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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파구 보이지 않는 위기 언제까지 이어지나
다른 기간산업까지 흔들고 있는 조선해양산업
2016년 06월 06일 (월) 21:50:41 황태희 기자 hth@newsmaker.or.kr

지난해 우리나라 조선해양플랜트 3사 적자 규모는 약 8조원에 이른다. 올해 수주량은 목표 대비 0~20%에 불과해 내년도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업계는 이미 수천 명 인력을 감축했고 최근 또 다시 인력과 사업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황태희 기자 hth@

조선해양플랜트 대기업 수주량에 이은 건조 물량 감소와 매출 하락, 적자 증가는 중소 기자재와 부품업체에 후폭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철강, 기계, 부품소재 등 다른 기간산업까지 흔들린다.

해양플랜트 산업서 막대한 운영손실
우리나라 선박제조기술은 세계 최고다. 최근에는 설계까지 자체 능력으로 수행한다. 세계 조선시장에서 우리나라 조선사가 1위를 차지하지 못한 분야는 특수 시장인 대형 관광크루즈선 뿐이다. 10여년 전까지 지적돼 온 조선기자재와 부품 국산화율도 80%까지 달성했다. 고유가 시대에 맞춰 급부상한 해양플랜트는 조선3사에는 새로운 기회였다. 조선 1위 경쟁력을 해양플랜트산업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여론도 높았다. 조선 3사는 국제 해양플랜트 수주에 경쟁적으로 뛰어 들었다. 이 과정에서 기존 건조 분야를 넘어 기획·설계와 운반 설치까지 해양플랜트 전 과정을 도맡아 하는 턴키 방식 일괄 수주는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매력적 방법이었다. 세계 국영기업 및 오일메이저 등 플랜트 발주사 또한 손해 볼 게 없는 장사였다. 턴키 계약은 단계 또는 부문별 계약과 달리 총 공사금액 10~20%를 줄일 수 있었다. 국내 조선사는 해외 유명 엔지니어를 스카우트해 팀을 꾸리고 자체 기획과 설계, 시공 엔지니어링을 시도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잦은 설계 변경과 프로세스 혼선, 이로 인한 부품 기자재 수급 조절에 실패하며 납기 지연에 비용도 당초 예상을 크게 초과했다. 이익은 고사하고 건조 부문만 개별 수주했을 때와 비교해 손해가 훨씬 컸다. 건조 분야 외에는 뚜렷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해양플랜트 전 과정을 일괄 수주해 결과적으로 막대한 운영 손실을 입게 된 것이다. 기대했던 해외 영입 엔지니어는 작업 수행 과정에서 두 손을 들었다. 자체 보유한 설계SW 등 프로그램 문제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국내 기업문화에 융화되지 못한 이유가 크다. 당시 조선사에 근무했던 한 국내 엔지니어는 “유명 엔지니어를 간부급 팀장으로 영입해 PM과 설계엔지니어링 팀을 꾸렸지만 잘 돌아가지 않았다. 팀장 위에는 프로젝트에 관여하는 임원이 여러 명 있었고, 국내 엔지니어와 외국인 팀장 간 소통도 쉽지 않았다. 해외 유명 엔지니어 한두 명을 영입해 자체적으로 기획 설계 엔지니어링을 수행하려는 시도는 안이한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해양플랜트 설계·엔지니어링은 해양플랜트 구축 프로젝트에서 초기 기획과 상세 설계를 수행하는 핵심 중의 핵심 분야다. 정확하고 탄탄한 설계에서 안전하고 튼튼한 해양플랜트가 구축된다. 적재적소에 필요 부품과 기자재 수급은 물론이고 건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시행착오를 줄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고기술이자 고부가가치 영역이다. 이를 담당하는 설계엔지니어는 수십만 종 부품과 모듈을 바다 위 또는 심해 상태에 최적화해 적용하고, 이를 도면으로 나타내 분석 평가한다. 기계에서 전기전자, 화학, 건축, 환경에너지와 정보통신기술(ICT) 등 연관 분야를 전문가 수준으로 알고 있어야 가능하다.

