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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혼연일체되어 전통가구 맥 이어나간다
엄태조 목공예 명장, 무형문화재,전통기능전승자
2011년 08월 07일 (일) 16:20:55 이경아 기자 ka6161@newsmaker.or.kr

옛 선조들의 얼이 깃든 전통을 지킨다는 것. 쉼 없는 시계바늘처럼 바쁜 하루를 살아가는 오늘날, 이렇듯 우리 전통을 지키는 일에 한평생을 받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그렇게 살았다면 이는 삶이라기보다는 ‘희생’이라는 표현이 맞을 터. 50여 년간 옛 선조들의 숨결을 나무에 불어넣고 있는 엄태조 명장. 전통의 불씨가 사그라들고 있는 오늘날, 꺼지지 않는 장인정신으로 전통가구의 맥을 이어나가는 그의 희생어린 삶의 향기를 느껴보자.

50여년 소목장 인생에 첫 개인전 열어
   
▲ 50여 년간 옛 선조들의 숨결을 나무에 불어넣고 있는 엄태조 명장. 꺼지지 않는 장인정신으로 전통가구의 맥을 이어나가기 위해 그는 오늘도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연거푸 내린 장마의 굵은 빗줄기 너머 한여름의 완연한 햇살이 기분 좋은 풀내음으로 다가오는 8월의 문턱에서 경산 와촌, 팔공산 한자락에 자리한 엄 명장의 작업장을 찾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을 무색하게 만드는 세월동안 나무를 매만지며 수많은 가구를 만들어낸 엄 명장. 그간 회원전만 수차례 치른 그는 8월2일 생애 첫 개인전을 앞두고 바쁜 모습이다. “지난 50여 년간 만들어온 작품들을 사람들 앞에 내놓기까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크고 작은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전통을 계승해 나가는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생각에 회원전은 많이 참여했지만 제 개인전은 생각지도 않았어요.”라고 조심스레 운을 띄우며 “제 소목장 인생 50여년이 담긴 작품들인데 저 스스로도 그리고 후배들에게도 부끄럽지 않기 위해 정성을 다했습니다.”라고 전한다. 대구 학계의 학자들이 속해있는 팔공산예술인회의 적극적인 지지로 개인전을 치르게 된 그는 감사함과 더불어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장인이 되고자 정성을 다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자리’라며 남다른 감회를 드러냈다. 고희를 앞두고서야 비로소 첫 개인전을 갖는 그에게 이번 전시가 주는 의미도 단연 남다를 터. 목공예 명장이자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0호 소목장, 그리고 대한민국 전통기능전승자로 지정받은 최고의 장인이 만든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에 기다리던 이들에게도 많은 설렘과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이번 개인전은 옛 전통의 목공예 방식을 재현한 전통가구를 본다는 의미를 넘어, 엄 명장의 50년 소목장 인생을 대변하는 작품들이 그 숨결을 꽃피우는 상생의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통문화 후세에 물려줘야 할 책무 잊지말아야
소목장은(小木匠)이란 목재로 생활의 세간들을 만드는 기능자를 말한다. 대목장이 가옥이나 절 등 건축물을 제작하는 장인이라면, 소목장은 장롱, 궤함 등을 비롯하여 문방구 등 세간들과 각종 농기구 및 수레, 가마 등 일반 생활용품을 만드는 장인이다. 엄 명장은 나무를 선별하는 과정에서부터 건조, 사개맞춤, 연귀짜임, 마대받침, 상감, 옻칠 등 전통가구의 심오한 기법으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옛 전통의 목공예 방식을 그대로 재현해내는 장인이다.

   
▲ 괴목-7첩-밀양반닫이
 더불어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의 판가와 팔만대장경판 보수, 예천 용문사 대장전의 윤장대 보수 등 국보나 보물 등 각종 문화재를 보수하며 꺼져가는 우리 문화재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인물이기도 하다. “전통가구를 만드는 데에 정답은 없어요. 간혹 조상들이 만든 문화재를 보고 감탄하면서도 왜 만드는 과정을 집필해놓은 문헌이 없는지 의아해 하는 이들도 많은데요. 이는 답을 정해놓고 만드는게 아니라, 수년의 작업으로 숙달 될 때 내 손에 익는 감각으로 만들기 때문이죠. 저는 후학들에게도 꼭 한번은 그 감각의 경지에 이를 때까지 도전하라고 말합니다.”
이미 오래전 감각의 경지에 오른 엄 명장이지만, 50여년이 지나도 어려운 것이 있다. 탁월한 감과 뛰어난 기술력.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나무의 선별. “소목을 하는데 있어 가장 어려운 것이 재료를 구하는 것입니다. 타 공예와 달리 나무는 내가 지금 필요하다고 해서 구할 수 있는게 아니에요. 수년간 다니면서 그 재목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만큼 오랜 기다림과 노력이 필요한 거죠.” 최고의 나무가 최고의 가구를 만든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그에게 재료확보는 여전히 가장 큰 숙제나 다름없다. 그도 그럴것이 나무 중 최고로 친다는 먹감나무는 개흙 속에서 3년을 묵히고, 그늘에서 다시 4, 5년을 건조 시켜야만 본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니. 수많은 인내와 땀으로 나무와 혼연일체가 되어야만 비로소 가구로 재탄생할 준비가 된다. “전통가구는 못을 쓰지 않고 짜맞춤 기법으로 만들기 때문에 자손 대대로 쓸 수 있어요. 하지만 급변하는 현대에서 전통가구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점점 끊기고 있습니다.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도 없죠.”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엄 명장은 “IT같은 첨단기술을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얼이 담긴 전통문화를 계승해 나가는 것 역시,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일입니다. ‘나’가 어디서 출발했는지 우리 뿌리를 되돌아보고, 전통문화를 후세에게 물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라고 피력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뜻을 옆에서 묵묵히 지키며 전통가구 기법을 계승해나가고 있는 아들(엄동환 계승자 ? 무형문화재 제10호 소목장 전수조교)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아들을 통해 전통의 맥이 오래도록 이어져 나가길 기원하는 엄태조 명장.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이 가진 본연의 의미를 깊이 되새기게 하는 그는 오늘도 세월의 무게가 만든 주름 진 손끝으로 나무에 새 생명을 불어놓고 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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