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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뒤흔든 ‘파나마 페이퍼’ 유출
그간 공개된 세금 회피 자료 중 역대 최대 규모
2016년 05월 09일 (월) 02:31:39 이종서 기자 jslee@newsmaker.or.kr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도피 관련 문건이 공개되면서 세계적인 파문이 일고 있다. 파나마 최대 로펌이 조세도피처 곳곳에 전 세계 유력인사들을 위한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종서 기자 jslee@

파나마 최대 법률회사 ‘모색 폰세카’에서 유출된 ‘파나마 페이퍼스’에 세계 곳곳의 유력 정치인과 유명인들이 줄줄이 엮인 가운데 연루 국가들은 즉각 세무조사에 착수할 뜻을 밝혔다. 유명 인사와 권력층에 실망한 국민들의 반발도 거세다. 파문이 커지면서 모색 폰세카의 문건이 정치·경제의 지형도까지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파나마 페이퍼는 문건만 약 1150만건이다. 그간 공개된 세금 회피 실태 자료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연루된 고객의 수는 1만4153명에 달한다. 이 중 전 세계 전·현직 정상이 12명에 이른다. 모색 폰세카가 페이퍼 컴퍼니 등을 설립하며 업무를 봤던 고객사의 수는 21만4488곳이다.

FIFA 신임회장 등 전 세계 유력 인사들 연루
파나마 페이퍼에는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신임 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최근 스위스 연방경찰은 그가 재직했던 유럽축구연맹(UEFA)을 압수수색했다. 전임 FIFA 지도부도 거센 비리 논란에 불명예 퇴진한 바 있다. 인판티노 FIFA 회장은 과거 UEFA 재직 당시 2006~2009 유럽 챔피언스리그 TV 중계권을 아르헨티나 사업가 우고 진키스와 마리아노 진키스 부자에게 팔았다. 현재 이 두 사업가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조사과정에서 뇌물 혐의가 적발돼 아르헨티나 당국에 인도된 상태다. 파나마 문건에 따르면 이들은 중계권을 에콰도르의 한 방송국에 매입가의 3배에 되판 것으로 나타났다. 푸틴의 측근도 파나마 페이퍼에 이름을 올렸다. 파나마 문건과 관련해 언급되는 인물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하지만 이 문건에 그 이름은 직접적으로 명기돼 있지 않다. 하지만 푸틴의 최측근 세르게이 롤두긴이 대신 연루돼 있다.

