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를 모국어로 삼아 쓰는 이의 수는 세계 12위이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문자로 알려져 있다. 특히 영어와 마찬가지로 표음문자라 배우기가 쉬운데, 언어학자들은 한글을 모든 사람이 단 하루면 배울 수 있다는 뜻에서 ‘아침글자’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세계 언어학자들이 모이는 학술회의에서 세계의 언어학자들이 한국어를 세계 공통어로 쓰면 좋겠다는 토론도 진행된 적이 있을 정도로 한글의 우수성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영국의 역사 다큐멘터리 존맨은 <세상을 바꾼 문자, 알파벳>이라는 저서를 통해 한글을 두고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단아함 속 토속적 정서와 웅대한 기상 드러내

▲ 한글 서예가 묵제 권명원

묵제 권명원 서예가의 행보가 화제다. 재미 작가로 활약하고 있는 한글 서예가 권명원의 글씨는 한글서예의 단아한 아름다움 안에 토속적 정서와 웅대한 기상을 잘 드러내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부문 특선 2회, 입선 4회를 비롯해 대한민국 서예대전, 동아미술제 등 각종 서예 공모전에서 입상한 바 있는 그는 한국과 미국 등 유수의 전시관을 통해 한글작품으로 전시회를 개최해온 인물이다. 워싱턴 DC, 버지니아 등 상·하원을 비롯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그들의 이름을 한글로 적은 서예 작품을 선물하며 한글의 우수함과 독창성, 한글의 멋과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기도 한 그의 작품은 미국자연사박물관을 비롯하여 미의회도서관, 버지니아주 맥아더 기념관, 링컨박물관 등 미국의 유명 박물관에서 전시, 소장 중이다.

특히 서예가 권명원이 지금까지 작품 활동을 해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라는 <흙(조국)>은 워싱턴 역사박물관에서 계간지 표지로도 소개가 되기도 했으며, 워싱턴DC 한복판에 있는 스미소니안 박물관에는 <용비어천가>라는 작품도 걸려 있다. 미국에서는 그룹전을 제외하고도 100차례가 넘는 행사에 참여한 바 있는 그는 지난 2009년 6월 워싱턴몰에서 열린 스미소니안 ‘Folk Life Festival’에 한국대표로 참여해 길이 45m, 폭 3m의 광목천에 한글서예 퍼포먼스를 선보여 주목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고조선 때의 <공무도하가>와 고구려 때의 <황조가>를 비롯해 신라의 향가와 고려가요 등 가장 오래된 한국문학을 한글서예를 통해 새롭게 소개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에 지난 2014년에는 미국 워싱턴 주미대사관 한국문화원 초청으로 열린 한글서예전에서 고대가요 3편, 향가 14편, 고려가요 6편, 용비어천가와 천·지·인, 성조기 글씨 등 26점을 선보였다. 특히 이 자리에서 노예 해방을 이끌었던 링컨 대통령의 얼굴에 ‘평등’이라는 한글을 입힌 그림 서예도 선보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큰 붓 이용한 퍼포먼스로 한글 서예 알리다
지난 1985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던 서예가 권명원. 한글서예만을 고집하는 그가 처음 붓을 잡은 것은 초등학교 때였다. 형들이 다니던 서당을 쫓아다니면서 붓에 관심을 갖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난 뒤 붓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는 그는 서예를 가르치던 신재룡 선생님의 글씨를 보고 한 눈에 반했다. 서예가 권명원은 “말 그대로 신이 써 내려간 ‘신필’ 같았다”면서 “지금까지 붓을 놓지 않은 것도 그때 신 선생님께서 했던 칭찬 한마디 덕분이었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시절 이후 혼자서 글씨본을 사가지고 다니며 전시장을 찾아 글씨를 눈에 익히며 독학을 한 그는 중학생 시절 학교 교실에 걸린 국민교육헌장을 붓글씨로 직접 작성해 게시할 정도로 서예에 능통했다.

이후로도 끊임없는 노력 끝에 한글서예가로서는 독보적인 자리에 오른 그는 지난 5월, 서울 용산아트홀 초대전 작가로 초청되어 이조시대를 배경으로 노래한 옛 시조를 쓴 한글서예작품 45점과 김연아의 스케이팅 모습을 태극 물결 위에 잔 글씨로 쓴 ‘겨울의 꽃’ 등 최근작 50여 점을 선보여 호평을 받기도 했다. 서예가 권명원은 “요즘 케이팝을 통해 외국인들에게 한글이 알려지고 있지만 나는 매 전시회를 통해 다른 나라의 언어와는 다른 한글의 창제원리를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외국인들은 보통 서예가 중국, 일본의 상징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들에게 한글을 알리고 싶어 이목을 끌 수 있는 큰 붓을 이용한 퍼포먼스를 한다. 큰 붓을 이용한 퍼포먼스를 통해 한글 서예가가 한글을 쓴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