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총선·대선의 전초전 성격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범야권 박원순 후보의 서울시장 당선은 차기 유력 대선 주자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선 레이스가 본격 점화됐음을 뜻한다.

▲ 박근혜 국회의원

일단 서울시장 보선 결과만 놓고 보면 서울시민들은 박 전 대표보다는 안 원장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 유세에 힘입어 부산 동구청장, 대구 서구청장, 충북 충주시장, 충남 서산시장 등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선거전 초반 열세를 딛고 승리했다.

영남지역서 한나라당 승리의 일등 공신
영남에선 역시 ‘선거의 여왕 박근혜’의 위력이 강했다. 10월 26일 부산 동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정영석 한나라당 후보가 51.1%의 득표율로 36.6%를 얻은 이해성 민주당 후보를 여유 있게 앞섰다. 투표일 전까지 벌인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왔지만 개표 결과는 10%포인트 이상의 큰 격차를 보였다. 이 후보 쪽은 선거기간 정 후보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이 후보가 부산시 기획관리실장을 지낸 정 후보보다 인지도와 경력에서 앞선다는 게 자체 분석이었다. 재야 변호사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1988년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한 곳이 바로 동구였다. 야권의 내년 대선주자로 오르내리고 있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이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았고, 김영춘 민주당 최고위원이 상주하면서 선거를 이끌었다. 하지만 ‘박풍’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선거기간 동안 2차례 동구를 찾아 지원 유세를 펼쳤다. 부산은 2008년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친박연대’ 간판을 내걸고 출마해 대거 당선될 정도로 박근혜 전 대표가 위력을 발휘한 곳이다. 정 후보도 당선소감에서 “지명도가 떨어졌는데 박 전 대표가 오면서 인지도를 높였고 동구 주민들의 변화에 대한 욕구를 박 전 대표가 불식시켰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 동구의 지역성을 생각하면 이 정도 성적도 의미 있는 결과라는 것이 민주당의 자체적인 평가다. 김영춘 최고위원은 “부산 동구는 전국에서 가장 노년층 비율이 높은 전라북도와 노년층 비율이 맞먹을 정도로 고령화된 지역”이라며 “부산 전체의 흐름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부산 동구청장을 비롯한 영남 지역 기초단체장 4곳에서 여유 있는 우위를 보였다. 아직도 영남은 한나라당의 든든한 아성임이 거듭 확인된 셈이다. 한나라당은 대구 서구청장 선거에서 강성호 후보가 밤 10시30분 현재 55.0%의 득표율로 45.4%를 기록한 신점식 친박연합 후보를 앞섰다. 경북 칠곡군수 선거에서는 백선기 한나라당 후보가 36.6%의 득표율로 다른 무소속 후보들을 앞섰고, 경남 함양 선거에서도 최완식 한나라당 후보가 37.2%의 득표율로 다른 무소속 후보들을 제쳤다.

확고한 지지층 가진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
서울시장 보선 결과만으로 박근혜 전 대표와 안철수 교수의 우열을 말하기는 이르다. 아직 1년이 넘게 남았다. 박 전 대표는 여전히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확고한 지지층을 지니고 있다. 더욱이 지난 2007년 이명박 대통령과의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혹독한 검증도 거쳤다. 박근혜 전 대표도 서울의 패배는 뼈아프다. 4년 만에 선거전에 복귀한 그는 선거운동 기간 13일 동안 8일을 서울에서 뛰었을 정도로 서울시장 보선에 올인 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열세를 뒤집는 데 실패했다. 박 전 대표는 애초부터 “이번 선거가 대선과는 관계없는 선거”라고 선을 그었지만, 선거 막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박원순 후보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 결국 대선 전초전 양상이 되고 말았다. 2007년 대선 경선 때도 박 전 대표는 당시 이명박 후보에게 서울과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상당히 밀렸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 약점을 노출한 셈이 됐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가 취약한 그룹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방에서는 여전히 박 전 대표의 위력이 입증됐다. 박 전 대표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부산 동구청장 선거를 승리로 이끈 것을 비롯해 경남 함양, 대구시 서구, 강원도 인제, 경북 칠곡, 충남 서산 등 한나라당이 후보를 낸 8곳의 기초단체장선거를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