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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빅뱅은 시작됐다
정당정치의 근간 뒤흔든 서울시장 선거
2011년 11월 01일 (화) 08:54:25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불과 두 달 전 정치판에 얼굴을 내민 무소속 후보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당 후보를 누르고 정치 전면에 우뚝 섰다.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으로 상징되는 ‘기성정치’ 대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 대변되는 ‘새 정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최초의 시민단체 출신 서울시장의 탄생은 기존 정당체제의 몰락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 박원순 후보는 20∼40대 유권자층에서 압승을 거뒀고, 25개구 가운데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21개구에서 승리하는 완승을 거뒀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기성 정당들은 국민들의 변화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생존조차 힘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정치권 내부에서도 “기성 정당에 대한 염증이 ‘안철수 현상’이라는 신드롬을 일으키고 시민대표를 표방한 박 후보까지 당선시킨 메시지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30·40대 유권자에서 압승
시민운동가 출신인 박원순 후보가 무상급식 주민투표 패배로 물러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이어 서울시의 새 수장이 됐다.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으로 평가된 총력전에서 ‘시민후보’가 승리함에 따라 정치질서는 완전한 재편의 길로 내몰릴 전망이다. 10월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개표가 완료된 오전 2시10분 현재 박 후보가 53.40%를 획득해 46.21%를 얻은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이겼다. 박 후보는 20∼40대 유권자층에서 압승을 거뒀고, 25개구 가운데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21개구에서 승리하는 완승을 거뒀다. 박 후보는 안국동 캠프에서 당선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선택했다”며 “시민의 분노, 지혜, 행동, 대안이 하나의 거대한 물결을 이뤄내 승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11개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의 경우, 부산·경남 민심의 가늠자였던 부산 동구 선거에서 한나라당 정영석 후보가 승리한 것을 비롯해 대구 서구와 서울 양천구에서도 한나라당 후보가 이기는 등 한나라당이 8곳에서 당선됐다. 박 후보의 승리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민심의 열망이 분출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처럼 시민세력이 기성 정치권을 사실상 심판함에 따라 현 정치질서는 대대적 재편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서울시장 보선이 총선·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띤 데다 ‘기성정치 대 시민정치’의 대결 구도로 치러짐에 따라 대선가도는 예측불허의 국면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박 후보를 지원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중심으로 제3세력의 신당 창당 가능성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안철수 바람’의 강렬한 실체가 거듭 확인됐기 때문이다. 안 원장을 정점으로 야권은 대통합의 국면으로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며, 시민사회세력과 민주당이 그 과정에서 격렬한 주도권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은 격랑으로 빠져들어 국정 주도권을 잃게 되고,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쇄신 요구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되고 ‘박근혜 대세론’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당내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등장해 당을 내년 4월에 치러지는 총선 대비체제로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과 보수시민사회세력과의 연합을 통한 재편 필요성 등을 벌써부터 내놓고 있다. ‘탈(脫) 한나라와 비(非) 박근혜’를 거론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장 당선의 일등 공신은 넥타이 부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의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이긴 데는 이른바 ‘넥타이 부대’의 힘이 가장 컸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이번 선거는 지난 8월 무상급식 주민투표율 25.7%를 근거로 추론할 때 투표율이 40%대 중·후반에 못 미치면 나 후보가, 이보다 높으면 박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상태에서 20~40대 직장인들의 출·퇴근길 ‘한 표 행사’가 40%대 후반 투표율 달성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이날 투표율은 오전 7시 2.1%에서 9시 10.9%, 11시 19.4%로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출근길 투표가 많은 것으로 분석되는 오전 7~9시 사이 투표율 증가폭은 8.8%포인트로 이날 전 시간대 중 가장 높았다. 