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사회에서 수천 년 동안 자연과 사회, 물질과 정신을 아우르며 우주 만물의 변화를 설명해 왔던 개념은 기(氣)이다. 기(氣)는 철학적으로는 물질의 발생과 변화를 설명하는 형이상학적인 틀이고, 한의학에 적용하면 인체의 생리와 병리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이 된다.

윤담 기자 hyd@

동양사회는 문학과 예술,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기(氣)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금경 화백은 ‘기의 형상화’를 통해 한국인의 정신세계를 표출하고 있다. 금경 화백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한국인의 긍정적 마음 표출된 ‘기화’ 개척

▲ 금경 화백

“작품의 진정한 의미는 작가의 잠재된 정신세계를 구체화하면서 생명의 원천인 자연의 힘인 기(氣) 즉 역동적인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죠.” ‘기화(氣畵·Feeling Art)’라는 독창적인 표현장르를 개척한 금경 화백은 우리 가슴의 응어리들을 길게 뿜어내는 하나의 호흡, 장엄하고도 강렬한 획으로 거칠 것 없이 토해낸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호흡으로 이루어지는 그의 작업은 거침없이 무아의 세계에서 희망을 방출하려는 자유의 몸부림이다. 한 호흡의 시작은 자연의 기운을 표출한 것으로 거센 바람과 천둥번개를 친 다음, 힘차게 무한 창공을 향하는 희망이기도 하다. 때문에 금경 화백의 작업은 우주 만물에 들어 있는 ‘기’가 움직여 생동한다는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금 화백은 그림을 그리기 전 마음을 정화시키고 대상과 합일되기 위해 정신을 가다듬는 작업을 하는데, 이는 기운이 생동하는 작품을 도출하기 위한 준비과정 자세다. 금경 화백은 “기가 승화하여 신명 즉 흥과 융합되어 작품세계로 들어가면 곧 긍정적인 예술성의 기가 되는 것”이라며 “예술행위는 인간이 숨을 쉬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기의 개념과 본질을 파악해 봄으로써 ‘기’의 역할은 기화에 중요한 예술정신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기’를 모태로 한 기화의 의미는 작가 금경을 비롯한 한국인의 얼과 혼이 담겨 있는 예술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인간 삶 영역에서 억압된 한의 문화가 흥으로서 승화되는 한국인의 긍정적 마음이 담겨 표출된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금 화백은 ‘기’가 주는 의미를 대폭으로 표현하기 위해 음양오행(陰陽五行說) 사상과 성리학의 이기일원론(理氣一元論), 사혁의 화육법, 석도화론(石濤畵論) 등을 연구했으며, 화론이나 기존의 철학에 편승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중이다.

지난 4월 가졌던 신작전 <기화, 새벽을 열다>에서도 이러한 금 화백의 노력이 여실히 드러난다. 특히 캔버스 사이즈 120호×2에 그린 작품의 경우  마치 우주와 같은 검은색 바탕에 흰색 선으로 ‘기’를 표현해 어느 작품보다 생동감이 강하고, ‘기’가 가지고 있는 범 차원적인 의미가 잘 드러났다는 평가다. 이 외에도 다양한 크기의 작품 총 61점을 선보인 이번 전시회에서 금 화백은 만물의 생성원리인 ‘기’라는 소재를 물감의 변주와 캔버스의 여백 등으로 특별하게 표현해냈으며, ‘기’라는 글자 형태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활용, 대담하면서도 절제된 화법을 사용했다.

시간의 간극 메운 창작 통해 삶의 의미 전달
훌륭한 그림은 우리의 정서를 진지한 의도와 심오한 목적으로 가득차게 해주는 심미안을 뜨게 해준다. 우리의 가슴은 세상과 조우하기 위해서, 또한 세상에서 살기 위해서, 세상을 잘 파악하기 위해서 관심과 애착을 갖는다. 그런 점에서 금경 화백의 붓끝은 낯설거나 익숙했던 시간의 간극을 메운 창작인으로서의 자유를 머금고 있다. 고(故) 송혜수 화백의 마지막 제자였던 금경 화백은 지금까지 총 11번의 개인전을 비롯하여, 한·러 아트페어, 러시아, 중국, 일본, 한국 현대미술 50인선정 작가초대전, 일본기초조형학회 국제작품전, 한·중 17주년 수교기념 특별기획 500호 초대전, 한·러 수교21주년 기념초대전, 서울 오픈아트페어, 국제아트페어 개인부스전 15번, 등 국내외 유수의 그룹전 및 초대전에 참여하며 역량을 발휘해왔다.

한국미술협회, 부산미술협회, 한국기초조형학회, 부산창작미술협회, 혁동인회, 국제라이온스 355-A지구 평화포스터심사위원장 등을 역임하고 있는 그는 현재 동아대 예술대학 외래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 중이다. 금경 화백은 “정신의 자유로운 행위는 역동적이고 생명력 넘치는 표출방법이 필요하고, 그것의 한 방편으로 자연스럽게 몸과 정신을 무념의 상태로 전환시켜 힘을 모아 창작행위에 임한다”면서 “어려운 이들에게 힘찬 기운을 줄 수 있는 기화(氣畵)는 추상적인 현대순수회화의 맥과 함께 영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NM

▲ ‘기화(氣畵·Feeling Art)’라는 독창적인 표현장르를 개척한 금경 화백은 우리 가슴의 응어리들을 길게 뿜어내는 하나의 호흡, 장엄하고도 강렬한 획으로 거칠 것 없이 토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