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는 부드럽고 따듯하다. 그래서 흔히 여성적 재료로 이야기되곤 한다. 그러나 재료적인 측면에서 섬유는 소재의 다양성과 표현방식의 자유로움에 있어서 그 어떤 미술적 재료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 왕경애 교수는 공예의 영역에 머물러 있던 섬유미술을 현대미술의 개념적 지평 속에 위치시킨 작가들 중의 한 사람이다. 현대미술 작가로서의 왕경애 교수는 왕성한 실험정신과 창작에의 열정을 보여주면서 다양한 비평적 해석과 미학적 문제의식을 갖게 해주었다.

왕경애 교수는 공예의 영역에 머물러 있던 섬유미술을 현대미술의 개념적 지평 속에 위치시킨 작가들 중의 한 사람이다. 현대미술 작가로서의 왕경애 교수는 왕성한 실험정신과 창작에의 열정을 보여주면서 다양한 비평적 해석과 미학적 문제의식을 갖게 해주었다. 오늘날 섬유미술은 재료의 다양성과 창의적 표현기법의 개발로 순수 조형예술의 영역으로 그 지평을 확장해 가고 있다. 작가 왕경애는 80년대 말까지 그녀는 꿰매거나 누비거나 주름을 잡고 오려붙여서, 또는 현대미술의 어법을 빌어 말하자면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꼴라주 기법으로 화면의 분할과 색상의 대비를 보여주는 추상적 평면 구성을 실험했다.
그러다가 1990년 꼴라주-설치 작업 ‘넝마’ 시리즈를 통해서 때로는 강렬한 색상의 대비로, 때로는 즉흥과 우연에 기대는 작업으로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2000년대의 작업에서는 보다 본격적으로 섬유 매체의 입체성에 눈떴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이 꼴라주 형식의 회화적 형태이거나 전시장 천정에 매달고 봉을 이용하여 걸쳐두는, 입체적 형식이든 관계없이 생태적 원시성과 거대한 스케일, 그리고 역동성을 보여주면서도 우리의 전통 조각보에서 느낄 수 있는 투박함과 은근함이 담겨있다는 점에서는 변함없는 일관성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2008년의 작업은 이전의 작가 왕경애를 불식케 할 정도로 많은 변화를 시도하였는데, 우선 재료의 선택에 있어서 망사나 레이스직물, 심지어 비닐 튜브와 장식용 오브제의 사용 등 과감하고도 신선한 감각을 보여주었다. 또한 그와 함께 색채의 변화도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다.

▲ 원형시리즈 2008년 부산 시립미술관에서 초대받아 12*7*6m 공간에 설치한 작품, 재료는 폴리직물과, 옷핀, 폴리테이프등 기법은 손 바느질

작가 왕경애는 하나의 세계, 그 귀일심원(歸一心源)의 해저에서 길어 올린 푸른 사유들을 우리들에게 들려주려 하고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요소들 간의 통일, 조화, 전체성을 향한 그의 직물회화, 섬유오브제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연의 호흡에 실려 직조되어 왔다. 망각의 신화, 무의식의 심연 속에서 깊게 가라 앉아있는 인간 심리의 원형을 찾기 위한 작가 왕경애의 작업. 그가 새로 쓰고자 하는 예술적 신화는 섬유미술과 현대미술이 경계 없이 공존하는 예술의 시원(始原)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총 14회의 개인전을 비롯하여 300여회의 그룹전 및 초대전회에 참가한 왕경애 작가는 현재 동아대학교 예술대학 섬유조형디자인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