오후 들어 투표율은 22.7%(정오), 29.5%(오후 2시) 34.7%(오후 4시) 37.2%(오후 5시) 39.9%(오후 6시)로 주춤했다. 오후 4~6시 매시간 투표율이 2.5%포인트와 2.7%포인트 증가에 그쳤다. 이 때문에 박 후보 캠프는 오후 4시께 긴급 내부회의를 열어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투표참여 독려에 나서기도 했다. 이후 오후 7시 투표율은 42.9%로 1시간 전에 비해 3%포인트가 늘었고, 마지막 1시간 동안 추가로 5.7%포인트가 늘어나면서 투표율은 결국 48.6%를 찍었다. 두 시간 동안 8.7%포인트가 늘어났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승리한 지난 4·27 분당을 보궐선거의 ‘재판’이었다. 당시 선거에서도 오후 6시까지 투표율이 40.0%였지만, 퇴근 인파가 몰리는 6~8시 사이 투표율이 9.1%포인트 상승하면서 최종 투표율이 49.1%에 달했다. 지역별·세대별 투표 양상도 박 후보의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방송 3사의 공동 출구조사에 따르면 박 후보는 서울의 4개 권역 중 3개 권역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했다. 남서권에서는 박 후보가 58.2%의 지지를 얻은 반면 나 후보는 41.4%에 불과했다. 20%포인트에 육박하는 차이였다. 북동권과 북서권에서도 박 후보는 각각 56.1%와 57.8%의 지지를 얻어 43.6%와 41.8% 지지에 그친 나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압도했다. 한나라당의 전통적 강세지역인 강남 3구(서초구·강남구·송파구)에서는 나 후보가 53.7%로 박 후보(45.8%)를 앞섰지만, 그 차이는 한 자릿수(7.9%포인트)에 그쳤다. 연령별로는 박 후보가 20·30·40대에서 압도적 우세를 보였고, 나 후보는 50·60대에서 박 후보에 비해 앞섰지만 우세의 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박 후보는 20대에서 69.3-30.1%로, 30대에서 75.8-23.8%로, 40대에서 66.8-32.9%로 적게는 2배 이상, 많게는 3배 이상 나 후보를 앞섰다. 반면 나 후보는 50대에서 56.5-43.1%로, 60대에서 69.2-30.4%로 우위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정치 위력의 재확인
   
▲ 한나라당의 전통적 강세지역인 강남 3구(서초구·강남구·송파구)에서는 나경원 후보가 53.7%로 박 후보를 앞섰지만, 그 차이는 한 자릿수에 그쳤다
박원순 범야권 후보가 10월 26일 실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제치고 승리했다. 그는 세대 대결 양상을 보인 이번 선거에서 20·30·40대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48.6%라는 높은 투표율을 보인 것은 젊은층이 대거 투표장으로 갔음을 보여준다. 사상 처음으로 기성 정당 후보와 시민운동가 출신 후보 간 대결로 치러진 서울시장 선거는 우리 정치판에 ‘빅뱅’을 불러올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좌파 성향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제3세력이 정치·사회 전면에 나서 주요 아젠다를 끌고 나갈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기존 아날로그식 정당체제는 근본 변화에 직면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중심의 정당 체제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기성 정치권에 대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라며 “기존 정치권에 대한 퇴출 경고장”이라고 규정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해 범야권의 대통합 추진에 속도가 붙고, 제3세력이 정치 주도권을 잡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야권 내 제3세력과 민주당, 친노(親盧)파 간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불가피하다. 박 당선자가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고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 손을 잡고 신당을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권은 그야말로 ‘바람 앞의 촛불’ 상황이다. 국정 장악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총선과 대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내년 총선 필패론이 확산되면서 한나라당발 정계개편 바람이 일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 속에 변화와 쇄신 요구가 터져 나오면서 홍준표 대표 체제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당은 대통령 사저 논란을 거론하며 청와대 전면 개편론을 제기할 수 있다. 