세르게이 롤두긴은 세계적인 첼리스트이자 푸틴에게 그의 전 부인을 소개해준 인물이다. 파나마 문건에 따르면 롤두긴은 러시아 은행들과 버진아일랜드 및 파나마에 등록된 법인 간에 자금(최소 20억달러 추정)을 옮기는데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아이슬란드 전 총리와 그의 부인도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보유한 것이 모색 폰세카 자료를 통해 공개됐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그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수백만달러의 아이슬란드 은행 채권을 관리해왔다고 폭로했다. 2008년 아이슬란드 은행이 파산할 당시 귄뢰이그손 내각은 은행 채권단과의 협상에 관여한 바 있다. 귄뢰이그손 전 총리는 이해관계 상충 혐의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는 사퇴를 거부하다가 결국 총리직에서 사임했다. 우크라이나와 중국 지도부 역시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를 거쳐갔다. 지난 2014년 6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사업으로 벌어들인 그의 자산 대부분을 매각하기로 약속했다. 그는 동유럽 최대 초콜릿업체인 ‘로셴’을 운영했다. 하지만 파나마 문건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이후 그는 로셴 자산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지주회사에 이전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도 예비 조사에서 아직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전현직 위원 8명의 가족들도 역외회사를 보유한 것으로 문건에서 드러났다. 이들 중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매형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나마 문건에 따르면 바샤드 알 아사드 정권의 군대에 연료를 공급하는 기업들 세 곳은 모색 폰세카의 도움을 받아 세이셸에 설립돼 운영되고 있었다. 이들 기업이 없었더라면 시리아 민간인에 대한 아사드 정부군의 공습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미국은 주장해 왔다. ICIJ에 따르면, 모색 폰세카가 거래한 고객들 가운데 적어도 33곳은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은 곳이다. 그러나 이들 중 일부는 미국 재무부가 경제제재 목록에 추가하기 전에 모색 폰세카가 거래를 중단했다. 이번 문건은 의심스러운 금융거래를 한 대형 은행도 포함하고 있다. UBS, 크레딧 스위스, 두 곳의 HSBC 지점 등이 모색 폰세카에 법인 설립 문의를 가장 많이 한 여섯 곳으로 목록에 올랐다. 이들은 고객들을 대신해 모색 폰세카와 접촉했다. HSBC의 역외탈세는 이미 작년에 떠들썩했던 문제다. 스튜어드 걸리버 HSBC 회장이 해외 법인을 이용해 역외 계좌를 개설했다. 당시 그는 해외 법인에 대해 “순수하게 개인적인 용도”라고 말하면서 “세금이나 금융 우대 혜택 등은 전혀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파나마 문건에 등장한 은행의 자산이 해외 법인들과 연결돼 있는지는 명확하게 나타나 있지 않다. 이들 은행의 범법행위에 대한 증거도 밝혀진 바가 없다. 파나마 문건은 어떻게 해외 정치인들과 재벌들이 해외 법인을 이용해 런던의 금싸라기땅을 보유하게 됐는지 폭로했다. 지난 몇 년 간의 추세를 살펴본 사람들에게는 전혀 놀랍지 않은 소식일 수도 있다. 파키스탄 총리와 이라크 전임 임시 총리, 나이지리아 상원 대표 등 저명한 인물들이 연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디언지에 따르면, 영국 부동산 중 1700억파운드 규모를 해외 자본이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도 스페인의 영화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홍콩 유명 영화배우 재키 찬, 미스월드 출신 아이슈와라 라이 등도 해외 법인을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 역시 메가스타엔터프라이즈라는 파나마 현지 법인을 소유했다고 문건은 폭로했다.

세계 각국서 조세 회피 수사 활발히 진행
지난 4월3일(이하 현지시간) 역대 최대 조세 회피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가 유출된 뒤 각국에서 조세 회피 수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파나마 페이퍼스가 공개되면서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혐의가 발각된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가 지난 4월5일 사임했다. 이를 시작으로 전 세계 거물급 인사들이 줄줄이 사퇴 위기에 내몰리거나 수사 대상에 올랐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자신과 부친의 역외펀드가 문제가 되자 직접 위법성을 판단하는 수사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다. 바하마에 페이퍼 컴퍼니 설립하고 자산 신고에서 이를 누락한 혐의를 받은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딸들의 역외 탈세 의혹을 받은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역시 혐의를 부인했으나 여론의 압박이 심해지자 수사를 진행했다. 현재까지 풀리지 않는 거대 미스테리 중 하나는 파나마 페이퍼의 첫 진원지다. 알려진 바로는 한 익명의 제보자가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 차이퉁의 탐사 기자 배스티안 오버메이어에게 문서를 전달한 뒤 탐사보도협회(ICIJ)가 자료 분석에 참여하면서 세간에 공개됐다.

