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5일부터 9월 4일까지 열린 전시회 <시스템피아>는 국립현대미술관과 영은미술관이 공동으로 기획한 것으로, 양 기관 창작스튜디오의 입출신작가들 중, 현 사회의 다양하게 내재된 유형과 운영 체계 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탐구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 작가 김순희의 작품은 우리 주변에서 발견되는 규칙적 반복, 확장의 구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영은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전시회 <시스템피아>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이는 단연 김순희 작가다. 직사각형, 정사각형 등 기하학적 형태를 하나의 기본 단위로 설정, 프랙털 개념에 기초한 조형원리를 통하여 구축되는 작가 김순희의 작품은 우리 주변에서 발견되는 규칙적 반복, 확장의 구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그녀의 대표작 ‘벽’은 얇은 철재로 만들어진 획일적 직사각형 블록들의 교합이 만들어낸 건축학적 결과물이다. 작가는 철망 직조의 구조물이 가지는 투과성과 ‘막’이라는 기능을 가진 벽의 이미지/함의를 결합시켜 양면적 사회구조를 시각적으로 상징화하였다. 가느다란 철망을 주재료로 작업하는 김순희 작가는 철망의 선들을 조합하여 기하학적 구조물을 부분에서 전체로, 전체에서 부분으로 반복 재현하여 투영한다. 작가 김순희는 철망의 시각적 형태인 조형적 요소에서 현대 사회에 공존하는 본인 자아의 감성적 지시를 소통하고 순환하고자 한다. 철망의 선들은 작가 본인의 무의식 속 수학과 공학의 관심이 이성적이고, 수학적 형태의 직사각형 블록들로 교합하여 하나의 큰 조형적 요소(벽)을 이룬다. 반복적 재현의 부분과 전체의 통시적 고찰은 작가의 중요한 개념이다. 

▲ 나의 작품의 주요 개념 중 하나인‘자기 유사성과 반복성,그리고 집적(集積)을 통한 부분과 전체의 관계망 구축’,즉‘부분과 전체는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프랙털(fractals)을 작품에 근간으로 하고 있다. 수학에서 시작된 프랙털이론이 사회 전반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듯 내게 있어 프랙털은 작품의 조형 요소로서 구조물을 통한 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과정이다.

 한편 작가는 지난 9월부터 10월 20일까지 열리는 <피카소 & 아인슈타인 3.0>展에 참가 중이다. 과학과 예술의 사이, Sci-Art로 예술과 과학의 상상력이 어우러진 작업들을 볼 수 있으며, 피카소와 아인슈타인이 열어놓은 무한한 가능성을 바탕으로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인간의 새롭고 다양한 경험들이 전시의 핵심을 이루는 이번 전시회에서 작가 김순희는 ‘우주의 탄생’의 영역으로 작품 <무한>으로 ‘원’ 과 ‘구’ 라는 기하학적이며 원형적인 구조를 이용하여 확장하는 우주를 형상화했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동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며, 메릴랜드 인스티튜트 미술대학(Maryland Institute College of Art) 대학원에서 Multidisciplinary전공으로 석사를 취득하였다. 이후 그는 1984년 관훈 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을 시작으로 <갤러리 현대, 서울, 1989>, <갤러리 아트사이드, 서울, 2005> 등을 포함하여 12회의 개인전과 <Conner Contemporary Art, 워싱톤DC, 2001>, <Radio House Gallery, 뉴욕, 2003>, <공간전, 서울 시립미술관, 서울, 2004> <반응하는 눈-디지털 스펙트럼, 서울 시립미술관, 서울, 2008>전 등 국내외에서 진행된 수많은 기획전에 참여하였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