수십년 노하우를 축적한 몇몇 대형 엔지니어링 기업이 해양플랜트 설계엔지니어링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조선 3사는 해양플랜트 구축 단계에서 건조 분야 일감만 수주했다. 설계 엔지니어링이 필요해도 해외 엔지니어링사에 의뢰해 해결했다. 그렇다보니 수조원대 해양플랜트를 건조해 납품해도 매출 볼륨만 컸을 뿐 상대적으로 수익성은 낮았다. 설계엔지니어링을 직접 수행해 수익성을 높이려 했던 무리한 수주가 현재 조선 3사 대규모 적자 시작점이다. 정부와 각종 기관 독자 설계엔지니어링 기술 확보 압박도 한몫했다. 해양플랜트가 미래라며 조선3사가 앞장서 엔지니어링 기술을 국산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산 기자재 적용을 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해양플랜트산업 위기는 이 같은 설계엔지니어링 기술 중요성을 간과한 결과다.

설계엔지니어링 기술과 역량 확보 서둘러야
현재 우리나라 조선해양산업은 선박시장은 이미 중국이 턱밑까지 추격해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상태다. 그렇다고 저유가 상황에서 해양플랜트를 앞세워 앞으로 치고 나가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의 기로에 서 있다. 전문가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현재 국내 해양플랜트산업 체질을 혁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건조 부문이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것에서 설계엔지니어링 기술과 역량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는 얘기다. 단기성과에 치중하는 정책보다는 산업체질 개선을 위한 고급인력 양성, 핵심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게 해양플랜트 산학계 공통된 요구다. 해양플랜트 업계 관계자는 “설계기술과 서비스, 특허를 하나로 결합한 브랜드 전략 추진과 동시에 국내에 경쟁력 있는 엔지니어링 기업을 발굴 육성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국제 저유가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해양플랜트 수요는 다시 촉발될 것이고, 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바다 속 석유·가스 매장량은 지구 총 매장량 73%를 차지하고, 육상 에너지 자원은 언젠가 고갈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기만 남았을 뿐 해양플랜트 시장은 다시 급속 성장할 것으로 다수 전문가는 예상한다. 조효제 한국해양대 교수는 “세계 해양플랜트 시장은 고유가와 경기 회복에 이은 에너지 자원개발 활성화와 맞물려 다시 급속 성장할 것”이라며 “설계엔지니어링 기술 자립화 등 해양플랜트산업 육성을 시장 선도 단계를 넘어 국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조선해양산업은 2002년 처음으로 수출 100억 달러를 넘어선 후 연평균 20%씩 성장했다. 2011년에는 566억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 5570억달러의 10%를 넘어선 사상 최고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당시 수출 566억달러는 그리스(254억달러), 뉴질랜드(306억달러), 이집트(319억달러), 필리핀(491억달러) 총 수출액보다 많은 규모였다. 산업별 수출 비중은 1986년 이후 전체 수출액의 4~12%를 차지해 5대 수출품 자리를 지켰다. 2008~2011년에는 수출 품목 중 1위에 올랐다.

최근 3년간 지속된 조선3사 대규모 적자는 외형상으로는 수주 부진에 따른 건조량(일감) 부족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술력을 갖추지 못한 채 설계엔지니어링을 포함한 해양플랜트 구축 물량을 무리하게 수주했고, 이로 인해 막대한 운영 손실을 입었다는 사실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2011년 국내 조선 3사 수주량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해양플랜트 수주량은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해양플랜트는 다양한 공학기술을 요구하는 대표적 융·복합 산업이다. 전후방 산업 연관효과가 크고, 기술적 파급효과도 막대하다. 철강, 조선, 기자재, 해운은 물론이고 IT, 전기, 전자, 철강, 화학 등 연관 산업 또한 다양하고 많다. 해양플랜트 1기를 기획 설계하고 각종 부품을 구입해 건조한 후 이를 바다 위에 설치하기까지, 그 과정과 기간은 어떤 육상 건축물보다 길고 복잡하다. 해양플랜트 구축 사업은 국가나 국영기업 또는 대형 오일 메이저에서 대형 프로젝트로 추진하기에 바다 위에서 벌어지는 해양 종합건축예술로 불린다.