오버메이어는 지난 4월6일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를 통해 제보자의 신원을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초 신고자로부터 “나는 존 도우(홍길동처럼 신원을 감출 때 쓰는 남자 이름)다. (문건에 대해)관심있나”라는 메시지를 받았고 이후 단 한 번의 대면식 없이 컴퓨터와 전화 등을 통해서만 연락을 취했다고 말했다. 신원을 끝내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문서를 전달받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미국 정보기관이 파나마 페이퍼 유출 배후에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는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와 구소련을 공격하고 있는 파나마 페이퍼는 미국 국가개발처(USAID)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러시아 크렘린궁의 디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번 문건을 작성한 인물 중 미국 국방부 전직 관리, CIA, 여타 정보기관 출신이 대거 포함됐다면서 미국이 배후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 증거가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어 여전히 파나마 페이퍼를 작성하고 최초로 언론 기관에 전달한 진원지는 미궁에 빠져있다. 현재까지 관련 대응을 하지 않는 대표적 국가는 러시아와 중국이다. 러시아의 경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친구이자 음악가 세르게이 롤두긴이 셰도우(그림자)기업을 통해 20억달러(약 2조2918억원)를 비밀리에 정리한 혐의를 받았다. 이후 푸틴에게도 관련 혐의가 제기되자 푸틴은 “(파나마 페이퍼에는) 내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며 강하게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그는 위키리크스의 주장을 인용해 자신을 공격하기 위해 미국이 파나마 페이퍼 관련 사건을 주도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 주석의 누나 치챠오챠오의 부부를 포함 2만명이 파나마에 이름을 올렸으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대신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완벽히 차단해 관련 사실이 내부에 퍼지는 것을 통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4월8일 독일 방문 중 가진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교부 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파나마 페이퍼 의혹에 대한 질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명확히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 의혹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한 중국 고위 관료의 발언으로 일각에선 향후 중국이 이에 관련 대응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파나마 페이퍼의 중심에 있는 로펌 모색 폰세카는 성명을 통해 “지난 40년간 단 한번도 범죄와 관련된 일은 벌인 적이 없다”면서 탈세를 도왔다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이들은 문서에 등재된 고객 리스트 중 여러 명은 모색 폰세카가 아닌 중개업자의 고객이라고 반박했다. 모색 폰세카는 앞서 자신들은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할 뿐 이를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은 중개업자라고 주장한 바 있다. 현재 모색 폰세카는 사이트를 새로 개설해 관련 대응을 하고 있다. 파나마 정부는 문건이 공개된 뒤 논란이 일자 지난 4월5일 모색 폰세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몰타 시민, 조셉 무스카트 총리의 사임 요구
파나마 페이퍼스가 공개된 후 몰타에서도 총리 사퇴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4월10일(현지시간) 수도 발레타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 수천 명은 조셉 무스카트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야당 지도자 시몬 부수틸이 “창피한 줄 알아라. 당신(무스카트 총리)은 몰타를 수치스럽게 만들고 있다. 당신은 몰타를 통치할 도덕적 권위를 잃었다”고 말하자 시위대는 박수로 환호했다. ‘파나마 페이퍼’에서 무스카트의 노동당 부당수인 콘라드 미치 보건·에너지 장관과 케이스 스켐브리 총리 참모 등 무스카트 총리의 두 측근이 역외 계좌를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파나마 페이퍼에는 미치 장관이 파나마와 뉴질랜드에 각각 회사와 신탁을 설립한 과정과 스켐브리 참모가 파나마에 법인과 신탁을 설립했다는 사실이 포함됐다. 이에 야당은 미치 장관과 스켐브리 참모의 해임을 촉구했다. 미치 장관은 회사 및 신탁은 가족 자산을 관리하기 위해 설립한 것이라며 사임 요구를 거절했다.

스켐브리 참모도 정부 일을 맡기 전 사업을 했으며 2013년 선거 승리 후 다른 사람에게 양도했다고 해명했다. 부수틸 야당 당수는 이 같은 스캔들이 2월 초에 알려졌지만 무스카트 총리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미치 장관을 노동당 부당수로 지명했다고 맹비난했다. 발레타에 있는 총리실 밖에서 야당인 국민당이 주최한 이번 집회에 대해 무스카트 총리는 공식적인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앞서 국민 정서를 고려해 모든 사실을 파악한 뒤 측근 2명에 대한 처분을 내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파나마 페이퍼스가 공개된 이후 지난 4월6일 시그뮌 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가 사임했으며,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파나마 페이퍼스에 부친 이언 캐머런(작고)의 이름이 거론된 이후 야당 등으로부터 비판받고 있다.

노재헌씨가 세운 페이퍼 컴퍼니 7곳 추가 밝혀져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51)씨가 조세도피처에 세운 페이퍼 컴퍼니 7곳이 추가로 드러났다. 앞서 공개된 노씨의 페이퍼 컴퍼니와 같이, 이번에 밝혀진 곳들 가운데 일부도 모바일 광고·게임 업체 인크로스의 해외 계열사와 연관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SKT벤처펀드의 운용을 맡고 있는 대표가 복잡한 페이퍼 컴퍼니 지배구조에 깊게 관여하고 있고, 인크로스의 지분 일부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뉴스타파는 노씨의 기존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함께 확인한 3곳 이외에 노씨의 페이퍼 컴퍼니 7곳을 홍콩에서 추가로 발견했다고 지난 4월8일 밝혔다. 이번에 드러난 페이퍼컴퍼니에서 인크로스의 계열사들은 설립 주주 또는 현 주주의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뉴스타파 측은 SK그룹 차원의 지원을 받았던 회사의 홍콩법인 대표가 노재헌 씨라는 점, 이 법인이 노씨가 세운 페이퍼 컴퍼니와 비슷한 시기에 설립됐다는 점 등에서 처남· 매형 관계인 두 사람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을 개연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뉴스타파 측은 노씨의 페이퍼 컴퍼니 설립 사실을 밝히면서 조세도피처 회사가 인크로스와 관계됐을 경우, 최 회장과의 연계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견해를 보인 바 있다.

