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군 복무 중에 장애를 입은 국가유공자 1급 중상이용사회 소속 회원들이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현 국가유공자예우 현황을 성토하며, 현실적으로 타당한 보상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대부분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힘겹게 집회에 참석한 200여명의 1급 장애 국가유공자들의 얼굴에는 고단함이 역력해 보였고, 이들의 조용한 시위는 지나가는 행인들이 눈과 발을 묶어 놓았다.

▲ 경기대 국제대학장 유영옥

1급 장애 국가유공자란 국가를 위한 복무 중 심각한 상해를 입고 전역한 군인과 경찰 등을 의미한다. 이들을 ‘상이1급 중상이자’라고도 부르는데, 신체상이 정도에 따라 1·2·3항으로 나누어 분류한다. 우선 장애 1급 1항은 최고도의 정신장애로 인한 자학과 광폭행위를 하는 상이자로서 자제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이기 때문에 항상 감시상태에서 도움과 보호가 필요한 경우이다. 그밖에 흉복부장기 등에 입은 상해로 항상 침상에서 생활을 해야 하는 경우와 양쪽 발목관절 및 손목관절 이상이 절단된 경우, 또 뇌골 부상으로 반신불수가 되어 보행기능, 언어기능, 청각기능을 모두 상실한 경우가 해당된다. 2항은 두 눈이 실명된 경우, 척수손상으로 인한 두 다리의 기능상실 및 배변, 배뇨 기능이 마비된 하반신 마비의 경우, 두 팔 또는 두 다리가 팔꿈치 관절이나 무릎관절이상에서 상실된 경우, 하반신 마비이면서 언어 또는 청각기능을 상실해 항상 다른 사람의 도움과 보호가 필요한 경우, 그리고 한 팔 팔꿈치 이상이 상실되고 한 다리 무릎관절 이상이 상실된 경우도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3항은 최고도의 정신장애로 항상 다른 사람의 도움과 보호가 필요한 경우, 흉복부장기 등에 최고도의 기능장애로 항상 다른 사람의 도움과 보호가 필요한 경우, 두 팔이 팔꿈치 이하에서 상실된 경우, 두 다리가 무릎관절 이하에서 기능을 모두 상실한 경우가 이에 속한다.

  이들은 보조원 없이는 기본적인 생활도 혼자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장애를 입은 상태여서 국가의 특별한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에 놓여 있다. 현재 상이1급 중상이자는 1,814명으로 전체 상이군경 국가유공자 102,324명의 약 1.8%에 해당한다. 그 중 각 상이처 별로 구분해보면, 신체 절단자가 471명으로 26%에 해당되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고, 다음으로 척수장애자가 425명으로 전체의 24%, 양안 실명자가 405명으로 22%, 정신장애가가 239명으로 13%, 복합적 중상이자가 274명 15% 순으로 나타난다.
  이들이 지난 달 집회에서 주장한 내용은 1급 장애 국가유공자를 산재 보상대상자와 같은 수준의 보상을 받도록 하기 위해 해당 법을 개선해달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이들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집회를 열어가며 요구하기 전에 이미 이루어졌어야 할 너무도 당연한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러한 것을 주제로 1급 장애 국가유공자들이 휠체어에 의지해 집회를 열었다는 사실 앞에 그동안 공식 석상에서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번 보여 왔던 이명박 대통령의 약속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또 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에서 ‘보훈체계의 선진화’를 성과중 하나로 홍보하던 이명박 정부는 1급 장애 국가유공자들의 상황은 계산에 넣지 않았던 것인지 궁금하다.