김수진 이화여대 교수는 “한나라당은 천막당사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더 빨라질 수 있다. 그렇다고 민주당도 마냥 즐거울 수 없다. 야권의 중심축이 제3세력으로 이동하면서 위기에 처할 수 있다. 한나라당의 분열은 나 후보 지원에 적극 나섰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세론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박근혜 대세론’에 흠집이 났고 이를 치유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안철수 교수는 범야권 유력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히면서 ‘박근혜 대항마’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정은 근본적으로 변하게 됐다. 박 당선자는 이미 서해뱃길을 비롯한 오세훈 전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 중 대부분을 중단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뉴타운 정책도 전면 재검토 대상이다. 박 당선자는 또 다른 시험대에 오른다. 이제 1000만 시민의 삶과 수도 서울의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 시민단체 대표 시절 공격의 대상으로 삼았던 제도권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말과 행동에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는 얘기다. 25조원(투자기관 부채까지 합산)이 훌쩍 넘는 부채 문제 등 해결하기 만만찮은 이슈에 대해 행정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 역시 거센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박 당선자가 복지 공약을 매우 중시했는데 포퓰리즘적으로 흘러가선 안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이번 선거는 젊은층이 대거 투표에 참여함으로써 보수 대 진보 대결 구도에 더해 세대 간 대결 양상도 보였다. 무엇보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큰 영향을 미쳤다. 작년까지만 해도 트위터 사용자가 200만명을 밑돌아 선거에 미친 영향이 제한적이었지만 이번에는 43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선거가 치러졌다. 그런 소셜 매체를 사실상 장악한 박 당선자 측은 기존 정당의 조직력을 특유의 기동력으로 가볍게 돌파하는 힘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 민주당은 이번 선거 과정에서 박 후보 영입실패, 야권통합경선 패배 등으로 위기에 몰렸고 손학규 대표 등 당 지도부가 박 후보를 적극 지원하면서 간신히 체면을 차렸다

기초단체장 11곳 중 8곳 한나라당 승리
전국적으로 10·26 재보궐선거가 치러진 10월 26일 기초단체장 11곳의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전북을 제외한 8곳에서 승리했고 민주당 후보는 전북 2곳에서 당선됐다. 한나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경북 울릉군은 무소속 후보가 승리했다. 전국 11개 기초단체장 선거 개표결과 한나라당은 서울 양천구, 부산 동구, 대구 서구, 강원 인제군, 충북 충주시, 충남 서산시, 경북 칠곡군, 경남 함양군 등 8곳에서 이겼다. 민주당은 전북 남원시, 순창군에서 승리했다. 서울 양천구청장 재선거에서는 민선 3·4기 구청장을 지낸 한나라당 추재엽 후보가 민선 5기 이제학 전 구청장의 부인인 민주당 김수영 후보를 제치고 다시 당선됐다. 부산 민심의 향배를 가늠한다는 의미에서 관심이 모아졌던 부산 동구청장 재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정영석 후보가 전체 투표자 3만4천135명(39.5%) 가운데 1만7천357표(51.08%)를 얻어 1만2천435표(36.59%)를 얻는 데 그친 민주당 이해성 후보를 15%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대구 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는 한나라당 강성호 후보가 총 유효투표수 4만1천461표 중 2만2천624표(55.01%)를 획득해 1만8천498표(44.98%)를 얻은 친박연합 신점식 후보를 제쳤다. 강원 인제군수 재선거 결과는 한나라당 이순선 후보가 43.2%의 득표율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무소속 후보를 누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은 남원시, 순창군에서 각각 민주당 이환주, 황숙주 후보가 승리해 텃밭을 지켰다. 충북 충주시와 충남 서산시에서는 각각 한나라당 후보인 이종배, 이완섭 후보가 당선됐다. 경북은 칠곡군수에 한나라당 백선기 후보, 한나라당이 공천을 하지 않은 울릉군수에는 무소속 최수일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 경남 함양군수 재선거는 한나라당 최완식 후보가 무소속 서춘수 후보 등을 눌렀다. 한편 전국 11개 선거구에서 치러진 광역의원 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이 4곳, 민주당이 4곳, 무소속이 3곳에서 각각 승리했다. 모두 19개 선거구에서 열린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7곳, 한나라당이 6곳, 무소속 4곳, 자유선진당과 민주노동당이 각각 1곳을 차지했다.