이번에 드러난 페이퍼컴퍼니 7곳 가운데 루제 라이프(Luxe Life)의 설립 주주는 루제스 인터내셔널(Luxes International), 현재 주주는 인크로스 인터내셔널이다. 이노 팩트의 설립 주주 역시 루제스 인터내셔널이며, 현재는 인크로스 홍콩이 주주로 있다. 특히 루제 라이프와 이노 팩트는 노씨가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 3곳을 세운 뒤 일주일 만에 설립됐다고 뉴스타파 측은 설명했다. 루제스 인터내셔널은 지난 4월4일 드러난 노씨의 페이퍼 컴퍼니다. 인크로스 홍콩은 노씨로부터 루제스인터내셔널 이사직을 넘겨받은 김정환씨가 2013년 5월27일 설립한 회사다. 지난 2013년 5월24일 노씨는 루제스 인터내셔널의 이사직을 김씨에게 넘겼고, 김씨는 사흘 뒤에 인크로스 홍콩을 설립했다. 이후 루제 라이프와 이노 팩트 주식은 각각 2014년 인크로스 인터내셔널과 2013년 인크로스 홍콩으로 넘어갔다. 페이퍼 컴퍼니 사이의 지배구조의 중심에 인크로스의 계열사가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뉴스타파 측은 “두 회사의 실질적 소유주는 노재헌 씨였지만 모색 폰세카의 유출문서가 없었더라면 그 사실은 감추어졌을 것”이라고 했다. 인크로스는 지난 2007년 8월13일 티노솔루션즈라는 이름으로 처음 영업을 시작한 회사다. 이후 2009년 6월 SK계열사의 미디어랩 사업 부문을 사들이는 등 인수합병(M&A)으로 성장했다. 인크로스가 자본금의 두 배에 이르는 회사를 흡수 합병하는 성장 과정에서 SK그룹이 일종의 밀어주기를 하거나 최 회장의 위장 계열사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아울러 노씨는 여러 차례 인크로스 등기 이사로 재직하는 등의 관계를 맺어 왔고, 실제로 대주주에 그가 포함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뉴스타파 측은 노씨와 김씨는 물론 노씨의 또 다른 페이퍼 컴퍼니의 후임자인 첸 카이(Chen Kai)와의 연계 가능성이 있는 정황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첸은 SK텔레콤의 벤처펀드인 CVC 운용을 맡고 있는 업무집행사원(GP)의 대표다.

첸은 또 인크로스의 자회사 인크로스 인터내셔널의 지분 1%를 보유하고 있다고 뉴스타파 측은 설명했다. 첸은 노씨로부터 페이퍼 컴퍼니인 원아시아 인터내셔널(One Asia International)의 이사직을 2013년 5월24일 넘겨받았다. 첸은 이번에 드러난 원 아시아 시 앤드 엘(One Asia C&L)의 지분을 노씨와 각각 1대 9의 비율로 나눠 보유하고 있었다. 노씨는 또 지난 1월16일 이 회사의 이사직을 인크로스 홍콩, 루제스와 깊은 연관 관계가 있는 김씨에게 넘기기도 했다. 이와 관련, 노씨와 SK는 “첸 카이는 스탠포드 동문으로 개인적인 친분이 있을 뿐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고 뉴스타파 측은 전했다. 아울러 노씨 측은 “3개의 회사는 2011년경부터 추진한 중국 사업과 관련해 설립했지만 사업이 무산되어 휴면상태로 유지됐다”며 “2013년 사용 필요가 없어서 중국 친구와 지인에게 필요하면 사용하라고 얘기한 적은 있지만 실제 사용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앞서 해명한 바 있다. 페이퍼 컴퍼니 여러 곳의 지분이 얽혀 있는 인크로스와 최태원 SK회장과의 연관성 의혹에 대해 SK측은 “(노씨가 페이퍼 컴퍼니를)세웠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알겠나”라며 “과거 의혹이 제기됐을 때 문제가 있었다면 금융당국에서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뉴스타파 측은 지배구조에 대해 “노재헌 씨가 어떤 계좌나 자산을 비밀리에 인크로스쪽에 넘기기 위해 복잡한 지배 구조를 만든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며 노씨와 첸, SK와의 관계를 두고는 “둘의 나이 차이가 9살이나 나는데다 단순한 친구 관계라고 보기에는 사업상 얽힌 부분이 너무 많아 보인다”고 했다.

