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을 이끌 새 한나라당 대표에 수도권 4선의 홍준표 의원이 선출됐다. 한나라당은 지난 7월 4일 오후 서울 잠실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전당대회를 열어 원내대표와 최고위원을 지낸 홍 의원을 차기 당 대표로 선출했다.

▲ 홍준표 대표는 내실 있고 안정감 있는 대표로 자리매김하려는 노력을 계속할 전망이다. 또 당내 부정부패 척결을 기치로 내걸고 공천개혁을 추진하고 서민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비주류 자처해 온 홍준표 대표 당선
한나라당은 지난 7월 4일 7·4전당대회를 열어 차기 총선과 대선을 이끌 새 당 대표로 홍준표(서울 동대문을) 후보를 선출했다. 각종 현안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며 ‘비주류’를 자처해온 홍 후보의 당선은 당내 권력구도 재편의 신호탄으로서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당청 관계 역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모래시계 검사 출신으로 ‘홍반장’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홍 후보는 지금까지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전 대표 등 실권자들에 대해 거리낌 없이 쓴소리를 해왔다. 홍 대표의 이런 스타일에 비춰봤을 때 홍준표 호는 향후 당청관계나 대야관계에서 강한 목소리를 내며 힘 쎈 여당으로 자리 잡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최고위원 시절부터 강한 친서민 정책을 내세우며 드라이브를 걸어왔고, 이 때문에 직전 당 지도부인 안상수 전 대표, 김무성 원내대표와도 종종 갈등을 겪어왔다. 하지만 홍 대표는 전대 정견발표에서 당청관계에 대한 우려에 대해 “대통령이 탈당하는 배신의 정치가 다시는 없도록 하겠다”며 “대통령과의 15년 인간적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당청간의 엇박자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이제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에 대한 음해와 공격이 시작이 될 것”이라며 “이 공격을 막을 사람은 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의 당선에 따라 한나라당의 정책은 강한 친서민 기조를 띄게 될 전망이다. 홍 대표는 “현대조선소 비정규직 경비원 출신인 아버지를 생각하며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했고, 고리대금업자에게 머리채를 잡혀 끌려다닌 어머니를 생각하며 대부업계 이자율을 낮추려 노력했다”며 “대한민국 서민들의 아픔을 아는 내가 친서민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출신들이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장악하면서 한나라당의 지역색도 약화될 전망이다. 홍준표 대표는 서울 동대문을이 황우여 원내대표는 인천 연수구가 각각 지역구다. 특히 비주류를 자처해온 홍 대표가 당내 범친이계가 지지한 원희룡 후보를 이긴 것은 당내 친이계의 세 약화를 의미한다. 친이계는 4.27 재보궐선거 이후 소장파와 친박(박근혜)계가 연합해 지원한 황우여 원내대표 체제 출범 이후 입지가 축소됐고, 이후 원 후보를 지지하며 재기를 노렸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당당한 당 대표’를 주창한 홍 대표가 당을 빠른 시간 내에 장악하고, 공격적 당청관계·대야관계를 통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다시 친박의 힘에 무너진 친이계
 ‘비주류’, ‘무계파’로 분류되는 홍 의원의 당선에 친박계는 웃고, 친이계는 울었다. 홍 대표는 지난 7월 2일부터 양일간 실시한 국민여론조사와 선거인단 투표을 합해 최다득표(4만1666표)를 하면서 2위인 유승민 후보(3만2157명)와는 9509표의 큰 차로 당대표에 선출됐다. 홍 대표가 1위로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친박계가 힘을 보태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홍준표 대표가 당선되면서, 당권을 다시 되찾아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친이계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친박계 대표 후보인 유승민 최고위원이 홍 최고위원의 뒤를 이어 2위를 기록했다는 것이 그 방증이라는 것이다. 1인2표제의 전대에서 유 최고위원을 뽑고 남은 1표가 홍 대표에게 갔다는 해석이다. 친이계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원희룡 최고위원이 4위에 그친데다, 오히려 이번 전대에서 ‘탈계파’를 표방하고 나온 나경원 최고위원이 자력으로 3위를 기록한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당원 및 청년선거인단 투표가 폭우로 인해 25.9%로 낮은 투표율을 나타냈지만, 홍 대표의 지지세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대구·경북 지역의 투표율은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것도 이번 승리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대구·경북 지역은 박근혜 전 대표의 영향력이 강한 곳이기도 하다. 반면, 이번 전대를 통해 친이계는 다시 한 번 무너졌다. 지난 원내대표 경선 당시 친이계 주자였던 안경률 의원 대신, ‘비주류’인 황우여 원내대표가 선출된데 이어 이번에도 친박의 힘에 또 다시 무너진 셈. 친이계가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원 최고위원은 선거인단 투표는 물론 여론조사에서도 3위를 기록, 최종 4위를 하면서 부진한 성적을 나타냈다. 당초 홍 대표와 박빙의 승부를 겨룰 것이라고 장담했던 것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순위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강한 지지를 나타냈고, 친이계 초재선 의원들도 열심으로 뛰었지만, 이 같은 친이계의 지원에도 바닥 민심은 움직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한편, 2012년이 총선과 대선이 함께 열리는 ‘선거의 해’인 점도 홍 대표에게 표심이 쏠린 이유로 분석된다. 여권 내 유력 대선주자로 독보적인 지지율 1위를 지키고 있는 박 전 대표를 의식한 당원 및 대의원단의 표가 무계파로 분류되는 홍 대표에게 많이 쏠렸다는 것.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친이계 이탈표의 상당수가 홍 대표에게 갔다”며 “친이계 당협위원장이 오더(지시)를 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고 전했다. 홍 대표가 이번 전대에서 연일 ‘당당한 한나라당’을 강조하며, 총선과 대선이 함께 열리는 ‘큰 판’을 이끌 장수를 표방했던 점에 비춰, 홍 대표의 이번 승리는 내년 총대선의 위기감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여당의 수장된 ‘영원한 비주류’ 홍준표 대표
‘영원한 비주류’가 여당의 수장이 됐다. 4선인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의 재수 끝에 거둔 값진 승리였다. 그는 지난해 7.14전당대회에서는 안상수 대표에게 석패해 최고위원에 머물렀다. 홍 대표는 ‘모래시계 검사’로 불리며 대중적 지지기반을 확실하게 갖췄지만 정계에서는 늘 변방에 머물렀다. 특유의 반골(反骨) 기질에 좌고우면 않는 거침없는 언변으로 미운 털도 많이 박혔다. 서울에서 내리 4선을 했지만 3선 때까지 변변한 당직도 맡지 못했다.