  2011년을 기준으로 상이1급 판정을 받은 국가유공자가 수령하는 연금은 보상금과 특별수당 및 간호수당을 포함해서 상이1급 1항에 해당하는 경우는 247만 2000원, 상이1급 2항은 223만 3000원, 상이1급 3항은 204만 4000원이다.
  이에 비해 산업재해로 인한 장애가 발생했을 때 제공되는 급여 지급 기준은 장해등급에 해당하는 일수에 근로자 수령 평균임금을 곱하여 계산된다. 2011년 산재 장해1급을 판정받은 자의 월 연금액은 간병급여비 1,147.000원을 포함해 432만원을 약간 넘는 수준이다. 즉 산업재해로 장애인이 된 경우는 국가를 위한 공무를 수행하다 장애를 입은 경우보다 2배가량 더 많은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국가유공자에 대한 장애 분류는 1급부터 7급으로 나누어진 것에 비해 산재장해는 1급부터 14급까지 세분화되어 있어 이 또한 2배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장애 1급 국가유공자들이 산업재해 보상 대상자들과 같은 수준의 처우를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실제로 국가유공자가 산재 대상자와 동일한 보상을 받고 있거나 혹은 그 이상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경우 국가 유공자가 산재대상자보다 5%의 보상을 더 받고 있다.  
  무엇보다 1급 장애 국가유공자들의 개인적인 삶을 들여다보면, 사실 산재보상 수준과 동일한 수준으로 예우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1급 장애 국가유공자들은  95% 이상이 20대 초반에 군복무당시에 장애를 얻은 사람들이다. 젊은 나이에 심각한 신체적 장애를 입어 가장으로서의 역할은커녕, 평생 돌봄을 받아야 할 형편에 처한 이들에게 시집오려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유추할 수 있는 문제이다. 설사 어떻게 결혼을 한다 해도 50%이상이 3년을 함께 못살고 이혼하는 통계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들 1급 중상이자들의 90%는 자식을 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여행이나, 동창회, 가족 모임, 취미생활과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리고 있는 기본적 즐거움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로 국가를 위해 일하다 얻은 장애로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 심적 멍에를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평범하게 누리고 있는 행복을 빼앗긴 삶인 것이다.

  이렇게 청·장년층 상이 1급 중상이자들이 가정을 갖지 못하고 독신으로 외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유는 우선 현재의 월 수령 국가연금으로는 안정된 가정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므로 1급 장애 국가유공자들이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국가에서 지원하는 연금만으로도 충분한 기본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밖에 상이 1급 중상이자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곤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1급 장애를 판정받은 경우는 합병증으로 인한 조기사망률이 기타 장애판정을 받은 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신체적 상해는 지속적인 치료를 요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1급 장애의 경우는 휠체어와 오랜 침상생활로 인한 배뇨·배변 장애 및 욕창 등에 시달리고 있으며, 운동부족으로 인한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적 질병으로 병원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더욱 잦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가가 정하는 보훈병원 혹은 위탁병원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대중교통, 혹은 국가지원 차량이용 등이 쉽지 않고, 자가운전 가능자는 극소수에 불과해 결국 접근성 좋은 지역인근병원을 유료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가족의 간병을 기대할 수 없는 독신자의 경우가 많아 따로 간병인을 구해야 하는 문제도 심각하다. 간혹 운 좋게 간병인을 구한다 해도 휴일이나 명절 등 어쩔 수 없이 간병인 없이 혼자 있어야 하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1급 장애 국가유공자들의 상황을 두고 역대 대통령들은 현충일등 관련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처우개선을 약속해 왔으나, 그것은 언제나 ‘혹시나’ 하는 기대심만 주었을 뿐 어김없이 ‘역시나’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현 정권의 이명박 대통령도 이 점에서 별반 다르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은 작년 6월 6일 현충일 추념식에서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은 정부가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천명하며, 이와 관련해 보훈대상자와 보훈가족, 유공자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보훈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일 년이 지난 지금 그 결과는 눈에 보이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국가를 위해 일하다 자신의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삶의 권리까지 잃게 된 장애 1급 국가유공자들이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 2조에서 명시하고 있는 바대로 ‘영예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보상과 지원수준을 높여야만 한다. 국가를 위한 희생의 대가가 고작 모든 인간이 누리는 기본적인 행복을 포기하고 죽지 못해 겨우 목숨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 전부라면, 누가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자 나서겠는가 말이다. 또한 그러한 나라에 과연 밝고 번영된 미래가 있을 수 있겠는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