파나마 페이퍼의 여파 미치지 않는 미국
역대 최대 분량의 조세 회피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가 전 세계 재계, 정계 거물급 인사들을 들쑤시는데 가운데 유일하게 그 여파가 미치지 못한 곳이 있다. 바로 미국이다. 지난 4월7일(현지 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현재까지 파나마 페이퍼에 오른 유명 미국인으론 영화사 드림웍스 설립자 데이비드 게펜이 있다. 하지만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 시진핑 중국 주석의 누나 치챠오챠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친구 세르게이 롤두긴과 같이 나라 전체를 흔들만한 강력한 미국인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파나마 페이퍼의 분석을 책임진 국제 탐사보도 언론인 협회(ICIJ) 마리나 워커 게바라 부회장은 “미국인들의 조세 회피 건은 많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일반 시민이었다”고 설명했다. 게바라는 아직 1150만장 분량을 더 분석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유명 미국인의 조세 회피 의혹을 발견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나라에 비해 유명인의 조세 회피 정황이 덜 나왔다고 해서 미국을 투명한 조세·회계 제도가 구축된 나라로 판단하긴 곤란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조세 피난처를 상세히 조사한 논픽션 ‘보물섬’의 작가 니컬러스 색슨은 완전히 다른 가설을 제기했다. 그는 “미국인에겐 조세를 회피할 수 있는 선택 여지가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굳이 해외에 가지 않고도 충분히 미국 안에서 조세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는 이야기다. 미국 내에는 악명 높은 조세 회피 주들이 존재한다. 동부 델라웨어주와 서부 와이오밍주가 대표적인 예다. 이 곳에선 단돈 수백달러만 내면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할 수 있다. 이들 주법은 신원을 밝히지 않고 은행 계좌를 만들 수 있게 허용하고 있어 여기선 막대한 은닉 재산을 보관하고 운용하는 게 가능하다. 이 때문에 워싱턴포스트(WP)는 조세 전문가를 인용해 “미국 내에선 페이퍼 컴퍼니를 만드는 게 도서관 대출 카드를 만드는 것보다 쉽다”고도 말했다. 현재 미 재무부는 델라웨어 및 와이오밍에서 마약 밀매 및 자금 세탁 가능성이 높은 점을 의식해 신원 확인을 강화하는 법 재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언제 법이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이와 별개로 미국인의 조세 회피 자료가 적은 또 다른 이유로는 미 정부가 최근 몇 년간 대대적으로 해외 은행들을 단속하고 있기 때문이란 주장도 있다. 스위스 은행 UBS와 크레딧스위스는 미국인의 조세 회피를 방조했다는 혐의를 받아 지난 해 각각 7억8000만 달러(8991억 8400만원)와 26억 달러(2조 9972억원)의 합의금을 미 정부에 지불했다. 1741년 설립된 베겔린은행은 지난 2013년 미국 정부와의 민사소송 합의금 1620만 달러(186억 7536만원)를 지불한 뒤 272년의 역사를 끝으로 문을 닫았다. 그 이후에도 미 사법당국은 역외 은행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해 압박 수위를 늘려가고 있다. 처벌 금액이 높아지면서 역외 은행이 자체적으로 미국인 고객을 피하고 있는 것이다. 색슨은 “미국 고객들을 두려워하는 조세 회피처가 많다. 미국 정부가 그들을 크게 타격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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