스스로 ‘영원한 비주류’라 자조하며 야당 시절 대여(對與) 저격수로 떠올랐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법무부 장관 물망에도 올랐지만 입각은 요원했다. 4선이 된 18대 국회에 와서야 원내대표·최고위원 등 요직에 올랐다. 계파색이 엷으면서도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를 오갈 수 있는 정치적인 유연함, 발군의 공격력을 높이 평가받았다. 2006년 서울시장 예비후보를 거쳐 2007년 대선 경선에 출마하며 꾸준히 정치적 보폭을 넓혀 온 점도 당심(黨心)을 움직였다. 17대 대선 때 당 클린정치위원장으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엄호, 정권 창출에 일조했다. 그럼에도 현 정권에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은 게 쇄신의 적임자로 각인됐다는 평가다. 당의 고질병인 수직적 당·청관계를 개선하고, 청와대의 거수기가 아닌 ‘할 말 하는 여당 대표’로 자리매김하리란 안팎의 기대도 높다. 4.27재보선 참패 책임을 지고 지도부에서 물러났지만, 쇄신파가 원내를 점령하며 비주류인 그의 정치적 운신 폭은 넓어졌다. ‘야당을 물리칠 전사(戰士)’를 자처한 만큼 홍 대표 체제 아래 8월 임시국회, 9월 정기국회 및 국정감사, 2012년 예산안 처리를 앞둔 대야(對野)전선 확장은 불가피해졌다. 원내대표 시절 “야당에 너무 양보만 했다”는 평도 들었던 만큼 챙길 것은 확실하게 챙기는 내실 있고 안정감 있는 대표로 자리매김하려는 노력이 뒤따를 전망이다. 또 당내 부정부패 척결을 기치로 내걸고 공천개혁을 추진하고 서민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계파 파워’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어느 한 계파의 확고한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점은 홍 대표의 취약점으로도 꼽힌다. 당내 기반이 취약해 작은 실수를 반복하면 ‘불안한 대표’란 정적들의 공격 논리를 제공할 수 있다. 친이·친박계와 두루 교분이 있는 당내 중진이지만, 선수(選數)에 비해 양 계파에서 그리 큰 신망을 얻지 못한 점도 약점이다. 다만 ‘대권 주자 박근혜의 수호자’를 자임하며 당선된 그다. 공정경선 환경을 조성하고, 박 전 대표에 대한 야당의 공세를 막아내며 친박계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당대회를 통해 한나라당이 명실상부한 ‘신주류 체제’로 전환한 것이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선 행보에도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당내 환경이 박 전 대표에게 보다 우호적으로 바뀐 만큼 박 전 대표가 이전보다 자유롭게 발언하고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한 친박계 인사는 “당내 친이계와 친박계 간 ‘힘의 균형’이 깨짐으로써 계파 갈등 구도가 흐려지고 박 전 대표에 대한 친이계의 견제도 줄어들 것”이라며 “박 전 대표가 당내 화합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적극적 행보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새 지도부는 박 전 대표를 야권의 공세로부터 보호하는 한편 박 전 대표의 대권 행보를 적극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 홍준표 신임 한나라당 대표는 경선 기간에 “나는 박 전 대표의 보완재”라며 “박 전 대표를 비롯한 여권 대선주자들을 지키겠다”고 말해 ‘방패 역할’을 자임했다. 2위로 당선된 유승민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핵심 측근이다. 또 나경원, 원희룡, 남경필 최고위원도 박 전 대표와 비교적 우호적 관계를 맺어왔다. 일부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선 “박 전 대표가 국민과 당원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친박계 구상찬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국민과 당원이 박 전 대표를 얼마나 갈망하는지 여실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전당대회 결과와 상관없이 자신의 ‘대권 플랜’대로 신중하게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한 친박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사실상 당을 장악했다는 사실이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재확인된 것뿐이기에 달라질 게 없다”며 “올해엔 정책 행보를 하고, 내년 초부터 총선 지원을 비롯한 정치 행보에 나서는 등 시간표대로 또박또박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특임장관은 전당대회에 참석했지만, 경선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은 전당대회 직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전대에서 끝까지 중립을 지킬 것이라는 약속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오 장관은 전당대회 결과가 발표되자 홍준표 신임 대표와 최고위원들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민주당 “상생정치·현안해결 기대”

