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청자는 세계적인 명품으로 고려초기에는 비색이 가장 아름답고 조형감각이 특히 뛰어난 ‘순청자’가, 중기에는 세계 초유의 ‘상감청자’가, 그리고 후기에는 철사 등으로 그림을 그려 장식한 회청자가 유행했다. 고려미술의 대표는 공예이며, 그 중에서도 으뜸인 고려청자는 교과서에도 나오는 국보 제 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과 제 97호 ‘청자음각연화당초문매병’, 청자압형수적, 청자소문과형병, 청자칠보투각향로 등이 유명하다.

▲ 강진 다산요 강기성 대표

주로 서남해안에 분포되어 있는 가마에서 만들어졌는데 특히 전라도 지방에 많은 가마가 밀집되어 있었으며, 전남 강진이 대표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강진고려청자는 청자문화의 발상지이자 비색청자를 완성한 강진의 흙과 불, 자연을 그대로 도자기에 담아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도공의 혼이 깃들지 않고 청자의 맥을 잇지 않는 도자기는 결코 명품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는 고려청자의 성지이자 강진군 대구면 사당리 청자도요지 입구에 위치한 다산요 강기성 대표를 만나 26년간 도예의 길을 가고 있는 청자이야기를 들어보자.

인공을 떠난 천공의 경지 강진고려청자
고려청자는 한국 문화예술사에서 가장 자랑할 만한 것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도자예술품이다. 비색상감무늬는 기술과 아름다움의 극치로 표현되고 있으며 인공을 떠난 천공의 경지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보, 보물급 청자 중 90%가 강진에서 만들어진 것이며 세계 여러 곳에 귀중품으로 보존되어 있는 명품들 대부분이 강진의 작품들이다. 전국적으로 지금까지 발견된 400여기의 옛 가마터 중 200여기의 가마터가 강진에서 현존하고 있는 만큼 청자의 집산지로 청자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던 점은 해상교통의 발달과 다른 지방에 비하여 태토, 연료, 수질, 기후 등 여건이 적합하기 때문이다. 청자를 처음 만들었던 중국에서 조차도 ‘고려청자’를 세계 제일로 극찬했을 만큼 훌륭하지만 만들기가 여간 어렵고 까다로운게 아니라 전수받으려는 젊은 층을 찾기가 어렵다. 1986년 강진군 청자사업소(현 청자박물관)에서 도예입문이후 고려청자의 매력에 빠져 1990년 직접 다산요을 설립하고 대중화에 앞장선 강기성 대표는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가진 젊은이가 배우고자 한다면 내가 가진 기술이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해 줄 생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우수성과 독창성으로 세계화의 포문을 열 터
짙푸른 녹음으로 우거진 공원에 청자로 만든 음용수대, 건축자재로써 한자리 꿰차고 앉아 있는 청자를 본 적 있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청자는 텔레비전에서나 나올법한 재벌집 안방에 귀하게 모셔져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강 대표는 방안에 가둬진 청자를 모두가 함께 보고 즐길 수 있는 청자로 실생활에 적용시키고 싶어 한다. “강진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라도 여건만 주어진다면 명예를 걸고 청자공원을 조성해 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가장 대중적인 청자와 가장 고급스러운 청자를 함께 만들어 가고 싶은데 지리적 여건 때문인지 디자인과 판로개척이 여의치 않다. 학계에서 해주는 디자인도 훌륭하지만 실제로 적용하는 데에는 많은 애로점이 있고, 현재 의뢰하고 있는 연구소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마케팅을 겸한 전문적인 디자인 연구소가 설립되길 희망했다. 백자나 분청사기는 해외 시장에 많이 진출했지만 비교적 고가인 청자는 진출하기가 힘든게 현실이다. 우리 청자에 맞는 디자인으로 현대와 접목시켜 쉽게 보급하고 접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한데 마땅한 곳이 없다는 것이 늘 아쉬움으로 남는다.

기술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공이 부족한 것이다
“흙은 정직하고 절대 속이지 않는다” 청자를 만들면서 철학이자 좌우명으로 늘 생각한다는 강기성 대표. 흙을 고르는 순간부터 가마에서 구워내기까지 젖먹이 어린아이 보살피듯 노심초사하며 공들이는 과정들이 버겁고 지칠 만도 한데 그런 기색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작업 내내 입가에 맴도는 미소가 비취색을 닮았다. 고려비색이라고 말하는 고려청자의 은은하면서도 맑고 명랑한 비색, 유약과 선의 흐름, 생동감이 넘친다. 8월에는 울산 현대중공업 현대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 계획으로 이번에는 전통청자의 틀을 약간 벗어난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중이다. 10월에 예정되어 있는 서울전시회 준비까지 하려면 빠듯한 일정이지만, 강진 청자가 널리 알려질 것을 생각하면 뿌듯하다는 그에게서 열정을 넘어선 순수함 마저 느껴진다. 강진청자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그 명성을 이어가길 진심으로 기원하며 다산요 강기성 대표의 큰 행보를 기대해 본다. NM

강진 다산요 강기성 대표

프로필
1986년 강진 청자사업소 도예입문
1990년 강진 다산요 설립
1990년 전남 공예품경진대회 다수입선
2003년 제3회 강진청자공모전 최우수상
2004년 제22회 한국미술제 종합대상
2005년 제3회 서화아카데미 우수상, 제55회 개천예술제 특선
2005년 2006년 제23회 한국예술제 도예부분 심사위원
2006년 서울광진문화회관 개인전
2007년 강진청자일본순회전(도쿄,나고야,카사마,마시꼬,교토,오사카)
2007년 중국 산동성 도예공모전 우수상
2008년 강진청자미국순회전(워싱턴,애틀란타,뉴욕,LA,시카고,세인트루이스)
2008년 중국 장가개 세계도자공모전 최우수상
2008년 개인전 5회
2009년 서화아카데미 도예부문 최우수상, 유럽순회전
2010년 전국순회전(서울,인천,부산,울산,광주,제주도)
2010년 남미순회전
2010년 대한민국 예술대상 문화체육부 장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