해양플랜트산업도 플랜트 생애주기에 따라 여러 단계로 나뉘고, 단계마다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해양 유정 탐사와 관련 활동에서 시작해 해당 해역에서 원유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각종 구조물과 장비 설계, 설계내용을 바탕으로 건조·제작(플랫폼과 기자재), 플랜트를 건조 야드에서 바다로 보내는 운반, 해역의 정해진 위치에 설치, 더 이상 기능을 할 수 없게 된 구조물과 설비를 해체 철거하는 것으로 구분된다. 지금도 그렇지만 대규모 해양플랜트를 수주할 당시 우리나라 조선사는 건조(제작) 분야를 제외한 탐사, 시추, 기본설계, 이송, 설치, 운영, 해체 등의 분야는 경쟁력이 떨어졌다.

대우조선, 1분기에 263억원 영업손실 기록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을 살리기 위해 지난해 10월 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통해 4조2000억원(한도)을 추가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유동성 위기의 숨통을 틔워주면 회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지난해 2조9372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대우조선은 1분기에도 적자를 봤고, 올 들어 단 한 척의 배도 수주하지 못하고 있다. 세금 지원을 받아 연명하는 대우조선 때문에 조선업 전체가 저가 수주 경쟁에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처럼 상황이 호전되지 않자 정부는 6개월 만에 대우조선에 대한 자구계획을 다시 세우기로 했다. 기존 회생계획과 이를 바탕으로 한 유동성 지원 방안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는 비판이 금융권에서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 부실 문제가 불거진 건 지난해 6월이다. 취임 한 달 된 정성립 사장이 “2013~2014년에 숨겨진 부실이 있었다”고 고백하면서다. 결국 지난해 상반기 대우조선은 3조2000억원의 영업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대우조선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나섰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7월21일 삼정회계법인을 통해 대우조선에 대한 실사를 벌였다.

대우조선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보내야 하는지, 아니면 추가 자금을 지원해 살려야 하는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다. 3개월간 진행한 실사 결과는 ‘살리는 게 낫다’였다. 산업은행은 이 결과를 토대로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내용을 정부에 보고했다. 산업은행 보고가 있은 직후인 지난해 10월22일 정부는 청와대 서별관회의(경제금융대책회의)를 열었다. 회의엔 최경환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홍기택 당시 산업은행 회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등이 참석했다. 회의에선 격론 끝에 “대우조선 노동조합이 회사 정상화 때까지 임금을 동결하는 데 동의하면 4조2000억원을 지원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10월26일 대우조선 노조가 ‘임금 동결 동의서’를 제출하자 산업은행은 10월29일 4조2000억원의 자금 지원 등 대우조선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이후 신규 대출과 유상증자를 통해 3조2000억원을 대우조선에 투입했다. 1조원은 투입 대기 중이다. 정부와 산업은행에 따르면 대우조선 지원이 결정된 것은 올해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대형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이 올해 100억달러 규모의 수주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대우조선이 직영 인력 1만3000명을 포함해 4만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동남권 지역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여기다 수출입은행 부실 우려도 감안해야 했다.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선박 건조계약 해지에 따라 최대 8조원에 달하는 선수금환급보증(RG)을 선주사에 물어줘야 할 상황이었다. 수출입은행의 총자본이 지난해 말 기준 11조259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부분 자본잠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올 들어 지난 4개월간 대우조선의 수주액은 1억3000만달러에 그쳤다. 이마저도 자회사에서 가져온 물량으로, 실제 수주는 한 건도 없다. 대우조선은 지난 1분기에도 26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임 위원장은 지난 5월4일 언론사 금융·경제부장 간담회에서 “대우조선 상황이 이렇게까지 나빠질 것을 생각하지 못해서 자구계획을 다시 수립한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정부와 산업은행의 대우조선에 대한 장밋빛 희망이 화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제해사기구(IMO)가 올해부터 선박의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 배출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고, 선주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2016~2017년 발주할 물량을 2015년에 몰아서 집행했다”며 “이는 이미 알려진 변수였기 때문에 올해의 ‘수주가뭄’은 예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주절벽’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되는 국제 유가 하락 및 물동량 감소 등도 지난해부터 이미 알려진 악재였다.

