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이어 화제가 되고 있는 일명 ‘지하철 시리즈’가 7월 15일 ‘지하철 무개념녀’의 등장으로 다시 한 번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때부터 인터넷상을 뜨겁게 달군 키워드는 바로 ‘지하철 ~녀’, ‘지하철~남’ 시리즈. 공공장소인 지하철에서 예의 없고 부도덕한 그들의 행위를 찍은 동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네티즌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 것이다.

지난 15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커뮤니티에는 ‘지하철에서 시각장애인의 안내견을 보고 소리 지르던 여성’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 왔다. 해당 글에 따르면 13일 오후 2시께 서울 지하철 4호선 공단역을 지나던 당고개 방면 열차에서 한 젊은 여성이 시각장애인의 안내견을 두고 소동이 벌어졌다며 노약자석에 앉아 있던 한 여성의 폭언에 대해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여성은 시각장애인을 향해 “교양 없이 누가 이렇게 큰 개를 지하철에 데리고 오냐. 당장 그 개를 치우라”며 “당신 미친 거 아니야”라고 온갖 폭언을 퍼부었다. 또한, “당신에게는 귀여울지 몰라도 내게는 상당히 더럽게 보인다. 당장 사과하고 그 개 데리고 내려라”라고 소란을 피웠다. 승객들이 “안내견인데 왜 그러냐”며 만류했지만 열차 안 노약자석에 앉아 있던 이 여성은 비상 전화기로 역무원에게 전화를 걸어 지하철을 세워달라고 해 열차 운행이 한 때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해당 글을 올린 네티즌은 “생각해보니까 그 여자 멀쩡하면서 노약자·장애인·임산부 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시각장애인이 안내견 데리고 장애인석에 앉아가는 게 사과해야 할 일입니까?"라며 "아무쪼록 그 시각장애인 언니가 이 일로 크게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안내견을 기른 경험이 있는 뮤지션 정재형은 자신의 트위터에 “몇 달 전 안내견 축복이와 함께 훈련을 하러 백화점에 나갔다 한 아주머니께서 소리를 치며 나가라고 해 서러웠던 적이 있다. 이번 일을 통해 안내견에 대한 많은 분들의 인식이 조금 더 너그러워졌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소설가 이외수 또한 트위터에 “진짜 더러운 자가 누구인지 승객도 알고 개도 알아버렸을 듯”이라는 글로 지하철 무개념녀의 행동을 지적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논란을 빚은 ‘지하철 ~녀’, ‘지하철~남’은 누가 있을까? 시리즈 사례를 보면 다음과 같다.

할머니 폭행한 패륜母 “내 아이에 손대지마!”
지난 6월 말 지하철 4호선에서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한 여성이 자신의 아이를 귀엽다고 만진 할머니를 1.5리터 페트병을 이용해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이 여성은 아이를 귀여워해 주던 할머니에게 거침없는 말투로 “남의 새끼한테 손대는 거 안 좋아한다고 얘기하잖아요! 그럼 ‘아 알았어요’하고 끝내면 된다고”라고 화를 냈다. 급기야 페트병을 할머니의 얼굴에 내리치며 “입 다물라고! 경찰 불러! 남의 새끼한테 손대지 말라고 했으면 알았다고 입 다물면 돼!”라며 막말을 내뱉었다. 결국 시민들은 역무원에게 신고했고, 현장에 출동한 역무원은 아이 엄마를 혜화역에서 강제 하차시켰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애 엄마가 너무했다”,  “어떻게 어르신에게 폭력을 휘두를 수 있나”, “불쾌할 수 있지만 아이 엄마도 어머니가 있을 텐데 어른을 공경할 줄 모른다”, “옛날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세상 참 무섭다” 등의 안타까운 목소리를 냈다.