   
 

서울시장 선거 후폭풍 맞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10·26 재보선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은 충격에 휩싸였다. 개표 결과 박빙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나경원 후보가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게 7% 포인트 정도 뒤진 것으로 나타나자 당 지도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투표가 종료된 10월 26일 오후 8시. 여의도 당사 2층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개표 방송 시작과 함께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홍준표 대표 등 당 지도부와 당직자들 사이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나 후보가 박 후보에게 10% 포인트 가까이 뒤진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오후 8시7분쯤 상황실을 나가면서 기자들에게 “개표 결과를 지켜보자”며 기대를 놓지 않았지만 침통한 표정이 역력했다. 같은 시각 태평로 프레스센터 나 후보 캠프 사무실에 모인 서울시 의원들도 방송사 출구조사를 접한 후 “어렵다는 것은 알았지만 격차가 커 충격”이라며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 이날 오전부터 투표율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며 승부의 분기점으로 삼았던 투표율 45%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당엔 침울한 분위기가 흘렀다. 오후 들어서 투표율 상승세가 주춤해지면서 잠시 분위기가 바뀌기도 했지만 퇴근시간 투표장을 찾은 젊은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는 보고가 속속 올라오자 분위기는 다시 비관적으로 바뀌었다. 나 후보가 밤 11시쯤 캠프를 찾아 낙선인사까지 하는 등 서울시장 선거 패배가 확정적인 상황이 됐다. 지도부는 발 빠르게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선전한 것을 부각시키며 서울시장 보선 패배 후폭풍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홍 대표는 당사를 떠나며 “서울을 제외하고 나머지 지자체를 다 승리한 상황”이라며 “이겼다고도 졌다고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무현 정권 때는 (재보선에서) 40대 0까지 가지 않았냐. 8곳에서 완승한 것을 보면 이번 선거는 의미 있는 선거이며 앞으로 수도권 대책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최고위원은 “단순히 선거 승패로만 지도부가 평가받는 게 아니라 선거 내용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 당직자는 “대통령 임기 말에 치러진 재보선에서 여당이 패한 사례가 많았다는 점을 볼 때 최종 개표 결과 서울시장 선거에서 근소한 차로 졌다면 책임공방이 거세지 않을 것”이라며 “지도부 사퇴와 비대위 체제로 갈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도부 책임론 공방은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특히 분당에 이어 서울까지 내주며 위기감이 커진 수도권 의원들은 색깔론과 네거티브 공세라는 잘못된 선거 전략을 주도한 홍 대표를 겨냥하는 모양새다. 수도권 출신 한 소장파 의원은 “사실상 패배한 선거”라며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총선을 염두에 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조기에 꾸려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논란과 측근 비리 문제 등이 부각되며 앞으로 이 대통령 및 청와대와의 차별화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민주당에도 개혁과 통합의 바람이 거세게 몰아칠 전망이다.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개혁 요구를 곧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어떻게 담아내느냐에 민주당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 과정에서 박 후보 영입실패, 야권통합경선 패배 등으로 위기에 몰렸고 손학규 대표 등 당 지도부가 박 후보를 적극 지원하면서 간신히 체면을 차렸다. 당 관계자는 10월 26일 “지난 3일 범야권 통합 경선 과정에서 젊은층으로부터 외면을 받으면서 늙은 정당으로 전락한 것은 큰 충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당에 버금가는 개혁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실제로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은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선거를 좌우한 사람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었고, 범야권 통합 경선에선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이끄는 ‘혁신과 통합’에 밀렸다. 이 때문에 오는 12월 또는 내년 1월 초에 치러지는 전당대회는 개혁과 야권통합에 대한 민주당의 의지를 시험하는 계기로 여기진다. 