정부, 선별적 양적완화 방침에 속도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해운·조선업 등 기업 구조조정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이른바 ‘한국판 양적완화’ 또는 ‘선별적 양적완화’라고 명명한 방법이다. 나라 곳간이 마른만큼 중앙은행이 화폐를 새로 찍는 통화 정책을 활용해 구조조정의 칼을 빼 든 국책은행 자본을 확충하겠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돈이 나오는 주머니가 다를 뿐, 결과적으로 국민 세금 부담으로 되돌아오는 것은 마찬가지 아니냐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5월8일 정부에 따르면 현재 거론되는 국책은행(KDB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자본 확충 방안은 한국은행 직접 출자,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자본확충펀드 조성, 한국은행의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산업금융채권 매입 등이다. 이 중 정부가 내심 바라는 것은 한은의 직접 출자다. 한은이 국책은행 주식을 매입해 구조조정 실탄인 자본금을 불리면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추경 편성을 위한 국회 동의 절차도 피할 수 있는 ‘일석이조’라는 판단이 깔렸다. 그러나 문제는 한은이 본원 통화(한은이 시중은행에 공급한 돈) 공급을 확대하면 통화 관리 비용도 덩달아 커진다는 점이다. 현재의 기준금리 연 1.5% 수준을 유지하려면 시중에 풀린 돈(국책은행에 지원한 돈)을 그만큼 한은이 다시 흡수해야 해서다. 이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한다.

