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사발은 차인들의 멋을 담아내는 도구다. 그것들은 우리가 기분이 좋을 때나 나쁠 때에도 언제나 곁에서 지켜보고 있다. 또한 차인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대화하기를 바라며 우리를 사색으로 이끌어 주는 오솔길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 도자기장인 도지 최현철사기장은 조선시대 차사발 재현에 연구를 거듭하여 정호조 선차사발 작품연구에 혼을 담아 재현하는 모습.

찻사발은 실용성과 예술성이 공존해야 하는 공예품이다. 일반 생활용품과는 달리 쓰임에 편리함과 쓰면서 얻어지는 아름다움이 있어야 한다. 이것을 쓰는 이들은 차별화된 미의식으로 기물을 선택하고 생활 속에서도 멋을 즐기는 차인들이기 때문이다.

11년 연구 끝에 완벽한 정호조선차사발 재현에 성공
“우리나라, 우리민족의 자존심을 살렸습니다. 조선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에 의해 강탈된 정호조선차사발이 현재 일본에서는 국보 및 지방문화재 등으로 지정됐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막사발로 여겨 우리의 차사발을 폄하하고 있는데 이는 정호조선차사발이지 조선막사발이 아닙니다.” 최근 양산의 한 무명 사기장이 수십년의 연구 끝에 정호조선차사발(일본 용어 이도다완)을 재현해 주목을 받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금산요의 도지 최현철 사기장. 최 사기장이 조선시대 차사발 재현에 연구를 거듭하길 어언 20여년, 그는 1500℃ 고온의 가마에서 정호조선차사발 재현에 혼을 담아 인고의 시간을 거쳐 나온 사발들 중에서 일본에서 국보로 지정돼 다도(茶道)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전설적인 사발로 추앙받는 ‘정호조선차사발(이도다완)’ 재현에 완벽하게 성공했다. 현재 일본의 교토 다이도쿠샤 고호 안에 소장돼 국보로 지정된 ‘기자에몬이도’는 천하제일의 대명물 찻잔으로 추앙받고 있다. 언뜻 보기엔 볼품 없는 그릇 같지만 다도(茶道)문화를 즐기는 일본인들에겐 전설적인 찻잔이다. 이런 찻잔이 조선시대엔 우리나라의 도공의 열정으로 제작이 됐으나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들이 도공들과 작품들을 강탈해가며 사실상 그 명맥이 끊겼다. 때문에 일본에서는 구경이라도 할 수 있는 정호조선차사발을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만들기는커녕 구경도 못했고, 대명물인 차사발을 막사발로 폄하하며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최현철 사기장은 조선막사발과 정호조선차사발은 엄연히 다르다고 말한다. 조선막사발 그릇 피(겉모양) 무늬는 유리가 갈라지듯 날카롭게 찢어지듯 하고(삼각형, 마름모형 등 ) 정호조선차사발은 철갑상어 껍데기모양과 어란(고기알)모양, 개구리알이나 매화모양(타원형)으로 단계별 입체적으로 보여 차를 타서 마실 때면 자연과 함께하는 느낌이 난다는 것.  최현철 사기장은 처음 도자기계에 입문한 1978년 이후  중에 잠시 다른 길을 걷다가 차사발에 매료되어 지난 1999년부터 다시 ‘정호조선차사발’을 연구해왔다. 그가 심혈을 기울여 연구를 해오다 완벽한 제품에 이르지 못해 버린 도자기만도 수 천여점에 달한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기에 힘들지만 꼭 해낼 것이라는 일념으로 숱한 작업과 연구를 거치면서 정확히 11년 만에 꿈에도 잊지 못할 ‘정호조선차사발’ 재현에 성공한 것이다. 최 사기장이 정호조선차사발을 연구하던 초창기에는 그의 작업실 이름이 ‘조선막사발’이었다. 그러나 일련의 작업과 연구를 하면서 ‘왜 막사발로 평가를 받는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이후 고심 끝에 고문헌을 참고해 ‘정호조선차사발’로 바꿨다.

우리 자기의 문화적, 예술적 가치 재조명
최 사기장은 “정호조선차사발은 그냥 사발이 아니라, 손을 거치는 처리 과정이 7번의 유약을 바르며 일반 사기그릇을 만드는 것과 달리 엄청난 인고의 과정을 거치며 ‘아주 귀중하게 만드는 도자기’”라면서 “흙과 유약과 분이 삼위일체를 이뤄 궁합이 맞아야 하는데 장작은 소나무만 써야 하고 다른 나무는 절대 안 된다. 이것은 자연에 가장 가까운 그릇이다. 그렇기에 ‘막사발’이 아니다. 그 특징으로 오랜 세월동안 차 마시기를 하면 차 색깔이 그릇에 베이는 데 일본인들에겐 그 또한 최고의 가치로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호조선차사발을 재현한 최현철 사기장은 KBS, MBC 등 다양한 언론매체의 스포트라이트를 통해 극찬을 받은 바 있다. 그는 우리 자기의 문화적, 예술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올해 일본 오사카, 아랍에미리트 등에서 전시회를 열 예정이며, 향후 전국 순회 전시도 개최할 계획이다. 최 사기장은 “청정한 마음과 집념으로 혼을 바쳐 탄생시킨 조선 찻사발은 검박한 자연미를 품은 우주 생명의 그릇”이라면서 “일본에서 국보가 된 조선 찻사발보다 한층 뛰어난 작품을 만들기 위해 더욱 정진할 것”이라고 강한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