▲ 민주당은 특히 여야관계와 오는 11월쯤 열릴 지도부 선출 전대에 이번 한나라당 전대가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은 민주당 손학규 대표

한나라당내 이견 조율이 시급한 과제

▲ 친이계가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원 최고위원은 선거인단 투표는 물론 여론조사에서도 3위를 기록, 최종 4위를 하면서 부진한 성적을 나타냈다

총선과 대선 체제 조기에 가시화 되나
친박계가 주류로 등극한 한나라당의 전당대회를 계기로 부산지역 여권에서는 ‘박근혜 색채 입히기’가, 야당에서는 ‘야권연대’ 움직임이 더욱 강하게 촉발돼 사실상 총선 체제가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홍준표, 유승민의 승리로 요약되는 한나라당 전당대회는 앞으로 부산지역 정치권을 친박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 4.27 재보선 직후 당 주류에서 밀려난 김무성, 안경률 등 친이계 중진들은 앞으로 더욱 급속한 세약화에 내몰리는 것은 물론, 부산 총선 구도에서 쇄신 대상으로 분류돼 세대교체나 ‘공천탈락과 저항’의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은 거의 대부분 박근혜와의 친분을 강조하며 자리보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유력한 친박 후보 몇몇만이 건재하고, 나머지는 정치신인의 도전 등으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다만 박근혜 전 대표 측으로서는 대선 승리가 최종 목표인 만큼 상당수 초재선 의원을 계파에 관계없이 포용하고 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의 쇄신과 조직재편은 내년 부산 총선에서 ‘의미 있는 약진’을 기대해온 야당에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새 지도부가 이명박 대통령과의 거리두기에다 감세철회와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 야당과 같은 정책을 대거 내세우면서 돌아섰던 민심을 상당부분 만회하려 하기 때문이다. 반면, 박근혜 중심의 한나라당 재편은 어차피 예견된 일로, 시기만 앞당겨 진 것일 뿐인 만큼 오히려 야권통합에 긍정적 효과를 낳을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경성대 정치외교학과 안철현 교수는 “야권연대나 통합에 주도적 열쇠를 쥐고 있는 민주당이 위기의식을 느끼면 느낄수록 야권연대의 실현 가능성은 높아지고, 민주당이 자력으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고 판단하는 순간 야권연대는 물 건너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새 지도부가 내세운 진보성 정책들은 ‘의도하지 않은 사기’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안 교수는 “현 정부나 한나라당이 조중동 보수언론이나 재벌 등과 결별하고 친서민적, 진보적 정책을 채택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지금 쏟아져 나오는 선언과 구호야말로 포퓰리즘일 가능성이 높고, 다급한 상황에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어차피 예상됐던 것인 만큼 야권에서 이에 맞서는 구도를 짜야하며 그럴수록 야권연대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목표로 한다면 한나라당의 쇄신 움직임에 맞서 야당도 이제 승부수를 던져야 할 시점”이라며 총선과 대선 체제가 조기에 가시화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