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숙 작가는 미술이 가진 미의 본질을 ‘자연’과 ‘여인’으로 구체화한다.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자연, 그 안에서 밝게 빛나는 여인의 미소를 통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은 아름다운 삶을 추구해야 하는 존재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신선영 기자 ssy@

30년만의 귀향
지난 3월, 정봉숙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이 30년 만에 열렸다. <30년만의 귀향 정봉숙 인체전-우리의 봄>을 주제로 서울 갤러리 이즈, 대전 보다아트센터, 부여 아사달갤러리, 부여군청에서 두 달간 총 네 번의 전시를 열었다.

현직 작가들도 소화하기 힘든 바쁜 일정 속에서도 “전시 기간 동안 너무 행복했다”고 말하는 그는 지친 기색 하나 없이 표정이 밝다. 그간의 공백을 채우기라도 하듯 발표한 60여 점의 작품에 쏟아지는 관람객과 미술 전문가들의 연이은 호평 때문일 것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주는 동시에, 개인으로서는 새로운 화양연화를 여는 계기가 됐다.

▲ 정봉숙 작가.

작가는 “관람객들이 순수했던 시절을 많이 떠올려 주셨다. 아이일 때 감정과 아이를 키울 때 감정이 동시에 온다며 재 관람하는 분, 전시실을 몇 바퀴씩 회전하는 분, 우는 분이 하루에 두어 분씩 계셨다”고 전시 반응을 말했다.

작품 속 인물들은 어릴 적 우리이자, 우리에게 감흥을 주었던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 모습이 지나온 나, 지나온 삶, 지나온 세계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아름다운 삶을 살고자 하는 성정을 되찾아준다. 

▲ <사랑스러운 여인이 되어라> 116.7x90.7cm.

삶으로의 회귀
정봉숙 작품은 전체적으로 따뜻하다. 아름다운 여인과 그 곁에서 천진난만하게 웃는 아이의 모습이 행복의 감정을 배가시킨다. 리드미컬하게 흩날리는 꽃잎이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행복의 찰나, 행복의 가치에 대한 것이다.

지난 30년간 그는 어머니의 병환으로 모든 활동을 접어야 했다. 두 번의 개인전을 열고 작가로서 꿈을 펼칠 시기였기 때문에 상심도 컸지만 도리어 행복한 삶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작가는 “어머니께 그림을 가르쳐 드려서 전시회를 두 번 열어 드렸다. 거동이 불편해서 힘드셨을 텐데 제 모습을 많이 그려주셨다”면서 “그게 힘이 됐는지 제 작품이 전보다 따뜻하고 사랑스러워졌다. 제 그림에서 어머니의 젖 냄새가 난다고들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작가에게 지난 30년은 죽음으로 흘러가는 시간이 아닌 새로운 행복을 만드는 시간이었다. 작가는 “재작년 어머니 임종을 지켜드렸다. 저와 눈빛을 교환하면서 행복하게 돌아가셨다”고 회고하면서 “마지막 영혼의 수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됐다.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은 순간이 행복을 만들고 그렇게 완성된 인격이 예술의 수준을 높여준다”고 작품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래서 <30년만의 귀향 정봉숙 인체전-우리의 봄> 전은 작가가 1년 넘게 준비한 작품들로, 생명의 아름다움과 존귀함에 대한 것이다. 생명력과 아름다움의 상징인 여성만이 나타낼 수 있는 장점을 최대로 끌어올려서 관람객에게 아름다움에 대한 시야를 넓혀주었다.

▲ <꽃잎은 찬란하게 피어 오르고> 90.7x65.2cm.

여인이 있는 풍경
작가가 집중하는 대상은 여성이다. 갸름한 턱 선에 오뚝한 코, 도톰한 입술 사이로 번지는 옅은 미소, 풍성한 머릿결과 여체로 여성미를 한껏 드러내고 있다. 특히 어느 한 지점을 응시하는 듯한 또렷한 눈망울이 지적이면서도 탐구적인 인상을 심어준다.

“인물화는 살아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작가는 “자칫하면 마네킹처럼 건조해지거나 흙으로 빗은 것처럼 투박해진다. 그래서 촉촉한 질감을 살리기 위해 물감이 마르기 전에 완성한다”면서 “붓, 손, 나이프를 사용해서 속도감 있게 밀어 붙인다. 하루 두세 시간 자면서 이삼일 내에 완성한다”고 작업과정을 설명했다.

이러한 생체 표현은 색채 효과로도 나타난다. 피색 위에 중첩시켜나간 색채간의 미묘한 조화가 인물에 깊이를 더해 준다. 살색 계열만이 아닌 초록색이나 파란색도 다양하게 사용해서 내면의 색을 꺼내 보였다.

▲ <봄은 화사하게 색의 향연을 이룬다> 116.7x90.6cm.

자연의 생명 기운도 한껏 불어넣었다. 바람이 부는 듯한 경쾌한 터치, 빛에 의한 색채 미감이 인물을 받쳐주고 있다.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은 삶에 대한 여유로 이어진다. 그래서 정봉숙 세계는 행복을 꿈꾸게 하고 사랑의 감정을 싹 틔워 준다.

작가는 “행복이 화두이다. 행복의 감정을 풍부하게 연출하기 위해 자연과 여성이 대상이 됐다”면서 “지금은 연륜 있는 분들을 그리고 있다. 우리 삶에 귀감이 되어 주는 분들을 소재로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보낼 것”이라고 작품 계획을 밝혔다.

전시는 부여군청에서 진행 중이며, 부여 문화원에서도 열 계획이다. 행복을 화두로 삶과 예술에 균형을 이루고 있는 그의 작품이 앞으로도 우리 삶에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길 기대해본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