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은 장거리 경주의 연장(延長)이 아니다” 라는 말이 있다. 마라톤이 ‘올림픽의 꽃’이라는 수사(修辭)가 단순히 그 코스의 길고 짧음 때문이 아니라는 의미일 것이다. 마라톤은 42.195㎞의 거리를 두 시간 이상 쉼 없이 달려야 하는 스포츠 종목이다. 이렇게 긴 코스를 완주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인간의 신체적인 한계에 도전하는 일이다.

황태일 기자 hti@

마라톤은 그 어떤 반칙이나 편법이 통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각별하다. 온 몸으로 전 과정을 빈틈없이 관통해야 하는 것이 마라톤이다. 어떤 물리적인 공간, 시간적인 여백도 개입할 수 없는 것이 가장 마라톤의 진수이자 정체가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마라톤은 스포츠의 일반적인 영역을 넘어서는 스포츠인 셈이다.

경쟁심 버리고 마라톤 자체를 즐겨라

▲ 김원식 스포츠 해설가

전 올림픽 국가대표 마라토너로 활약했던 김원식 선수가 스포츠 해설가로 변신한 이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 화제다. 김원식 해설가는 “봄은 운동하기에 좋은 계절”이라며 “마라톤은 그 자체를 즐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한 장비나 기술이 필요 없는 마라톤은 같이 운동하는 사람이 없어도 할 수 있으며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 90년대 후반 경제 불황을 겪으면서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들이 급격히 많아졌다. 현재 국내 마라톤 인구만 400만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의 확산이 눈에 띈다. 과거에는 나이 지긋한 중장년층들이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며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연출했다면 최근에는 젊은 층을 주축으로 즐겁게 달리고, 재미있게 노는 새로운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그야말로 ‘마라톤의 시대’라 할 만하다.

연간 400개에 달하는 각종 마라톤 대회들이 전국 각처에서 개최되고 있다. 참가인원이 수천 명에 달하는 대회는 보통이며, 소위 ‘메이저 대회’에 해당하는 대회들은 2만 명 내외의 대규모를 자랑한다. 비단 대회 현장만이 아니라 강변 둔치, 공원이나 산길, 헬스장, 각급 학교운동장, 도로 등등 도처에서, 또한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에 이르기까지 수시로 마라톤 훈련을 하는 ‘러너’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김원식 해설가는 “병력규모가 10분의 1밖에 안되던 그리스 군이 마라톤들판에 상륙한 페르시아 군을 무찌르고 아테네 시민들에게 ‘우리가 이겼다’는 한마디를 전하기 위해 달렸던 전령처럼 기쁨에 넘쳐 달려야 한다”면서 “최근 많은 사람들이 건강에 관심을 가지면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뛰어넘으려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나친 경쟁심이나 승부욕보다는 즐긴다는 생각을 갖는 게 좋으며, 자신의 운동능력에 맞게 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특히 아마추어 마라토너의 꿈인 서브스리(풀코스 42.195km를 3시간 이내 완주)에 너무 집착하는 선수가 많아 부상과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면서 “다른 운동은 어느 정도 기술을 익혀야만 그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데, 마라톤은 즐거움을 맛볼 줄 아는 게 바로 기술이다”고 덧붙였다.

마라톤의 저변 확대와 활성화에 이바지
현재 마라톤 칼럼니스트, 마라톤 전문 사회자, 스포츠스타 재능기부, 스포츠스타 초청 강연 등 전남 함평 나산중학교 진로상담 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원식 해설가는 지난 2007년 9월에 강원도 철원에서 개최된 제4회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 대회에서 처음 데뷔했다. 이후 국내에서 열리는 다양한 방송과 함께 세계 5대 메이저 대회인 베를린마라톤과 세계 육상인들의 축제인 시카고마라톤, 영국 그레이트 런 마라톤, 2016제주MBC국제평화마라톤대회 등을 중계하며 우리나라 마라톤 활성화와 붐 조성에 이바지하고 있다. 김원식 해설가는  “저의 방송 해설이 모든 운동의 기본인 육상의 저변 확대와 활성화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또 국가대표 선수시절 훈련했던 실전 경험과 마라톤교실, 재능기부, 칼럼 등을 통한 이론을 바탕으로 시청자에 대한 배려와 마라톤이 주는 진정한 감동을 직접 보는 것처럼 현장 분위기를 전달하고 항상 노력하는 해설자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