와 처음 인연을 맺었던 기억이 난다. 목공예에 입문한지 벌써 40여 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나무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이 어렵고 설레 이기만하다”고 말하면서 “작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목재의 자연미를 그대로 반영시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인공미의 절제요, 자연을 그대로 작품에 담는 것이다” 고 한다.
 

나무를 다듬는 공정 또한 가급적이면 수동 공구를 사용하여 수공예로 제작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줄 곳 해왔던 작업 방식이기에 기계를 사용하는 것 보다 편하다.
그리고 작품의 일부분으로 함이나, 찻상 등 생활 공예품을 만들 때면 평소 연구 대상이었던 뚜껑의 문양 장식에 많은 고민을 한다. 나무껍질을 얇게 켜서 접합도 해보고, 솔방울이나  나무옹이를 켜서 절단면으로 문양을 만들어 보고, 호두, 잣, 은행을 사용하여 입체적인 문양도 만들어 보지만 참 어렵고 힘든 일이다. 어떻게 해서 조합을 해야 자연미를 살리면서 새로운 문양을 표현할 수 있을까……. 
근래에는 자연미를 최대한 살리면서 인공미를 최소한으로 배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주로 찻상과 차와 관련된 작품으로 어느 정도 준비되면 개인전을 통해 선보이려고 한다.

자연으로부터 소재를 얻어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지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동은 현대사회가 주는 도시적인 미를 유명무실(有名無實)하게 만든다. 그래서 공예품은 ‘아름다움’을 넘어 ‘인간다움’으로 사람들의 가슴에 다가오는 것은 아닌지….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