지하철 막말남 “나이 처먹고 뭐하는 거야”
지난  6월 말 수원으로 가는 지하철 1호선 안에 타고 있던 한 남학생이 80대 할아버지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은 영상이 퍼지면서 네티즌들을 경악시켰다. 이 영상은 지난 5월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라온 것으로 작성자는 “수원가는 전철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 다가가 촬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알려진 바에 따르면 20대 남성이 지하철 좌석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있었고 옆에 있던 할아버지는 옷에 신발이 계속 닿아 불편하니 치워달라고 요청했다. 이 ‘지하철 막말남’은 할아버지에게 “야 이 XX놈아. 나와. 나이 처먹고 뭐하는 거야. 내가 뭘 잘못했기에 시비를 걸고 난리냐고. 내 다리 왜 쳐? 너 오늘 사람 잘못 건드렸어. 경찰서 갈래? 너 OO역에서 안 내리면 죽여 버린다”며 큰 소리로 욕설을 내뱉었다. 결국 다른 승객이 이를 제지해 사태는 일단락됐다. ‘지하철 막말남’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커뮤니티에는 해당 청년의 허위 신상정보가 유포됐으며, 이 정보는 온라인을 통해 급속히 확산됐다. 파문이 확산되자 문제의 남학생이 재학 중인 학교로 지목된 한양대학교는 긴급 공지문을 통해 “지하철 막말남은 한양대 재학생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대학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어서 사이버수사대에 의뢰하여 최초 정보 유포자를 찾아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할미넴’ 지하철 욕할머니 “XX같은 놈들”
지난 4월 등장했던 이 동영상은 ‘지하철 욕할머니...할미넴’이란 제목으로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할머니는 마치 랩을 하듯 승객들에게 욕설을 퍼부어 네티즌들 사이에는 미국 힙합 가수 ‘에미넴’과 ‘할머니’의 합성어인 ‘할미넴’으로 유명하다. 공개된 영상에는 한 할머니까 지하철 노약자석에 앉아 불특정 다수를 향해 욕설을 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 할머니는 “XX같은 놈들”, “요즘 젊은이들 안하무인”, “똑바로 살아라” 등의 욕설을 쉼 없이 질렀다. 이에 한 중년 여성이 “나이 드신 분이 그만 좀 하라”고 제지하자 이 할머니는 오히려 중년 여성을 향해 “빨갱이냐. 대한민국에 빨갱이만 저XX한다”고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수차례 퍼부었다. 이 동영상 작성자에 따르면 이 할머니는 서울 지하철 2호선 교대역에서부터 낙성대까지 계속 욕을 한 뒤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철 반말녀 “왜 말 걸어서 욕먹어?”지난해 12월 지하철에 타고 있던 한 여성이 할아버지로 추정되는 한 남성과 말싸움을 시작했다. 정황상 남성이 자리를 양보해달라고 부탁하자 기분이 상한 듯한 이 여성은 “나 이제 내리니까 그때 앉아”라고 대답했고 옆에 앉아있던 할머니가 “말 조심하라”고 조용히 타일렀다. 그러자 여자는 “모르는 인간이 말 거는 거 XX 싫어. 내가 왜 모르는 인간들한테 이런 소리를 들어야 돼? 왜 말 걸어서 괜히 욕먹어? 사람 봐가면서 건드려!”라며 언성을 높였다. 이 영상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사당역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촬영된 것으로 여성과 할머니가 앉아 있는 자리는 경로 우대석으로 보인다. 한편, ‘지하철 반말녀 동영상 속 여성의 신상이 공개되면서 이 여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미니홈피는 운영자에 의해 폐쇄되었다. 또 연예인 지망생이었다는 소문이 돌자 이 여성의 프로필이 올라와있던 회사는 접속 폭주로 홈페이지 운영이 이틀째 마비되기도 했다.

술 먹으며 이래도 되나… 지하철 담배남
1월 17일 동영상 전문 사이트 유튜브에는 ‘3호선 지하철에서 담배피는 아저씨’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공개된 영상은 26초 분량으로 지하철 3호선에 타고 있던 술에 취한 한 남성이 아주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담겨 있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발음이 부정확한 그 남성은 술에 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남성은 담배 한 개비를 끝까지 다 피운 뒤에야 잠잠해졌다.

‘지하철 매너손’ 논란 왜?
얼마 전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지하철 매너손’이 결국 사과글로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예비약사’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지난 8일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다시 한번 사죄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글을 올린 것에 대해 남성 비하의 의미가 있다는 분들이 많으신데,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고 공식 사과했다. 앞서 6일 이 네티즌은 게시판에 올린 ‘지하철 매너손’에서 “(지하철 안에서) 제 옆의 할아버지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차렷자세로 계셨는데 제 옆 엉덩이를 자꾸 툭툭 쳤다. 이는 물론 지하철 운행으로 인한 반동이겠지만, 너무 신경쓰였다”고 전했다. 이어 “저는 늘 기도하는 손(양손을 가운데로 모은 자세)을 한다”면서 “남자들은 기도하는 손이 어려우냐”는 글을 남겨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번 매너손 논란은 노출의 계절 여름철을 맞아 지하철 성추행 사건에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지하철에서 소매치기 등의 절도 범죄는 감소한 반면에 성추행 범죄 등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6월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경찰대는 최근 서울 지하철에서 발생한 범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성추행범이 1192명 검거돼 전년도 671명에 비해 77.6%나 증가한 반면 절도사건 발생은 382건으로 2009년 447건에 비해 34.9%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올 5월까지 적발된 성추행범은 550명으로 발생 장소는 2호선이 280명(50.9%)으로 가장 많았고, 1호선 26.5%(146명), 4호선 10.7%, 7호선 3.8% 등의 순이다. 범행은 주로 지하철 안(69.3%)에서 발생했으며, 요일별로는 금요일 20.0%(110명)과 수요일 18.5%(102명), 시간대별로는 출근시간대(오전 8시∼10시·39.1%)와 퇴근시간대(오후 6시∼8시·26.4%)에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지하철 안에서의 무리한 행동이 담긴 동영상이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것은 왜일까? 오늘날 누구나 손쉽게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폐쇄된 공간인 지하철에서 물의를 일으키는 행동을 보면 즉각적으로 카메라에 담아 동영상 사이트에 올리기 때문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인성교육을 등한시하는 점수 위주의 교육과 부모의 과잉보호 등이 이러한 상황을 초래하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무엇보다 사회적 열풍으로 급부상한 지하철 영상 시리즈는 비판과 비난의 경계선 정립이 시급하며, 동영상을 보면서 누구나 같은 지하철을 타고 가는 승객으로 주위를 배려하면서 자제해야 하겠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NM