민주당 홀로 전당대회를 치를 것인지, 아니면 시민사회 세력과 민주노동당 등 다른 야당이 참여하는 통합전당대회를 치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현재로선 민주당이 ‘혁신과 통합’과 통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박 당선자나 안 원장이 여기에 참여한다면 상당한 파괴력을 불러올 수 있다. 그러나 통합전당대회 개최 여부는 불투명하다. 내부적으로 호남 기반의 전통 세력과 개혁 성향의 수도권·486세력이 극심한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야권통합 논의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기 힘들다는 점도 내부 반발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손 대표 거취도 관심사다. 당장은 사퇴보다는 통합 논의를 적극 주도하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손 대표 측 관계자는 “손 대표가 야권통합을 주도하고 통합전당대회를 치러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한편 승리한 박 후보 선거 캠프는 기쁨과 흥분이 넘쳐났다. 박 후보 본인은 담담하게 승리를 받아들였지만 캠프 관계자와 지지자들은 ‘박원순’ 연호를 그치지 못했다. 박 후보는 손 대표와 한명숙 전 총리 등에게 손을 건네며 감사를 표시했다. 선대본부장을 맡은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라며 “강남3구에서도 우리 표가 많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영등포 민주당 당사에 마련된 상황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30대 몰표에 감사한 듯 “30대 최고”라는 환호도 나왔다.
   
▲ 표 결과 박빙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나경원 후보가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게 7% 포인트 정도 뒤진 것으로 나타나자 한나라당 지도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선관위 “성향 알려진 사람은 투표 독려 안 된다” 논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투표 인증샷’ 지침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특정 후보 지지자로 알려진 경우 투표 당일 “투표하세요”라는 말도 못하도록 규정한 지침 기준이 모호해 심각한 기본권 침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유권자자유네트워크(유자넷)는 10월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관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표를 독려해야 할 선관위가 유권해석의 범위를 넘어선 초법적인 지침을 만들었다”며 지침 폐기를 촉구했다. 선관위는 10월 24일 발표한 ‘선거일의 투표 인증샷에 대한 10문10답’에서 ‘투표 참여를 권유·유도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후보자에게 투표하도록 권유·유도하려는 것으로 의도되거나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정당·단체는 단순한 투표 참여 권유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후보자 및 선거운동 관계자는 물론, ‘일반 유권자에 대한 투표참여활동이 선거운동으로 인식될 수 있는 자’도 투표 참여를 권유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 당일의 경우 선거법상 선거운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지침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선관위가 지난 4·27 재보선 직전 발표한 ‘투표 참여 홍보활동 허용 예시’ 지침과도 배치된다. 당시에는 ‘선거일에 정당이나 후보자의 명칭을 나타내지 않으면 투표 참여 홍보활동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투표를 독려해야 할 선관위가 오히려 그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선관위는 이번 지침을 어떻게 적용할지 오락가락하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평소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특정 후보자를 지지했는지 사안마다 개별적으로 판단해 불법 여부를 가려내겠다”며 “다만, 투표 참여 유도가 금지된 사람이라도 ‘투표합시다’라는 글을 올리면 안 되지만 ‘투표했습니다’라는 글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선관위는 10월 25일 오후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관련 선거일의 투표 참여 권유·독려활동시 유의사항’을 내어 “정치적 입장이 뚜렷한 인사라고 해서 모두 투표 권유 행위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해명했지만, 여전히 기준은 모호했다. 이태호 유자넷 공동집행위원장은 “선관위가 필요에 따라 유권해석의 잣대를 휘두르며 선거에 개입하는 ‘정치행위자’가 돼버렸다”며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유명인 정당 단체 등 누구나 투표를 독려할 수 있는데 정부가 그 의도를 판단하겠다는 것은 권위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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