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는 출판기념회와 독도토론회 등 최근의 행보와 관련, “대선 행보라고 봐주면 고맙겠다”고 밝혔다. 정 전 대표는 지난 8월 BBS라디오 ‘전경윤의 아침저널’에 출연, 진행자로부터 “9월 6일 출판기념회를, 9월1일 독도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사실상 대선행보에 들어갔다고 봐도 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 정몽준 국회의원

정 전 대표는 “어떤 대통령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는 “우리나라 국민들께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느껴지는 나라를 만드는 정치인이 됐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그는 최근 사회복지재단 설립을 위해 사재 2000억원을 출연한 것에 대해서는 “올해가 아버지(정몽준 전 현대 회장)가 돌아가신지 10년째 되는 해”라며 “아버지가 30여 년 전 사재 500억원을 들여 아산사회복지재단을 만들었는데 그 뜻을 받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사재 2000억 기부 등 ‘노블리스 오블리주’ 실천
여권의 잠재적 대권 주자인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의 대권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또 다른 잠룡이었던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선 불출마로 ‘박근혜 대항마’ 이미지를 부각시킬 좋은 시기인데다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박근혜 전 대표가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거리를 두는 등 선을 그으면서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여파가 박 전 대표에게 향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정 전 대표의 행보에 가속도를 붙이는 모양새다. 특히 재벌회장 출신인 정몽준 전 대표는 재벌과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정 전 대표는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한 책임이 경영진에 있다”고 비판하는가 하면,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 행태를 꼬집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정 전 대표는 앞서 범현대가가 설립하기로 한 ‘아산나눔재단’에 사재 2000억원을 포함해 현대중공업 주식까지 출연함으로써 ‘재벌 이미지’를 씻기 위해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한진중공업 사태 논란에 대해서도 “어느 기업 경영자가 법을 위반한 것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얘기해야 한다”며 재벌에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아울러 정 전 대표는 국제관계와 외교 분야에서 본인의 강점을 내세우며 박 전 대표와의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최근 대미관계와 남북관계와 관련된 입장을 밝히고 일본 위안부 수요집회에 참석하는 등 본인의 강점을 눈에 띄게 하기 위해 행보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국회에 들어와 보면 경제·국제관계·국제정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있는 분이 많지 않다”며 “박 전 대표도 이 분야에서 노력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아는데 그 분야는 하루이틀에 쉽게 전문성이 쌓이지 않는다”고 말해 자신이 이 분야에서는 박 전 대표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 “정치인들의 인기라는 건 목욕탕의 수증기와 비슷하다”고 말하며 ‘박근혜 대세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대선 예비주자로서의 입지 다져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정몽준 전 대표는 부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그늘을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현재 정 전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에 이어 여당 내 대선지지율 2위의 자리를 지키며 예비주자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 아버지의 대선 도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족쇄다. 정몽준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여전히 정 명예회장의 과거 대선 도전에 대한 질문이 많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1992년 당시 정 명예회장은 초선(初選)의 기업인이었지만 자신은 6선의 정치인’이라는 점이다. 기업인인 정 명예회장과 정치인인 정 의원의 대선 도전은 비교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지난 8월 23일에도 정 전 대표는 아버지 정 명예회장의 과거 대권 도전 당시와 관련한 질문에 “아버님께서는 대선이 끝난 다음에 저에게 ‘나는 실패한 게 아니고 단지 노력이 부족해서 뽑히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씀하셨다”며 답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 측은 “(정 의원이) 아버지의 대선과정을 다시 살펴보거나 하지는 않는다”며 “2002년 대선 경험이 있는 만큼 스스로의 경험에서 교훈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