통상 한은이 유동성 조절을 위해 사용하는 수단에는 통화안정증권 발행, 환매조건부증권(RP·되사는 것을 조건으로 파는 채권) 매각, 통화안정계정 예치금 확대 등이 있다. 이 중 중장기 유동성을 조절하기 위해 가장 흔히 쓰는 방식이 만기가 비교적 긴 통화안정증권 발행이다. 한은이 통안증권 발행을 늘리면 이는 곧 나라 곳간이 가벼워지는 결과로도 이어진다. 한은이 통안증권을 매입한 금융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 등에게 지급하는 이자만큼 정부에 줄 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현행 법상 한은은 매년 순이익금의 30%를 자체 적립하고 나머지를 협의를 거쳐 정부에 세입(세외수입)으로 납부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 수지가 악화하는 만큼 정부에 들어갈 돈이 줄어들고, 결국 국민 세금을 더 걷어야 하는 메커니즘은 기본적으로 맞다”고 말했다. 현재 통안증권 이자율은 기준금리 수준인 연 1.5% 내외다. 이를 단순 적용하면 한은이 국책은행 자본 확충을 위해 10조원의 화폐를 새로 찍을 경우 이자 부담이 커져 매년 세수가 1500억원(한은의 이자 부담에 따른 순이익 감소) 정도 비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한은이 발행한 통안증권 잔액은 작년 말 기준 184조 4000억원이다. 1년간 이자로 낸 돈만 4조 1000억원에 달했다. 한은이 정부에 납부한 세입 규모도 2012년 2조 6744억원에서 지난해 1조 8514억원으로 30%이상 줄어든 상태다. 정부가 추진하는 소위 ‘한국판 양적완화’가 사실상의 ‘재정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통화량 증가로 물가가 오르고 돈 가치가 떨어지는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구조조정 자금 지원이 본격화할 경우 한은이 통안증권 발행을 통해 본원 통화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더라도 은행에 잠긴 돈이 풀리면서 시중 통화량 자체는 늘어나는 파생 신용 창출 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현금이나 현금성 자산 보유자가 자산 가치가 감소하는 ‘인플레이션 택스’를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한은의 발권력 동원을 통한 정부의 세수 감소가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재정 사업 심층 평가 신규 과제로 ‘세외수입 관리 방안’을 선정했다. 세외수입에는 한은 납입금을 포함해 과징금·과태료·부담금 등 세금 이외 방법으로 정부가 거둬들이는 돈이 들어간다. 정부가 이번에 세외수입 운용 규정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모자라는 재원을 확충하려고 사실상의 증세를 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다만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에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모호한 과징금이나 과태료 부과 기준을 만들겠다는 것일 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해운업계, 미주노선서 1년 치 일감 확보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까지 줄줄이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가며 절망의 기운이 가득한 해운업계에 모처럼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국내 원양 컨테이너선사들이 가장 주력하는 ‘아시아~미주’ 노선은 매년 4월께 1년 치 운송계약을 맺는데 양대 해운사의 유동성 위기에도 불구하고 기존 화주들이 변함없는 믿음을 보내준 덕에 지난해 이상의 성과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아시아~유럽’ 노선까지 성수기(4~9월) 효과가 나타나며 운임이 안정을 찾고 있어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운사들은 영업 쪽에서 불어온 긍정의 기운을 바탕 삼아 용선료(선박 임대료) 인하와 채무 조정에 성공해 다시 일어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5월1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미주노선 연간 계약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지난해 이상의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해운은 대형 소매업자들과의 계약물량이 지난해보다 11%가량 증가했고 현대상선 역시 기존 화주의 이탈 없이 지난해 수준의 계약에 성공했다. 미주노선은 국내 컨테이너 선사들의 전체 수송량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노선이다. 미주노선은 유럽이나 다른 노선과 달리 매년 4월께 익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의 1년 치 운송 계약을 맺는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국내 선사의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며 업계에서는 기존 고객들의 이탈 가능성이 점쳐졌다. 실제로 적지 않은 화주들은 해운사에 재무상황이나 서비스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지난해 이상의 계약 실적을 거두며 해운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같은 성과는 국내 선사들이 지난 수년간 화물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운송한 데 따른 신뢰와 더불어 영업 조직이 쌓아온 끈끈한 네트워크, 정부와 채권단의 지원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해운의 한 관계자는 “미국 대형 유통업체 ‘로스’로부터 3년 연속 최우수 선사로 선정될 정도로 서비스 안정성과 정시성·신뢰성 등에 높은 점수를 받아왔다”며 “고객들의 우려를 없애려 본사와 영업본부, 해외 지점 등 모든 채널을 동원해 회사 사정과 재기 노력을 설명한 효과도 톡톡히 봤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의 한 관계자도 “화주들이 회사의 자구 노력과 정부·채권단의 지원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계약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해운업계가 미주노선에서 안정적인 1년 치 일감을 확보한 가운데 최근에는 유럽노선까지 성수기 효과가 나타나며 실적 개선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5월 첫주 ‘아시아~유럽’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TEU(6m 길이 컨테이너 1개)당 732달러로 4월 말보다 170.1% 급등한 데 이어 둘째주에도 636달러로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운영난에 빠진 해운사들이 5월 초 일제히 운임인상(GRI)을 시도한 뒤 1주일이 지난 뒤에도 유지되는 것이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급과잉이 심하면 GRI 효과가 한 주 만에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며 “성수기 물동량 증가에 공급조절을 위한 계선(선박 묶어둠) 효과까지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성수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운임이 바닥을 기며 해운사 위기가 심화됐지만 올해는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해운업계는 영업에서 불어온 훈풍이 용선료 인하 협상과 이달 예정된 사채권자 집회에까지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은 마무리단계이고 한진해운은 2014년 이스라엘 해운사 ‘ZIM’의 용선료 인하를 이끌었던 영국계 ‘프레시필즈’를 자문로펌으로 선정해 선주사들과 만나기 시작했다. 한진해운은 지난 5월19일, 현대상선은 31일부터 이틀간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어 채권 만기 연장과 출자전환을 추진한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업에 조금씩 활기가 도는 만큼 채권자들을 설득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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