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병(경희대 경영대학)교수는 출근하는 지하철 속에서 곤충학, 서양미술사, 그리고 디자인 관련 서적을 뒤적인다. 연구실에 도착해서는 어제 잠자다가 생각해 낸 알고리즘을 자바(Java)라고 하는 언어로 프로그래밍하고 시뮬레이션을 수행한다. 이윽고 컴퓨터 화면에 열린 검정색 윈도우 몇 개에 수없이 많은 숫자들이 인쇄되기 시작한다. 그 숫자들을 마주한 채로 최근 국제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을 보고 새로운 연구 아이디어를 종이에 스케치한다. 이 광경만 보아서는 권 교수의 전공이 무엇인지 도통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는 경영학과 소속 교수이다. 학문의 융합에 맛들린 권교수의 일상이다. 

▲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의 권오병 교수는 “특화된 가치로 개인의 행복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주는 행복서비스야말로 서비스 중의서비스가 될 것이며 기존 산업을 융합하는 수백 조 이상의 융합 신산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권 교수는 어린 학생 시절부터 수학을 유난히 좋아하여 당시 어린이회관에서 주최한 전국 수학경시대회에서 1등을 하는 등 이과생으로서의 적성이 두드러졌었다. 그러나 고1 신체검사 때 생전 처음으로 본인이 색약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당시의 형편 상 문과로 진학하게 되었다. 그래서 문과 중에서는 수학을 많이 필요로 하는 상경계열인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하게 된다. 그러다가 한국과학기술원 경영과학과 석사과정으로 입학하여 어렸을 적 꿈꾸던 이공계로 발을 들여놓게 된다. 또한 실천하는 학문에 대한 생각으로 재학시절 기초생활수급자 자녀들에게 무상 수학 과외를 해주기도 하고, 박사 학위를 받은 직후에는 독립 운동가들의 후예인 연변 조선족 학생들을 교육하기 위해서 무보수로 중국 연변과기대에서 교편을 잡기도 했다. 요즘도 방학만 되면 세계 오지로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한다. 이러한 독특한 경험은 그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학문 융합에 대한 동기부여를 가지게 하였다.

융합적 기술 개발해 중소기업체에 기술 이전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의 권오병 교수는 “특화된 가치로 개인의 행복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주는 행복서비스야말로 서비스 중의서비스가 될 것이며 기존 산업을 융합하는 수백 조 이상의 융합 신산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행복산업은 한 분야의 연구만으로는 개척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최근 경희대 유비쿼터스 비즈니스&서비스 연구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권오병 교수가 이끌고 있는 유비쿼터스 비즈니스&서비스 연구센터(RCUBS)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융합하여 연구논문을 낸다. 이러한 융합 분야는 블루오션인 경우가 많아서 최근 10년 동안 100여 편의 연구 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다. 또한 연구 중 실용성이 높은 내용을 더 발전시켜 30여건의 지적재산권과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내었다. 특히 유비쿼터스 비즈니스&서비스연구실에서는 최근 스마트폰이나 환경 센서 데이터를 근거로 하여 행복지수를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 특허 출원으로 주목을 받았다. 한편 행복감의 측정은 유비쿼터스 기술에 심리학의 접목을 필요로 한다. 권 교수팀은 스트레스, 우울감, 피로, 분노 등 심리적 증세를 자동으로 측정하여 그에 맞는 조언이나 상거래를 연결해주는 컨트롤러인 하우웰(HowWell)을 지식경제부 산하 ‘유비쿼터스컴퓨팅사업단(UCN사업단)’에서 추진 중인 유비쿼터스 컴퓨팅 및 네트워크 원천기반기술 개발사업의 주요 결과물로 개발하여 수년 전부터 여러 중소기업체에 기술을 이전하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참여한 UCN 사업은 미래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필요한 개방형 유비쿼터스 플랫폼과 지능공간을 기초로 한 원천기술의 개발, 실용화를 목표로 진행되어 오고 있다.

세계 최초 ‘인공변형지능’ 개발
한편 권 교수팀은 최근 샌디에고주립대학의 연구진과 함께 곤충의 변형과정을 심도 있게 분석하여 세계 최초로 ‘인공변형지능(Artificial Metamorphosis Intelligence)’이라는 새로운 인공지능기법을 개발 중이다. 권 교수는 “IEEE가 지원하고 정보통신학과 생물학의 접목을 추구하는 특화된 국제학술대회인 NaBIC학회에서 우수 논문으로 인정받아 오는 10월 스페인 Salamanca에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인공변형지능은 차세대 공용 단말기인 서비스 트랜스포머(Service Transformer)의 핵심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서비스 트랜스포머는 스스로 제고 서비스를 변화시키며 사용수명을 연장하므로 많은 단말기를 통합하는 효과가 있어 도시 인프라 구축비용 절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권 교수는 “모든 학문은 인간을 행복하게 하라는 보편적 사명으로 융합될 수 있다. 그 사명을 달성할 때 진정한 가치가 창출되며 자연스럽게 비즈니스로 연결된다”면서 “앞으로 숨겨진 비즈니스 기회의 보고를 ‘행복’이라는 융합 코드로 찾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인문, 자연, 예체능 등 여러 분야의 학문적 접목을 시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